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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자의 초상

반대자의 초상

  • 테리 이글턴
  • |
  • 이매진
  • |
  • 2010-08-06 출간
  • |
  • 426페이지
  • |
  • 153 X 224 X 30 mm /574g
  • |
  • ISBN 9788993985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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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지젝, 스피박, 바디우, 폴 드 만, 예이츠, 스타이너, 켈먼, 데리다, 루카치……,
시대를 거스르고 주류에 반하는 반대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책 읽는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20세기 지성사!


서구 지성사의 거장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다
20세기 문화의 지평을 새로이 연 상징적인 인물들이 여기 있다. 멀게는 오스카 와일드, W. B. 예이츠, T. S. 엘리엇, I. A. 리처즈,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서 가까이는 자크 데리다, 죄르지 루카치, 슬라보예 지젝, 가야트리 스피박, 스튜어트 홀까지. 문화 이론이 ‘인민의 아편’이던 시대를 산 이 거장들은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구조주의, 탈마르크스주의 등을 풍성하게 했고, 지금도 복잡한 세상을 해석하는 안내자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살아 있는 문화 평론가 중 가장 영향력 있다고 인정받는 테리 이글턴이 펴낸 《반대자의 초상》에는 이런 거장들이 백 명 넘게 등장해, 그야말로 서구 지성사의 향연을 펼친다. ‘반대자(Dissent)’는 영국에 살면서 영국에 속하지 않는, 또는 주류이면서 비주류의 감성을 품은 사람들, 예컨대 아일랜드 출신자나 좌파, 이민자 등 소수자적 기반을 가진 지식인들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을 한데 모아 조명한 이 책은 서구 지성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인물들을 요약 정리하는 개론서나 단순한 오마주는 아니다. 《반대자의 초상》은 불친절한 방식으로 그 인물들을 읽는 서평집이다. 이글턴은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그러나 논리정연하게 핵심을 짚어내는 것은 물론, 명쾌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한다.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지식과 통찰을 자랑하는 이글턴은 방대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알맞게 버무려 독자들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좌파의 시선에서 바라본 20세기 문화계의 초상이자 주류 문화 이론을 향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존 최고의 문화 비평가와 떠나는 우충좌돌 종횡무진 지적 여행기
날카롭고 지적인 문화 평론가 테리 이글턴이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뉴 레프트 리뷰》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이 책에서는, 저자 특유의 깊이 있는 성찰과 유머 감각이 잘 드러난다. 《반대자의 초상》은 ‘이글턴답다’고 할 수 있다. 날카롭고 단호하면서도 재기가 넘치는 스타일은, 40여 권의 저서를 펴낸 테리 이글턴의 전매특허다. 유쾌하고 재밌는 표현과 말투를 곁들인, 냉철하고 집요한 분석과 해박한 지식의 성찬이 여기 《반대자의 초상》에서도 마련됐다. 문화 비평이 활력을 잃은 지금도 이글턴은 왕성하게 집필과 강의를 하며 세상에 말을 건다. 굳이 비유하자면, 테리 이글턴은 진중권의 영국판이다. 어떻게 이런 얘기까지 끌어다 담았을까 싶은 해박함과 고고함을 자랑하지만, 워낙 글을 재밌게 쓰는 바람에 대중과 지나치게 괴리되지도 않았다.
이 책에서 테리 이글턴은 사람들이 신탁처럼 떠받들던 거장들을 해부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하다가 낭만주의를 논하고, 유토피아 소설을 분석하다가 어느새 헤겔을 비평하며, 브론테 남매의 몽환적인 가정사를 읊조리다가 리처즈의 과학적 기호학을 해설하는 책의 구석구석을 따라가다 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빠르게 지나가는 사고의 흐름에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우충좌돌, 종횡무진하는 지적 여행기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마음에 드는 부분을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좋겠다.

