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개정판 발간에 즈음하여
2년만에 에센스 국제조약집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박영사로부터 기존 재고가 소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내용 전반을 검토해 보니, 수록된 국내법 중 지난 2년간 개정된 내용이 적지 않아 기존판을 그대로 중쇄할 수는 없었다. 다만 당초의 발간 목적인 휴대의 편리성과 가격의 경제성을 고수하는 범위에서 개정판을 준비하려니 편자로서도 재량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 앞의 조약 부분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문 일부만을 추가했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ILC 초안규정 1건을 삭제했다. 국내법의 경우 개정 내용을 반영했고, ?통상조약의 체결 및 이행에 관한 법률? 1건을 추가했다. 이 책을 아껴주신 독자에게 거듭 감사를 올린다.
이 책은 학부나 대학원에서 국제법 관련 과목의 강의를 수강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약들을 수록한 소조약집(小條約集)이다. 법전으로 치면 소법전에 해당하며, 전문가용이라기보다는 일반 학생들의 수강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국제법 과목 수강생으로 별도의 조약집을 갖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대개 교과서 등에 부분적으로 인용되거나 소개된 조약 내용만을 읽고 공부할 뿐이다. 일반 법률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법전 없이 공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국제법을 공부하면서는 조약집을 마련하지 않는가? 아마도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미 국내에는 이 책자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갖춘 두툼한 조약집이 여러 종 발간된 바 있으나, 대체로 그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요즘 교과서 가격이 치솟아서 그런지 저자가 직접 강의하는 수업시간에도 버젓이 불법 복사본을 면전에 내놓고 수강하는 학생까지 있으니 조약집 같은 부교재까지 관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막상 구입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용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조약집을 매일 가지고 다니기에는 부피와 무게가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교수인 편자조차 수업시간에 두툼한 조약집을 매번 휴대하고 들어가기에 부담이 느껴지니 학생들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부터 학생들이 구입하기에 경제적 부담도 적고,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좀 작은 크기의 조약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이 높지 않은 그런 조약집을 출간하려는 출판사가 과연 있을까 의심스러워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박영사 관계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편자가 구상하는 것과 같은 간소한 조약집도 출판할 용의가 있다는 답을 듣고 용기를 내어 이번에 본 조약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본 조약집을 제작함에 있어서 1차적인 기준은 책자의 가격이 일반학생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량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본 책자에 수록된 조약들의 대부분은 각종 경로를 통하여 누구나 무료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이용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이는 편의성 때문일 것인데, 가격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불편하더라도 공개된 조약문을 개별적으로 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록 대상을 국제법 수강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판단되는 17종의 국제문서와 4종의 국내법으로 한정하였다. 수록 대상의 선정시 현재의 사법시험이나 향후 변호사시험에서 주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에 유의하였다. 분량을 줄이기 위하여 일부조약은 전문을 수록하지 않고 수강시 자주 등장하는 조문만을 발췌하였다. 조약집은 영문을 같이 수록하면 더욱 이상적이지만, 한정된 지면에 맞추기 위하여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소한의 조문에 대하여만 영문을 병기하였다.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조약은 공식 번역본을 사용하였다. 오늘의 감각에 비추어 볼 때 오래된 조약의 공식 번역본에는 어색한 표현도 적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당사국이 아닌 조약이나 기타 문서는 편자의 책임하에 번역하였으며, 이 때 기존의 번역본이 있는 경우 이를 참고하기도 하였다.
본 조약집이 전문가의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편자로서는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없이 구입하여 매일 매일 법전처럼 휴대하며 학업에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특별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본 책자의 발간을 선뜻 결정하고, 꼼꼼한 편집과 교정을 담당해 준 박영사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