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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 오가와 사야카
  • |
  • 더난출판사
  • |
  • 2017-09-08 출간
  • |
  • 224페이지
  • |
  • 136 X 210 X 19 mm /352g
  • |
  • ISBN 978898405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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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한 문화인류학자가 진단한 새로운 경제와 사회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인구 66%가 일정한 직업이 없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할 수 없다!
늘 성실히 일하는 한국인은 과연 행복한가?
3년간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을 담은 인류학 보고서

우리는 종종 일하지 않는 삶을 동경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좇으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러한 성과주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하루 벌어 살면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회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탄자니아의 도시민 사회다.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신간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패배와 낙오의 상징인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사는 방식과 사회 구조를 되묻는 인류학 보고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살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탄자니아 도시민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삶의 방식을 소개하며 근면한 노동과 성과주의를 상찬해온 근대 이후 노동관과 자본주의적 가치관에서 일탈한 하루 벌어 사는 인간상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각국 정부의 고용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경제’가 세계 곳곳에 활성화되어 있으며 주류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자본주의로 대두되고 있음을 밝힌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탄자니아 도시민 사회의 내면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실제로 그는 이 연구를 위해 15년 이상 탄자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므완자 시에서 현지 상인의 장사 관행과 생계 활동, 사회적 관계를 조사해왔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므완자 시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현지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로 권위 있는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인문학의 차세대 사상가로 혜성처럼 떠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하루 벌어 사는 삶의 가치와 실천, 인간관계, 그 연속선상에서 나타나는 경제 사회의 모습을 밝힘으로써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미래지향적, 생산주의적, 발전주의적 인간관과 노동관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인류 사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하루 벌어 사는 삶을 전제로 성립된 경제가 결코 현행 자본주의와 상극이 아님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보임으로써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탄자니아 도시민의 모습은 성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각박한 시대 속에서 잊고 지냈던 진정한 삶의 여유와 가치를 되새겨볼 기회가 될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는 제너럴리스트
탄자니아의 도시 지역은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 등이 경제 사회의 주류를 이룬다. 2006년 탄자니아 정부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도시 인구의 66퍼센트가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 등의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4퍼센트에는 농업, 어업, 가사노동 종사자까지 포함되므로 공무원이나 샐러리맨 같은 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영세 자영업을 하거나 날품팔이를 하는 것,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것을 화제로 삼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일은 일’이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주로 어려운 생활환경이나 쉽지 않은 취업 때문에 ‘이 일 저 일 가릴 때가 아니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이 말 속에는 보수나 사회적 평가 등에 따라 매겨지는 직업의 서열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특유의 가치관이 내포되어 있다. 저자는 현장 조사 당시 조수 노릇을 했던 현지인 부부가 생계를 위해 했던 다양한 일을 소개하며 ‘일은 일’이라는 가치관이 지배하는 삶에 대해 설명한다.
현지인 부부의 생계를 위한 활동은 사전에 계획된 일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형태였다. 한 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여러 업종을 전전하며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웠다.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일로 먹고살고, 가족 중 한 사람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사는 생계 다양화 전략을 취한다. 일에 대한 이런 태도는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당장 가능한 행위에 뭐라도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일은 일’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일단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일로 바꾸는 장사 관행
이와 같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직업을 바꾸는 탄자니아 사람들의 가치관은 기술과 지식의 축적에 따른 사회 경제의 발전이나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선택에 따른 생산주의적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때문에 그들 특유의 ‘일은 일’의 가치관은 경제 시스템으로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쉽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자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국경을 초월한 비공식 교역을 사례로 ‘일은 일’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일단 시험 삼아 해보기’의 관행이 경제 시스템으로서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역동성을 지니고 있음을 설파한다.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은 중고품, 복제품, 모조품 등을 위시한 중국산 제품이 주를 이루며 의류나 소형 가전제품 등 유행이 쉽게 바뀌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아프리카 상인들은 ‘시험 삼아 해보기’ 전술을 적용한다. 어떤 제품이 안 팔리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장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점포에서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개 점포를 돌며 다양한 물건을 조금씩 사 모은다. 이러한 방법은 매번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할 뿐 아니라 대량 구입에 따른 가격 할인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소비자의 기호를 잘못 판단하는 등과 같은 실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일로 바꾸는 관행은 자본주의 경제의 공동 경영화나 조직화의 유인책과 모순되며 불확실성이 높고 혼란한 시장을 재생산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이야말로 기회이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상인들 스스로 계속 만들어낸다는 점은 이 경제권의 활력소가 된다.