삐딱한 시선으로 완주(緩走)하는 지성의 아케이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지식인인 테리 이글턴은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아일랜드를 언급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문학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고 전제한 뒤, 비주류적인 아일랜드의 정신이 영국 문단에 끼친 영향과 그 중요성을 밝힌다.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이글턴이 집중하는 대상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타자’와 ‘주변’, ‘소수’를 연구하는 것이 학계에서 대유행한 지 오래다. 그런데 타자성이라는 개념 자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토산품이라고 이글턴은 말한다. 그러면서 제3세계의 탈식민주의 ‘타자’들조차 타자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어색한 현실을 지적한다.
이글턴이 워낙 솔직하고 거리낌 없이 글을 쓰다 보니 이 책에 실린 평론들 때문에 비난받는 일도 잦았다. 이글턴은 스위프트 전문가인 보수적인 학자 로슨이 은연중에 타자 제거의 욕망을 드러낸 점과 아일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타난 편견을 지적한다. 스피박에 관해서는 탈식민주의 이론이 그 대상인 토착민들을 따돌릴 정도로 난해하며, 미국의 상품화된 언어(영어)를 폄하하려고 시도했지만, 사실 스피박의 문체 자체가 그런 언어의 산물로서 미국 엘리트주의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고 말한다. 스피박에 관해 ‘빼도 박도 못 하는 내부인’이라고 비판한 글은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반대자의 초상》에 실린 41편의 글 중에서, 이글턴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평론과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데이비드 베컴’에 관한 글도 주목할 만하다. 유일한 영화 평론인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글에서 이글턴은 ‘철학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자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지만 통렬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술술 읽히는 베컴에 관한 글에서는 베컴의 자서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분절이 바로 베컴 자신의 분절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이글턴은 대상 이론가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평가를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열을 근거로 대는 방식으로 이 책이 아주 풍부한 지식의 저장고임을 증명했다. 이글턴의 글은 고속도로보다는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을 준다. 목표에만 집중해 쌩하니 달려가는 게 아니라, 리처즈를 말하기 위해 리비스나 엘리엇, 엠슨, 아널드 등을 아우르면서, 때로는 ‘경치’를 즐기는 듯하고 때로는 우회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글턴식 글쓰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반대자의 초상》이 이끄는 지적 여행길에 이제, 동행해보자.

▶ 추천사
익살꾼 같은 위트, 저속한 고지식함, 면도날 같은 스타일은 배꼽을 쥐게 만든다. ― 《뉴스데이》
이글턴은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영어권 문화 비평가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위를 확고히 했다. ― 《가디언》

<책속으로 추가>
여러 문학 형식 중에서도 유토피아 소설이야말로 가장 자기 파괴적이다. 유토피아라는 것은 불가피하게 현재의 언어로만 표현될 수 있지만, 이것을 말로 해 버리면 바로 그 순간 다른 것이 되고 말 위험이 도사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욕망하던 타자성은, 입 밖으로 말이 되어 나오는 순간 더는 타자가 아니게 된다. 이렇게 현실의 상상력의 척박함에 대항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어느새 그 현실을 단순히 재생산하고 마는 것이 바로 유토피아 소설이다. 칸트의 ‘숭고’처럼 정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행위가 도리어 우리 정신의 한계를 상기시키고 만다는 점에서, 모든 유토피아적 글쓰기는 디스토피아적이라고 할 만하다. ― 47쪽

예이츠는 레프리콘들이 고깔모자 꼭대기로 핑그르르 돈다는 이야기를 쓰면서 그것이 마치 학술적인 저술인 양 단서를 달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북동쪽 국가에만 해당한다.’ 예이츠는 여기서 독자, 즉 민속학자들을 놀리는 것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신화를 만드는 자신의 정신을 조롱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도 놀리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구축한 상징들 속에, 즉 카운티 골웨이의 반쯤 무너진 탑 안에 사는 이 시인은 자신을 별스럽게 신화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독하게 비꼬는 것일까? 이 가식적이면서 정열적인 남자에 관한 물음은 답을 내릴 수 없을 때가 많다. ― 89쪽

