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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마중

한시 마중

  • 이종묵
  • |
  • 태학사
  • |
  • 2012-08-24 출간
  • |
  • 352페이지
  • |
  • 153 X 224 X 30 mm /584g
  • |
  • ISBN 978895966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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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한시漢詩,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삶의 풍경이 되다”
한시를 읽는다는 것은 세월을, 삶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한시는 마치 소담한 민화나 멋스러운 수묵화를 글로 풀어냈다고 여겨질 정도로 생활과 삶에 근접하다. 이종묵 교수(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한시 마중」에서는 각 절기에 어울리는 한시와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송영방 화백의 그림과 함께 촘촘히 엮어 선보였다. 저자 특유의 예스럽고도 감각적인 문장은 위트와 유머로 가득하여 한시 읽기의 색다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조상들의 이채로운 계절나기를 들려줄 것이다.

한시, 진정한 삶으로의 회귀
한시가 본래 고상하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예부터 한시는 생활의 일부, 일상다반사였다. 옛 선비들은 밥을 먹다가도, 꽃을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시를 읊었고 지었다. 일상이 모두 시제詩題였고, 생활이 곧 한시였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의 1년 열두 달, 소소한 삶의 흔적이 한시를 통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한시와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덧 계절의 운치를 즐기고, 그 절기에 따른 음식과 문화, 풍습도 엿볼 수 있다. 봄에는 꽃을 머리에 꽂고 봄나물을 캐어 즐기며 화전놀이를 하다가, 여름에는 벗들과 함께 연꽃을 감상하고 참외를 안주로 술을 마시며 피서를 했다. 가을에는 감잎에 시 한 수를 적어 보내며 난로회를 열고, 겨울에는 매화음과 연날리기를 즐기며 봄을 기다렸다. 그러다 보면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인생관을 들춰보게 되고,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여유와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게 될 것이다.

무더위를 피하는 4가지 방법
올해 여름은 유독 덥다. 이 무더운 여름을 옛 선비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조선 선비들의 피서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이는 독서를, 또 어떤 이는 음주가무를 즐겼다. 저자가 소개하는 옛사람들의 피서법은 현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 쉽고 효과가 빠른 피서법으로는 시원한 과일이나 음식을 먹는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고 심신이 지치면 가장 먼저 입맛이 떨어지는데, 이럴 때에 차가운 샘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다. 밀가루가 귀했던 조선시대에는 주로 메밀국수를 차게 하여 먹었는데, 이 시원한 즐거움을 선비들의 시에서 종종 엿볼 수 있다(p. 314).

누가 메밀국수를 교묘하게 잘게 뽑아내고
후추와 잣, 소금, 매실 얹어 색색으로 꾸몄는가.
큰 사발에 부어넣자 펑퍼짐하게 오므라드는데
젓가락 둘 잡으니 굼틀굼틀 따라서 올라오네.
맛을 보니 창자까지 그저 시원한 줄 알겠는데
오래 씹다 수염에 슬쩍 붙은들 무엇이 대수랴.
게다가 세밑에 차가운 등불 아래서
기이한 맛과 향기까지 더하니 얼마나 좋은가.
오횡묵, 「관아의 주방에서 냉면을 내어왔기에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과 품평을 하다(冷麵自官廚至與一座評品)」

냉면으로 입안을 시원하고 즐겁게 하였으니, 청명하고 개운한 빗소리로 남은 더위를 씻긴다. 조선의 선비들은 나뭇잎에 지는 빗소리를 즐기기 위해 연꽃이나 오동나무 등 잎이 큰 식물을 정원에 가꾸었는데, 좀 더 호사를 부린 이들은 외국에서 파초를 수입하여 여름날의 소나기와 장맛비 소리를 즐겨 들었다 한다.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파초우성芭蕉雨聲’은 선비들이 좋아하던 말이기도 했다.

