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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는 없다

그런 남자는 없다

  • 연세대학교 젠 (편)
  • |
  • 오월의봄
  • |
  • 2017-09-04 출간
  • |
  • 360페이지
  • |
  • 150 X 225 X 25 mm /538g
  • |
  • ISBN 979118737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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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한남’의 남성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이 만연한 사회, 한국 남자의 남성성을 분석하고 공론화하다.

한국 사회는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이 확고한 편이다.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이다’ ‘남자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 ‘남자는 울면 안 돼’ 등과 같은 말이 한국 남자의 몸과 마음에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 젠더 규범을 공유하면서 한국 남자들은 한국 사회를 활보하고 지배한다. 남자들만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을 보면 그 젠더 규범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야한 농담을 하고, 심지어는 강간을 모의하기도 한다. 정치인들, 직장인들의 룸살롱문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상에서 여성을 공개적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고서도 “여성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의 잘못된 발화이다. 문제는 이 남자다움의 규범이 계속 학습되며 ‘사회화’되어 전승된다는 것이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치녀’ 등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하는 비율은 청소년이 66.7퍼센트로 여타 세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를 일삼는 ‘일베’ 이용자나 ‘여자도 군대 가라’고 외치거나 ‘역차별’논란을 일으키며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이들이 남성청(소)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은 영원히 되풀이될 것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 한국 남성들은 이 말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나쁜 남자’가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판타지이다. 그리고 ‘남자다움’ 자체도 일종의 판타지로 구성된 이데올로기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성차의 본질화를 경계하며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모두 자유롭게 떠다니는 인공물이자 언제나 생성되는 과정 중의 구성물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자다움’이라는 젠더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내려온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나쁜 남자’도 ‘남자답다’도 모두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남자는 없다]가 이 책의 제목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 ‘거칠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다정한 남자’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남자’ 등, 남자다움에 대한 여러 규범을 구현한 ‘그런 남자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차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남자다움’이 허상이라면 ‘한국 남자’들의 ‘남자다움’은 무엇인가? 남성 주체의 욕망,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연구가 절실해 보이는 이 시점에 [그런 남자는 없다]는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이해의 지표를 제시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에서 진행했던 ‘남성성 콜로키엄’에서 오고간 남성성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총 13명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남성성, 그중에서도 ‘한국의 남성성’에 대해 질문한다. 대한민국 남성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국 남자들은 왜 이러는가? ‘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이 책은 한국의 남성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며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고찰한다. 