엘리엇은 문학 비평이 모든 사회적, 정치적 또는 신학적 편견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비평자들이 천사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분명히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전선도 없는 언론지를 어디다 쓴단 말인가?). ― 135쪽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1923)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이 임무를 완수했다. 이 책은 서구 마르크스주의를 기리는 지적 기념비의 최고봉이다. 다른 어떤 마르크스주의 철학 저작도 이 책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주체에 관한 마르크스의 글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시대에 청년 마르크스의 소외 이론을 재창안했다. 객체의 근원이 주체의 노동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 것이 바로 소외다. 일단 그 무고한 ‘객체’가 실상 물화된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근대 서구 인식론의 역사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 146쪽

벌린은 디스토피아적 회의주의로 손해 볼 것은 없는 사회 질서를 대변하는 저술가다. 유토피아적 사상은 대체로 아직 변화를 바라는 사회 계층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일단 권력의 안락함에 감싸안기고 나면 세상을 바꾸는 게 우라지게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완벽에 관한 몽상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발명품이 아니라, 이민자인 벌린이 한데 뭉뚱그린, 이전 단계의 중산층 문명의 발명품이다. 초기 진보주의가 없었다면 중산층의 사회 질서는 어쩌면 절대로 성립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아마 벌린 자신이 한몫 낄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어떤 한 모임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면 웬만하면 그 모임이 원래 모습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금방 구명보트에 간신히 기어오른 처지에 그 보트를 개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 169쪽

《논리철학논고》의 대부분은 1차 대전 때 참호 안에서 쓰였는데, 그때 비트겐슈타인은 갈수록 더 위험한 곳으로 전출시켜 달라고 요구해 군사 본부를 줄곧 난처하게 만들었다. 죽음이란 것이 무의미한 삶에 약간이나마 의미를 던져 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상부에서 그 요청을 거절하는 바람에 비트겐슈타인은 남은 생을 고질적인 정신적 고문 상태에서 보내야 했다. 금욕적, 전제적, 독재적이고 구시대적인 귀족이던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이 무의미하다면서 제자들에게 철학을 포기하라고 들볶기도 했다. ― 174쪽

확실히 자기희생은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삶의 방식은 아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이라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아는 이야기다. 순교자들, 아니 바른 말로 급진주의자들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한 나라다. 그러나 역사가 그토록 극악하다는 것을 아는 이상, 역사를 바꾸려 한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일부 사람들이 남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적어도 일부는 절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르크스 자신이 그런 예였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면뿐 아니라 칸트 같은 면도 지닌 이유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자기희생을 하는 혁명가는, 해방된 미래의 이미지를 보여 주기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혁명가는 미래의 표상이 아니라,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를 보여 주는 표상이다. ― 183쪽

옛 레닌주의자들은 이제 라캉주의의 정회원이 되었고, 모두 생산에서 도착으로 관심을 옮겼다.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는 푸코와 폰다의 육체학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런 현상이 가장 장대한 규모로 벌어진 것은 늘 그렇듯이 미국이었는데, 애초부터 그다지 사회주의에 매혹된 적이 없는 이 나라에서, 좌파는 푸코의 고고한 프랑스식 염세주의를 바탕으로 자기들의 정치적 마비 상태에 관한 세련된 이론적 해석을 찾았다. 프로이트는 물신주의를 견딜 수 없는 공허를 메우려는 노력으로 보았는데, 섹슈얼리티는 그 자체가 이제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압도적인 물신이 되었다. 버클리에서 브롱크스까지, 이제 강의실에서 가장 섹시한 주제는 섹스 그 자체가 되었고 건강에 관한 염려증은 미국의 국제적 질병으로 등극했다. ― 203쪽