우레 소리 북을 울려대듯 요란하고
빗줄기 독을 엎은 듯 퍼부어대더니
잠시 개자 뜰은 더위와 먼지 사라져
소매 가득 서늘함에 뼈조차 상쾌하다.
권호문, 「소나기(驟雨)」

또한 선비들은 더위를 잊고자 피서음避暑飮을 열었다. 피서음은 후한後漢 말에 유송劉松이 원소袁紹의 자제와 함께 하삭河朔, 즉 하북河北에서 삼복三伏 더위를 피하려고 밤낮으로 주연을 베풀어 취하면서 만사를 잊었던 고사로, 하삭음河朔飮, 하북음河北飮이라고도 한다. 운치 있는 피서음에서는 그 술잔을 연꽃으로 만들었다. 큰 연잎을 벼루 통 위에 올려놓고 술 서 되를 담은 다음, 비녀로 잎을 찔러서 연밥의 구멍과 통하게 한 다음 줄기를 코끼리 코처럼 구부려서 술을 빨아 마셨다. 그 술잔을 벽통배碧桶杯라 하고, 이렇게 마시는 술을 벽통주碧桶酒라 하였으며, 이런 풍류를 벽통음碧桶飮 혹은 상통음象桶飮이라 하였다. 당나라와 원나라 때 유행한 것인데, 이미 고려 말이 되면 문인들 사이에 이러한 풍속이 들어와 있었다. 이색李穡이 지은 두 편의 시 제목에서 그러한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p.300).
이처럼 술이나 음식을 먹어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지만, 조선 중기의 문인 이산해는 가장 뛰어난 피서법이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것이라 하였다(p.335).

지금 한여름 복더위에 작은 집에 거처하고 있더라도 눈을 감고 곳곳하게 앉아 있노라면 몸에 땀이 흐르지 않는 법이요, 솜옷조차 얼어터지는 엄동설한에 얼음판에 거처하더라도 목을 움츠리고 발을 싸고 있노라면 살갗이 터지지 않는다. 혹 스스로 인내하지 못하여 미친 듯이 날뛰면서, 여름철에는 반드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자를 찾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방을 찾아 의탁하려 들면 정자나 방도 쉽게 찾지 못하거니와 내 몸도 또한 병이 들 것이다. (……)
이산해, 「정명촌기(正明村記)」

피서를 가겠다며 함부로 몸을 움직이지 말고 집에서 조용히 있으면 저절로 시원해질 것이라는 뜻이니, 집채만 한 짐을 챙기고 계곡이나 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아야 하는 오늘날의 가장들이 크게 기뻐하며 받아들일 주장이다. 그러나 귀양지를 벗어날 수 없었던 이산해의 당시 사정을 떠올리면, 주변 사람들이 피서를 갈 때 이런저런 이유로 거처에 조용히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이들의 처지가 안쓰럽다.

가을, 풍류風流와 상사相思의 계절
조선 숙종 때 시인 홍세태의 “사람은 모두 만물과 다투느라, 하루하루가 가을 되면 더욱 바빠진다네”라는 문장과, 헌종 때 문신 박윤묵의 “어느 해인들 서둘러 가지 않겠는가만, 올가을은 유독 곱절이나 바삐 지나가네”라는 구절을 읽다보면(p.77), 서늘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칼바람이 들이닥치는 가을의 짧음에 절로 탄식이 나온다. 하루가 세 번의 가을 같다는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보다, 가을 세 달이 하루처럼 바삐 간다는 삼추여일일三秋如一日이라는 옛사람의 표현이 마음에 더 와 닿는다(p.77).
푸른 갈대가 시들고 낙엽이 지면 사람 또한 그리워지는 법이다. 1806년에 호조판서가 된 서영보는 혼자 금강산 단풍을 보러 가는 것이 아쉬워 벗들에게 단풍나무 한 가지씩을 꺾어 보냈다(p.35). 이에 함경도 관찰사였던 이만수는 이 편지를 받고 어떻게 답할까 고민하다 단풍잎과 편지를 엮어 홍엽첩紅葉帖을 만들었다. 현재 홍엽첩은 전해지지 않지만, 서영보의 편지와 이만수의 답장, 그리고 제일 앞에 두 사람의 또 다른 친구인 훈련대장 김조순에게 보냈던 한시를 두어 구성했으리라 짐작된다.
풍류를 아는 선비들은 가을에 국화가 피면 벗을 불러 자신이 공들여 가꾼 국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시주詩酒를 즐겼다. 이러한 행사는 국음菊飮, 황국음黃菊飮, 상국음賞菊飮, 범국회泛菊會, 관국회觀菊會, 상국회賞菊會 등으로 일컬어졌는데,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절정에 달해 고려 말의 대학자 이색은 “한가위에는 달구경이 맞고, 중양절에는 국화 구경이 맞다네”라 한 바 있다(p.64). 더욱 운치 있는 일은 밤중에 국화 화분을 등불 앞에 올려놓고 어렴풋한 조명 아래에서 즐기는 일이었다. 조선 전기의 서화가인 강희안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도 “초봄이 되어 꽃이 피면 등불을 밝히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잎 그림자가 벽에 도장처럼 찍힌다. 아름다워 즐길만 하다”라 했다. 정조의 총애를 두텁게 받은 명필인 박윤묵은 등불 아래의 국화 그림자를 구경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짓기도 했다(p.64).