필자들은 대한민국 남성성에 대해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이며 젠더 수행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총 13개의 글은 각각 해방기 국가 재건 과정에서 생겨났던 우익 청년단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K-문학, K-영화와 디지털 미디어 등에 나타나는 다양한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다보면 ‘한국 남성성’의 위기와 그 변용을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여성 혐오 현상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대한민국 남자의 탄생]에서는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전래동화)부터 일제 식민 시기와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 초기까지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2부 [근대국가와 ‘만들어진 남자’]는 박정희 체제하에서 국민개병제 실시, 주민등록법 시행 등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주변부로 밀려난 성소수자, 장애 남성을 통해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탐구한다. 한편 한국 사회 내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군사주의적 남성성도 고찰한다. 3부 [IMF 이후 한국 남자의 초상]에서는 지금 현재, 각종 소설?영화?웹툰 등 미디어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서부터 한국문학계의 대표적 남성 작가인 이기호, 천명관, 김훈의 소설에서 한국 남성성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4부 [디지털 시대의 남자 되기와 여성 혐오]는 인터넷의 등장 이후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진 남성 청년을 중심으로 디지털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남성성의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나 디지털 미디어에서 격렬하게 벌어지는 젠더 갈등의 전장에서 여성 혐오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남성성의 출발: 서북청년단과 우익 청년단체
전래동화로 이어져온 한국 ‘남성’의 사회화
한국 사회의 젠더 주체로서 ‘남성’을 형성하는 방식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술서사를 연구해온 김영희의 글 [‘남성’의 불안과 우울을 대리하는 여성의 죄: 구술 서사의 연행과 젠더 주체로서 ‘남성’의 형성]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효행담, 전래동화 등의 연행과 전승을 통해 한국 사회 ‘남성’이 젠더 주체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남성 동성 집단 내에서 그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남성성’을 강화해왔다. 특히 [우투리 설화]나 [아기 장수 설화] 등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아들(남성)을 죽이는 어머니(여자) 이야기’를 살펴보면 한국 남성성에 잠재된 불안과 희생양 의식이 여성에게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늘날의 여성 혐오와도 궤를 같이한다.
허윤의 [우익 청년단체와 백색테러의 남성성: 2015년과 1945년의 접속]은 해방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남성성이 재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식민 시기 거세되었던 한국의 남성성은 해방 직후 과잉 폭발한다. 해방기, 남한 사회는 남성 청년들을 통해 민족국가를 재건하려 한다. ‘조선민족청년단’ ‘서북청년단’ 등 청년단체들이 국가를 등에 업고 만들어졌다. 이들은 ‘반공’과 ‘민족’를 내세우며 우익 남성 청년들을 중심으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형성했다. 그리고 군대가 창설되며 청년들이 유입되고 한국 사회의 과잉 남성성은 자연스레 국가로 귀속되었는데 이렇게 국가화된 남성성은 남한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무기 없는 민족’의 여성이라는 거울: 해방 전후 탈/식민 남성성과 여성 혐오]에서 류진희는 식민 시기 ‘무기 없는 민족’에서 해방 후 ‘맨몸의 아들들’이 국가를 만들어나가는 ‘산업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 혐오를 살펴본다. 식민체제하에서도, 해방 후 미군정하에서도 남성들은 오롯한 남성성을 가질 수 없었다.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난 후에는 퇴역군인들 다수가 육체적 불구와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성성 자체가 훼손되었다. 이들의 남성성에 대한 욕망은 결국 여성 혐오를 통해서 표출된다. 식민시기 신여성의 표본이었던 ‘모던걸’은 유녀나 기녀, 혹은 카페여급, 매음녀와 더불어 풍기문란의 문제로 치부되었으며 해방 이후 당대 신여성들은 해방과 독립에 이어 건국에서 해가 되는 여성들이라 하여 ‘국치랑’으로 매도됐다.
2017년, 서북청년단은 ‘태극기 집회’와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들의 모습은 과잉 남성성을 드러내며 지금의 남성 청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베’와 궤를 같이한다. 해방 전후 신여성들에 대한 비난은 요즈음,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남성 청년들의 여성 혐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해방기를 전후로 한 1950년대가 2017년과 비교해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문제의식을 던져줄 것이다.