해적판과 베끼는 문화가 개척한 역동적인 경제 시스템
흔히 중국산 모조품을 ‘산자이(山寨)’라고 부른다. 산자이라는 용어는 전자산업이 발달한 광둥 성 선전 시에서 짝퉁 휴대전화를 산자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제3자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위조하는 생산 공장을 지칭했지만 최근에는 모조품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현상 전반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짝퉁이나 모방만이 아니라 ‘창조적 모방’이라는 뜻도 포함된다. 사용자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특정 공정에서 강점을 가진 영세 기업들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산자이 기업의 생산 시스템에도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물러나는 전술이 반영되어 있다.
탄자니아 소비자가 중국산 제품 가운데 모조품이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물건을 사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이들에게는 한 달 후에도 같은 일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높은 생활환경은 그들로 하여금 소비를 미루고 돈을 모으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중고품이나 진품을 사고 싶어도 금전 사정이 여의찮아 중국산 복제품이나 위조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벌이가 나아져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충동구매를 하며 자신도 모르게 써버리곤 한다.
저자는 중국의 짝퉁 생산자와 탄자니아의 짝퉁 소비자의 행동에는 공통적으로 하루 벌어 사는 삶의 생존 전략과 생활 논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생산자의 측면에서는 그날그날을 살아간다는 생활 방식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될 것 같으면 밀어붙이고 그렇지 않다면 물러서는 전술이,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계획적으로 소비하거나 소비를 미룰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어려움이 반영되어 독자적인 구매 행위로 이어졌다. 넒은 의미의 해적 행위를 포함하는 비공식 경제는 생산자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불안정한 생활과 시장을 길들이기 위해 발전한 하루 벌어 사는 삶의 가치와 실천이 공명해 움직인 결과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관계
탄자니아의 가난한 젊은이들은 서로 돈을 꾸어주거나 꾸어오곤 한다. 그들은 아무리 곤란한 일이 있더라도 이전에 꾸어준 돈을 돌려받기보다는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꾸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누군가에게 돈을 꾸어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꾸어오는 관계로 연결되었다. 그들은 아는 사람에게 돈을 꾸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보다 이전에 꾸어준 돈을 돌려달라고 재촉하는 것을 더 힘들어했다. 설령 돈을 꾸어준 사람이 사정이 어려워 돈을 꾸어간 사람에게 돈 이야기를 꺼낼 때도 서로 꾸어주고 꾸어간 돈에 이야기하기보다는 또 다른 금전을 주고받는다. 이는 부채를 갚는다기보다는 새로운 빚을 지는 일과 같다.
휴대전화 송금 서비스를 통한 금전거래는 돈을 꾸어주고 꾸어오는 행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켰다. 은행 계좌가 없더라도 이동통신사에서 지정한 매장이나 인근 상점에서 현금을 전자화폐로 바꾸어 휴대전화로 보내는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이론상 시간적, 공간적 제약과 심리적 부담 없이 무한정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빚을 빚으로 돌려 갚으며 실질적으로 변제기간을 유예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누구나 돈을 꾸어주고 꾸어오는 상호부조의 인적 네트워크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항하거나 정부가 일반적인 규칙을 도입해 만든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유용함으로써 자율적으로 발생하여 약동하는 경제이며 또 하나의 자본주의라고 저자는 설파한다. 주류 사회의 공식적 경제활동과 닮은 듯 다른 이러한 비공식 경제활동은 비유하자면 해적의 영역 속에 하루 벌어 사는 삶이 생존하는 세계가 숨어드는 것과 같다.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Living for Today
현재의 연장선상에 미래가 있다는 인식은 특정한 지역과 시대에 성립된 개념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편입된 주류 사회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혹은 그에 따라 주변화된 세계에서는 하루 벌어 사는 삶을 체화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주류 사회에서는 하루 벌어 사는 삶을 두려워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날그날을 살아간다. 다만 그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한 사실 인식이 새로운 인류 문명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생활은 사람들로 하여금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좋은 기회를 포착하고 그때그때 가능한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대담함도 낳는다. 불확실성이 너무도 커서 기회라고 여길 수 없는 사회는 어쩌면 병든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목표와 직업적 정체성 없이 부유하고 표류하는 인생이 힘들어 보일 때도 있지만, 탄자니아 도시민은 이러한 삶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얻어낸 경험과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는 긍지, 자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는 재주를 지녔다는 자부심이자 우발적인 만남을 계기로 몇 번이고 일상을 다시 사는 재주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와 비슷한 의미로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는 말을 즐겨 쓴다. 하지만 거친 바람이 불 때는 어떻게든 참고 견디며 풍향과 바람의 냄새를 구분하다 순풍이 불기 시작할 때 바람을 움켜잡고 올라타야 한다. 그러려면 약간의 요령과 오늘을 사는 삶을 길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오늘을 사는 삶의 방식이 새로운 인류 문명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책 속으로 추가]
영세 상인들은 자신들 중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질투가 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설령 영세 상인들이 성공한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 취급 제품을 자주 바꿔야 해도 자신들의 존재와 장사 방법은 위협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와 장사 방법, 자율적인 경제 영역 자체를 위협하고 그들을 저임금 노동자로 고용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비공식 경제 영역 종사자가 영업 허가 취득을 무시할 때와 마찬가지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노점상들은 매장 주인이 되어도 노점상일 때와 마찬가지로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장사한다. 각자가 자율적으로 움직임으로써 거상과 건물주에 의해 관리되거나 통제되지 않는 ‘무질서’한 시장과 경제 영역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들은 거상과 건물주가 자신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논의를 통해 규칙을 정하거나 조직화하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움직일 뿐인 일이 결과적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_[3장 시험 삼아 해보기의 장사 관행] pp.95∼96