등불 아래 국화 그림자 비스듬히 기울어지자
영롱하게 생동하는 그림이라 정말 아름답구나
우습다, 도연명은 도리어 멋이 없었으니
당시에 한밤에 꽃 보는 일 알지 못했다지.

정약용 또한 1794년 9월 중순에는 한양에 있던 자신의 집 죽란서옥竹欄書屋에서 벗들과 모여 국화꽃 그림자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흰 벽에 비친 국화는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아름다운 수묵화가 되었다고 하니, 디지털 영상 시대의 현대인은 상상조차하기 힘든 풍류가 아니겠는가.

눈 속에서 벌어지는 난로회煖爐會와 매화음梅花飮
오늘날 여럿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게 일반화된 이유 중 하나로 휴대용 가스버너의 보급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도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고기가 구워지는 불판을 놓고 술을 마시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화로에 솥뚜껑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난로회 혹은 철립위鐵笠圍가 그것이다(p.94).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난로회는 한양의 풍속으로 화로에 숯불을 피워놓고 솥뚜껑 모양의 번철燔鐵을 올린 다음, 갖은 양념을 한 쇠고기를 둘러앉아 구워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전철煎鐵로도 불렸던 번철은 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볶는 데 쓰는 무쇠 그릇으로, 삿갓을 엎어놓은 듯하다. 일제강점기의 학자 문일평은 18세기의 문인 이덕무의 한시에 등장하는 ‘남국의 솥(南國鍋)’에 대한 주석에 “솥은 삿갓처럼 생겼는데 고기를 구워서 난로회를 갖는다. 이 풍속은 일본에서 온 것이다”(p.94)라면서 번철이 일본에서 수입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번철에 하는 요리가 전골, 즉 일본의 스키야키와 유사하다면서 통신사에 의해 일본에서 조선으로 전래된 것이 아닌가 덧붙였다.
실제로 통신사가 전한 것인지는 몰라도 조선 후기인 18세기부터 한양에서 시작된 유행인 난로회는 19세기에 지방에서도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18세기의 문인 김종수만 하더라도 먼저 벼슬길에 나간 지인 조덕수의 도움으로 마흔을 바라보던 어느 겨울날에 술과 고기를 사서 마을 사람들과 난로회를 가진 일을 장문의 한시로 남겼다(p.92). 정약용 또한 「장난삼아 서흥도호부사 임성운 군에게 주다」라는 한시에서 “관서 땅은 시월에 눈이 한 자 넘게 쌓이면, 겹겹의 휘장에 폭신한 담요 깔아 손님을 잡아두고, 삿갓 모양 솥뚜껑에 노루고기 구워놓고, 가지 꺾어 냉면에다 파란 배추김치 먹는다네”(p.96)라는 문장을 남겼다. 눈이 수북하게 내린 한겨울에 커튼을 치고 담요를 깔아놓은 따뜻한 방에서 노루고기를 구워가며 냉면을 먹는다는 뜻이다. 연암 박지원도 1777년 겨울에 절친한 벗인 유언호를 찾아갔을 당시 난로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때 박지원과 유언호가 각각 남긴 「만휴당기晩休堂記」와 「개성에서의 작은 모임(西京小集記)」을 보면, 고기 굽는 연기가 방 안에 자욱하고 파, 마늘, 고기 누린내가 몸에 배었다니, 자신의 시문을 서로 읊조렸다는 부분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고깃집 풍경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옛사람이 겨울을 나던 방법이 고기 굽기만은 아니었다. 한겨울 집 안에 매화를 피워놓고 감상하던 매화음도 겨울의 대표적 풍류였다. 조선 중기의 문인 장유가 쓴 「만휴당십육영晩休堂十六詠」에도 한양 세도가들이 엄동설한에 매화를 피우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영남 일부 지역에서 겨울에도 매화가 핀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더라는 내용이 나온다(p.145). 단원 김홍도마저 자신의 그림을 집 한 채 값에 판 뒤 그중 3분의 2로 매화가 핀 화분을 사고 남은 돈도 거의 모두 친구들과의 매화음에 쓴 다음, 몇 푼 남지 않은 돈으로 가족을 위해 양식과 땔감을 샀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18세기 문인 정극순이 “우리나라 사람은 백 가지가 서툴지만 그중 볼 만한 것이 매화를 기르는 것이다”(p.148)라고 했을까. 