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매체에 관한 문화학적 담론과 매체이론에서 중요한 기본개념으로 부상한 ‘매체성(mediality)’과 ‘물질성(materiality)’을 둘러싼 문제를 문화적 세미오시스(기호작용)의 관점에서 논의한다. ‘매체’ 또는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현상(제도, 기관, 기술 등)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무엇을 매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매체성 이론은 그러한 매체들의 ‘매체성’에 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매체성 개념은 매체의 본질적 특성과 작용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성찰하게 해 주며, 기호현상이 매체현상과 분리되지 않음을 인식하게 하는 도구가 되어준다.
매체성이 달라짐에 따라 기호의 대상 재현과 해석, 기호의 생산과 수용에 있어서 기존의 일반화된 세미오시스 모델에서와는 다른 다양한 양상이 초래된다. 이러한 관점의 매체성은 필연적으로 매체의 ‘물질성’에 주목하게 한다. 물질성은 매체성의 근본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로서 기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호매체의 물질성 개념은 기호, 기호작용, 인지, 소통은 과연 그것의 물질적 출현형식에서 분리시켜 관찰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이처럼 『세미오시스의 매체성과 물질성』에서는 그 동안 기술메체에 관한 논의에 밀려 별로 주목하지 못한 기호와 매체의 관계, 매체적 매개, 기호작용 등을 둘러싼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