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폴라니의 유작 『인간의 살림살이』는, 전근대 시기 비시장경제의 형태, 그 진화 및 다양성을 보여 줌으로써 현대 시장 체제를 상대화하고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려 한 《거대한 전환》의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폴라니는 무엇보다, 경제주의의 오류, 다시 말해, 인간의 경제를 그 시장 형태와 동일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폴라니는 인간 사회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위치를 좀 더 현실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일반 경제사를 폭넓은 개념적 기초 위에 재건하려 시도하고 있는데, 그 개념적 기초가 바로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실체적 경제(실체적 비시장경제학, 다시 말해 인간의 살림살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