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가 나에게 속삭였다. "카지노로 가자!"
제3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카지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도박을 통해 본 양극화 사회의 모순과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툭툭 끊어지는 단문의 직설적인 대화는 현대인의 건조하면서 냉소적인 감성을 거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차분히 그려낸다는 평을 받았다.
2002년 정선 카지노를 방문했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의 무대가 된 카지노는, 메울 수 없는 틈을 사이에 둔 두 집단(부자와 빈자)이 공존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반영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인간 군상에게 어떤 동정도 비난도 가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확률과 우연이 지배하는 카지노와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삶은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카지노 안에서 헛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하는 도박꾼들의 모습과 한 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정성 하에서 삶을 지속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고독한 내면을 같게 여긴다. 또한, 정보와 금권을 독점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슬롯머신 앞에 늘어선 군중을 바라보며 비웃을 권리도, 여유도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이 책의 줄거리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옛 여자 친구의 전화 한 통에 얼떨결에 카지노로 가게 된다. 비록 타의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지만, 함정에 빠지지 않고자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일상을 벗어난 화려함이 난무하는 공간을 상상하며 긴장하여 입성한 카지노는, 그러나 실망을 금치 못할 모습으로 나타난다. 극적인 게임 대신, 며칠씩 머리도 감지 않고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된 사람들이 줄담배를 피워 대며 슬롯머신 기계 앞에 죽치고 있을 뿐이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한 주인공은, 이내 10억을 써서 없애야 한다는 처음의 목적을 상기하며 게임에 참가한다. 그러고는 곧 그곳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카지노라는 거대한 게임의 조작된 흐름 속으로 함께 휩쓸린다. 그러나 그런 흥분 상태도 잠시, 진정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