한국 남자의 남성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헤게모니적 남성성 바깥에 존재하는 ‘그들’의 존재
2부에서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바깥에 있는, 위계화된 남성성의 맨 아래에 위치하는 성소수자와 장애남성을 통해 ‘남성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김대현의 [‘남자다움’의 안과 밖: 1950~1970년대 한국의 비규범적 성애?성별 실천과 남성성의 위치]에서는 이성애/이원 젠더의 연애 규범성을 통해 남성동성애, 남장여자 등 비규범적 성적 실천을 살펴본다. 글쓴이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나타났던 다양한 성적 실천을 소개하며 사회를 지배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이성애로 고정시키려 하지만 이 규범에 대항해 남성 개인이 다양한 남성성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남장여자의 사례 등을 통해 ‘남성성’이 반드시 생물학적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산물임을 보여준다.
나영정의 [국가 남성성 훼손을 땜질하는 불/가능한 영웅: 상이용사에서 패럴림픽]은 ‘정상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헤게모니적 남성성에서 비가시화되는 존재인 장애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근대 민족국가 형성과정에서 만들어왔던 국가 남성성은 강인함과 정상성에 기반을 둔 남성 신체에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이군인이 출현하면서 국가를 위해 싸우다 손상된 남성의 신체를 국가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다. 과거 그들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공이 인정되어 복지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탈복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제 노동 능력/자격이 없는 장애남성들은 배제당하고 억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 글에서 ‘장애를 가진 남성은 남성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장애인 체육, 패럴림픽 등을 통해 국가가 이러한 남성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깊이 스며든 군사주의 남성성
조서연과 김엘리는 한국의 군사주의 문화와 군사주의 남성성을 고찰한다. [군인, 사나이, 그리고 여자들: 젠더화된 군사주의의 문화적 재현]은 일상에 깊이 스며든 군사주의적 문화를 살펴본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군가 [진짜 사나이]부터 예능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까지, 한국의 대중문화는 각 시대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군사주의적 남성성’과 동일시하며 재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키, 카무플라주, 하이브리드 남성성: 포스트근대의 군사적 남성성]에서는 변화하는 군사적 남성성을 살펴볼 수 있다. 카무플라주가 주변 환경에 어울려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말하듯 군사적 남성성 역시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군 제도가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변화하면서 초남성 집단이었던 군대 내에 여성, 유색인종 등 비주류집단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여전히 징병제 사회이지만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다문화 2세의 입대가 시작되었다. 여군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전쟁 양상이 고기술 정보전으로 변화하면서 군대 내 남성성은 육체적 전투에 능한 강하고 터프한 남성성에서 정보와 기술, 전략에 능한 스마트한 남성성으로 변화했다. 군의 임무가 다중적으로 변화하는 것도 군대 내 남성성이 변화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전투 외에 재난 구조나 의료 지원 등 공공서비스로 군의 임무가 변화하면서 기존의 폭력적 남성성에 균열이 간다. 군인모델은 점차 복합적이고 하이브리드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군사주의 남성성이 변화되는 와중에도 남성성의 위계질서는 여전히 공고하다. 성별, 인종, 계급, 지역에 따라 다시 군인들 사이에 위계가 재편된다. 군 업무도 전투 지원 업무에 저임금 아시아 이주자들을 고용해 여성화시키는 반면 전문적인 전사로서 미군은 남성성을 더욱 강화한다. 과연 남성성이 정말 변화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야할 시점이다.

