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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꽃이불

분홍 꽃이불

  • 김미옥
  • |
  • 이지출판사
  • |
  • 2017-09-15 출간
  • |
  • 215페이지
  • |
  • 152 X 210 mm
  • |
  • ISBN 979115555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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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속으로 추가]

충무김밥 아지매

시장 입구 미용실 옆에 ‘충무김밥’ 간판이 새로 달렸다. 문득 옛 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반가웠다. 내게 충무김밥은 비릿한 바다 냄새와 여객선의 기름 냄새 그리고 충무김밥 아지매들의 억척스런 삶이 함께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으레 부산으로 갔다. 화덕 앞에서 땀을 흘리며 밥하기도 쇠꼴 베기도, 엄마 따라 김매러 가기도 싫어 방학이 시작되면 이내 언니네로 달아나곤 했다. 갈 때는 저녁 배를 타지만 돌아올 때는 언제나 아침 배를 탔다. 부산항에서 아홉 시 무렵 출항한 배가 중간지점 충무항에 닿을 때쯤 점심시간이었다.
배가 들어올 시간이면 부두에는 양동이를 인 충무김밥 아줌마들이 전투태세를 갖춘 전사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예닐곱 명의 아줌마가 배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동동거리는 모습은 백 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서 있는 선수들처럼 사뭇 긴장감이 느껴졌다.
배가 부두에 채 닿기도 전에 초를 다투어 건너뛰었다. 마치 거미처럼 조르르 순식간에 위아래층으로 흩어졌다. 배가 정박하는 잠시 동안, 불꽃 튀는 경쟁은 예정되어 있었다. 부두에서는 동지지만 배에 오르는 순간 숨 막히는 경쟁자였다. 한 사람이 돌고 나가면 이내 다른 사람이 밀고 들어왔다. 때로는 한 사람이 미처 나가기도 전에 급하게 뛰어들어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김밥을 팔면서도 눈은 서치라이트처럼 계속 사람들을 훑었다. 먹잇감을 찾는 독수리 눈빛이었다.
배가 잠시 정박하는 그 짧은 동안 선실은 아줌마들에 의해 접수되곤 했다. 검은색 일복바지에 흰 저고리, 흰 머릿수건을 쓴 날렵한 일개미 같은 아줌마들. 긴장된 눈빛으로 돌아치는 걸음에서는 바람이 일었다. 그 서슬에 길을 터주지 않을 수 없었다.
반들거리는 까만 김에 싸인 뽀얀 밥, 빨갛게 양념한 오징어무침과 적당히 익은 무김치가 하얀 종이 위에 펼쳐지면 선실 가득 퍼지던 냄새. 애써 외면하려 해도 시장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리 많은 사람이 사지는 않았다. 옥수수나 빵으로 대충 허기를 때우기 일쑤였다. 늦게 온 아줌마가 하나도 못 팔고 돌아설 때는 뒷모습에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러나 정작 나는 사본 적이 없다. 주머니에 용돈이 제법 들어 있었지만 한 번도 아줌마를 불러 보지 못했다. 혼자 먹을 용기도 없었지만 그보다는 무섭게 돌아치는 아줌마의 번득이는 눈과 마주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손 하나만 살짝 들어도 왈칵 달려왔을 텐데, 속으로 망설이기만 했을 뿐 끝내 손가락 하나도 들어보지 못했다. 대신 뱃전으로 나가 부신 햇볕에 졸고 있는 한낮의 항구와 분주한 갈매기에게 눈을 파는 것으로 허기를 달랬다.
십여 분쯤 될까. 다시 출항 뱃고동이 울리면 아줌마들의 걸음은 더한층 빨라졌다. 발 어디쯤에 바퀴라도 달린 것 같았다. 그렇다고 곧바로 내려가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저마다 눈에 불을 켜고 쫓기듯 달음박질걸음으로 끝까지 손님을 찾아다녔다. 나처럼 망설이던 사람이었을까.
“아지매, 여기요!”
꼭 그 순간에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두 번째 고동이 길게 울렸다. 김밥 아지매들 어서 내리라는 경고 같았다. 곧바로 엔진소리와 함께 무지갯빛 기름띠 물이 소용돌이치고 배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기웃거리며 종종걸음치는 아줌마. 미처 내리지 못하면 어쩌나. 그러다 물에 빠지지는 않을까. 지켜보는 내가 도리어 애가 탔다. 배가 부두와 몇 걸음 떨어지고 나서야 아쉬운 시선을 거두고 이미 벌어진 간격을 훌쩍 건너뛰었다. 속으로 조바심치던 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척박한 섬인 고향에서도 보지 못한 억척스런 충무 아줌마들이 매번 충격을 주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어디서든 충무김밥을 만날 때면 늘 그 아줌마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 어부들에게 간편하게 먹으라고 싸 보낸 김밥이 쉬 쉬어 버려 반찬을 따로 싸기 시작했다는 충무김밥. 어부의 삶이 배어 있는 충무김밥의 유래다. 그러나 매콤하고 쫄깃한 오징어무침과 시원한 무김치의 조화로 지방에 관계없이 사랑받는 음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나는 한동안 충무김밥을 잊고 있었다.
조만간 동네 김밥집에 가봐야겠다. 하얀 종이에 포장해 주는 충무김밥을 펼쳐놓고 다시 추억에 젖어 보고 싶다. 양동이를 이고 하늘다람쥐처럼 날아다니던 억척 아지매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도 충무항에 가면 그 김밥장수 아지매들을 만날 수 있을까.