비공식 경제의 대두와 팽창을 촉진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비공식 경제활동의 세계적인 세력 대두에 주목한 연구는 위장 실업층이나 근로빈곤층의 생존 전략으로 여겨졌던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 결과 오히려 지금까지의 비공식 경제에 관한 연구가 주목해온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그날그날의 생계 활동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공식 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다고 해도 그 기반이 되는 것은 그날그날의 생활과 인간관계, 삶의 방식으로서의 직업관이다. 그날그날의 생계 활동 과정으로 관심을 돌려보면 한 경제가 공식적인지 비공식적인지 혹은 패권적인지 비패권적인지를 논할 때 ‘법질서의 규제를 벗어난다’라는 점, 즉 법적 위법성과 도의적 합법성의 관계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_[4장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pp.123∼124

언뜻 보기에 필요에 쫓긴 소비와 우발적 소비는 모순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물건을 계획적으로 사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같은 행동이다. 이런 행동의 기준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삶과 관계가 있다. 내가 오랫동안 조사해온 헌옷 행상은 베테랑 상인이지만 옷을 한 장도 팔지 못한 날과 서른 장 이상 판 날이 있었다. 또 앞서 말했듯 날품팔이나 계약직 노동자에게는 한 달 후에 같은 일자리가 있을지 매우 불확실하다. 이런 과도한 불안정함이나 미래의 불투명함은 구매를 미루고 물건 대금을 모으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중고품이나 진품을 사고 싶어도 금전 상황 때문에 중국산 복제품과 위조품을 사는 경우도 많다. 동시에 날품팔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벌이가 나아져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때는 금전적 여유에 맞는 제품을 충동적으로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푼돈이 생기면 친척이나 친구가 달라고 조르거나 자기도 모르게 써버릴 때도 많아 현금이 들어오면 되도록 빨리 형태가 남는 물건으로 바꾸고 싶다고도 말했다. _[5장 해적판이 개척한 새로운 경제] pp.151∼152

