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라는, 고요하게 들끓는 내면에 대한 우아하고 투명한 응시
그때가 언제든, 우리는 한 번쯤 이런 감정에 빠진다. 짧은 만남을 수없이 떠올리며 설레고, 사랑에 빠지고, 다시 떠올릴수록 아름다운 기억인 것처럼 미화하다가, 답을 얻지 못해 애를 끓이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단념하기도 한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도 알 수 없고, 당사자는 누가 뭐라고 부르든 상관하지 않는다.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누군가의 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짧은 시간을 수없이 복기하며 한 소녀가 겪는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신시지’는 어느 여름날 ‘엄마 친구의 아들’ 얼과 함께 보낸 단 3시간을 61일 동안 되풀이하며, 자신의 모든 시간과 온 마음을, 얼을 생각하고 얼을 기다리는 데 쏟는다. 작가는 오로지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심리를, 극적인 사건 없이 투명하고 잔잔하게 밀고 나간다. 동시에 ‘나조차도 나를 설명할 수 없는’ 청소년에게 사랑이 어떤 의미일까를 밀도 있게 보여 준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벼랑에 몰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소년에게, 처음과 끝을 오롯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결정해야 하는 이 절절한 감정은 얼마나 소중한가. 이 책은 사랑의 기억을 가진 청년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바로 이런 ‘사랑’을 ‘앓고’ 있을 청소년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흔들어 내면에 파동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 수상내역
- 제15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