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윤리』의 첫 번째 강연 「윤리와 인간의 삶: 감정, 이성, 초월적 이성」에서 김우창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반성적 사고란 늘 현실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은 경제와 정치, 사회의 일정한 구조적 질서 속에 있다. 그러한 현실은 세밀하게 확대해서 바라보았을 때, 새로운 측면들을 드러낸다. 가령 경제 문제란 성장이나 침체를 이야기하기 전에, 가장 기초적인 의미에서 생명 유지와 관계된 삶의 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삶이란 그 커다란 조건(구조적 질서와 법제도) 안에서 일어나는 시시각각의 현실이다. 윤리란 바로 그 시시각각의 현실, 일상의 작은 일들에 스며들어 구조적 질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 균형 속에서 삶은 좀더 인간적인 것이 된다. 윤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것은 감정의 자율적인 작용과 그것을 보강하는 이성의 기율이다. 저자는 이를 ‘착한 마음씨’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이 착한 마음씨는 절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마주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강연은 바로 이 ‘착한 마음씨’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에 관해 다룬다.
두 번째 강연은 「희랍 고전시대의 국가 이념」이다. 고전정치철학과 국제정치사상을 연구해온 박성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강연에서 기원전 510년경 클레이스테네스의 민주적 개혁부터 기원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 사망까지의 200여 년간 아테네 민주주의를 다룬다. 희랍 고전시대는 그리스가 페르시아에 맞서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르고,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헤게모니 경쟁을 벌인 혼란기였다. 이 시기 국민의 의식을 지배하는 국가 정체성, 나아가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시민 정체성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그것이 비판이든 찬양이든, 민주주의의 기원이 된 체제에 비추어 오늘날 우리의 체제를, 헌법에 명시된 국가 이념과 그것을 넘어서는 정체성을 반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