셰익스피어의 희곡 <앙갚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용서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용서가 정의를 농락하는 방편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자비나 용서는 앙갚음이나 가치 교환을 넘어서는 창조적 잉여를 통해 복수라는 악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르샤가 말하듯이, 용서의 특성은 ‘강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용서의 무(無)대가성은 또한 그 대상(상품 형식과 마찬가지로)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자비는 명랑한 무관심의 양상을 취해서는 안 된다. 견뎌 낸 상처의 대가를 측량하고 그 고통을 느낌으로써 그 너그러움의 값을 치러야 한다. ― 222쪽

많이 알면 아는 만큼 잘난 척을 할 법도 한데, 콘래드의 책에는 각주가 단 한 줄도 달려 있지 않다. 자기 글이 손상될까 염려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자신감만큼은 감탄스럽다. 일부 아방가르드 예술작품과 달리, 이 책은 그 생산 과정에 든 노고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 버렸다. 그러나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각주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독창적 사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더니즘에 관한 콘래드의 보편 개념들은 대다수가 표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 233쪽

미국 페미니즘이 대체로 그렇듯이 탈식민주의는 자본주의에 맞서지 않고도 정치적 급진주의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며 ‘탈식민적’ 세계에 각별히 친절한 좌파적 형식이다. 반대로 스피박은 사회주의적 전통에 보내는 신뢰를(비록 그 방식은 좀 애매하지만) 잃지 않는다. 이 책에서 스피박은 마르크스주의에 관해 주목할 만한 인식을 많이 보여 주기는 하지만,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에 너무 깊이 침식되어 있기 때문에 최근 경향에 관한 폭넓은 사회주의적 비판에 착수하지는 못한다. 스피박이 양 세계에 걸쳐 있듯이, 스피박의 저술에서 보이는 조금 피곤하고 연극적이며 자기 암시적인 습성은 식민지의 역설적 자기 상연이자 학문적 냉담함에 가하는 풍자적인 공격인 동시에 익숙하게 보아 온 미국식 자아 숭배이기도 하다. ― 256쪽

스타이너의 책은 헨리 무어의 조상처럼 즉각 알아볼 수 있다. 폭넓은 박식함, 반들거리게 닦은 고음역의 수사학, 기품 있는 분위기, 장엄한 어조. 스타이너는 심오한 질문, 가끔씩 자신은 물론이고 아무도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 ‘15세기 초 카스티유 농민의 평균적 어휘력은 어땠을까?’ 같은 것이 (반쯤 허구적인) 그 예다. 이 빽빽하고 기묘한 연구서의 한 지점에서 스타이너는 ‘오늘날 스타티우스를 읽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아마 이 물음에 대한 정직한 대답은 “스타티…… 누구요?”가 아닐까. ― 281쪽

다음은 지젝의 지적 스타일의 특징을 포착해 본 것이다. ‘언뜻 보면 핫도그 속에 든 소시지는 빵의 두 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빵 그 자체는 소시지가 노니는 ‘공간’이자, 환영적 ‘틀’일 따름이고, 이것이 없다면 소시지도 의미를 잃고 마는 배경이다. 반면 소시지는 빵 두 쪽 사이에 있는 틈의 체현일 따름이며, 빵들이 서로 합체하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이다.’ 이것은 지젝이 직접 한 말이 아니라 내가 지젝을 패러디해 본 것이다. 그렇지만 지젝의 글에는 이 글보다 더 괴상한 구절이 수두룩하다. ― 318쪽

한번은 버트런드 러셀이 런던에서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가 승객을 알아보고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산다는 게 뭐요, 선생?” 철학자들이 삶의 의미를 밝혀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이런 대중적인 믿음은 극도로 건조한 논리적 실증주의로도 짓밟을 수 없다. 새로 나온 아이리스 머독의 대작은, 좋건 나쁘건, 그래서 철학이 도대체 뭐냐에 관한 모든 런던 택시 운전사들이 가진 개념을 집대성한다. ― 401쪽

