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의 신작 장편소설 『구달』. 독특한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다. 달이의 아빠 구종대 씨는 어린 핏덩이를 안고 흔전동에 들어온 어느 날, 옥탑 난간에 서서 아기의 이름을 지었다. 어느 틈엔가 하늘에 떠 있던 달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달이는 생각한다. 그때 아빠 눈에 띈 것이 ‘달’이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구난간, 구옥상, 구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성정의 구종대 씨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고.
일곱 살 달이는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가 한창인 흔전동 럭키빌라 옥탑에 산다. 훌쩍 사라졌다 예고 없이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아빠가 실종되고, 생활비가 떨어진 후로 달이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달이는 매일을 효과적인 생존을 위한 일과 매뉴얼로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재현이가 울지 않았는지 귀를 기울여 확인한 후, 날마다 8시 15분 전후 골목을 내려오는 승율이의 발소리를 체크하고, 매뉴얼 1번 아침 체조, 2번 냉수 세안, 3번 소식 혹은 간헐적 단식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허기는 도통 가시지 않고 공과금이 밀려 전기방석도 켤 수 없던 어느 아침, 교복을 입고 학교에 잠입해 밥이나 먹고 나올까, 박 집사네 온돌교회를 털어 버릴까 고민하던 달이는 엊그제 한 남자에게 건네받은 명함을 떠올렸다. MS미스터리협회 마블힐지국 서울출장소 소장 공직구. 감염자니 피해자니 실험이니, 그날 공직구라는 남자가 내뱉은 말들은 밑도 끝도 없는 얘기들이었지만 ‘미스터리’, 네 글자가 달이의 머릿속을 때렸다. 그것은 지난 몇 개월간 달이의 일상을 말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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