비슷한 시기의 문인 이윤영은 한 술 더 떠서 매화를 완상하는 법마저 고안했으니, 이는 그가 쓴 「얼음 등불을 읊조려 석정연구시에 차운하다」의 서문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p.151).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호사스러움을 멀리하고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 우리 조상들의 풍류라는 사실에 적이 놀랍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엄동설한에 반팔 차림으로 실내에서 노닐 수 있는 오늘날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나물과 화전花煎을 맛보며 봄맞이하는 즐거움
겨우내 매화음으로 꽃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으니, 산천이 꽃으로 덮이는 봄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래서 조선 중기 문인 장유는 음력 3월 3일, 즉 어느 해 삼짇날 무렵 어여쁜 복사꽃과 흐드러진 오얏꽃이 울긋불긋 어우러져 활짝 피고, 그 고운 꽃잎을 따려는 사람들 때문에 길거리는 말(馬)들로 정체되며, 물가에는 멱을 감으려는 미인들이 모인 모습을 「삼월삼짇날 병들어 누워 있으면서 붓 가는 대로 심회를 적어보다(踏靑日臥病, 信筆書懷)」(p.229)라는 한시로 몸이 아픈데도 들뜬 마음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은 화전과 쑥떡을 만들어 조상의 사당에 공양한 다음, 들에서 놀았다. 그런데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는 쑥떡이나 두견화전杜鵑花煎(진달래화전)처럼 잘 알려진 음식 말고도 배꽃으로 만든 이화전梨花煎과 송편도 먹었으며, 여름에는 장미전薔薇煎을, 가을에는 국화병菊花餠도 먹었다고 하니(p.232), 우리가 전통 음식에 무관심한 동안 여러 별미마저 잊혔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렇듯 한시에 나오는 요리 중 부활되었으면 하는 음식이 또 하나 있으니,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소개된 두견화면杜鵑花麵, 즉 진달래 국수다(p.232). 꽃잎이 크고 온전한 진달래꽃을 4월에 따서 꽃잎이 상하지 않게 꽃술과 꽃받침을 제거하고 잘 말려 보관하다가 한겨울이나 초봄에 꺼내 물에 담가 불리면 꽃잎이 불어나 꽃이 핀 것처럼 된다. 꽃잎의 물기를 촉촉할 정도로만 뺀 다음 녹말가루를 뿌리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국수처럼 잘게 썰어 오미자차와 꿀물에 적신 다음 거기에 다시 진달래를 띄우는데, 계피가루나 잣을 조금 뿌리면 그 빛이 매우 곱고 맛이 시원하였다.
나물도 봄에는 중요한 식재료였다. 19세기 전반에 김해에서 20년 이상 유배 생활을 한 이학규의 「잡다한 일을 두고서(雜事偶題)」(p.192)에는 온 가족이 논에 벼를 심고 언덕에 마를 심으며 울타리에 오이를 심을 때, 아낙이 머리에 꽃을 꽂고 나물을 캐는 풍경이 나온다. 15세기 조선의 문신이던 이승소 또한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던 중 어느 중국 처녀가 봄나물 캐는 모습을 보고 「양번으로 가는 길에 나물 캐는 처자를 보고(陽樊焚途中挑菜女)」(p.191)를 남겼다. 봄은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던 T. S. 엘리엇의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서민에게는 생존을 위한 계절이었지만, 오늘의 우리 눈에는 고단한 삶에서도 낭만과 운치가 몸에 밴 옛사람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한시, 수묵화와 만나다
한국의 풍경은 선이 곱고 담백하다. 그렇기에 그 풍경을 그리고 노래한 한시와 수묵화 또한 여러모로 서로 닮아 있다.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했던 우현 송영방의 작품에서는 한시에서 느낄 수 있는 계절의 순환, 생명의 순리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송영방 화백은 대나 매화를 길러 대낮에도 바라보고, 비올 때도 바라보고, 사계절을 응시하면서 그 성정을 꿰뚫은 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일찍부터 ‘시인은 문자로 시를 쓰지만, 나는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송영방 화백의 그림과 함께 한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옛 선비들의 풍류 못지않은 여유롭고 즐거운 추억을 선사한다