베컴의 말에 따르면 한때 ‘거기가 무척 더워지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결혼식은 무척 잘 굴러갔다고 한다.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신인류가 한 말치고는 좀 아슬아슬하게 들리지만, 알고 보니 ‘거기’란 어떤 야한 속어가 아니라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그 성의 한 곳을 말한 것이었다. ― 414쪽

목차

4 서문
10 포스트모던 야만인들 타자성에 홀딱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23 최후진술 아무 말 말고 아무 말이나 해
35 고딕의 본성 재미있는 건 왜 다 악마의 몫일까
46 유토피아 문학1 외계인이 어이없을 정도로 인간과 비슷한 까닭
58 유토피아 문학2 미래의 선택지는 너무 많아서 탈이다
65 낭만파 시인들 최초와 최후의 낭만주의자들
72 브란웰 브론테 자기를 희롱하는 운명에 끈질기게 맞서다
82 오스카 와일드 퀴어 온 더 스퀘어
88 W. B. 예이츠 20세기를 달팽이처럼 서서히 가로지를 때
99 I. A. 리처즈 하숙집 안주인을 죽여도 되는 이유
117 프랑크푸르트 학파 꽤 먼 길을 왔다
128 T. S. 엘리엇 우울증과 2차 대전
140 죄르지 루카치 주전자는 끓고 개들은 꼬리치고 계급은 투쟁한다
154 노스럽 프라이 칸트를 손에 쥐고 있는 동시에 먹을 수도 있다
166 이사야 벌린과 리처드 호가트 최초와 최후
17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고질적인 정신적 고문 상태
178 노베르토 보비오 이름 없는 묘비의 미덕
190 조너선 돌리모어 제대로 살아야 제대로 죽을 수 있다
202 피터 브룩스, 육체에 관하여 사과처럼 토실한 시 대신, 겨드랑이처럼 물질적인 텍스트
213 피터 브룩스, 고백에 관하여 고해, 불성실하고 믿을 수 없는
225 피터 콘래드 사로잡힌 현대의 다큐멘터리
237 폴 드 만 안다는 것은 뭐지?
247 가야트리 스피박 눈부신 정신의 슈퍼마켓
262 해럴드 블룸 영웅주의 밑에 흐르는 절박함
267 스탠리 피시 미국 학계의 도널드 트럼프
281 조지 스타이너 눈부신 거장의 공연
286 스티븐 룩스 푸시킨과 푸시핀
295 데이비드 하비 공간은 변한다
305 슬라보예 지젝 즐거운 시간 되세요!
322 스튜어트 홀 노땅이 되든가 여피가 되든가
336 피터 애크로이드 밖에 나가서 신문을 사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남자
346 셰이머스 히니 늦깎이 사생아
358 로이 포스터 아일랜드 민족주의의 수난시대
364 앨런 에이크번과 다리오 포 할리퀸과 가정주부
371 닉 그룸 태초에 반복이 있었다
382 알랭 바디우 개한테나 던져줘
394 콜린 맥케이브와 존 스프링홀 비케임브리지적으로 케임브리지적인
401 아이리스 머독 그래서 산다는 게 뭐요, 선생?
407 제임스 켈먼 개인 시종과 제국의 석양과 오이 샌드위치
412 데이비드 베컴 그 매끄러운, 포스트모던한 육체
417 로이 스트롱 시작은 존재하되, 끝날 가능성은 없다
422 옮긴이의 말
427 테리 이글턴이 읽은 책

저자소개

저자 테리 이글턴은 1943년 영국 샐포드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학교 영문학 연구교수와 맨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랑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학 평론가로 19세기 이후 영미문학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사회, 정치, 문화에 관한 많은 책을 펴냈다. 지은 책으로는 《미학사상》, 《문학이론 입문》, 《비평과 이데올로기》, 《마르크스주의와 문학비평》, 《우리 시대의 비극론》, 《성자와 학자》, 《성스러운 테러》, 《진실 말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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