근대 러시아 문학을 통해 본 근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이 한국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연구해온 학자가 방대한 기록을 참고하고 분석과 성찰을 거듭하여 완성한 책이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러시아 문학은 문학 이상의 현상이었다. 궁핍했던 시대를 비춘 거울이자 대리 발언대로서 다른 어떤 외국 문학보다도 깊은 반향을 일으킨 휴머니즘 교과서였고, 근대 지식과 감성과 문화를 유입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이 책은 1896년 조선왕조 사절단의 첫 러시아 여행에서부터 1946년 이태준의 첫 소련 여행에 이르는 50년간 러시아 문학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번역되고 읽혔는지, 또 러시아/소비에트 러시아의 표상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 살펴본다. 주로 일본을 통해 유입되었던 러시아 문학이 식민지라는 특수 상황에 놓여 있던 한국에서 계몽, 지식인과 민중, 낭만성, 방랑, 여성해방, 이념 등 주요 키워드의 배경 텍스트가 되었음은 방대한 분량의 1차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분석되는 사실이다. 러시아 문학의 독법과 수용사가 곧 20세기 초 한국의 사회문화사를 형성했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주장인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체홉, 푸슈킨, 투르게네프, 고르키 등 러시아 작가들과 그들을 토대로 당대의 문학을 확립한 ‘문화번역자들’(이광수, 최남선, 김동인, 염상섭, 이효석, 김기림, 이태준, 김기진, 백석, 나혜석, 백신애, 오장환을 위시한 다수의 문필가)의 비교가 그 주장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