일찍이 물건이나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상대에게 예속됨을 뜻하는 무서운 상황이었다. 자본주의 경제가 발달하면서 온갖 물건이 화폐로 교환되자 사람들은 채무를 져도 곧바로 시장에서 노동을 화폐로 바꿔 부채를 갚았다. 또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일반화되어 ‘은혜’나 ‘부담’ 등의 빚을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는 사회의 굴레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 마치 자율적으로 살 수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용카드를 쓰거나 주택 대출을 받는 등의 새로운 부채를 만들어냈다. 여기서의 자유와 자율은 돈으로 이루어진다. 돈이 없는 사람은 부채를 갚지 못하며, 그렇다고 해서 자율적인 주체의식에 가치를 둔 사회에 기댈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가 배제하려 한 빚의 개념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 _[6장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사회] pp.172∼173

목차

첫머리에 Living for Today
프롤로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천만에!

1장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
과거나 미래를 말하지 않는 민족 | 최소 생계 노력과 식량 평준화 | 상호 분배의 철학과 도덕성 | 순리를 따르는 시간 조종의 달인

2장 직업 서열이 무너진 도시 세계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는 사회 | 여러 업종을 전전하는 제너럴리스트 |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삶 | 사회적 관계와 일자리

3장 시험 삼아 해보기의 장사 관행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장사의 기술 | 돈벌이가 되는 일에 몰려들다 | 여러 곳을 돌며 다양하게 사 모은다 | 쥐들의 지혜 | 상점가를 장악한 노점상 | 타인의 운에 몸을 맡긴다

4장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홍콩 청킹 맨션과 신자유주의 | 중국으로 몰려간 영세 상인들 | 아프리카 무역상과 중국 상인의 관계 | 아무도 신뢰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신뢰 | 비공식성이란 무엇인가

5장 해적판이 개척한 새로운 경제
법적 위법성과 도의적 합법성 | 베끼는 문화와 하루 벌이 삶 | 아마추어와 오타쿠의 잠재력 발산 | 비공식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 이유 | 모조품으로서의 중국 제품 | 복제품, 모조품이 없으면 곤란하다 | 어정쩡한 진품보다 복제품이 낫다 | 지금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 무절제한 충동구매와 복제품 |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문화 | 아프리칸 드림? | 중국인의 행동은 왜 비난받나 | 얼굴이 보이는 범위와 비공식성

6장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사회
빚의 철학 | 빚에서 부채로 | 획기적인 송금 시스템 | 염치없는 요구와 변제 거부가 사라지다 | 소액 증여와 변제 유예 기간 |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기 | 빚을 돌리는 시스템 | 자본주의에서 해적 시스템으로

에필로그 새로운 인간 사회의 탄생
마치며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저자소개

저자 오가와 사야카 (小川 さやか)는 리쓰메이칸대학교 준교수이자 현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문화인류학자다. 학문적 역량과 함께 전문적 주제의 무게와 깊이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탁월한 인문학 연구자로서도 유명하다. 전문 분야는 민족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는 경제인류학과 도시에서의 삶과 생존을 고찰하는 도시인류학이다. 중고품, 복제품의 유통과 소비로 보는 현대 아프리카의 소비문화, 위기 시 역학과 실천 행위의 인류학, 증여 경제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탄자니아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현지 영세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 탄자니아 영세 상인 마칭가의 민족지』라는 책으로 주목받았으며, 2011년 이 책으로 권위 있는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인문학의 차세대 사상가로 혜성처럼 떠올랐다. 그 외에 『아프리카에 부는 중국 바람, 아시아 선풍: 개발도상국 간 경쟁에 노출되는 지역 산업』 등의 공저서가 있다.
신슈대학교 인문학부 인간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교토대학교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기관연구원, 조교를 거쳐 2013년부터 리쓰메이칸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서소개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패배와 낙오의 상징인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사는 방식과 사회 구조를 되묻는 인류학 보고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살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탄자니아 도시민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삶의 방식을 소개하며 근면한 노동과 성과주의를 상찬해온 근대 이후 노동관과 자본주의적 가치관에서 일탈한 하루 벌어 사는 인간상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각국 정부의 고용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경제’가 세계 곳곳에 활성화되어 있으며 주류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자본주의로 대두되고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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