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동맹』은 이러한 블랙박스를 풀어헤쳐서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 적용한 연구 결과물이다.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은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실’을 ‘블랙박스’인 것으로 바라보고 이것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치밀하게 추적할 것을 요구하는 이론으로, 수많은 인간들과 비인간 사물들이 혼종적으로 구성하는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 이 이론에서 네트워크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사물들, 예를 들어 가족, 원주민, 임금, 비자, 정보, 국가 등과 같이 수많은 이질적 객체들로 구성된 연결망 또는 이에 따른 질서나 정렬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인간과 함께 비인간 사물들을 포함하는 행위자와 이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개념은 초국적 이주과정에서 형성되고, 유지되고, 변화하는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설명하는 데 유의한 통찰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