목차

머리말
봄 여름 가을 겨울, 흐르는 세월, 한시로 만나다

제1장 가을 마중
9월
태평성세의 가을
추석의 기억, 기다리는 사람
계절 맞이 붉은 단풍잎에 담은 우정

10월
감나무가 있는 풍경
국화를 즐기는 법
벗이 짚신을 보낸 까닭

11월
스산한 가을을 맑게 보내는 법
따끈한 음식이 그리울 때
난로회의 즐거움

제2장 겨울 마중
12월
겨울의 추억, 썰매
한 해를 보내면서
계절 맞이 눈 속에 피는 꽃, 동백

1월
새해에 바라는 일
눈 속의 매화
한겨울의 즐거움

2월
정월 대보름 연날리기
산을 오르는 뜻
봄을 기다리는 마음

제3장 봄 마중
3월
나물 캐는 봄처녀
시로 맛보는 봄나물
계절 맞이 운치 있는 봄나들이

4월
봄이 온 들길을 걸으며
봄나들이와 화전놀이
보리밭, 푸른 추억

5월
허연 머리에 꽃을 꽂는 뜻
꽃보다 고운 여인
가는 봄 아쉬워라

제4장 여름 마중
6월

절구질하는 아내와 책 읽는 아이
비에 젖은 장미와 낮잠
계절 맞이 연꽃과 피서음

7월
보리밥을 먹는 즐거움
시로 맛보는 국수와 냉면
한여름 소나기

8월
더위를 피하는 법
절제를 아는 꽃, 백일홍
고추잠자리와 입추의 서정

저자소개

저자 이종묵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청계산 아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있다가 2003년 자리를 옮겨 관악산 아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선비의 운치 있는 삶을 사랑하여 옛글을 읽고 스스로 즐거워 가끔 글을 쓴다. 저서로는 우리 한시의 맛과 멋을 살핀 「한국한시의 전통과 문예미」, 「우리 한시를 읽다」와 옛사람들의 삶을 문화사로 추적한 「조선의 문화공간」, 「부부」 등이 있고, 「누워서 노니는 산수」, 「부휴자담론」,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사의당지-우리 집을 말한다」, 「양화소록」 등의 번역서도 있다. 세사가 답답할 때 다산 정약용의 “깎아지른 절정을 힘겹게 올랐을 때, 겹겹의 운무가 시야를 막고 있다가, 저녁 무렵 가을바람이 해를 향해 불어와, 천만봉우리가 일시에 다 드러나면, 그 얼마나 통쾌한가”라는 시를 왼다.

도서소개

생활의 시학·계절의 미학『한시 마중』. 저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종묵 교수가 각 절기에 어울리는 한시와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송영방 화백의 그림과 함께 촘촘히 엮어낸 책이다. 저자 특유의 예스럽고도 감각적인 문장은 위트와 유머로 가득하여 한시 읽기의 색다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조상들의 이채로운 계절나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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