IMF 이후 들이닥친 한국 남성성의 위기와 그 문화적 재현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지금, 여기의 남성성을 톺아본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부터 웹툰, 소설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에서 남성성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폐소공포증 시대의 남성성: K-내셔널리즘, 파국, 그리고 여성 혐오]에서 손희정은 K-팝, K-드라마, K-필름 등 문화상품을 민족 자부심의 기반으로 삼으면서 형성되는 K-내셔널리즘이 한국 대중영화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선한 시장에서 등장하는 시민과 시민-선군이라는 재현이 사실상 젠더화된 시민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최근의 한국 영화는 ‘헬조선’이라 명명되는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를 구할 수 있는 시민-선군은 비장애인 이성애자로 상상되는 원주민 남성‘만’으로 한정짓는 동시에 여성을 비롯한 비남성을 배제한다. 그러므로 남성중심적인 상상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영화의 한계성을 지적한다. [명량] [최종병기 활] [후궁:제왕의 첩] 등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한국 남성성을 살펴본다.
부찬용의 [중년 남성의 육체라는 아카이브: 2000년대 백윤식 캐릭터의 모호성과 포스트 IMF]에서는 IMF 이후 중년 남성성의 변모를 진단한다. 한국 영화계에서 백윤식이라는 배우의 캐릭터는 IMF 이후 등장한 ‘고개 숙인 남자’의 담론이 중년 남성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백윤식 캐릭터를 통해 구현되는 중년 남성의 육체와 이에 대한 다른 인물들의 ‘해부’욕망을 분석한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그때 그사람들] 등에서 백윤식의 캐릭터는 트랜스내셔널리티를 가지고 있는데 완전하지는 않다. [타짜] [싸움의 기술]에서 백윤식의 캐릭터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그의 트랜스내셔널리티가 불안정하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사하는 바는 IMF 위기 이후 국가보다 자본이 우위에 선 신자유주의체제의 도래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러한 발전모델이 더 나아갈 수 없음을, 언제나 세계로의 도약을 외쳐왔음에도 내셔널리티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백문임의 [브로맨스vs ‘형제’ 로맨스: 포스트 밀레니엄 남성은 친밀성을 꿈꾸는가]는 2010년대 이후 한국 영화 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등장한 ‘남-남 케미’ 조합인 브로맨스를 통해서 남성성을 진단한다. 브로맨스는 동성사회성과 동성애, 이성애와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친밀하지만 성적이지 않은 남성들 사이의 관계를 전면화한다. 이를 남성들 간의 친밀성을 실험하는 포스트 밀레니엄 현상으로 읽는다. 하지만 새로운 남성성으로 보이는 ‘브로맨스’라는 새로운 시도가 여전히 ‘친구=형제’ ‘형제관계=위계 관계’라는 담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언제든 이성애 규범적 헤게모니로 끌려들어갈 위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국문학 내에서 남성성을 오혜진의 글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 장편 남성서사의 문법과 정치적 임계]은 최근 한국문학 장의 특징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남성 집단의 자기서사를 분석한다. 이기호, 천명관, 김훈이라는 한국문학계의 걸출한 세 남성 작가는 그들이 ‘남성들의 이야기’라는 성별화된 표지를 미리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장편 남성 서사가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보편성을 환유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주의가 달성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등장한 미학적 자유주의는 이데올로기와 정치, 종교를 대신해 ‘밥벌이의 아우라’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약자의 정치학’은 남성들의 이야기로 대표 재현되고 남성 주체만이 역사의 ‘피해자’가 되어 한국 근현대사의 주인공이 된다. 결국 한국문학의 주류에 ‘남성서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오혜진의 글은 한국문학의 젠더를 질문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남성성과 여성 혐오
4부에서는 온라인문화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의 남자 되기 문화를 살펴본다. 김학준의 [웃음과 폭력: 혐오 없는 웃음은 가능한가]에서는 인터넷 공간이 어떻게 남성적 공간이 되었는지 분석한다. 인터넷이 막 등장한 시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친목질’의 배제와 동시에 나타난 것은 ‘여성’이라는 젠더의 배척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용자들이 서로를 ‘?’으로 부르며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젠더를 남성으로 통일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초남성적 공간인 일베와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이용자들은 패륜적이며 반인륜적인 ‘농담’조차 동성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의례로 작동시키고 있다. 일베식 혐오 발화는 단지 ‘드립’으로 통용되며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용자들 간의 연대감과 남성성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혐오를 공유하며 우월감을 극대화한다고 글쓴이는 지적한다. 이는 상호모멸을 통해 ‘노오력’해온 ‘헬조선적’ 생존양식과 연결된다. 김학준은 이런 점에서 ‘농담’을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좋은 농담과 나쁜 농담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태섭은 [Digital Masculinity: 한국 남성청(소)년과 디지털 여가]에서 인터넷상의 한국 남성청(소)년들이 남성성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글쓴이는 오늘날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전쟁의 ‘전사’들이자 여성 혐오를 놀이의 일부로 향유하고 재생산하는 주체가 남성 청년들이라고 지적한다. 남성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남성 청년들은 여성을 ‘불공정한 경쟁자’ ‘남에게 빌붙어 사치와 허영을 일삼는 자’ ‘리워드로 주어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 여성가족부와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 청년들은 여성 이용자에게 ‘우리 땅에서 나가’거나 ‘내부의 룰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이러한 디지털 남성성은 세대적 특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집단적 환상으로서 스스로를 피해자화 한다. 최태섭은 이에 대한 적극적 해결이 필요함을 환기하고 있다. 사법적 해결과 교육, 정치적 접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대화와 토론을 위한 사회적 신뢰라고 말한다.