목차

책머리에 4

1
통쾌한 카운트 펀치 12
충무김밥 아지매 15
내 부실한 성적표 19
마음 한번 열었다가 23
봄바다 나들이 27
알밤은 무죄 31
여름날의 보너스 34
새로운 눈을 얻으며 38

2
가끔 손목 하나쯤 부러져 보라 44
분홍 꽃이불 50
봄 안개 속에서 54
절반의 귀향 58
저녁 산책길 64
타임머신 타는 저녁 69
인연이라면 74
까꿍, 핑키 78
절묘한 타이밍 85

3
고사리가 피면 한 번 모이고 92
발소리에도 숨결이 98
말을 잃었다 102
그녀가 부럽다 106
배보다 배꼽이 109
미역국을 끓이며 113
길들이기 117
산딸기 익어 가면 121
바구니에 담긴 추억 124

4
삼곡리 가는 길 130
호건이 136
발길 헤매던 날 142
죽비 맞다 146
초등학교 동창회 151
마지막 멀미 158
날벼락 162
푸대접 166
호박이 있는 풍경 169
다만 사랑하라 174

5
세 송이 꽃 180
멍에의 무게 185
바다가 있어 188
생명의 땅을 바람처럼 스치며 192
길을 내는 말 197
피천득의 <봄>을 읽고 201
흔들리는 아픔 206
황당한 종주먹 210

저자소개

저자 김미옥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다.
계간 《문예사조》와 《에세이문학》을 통해 수필로 등단하여
한국수필문학진흥회, 동작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에세이문학작가회, 일현수필문학회 회원
한국시낭송치유협회 부회장,
맑은내문우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의집 서울’ 시낭송대회에서 수상했다.

수필집 《숨어 피는 꽃》 《분홍 꽃이불》
시집 《종이컵》
공저 《행복한 만남》 외

도서소개

아이들이 엄마 손을 벗어나자 글공부를 시작한 지 20여 년. 삶이란 끝없는 배움의 길이기에 좋은 스승을 만나고 마음 통하는 글벗들과 함께하면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이웃과 가족을 더 따뜻하게 보듬으며 생의 여름을 지나온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 그 속에는 일상의 소소한 무늬들이 모여 우리 삶을 어떻게 풍성하고 아름답게 엮어 가고 있는지. 아기들 웃음소리가 꽃밭을 이루고, 그 꽃밭을 스친 바람이 고개를 넘으며 어떻게 인생의 깊이를 더해 가는지, 그리고 뜨거운 햇살과 쏟아지는 비가 알곡을 키우듯 느린 걸음일지라도 멈추지 않고 착실히 가다 보면 빛 고운 과실 하나쯤 얻게 되지 않겠느냐는 작가의 여유와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 가슴을 촉촉하게 적실 향기로운 글 한 편을 꿈꾸며 새로운 날들이 열리길 기대하는 작가의 야무진 소망은 독자들로 하여금 김미옥 수필가의 또 다른 글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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