목차

머리말
들어가는 말│그런 남자는 없다

1부 대한민국 남자의 탄생
‘남성’의 불안과 우울을 대리하는 ‘여성의 죄’ : 구술 서사의 연행과 젠더 주체로서 ‘남성’의 형성
우익 청년단체와 백색테러의 남성성 : 2015년과 1945년의 접속
‘무기 없는 민족’의 여성이라는 거울 : 해방 전후 탈/식민 남성성과 여성 혐오

2부 근대국가와 ‘만들어진 남자’
‘남자다움’의 안과 밖 : 1950~1970년대 한국의 비규범적 성애· 성별 실천과 남성성의 위치
국가 남성성 훼손을 땜질하는 불/가능한 영웅 : 상이용사에서 패럴림픽 영웅까지
군인, 사나이, 그리고 여자들 : 젠더화된 군사주의의 문화적 재현
카키, 카무플라주, 하이브리드 남성성 : 포스트근대의 군사적 남성성

3부 IMF 이후 한국 남자의 초상
폐소공포증 시대의 남성성 : K-내셔널리즘, 파국, 그리고 여성 혐오
중년 남성의 육체라는 아카이브 : 2000년대 백윤식 캐릭터의 모호성과 포스트 IMF
브로맨스 vs ‘형제’ 로맨스 : 포스트 밀레니엄 남성은 친밀성을 꿈꾸는가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 :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한국 장편 남성서사의 문법과 정치적 임계

4부 디지털 시대의 남자 되기와 여성 혐오
웃음과 폭력 : 혐오 없는 웃음은 가능한가
Digital Masculinity : 한국 남성청(소)년과 디지털여가
주석
글쓴이 소개

저자소개

편집자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는 2007년 연세대 여성학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학술활동을 강화하는 등 학내 젠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최근에는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남성성콜로키엄을 개최하고 2017년에는 젠더 토크를 진행하는 등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를 분석하고 이에 담론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서소개

‘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한남’의 남성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이 만연한 사회, 한국 남자의 남성성을 분석하고 공론화하다.

한국 사회는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이 확고한 편이다.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이다’ ‘남자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 ‘남자는 울면 안 돼’ 등과 같은 말이 한국 남자의 몸과 마음에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 젠더 규범을 공유하면서 한국 남자들은 한국 사회를 활보하고 지배한다. 남자들만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을 보면 그 젠더 규범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야한 농담을 하고, 심지어는 강간을 모의하기도 한다. 정치인들, 직장인들의 룸살롱문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상에서 여성을 공개적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고서도 “여성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의 잘못된 발화이다. 문제는 이 남자다움의 규범이 계속 학습되며 ‘사회화’되어 전승된다는 것이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치녀’ 등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하는 비율은 청소년이 66.7퍼센트로 여타 세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를 일삼는 ‘일베’ 이용자나 ‘여자도 군대 가라’고 외치거나 ‘역차별’논란을 일으키며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이들이 남성청(소)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은 영원히 되풀이될 것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 한국 남성들은 이 말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나쁜 남자’가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판타지이다. 그리고 ‘남자다움’ 자체도 일종의 판타지로 구성된 이데올로기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성차의 본질화를 경계하며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모두 자유롭게 떠다니는 인공물이자 언제나 생성되는 과정 중의 구성물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자다움’이라는 젠더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내려온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나쁜 남자’도 ‘남자답다’도 모두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남자는 없다>가 이 책의 제목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 ‘거칠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다정한 남자’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남자’ 등, 남자다움에 대한 여러 규범을 구현한 ‘그런 남자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차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남자다움’이 허상이라면 ‘한국 남자’들의 ‘남자다움’은 무엇인가? 남성 주체의 욕망,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연구가 절실해 보이는 이 시점에 <그런 남자는 없다>는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이해의 지표를 제시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에서 진행했던 ‘남성성 콜로키엄’에서 오고간 남성성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총 13명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남성성, 그중에서도 ‘한국의 남성성’에 대해 질문한다. 대한민국 남성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국 남자들은 왜 이러는가? ‘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이 책은 한국의 남성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며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고찰한다. 필자들은 대한민국 남성성에 대해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이며 젠더 수행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총 13개의 글은 각각 해방기 국가 재건 과정에서 생겨났던 우익 청년단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K-문학, K-영화와 디지털 미디어 등에 나타나는 다양한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다보면 ‘한국 남성성’의 위기와 그 변용을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여성 혐오 현상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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