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레티시아

레티시아

  • 이반 자블론카
  • |
  • 알마
  • |
  • 2017-08-30 출간
  • |
  • 516페이지
  • |
  • 142 X 227 X 28 mm /605g
  • |
  • ISBN 9791159921186
판매가

17,500원

즉시할인가

15,750

배송비

무료배송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5,75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충격적인 살인 사건. 집요한 추적으로 사건 너머를 탐구한 걸작 범죄 논픽션
2016년 메디치상과 르몽드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논픽션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이 알마에서 출간됐다.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은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이반 자블론카가 2011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레티시아 사건’을 소재로 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한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완성해낸 르포 문학이다.
위탁가정에 맡겨져 착실히 미래를 준비하다 별안간 실종된 열여덟 살 소녀, 레티시아. 그녀를 찾기 위해 수사기관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쳤음에도 소녀는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는 범행을 부인하며 기행을 벌이고,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사건의 책임을 사법부에 전가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든다. 이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법관들의 대규모 파업 사태가 발생한다. 두 달 뒤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되자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그 과정에서 이상적인 보호자로만 여겨졌던 위탁가정 아버지가 위탁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마침내 드러난 추악한 진실에 프랑스 전역은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진다.
범죄의 폭력성이나 시신의 훼손, 시신의 발견에서 장례식까지 세 달이나 걸린 점, 그리고 국가적인 사건으로의 변모 등 모든 면에서 예외적인 이 사건을 책으로 쓰기 위해 저자는 역사학, 인류학, 지리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모든 학문을 동원하는 한편 여러 장르의 경계와 극단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그렇게 탄생한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은 본격문학에 속하는 장르가 아님에도 메디치상, 르몽드 문학상 등 문학작품에 수여되는 굵직한 상을 연거푸 거머쥐며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알렸다. 이로써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그리고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저작들로 대표되는 위대한 논픽션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가정폭력, 여성혐오, 성폭력, 토막살인, 그리고 정치기만. 인간의 종말을 보여주는 레티시아 사건을 폭로하다
2011년 1월, 18세의 호텔 레스토랑 직원인 레티시아 페레가 실종된다. 새벽에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제시카 페레가 그녀들이 사는 위탁가정 가택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레티시아의 스쿠터를 발견한다. 곧 레티시아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이 펼쳐진다. 며칠 후 헌병대가 용의자 토니 멜롱을 체포하지만,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난 레티시아의 시신을 발견하기까지는 12주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 사건은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용의자에 대한 보호관찰을 확실히 하지 못했다며 판사들을 질책한다. 정치적 제스처임이 명백한 이 행동에 분노하여 8,000명의 사법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법부의 대규모 파업이다.
유족과 시민들은 레티시아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묵의 ‘백색 행진’을 이어간다. 토니 멜롱에게 살해당하기 전, 레티시아는 위탁가정에 맡겨진 소녀의 억압된 삶을 벗어나 성인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으로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녀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점철돼 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는 어머니를 구타하고 성폭행했다. 어머니는 끝내 정신병자가 되었다. 레티시아는 쌍둥이 언니 제시카와 함께 위탁가정에 맡겨져 평온한 삶을 보내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레티시아의 죽음 이후 친부모를 대신하여 전면에 나섰던 위탁가정 양부 질 파트롱이 오랫동안 제시카를 성추행해온 파렴치한 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랑스 사회는 또 한 번 큰 충격에 빠진다.
레티시아 살해범인 토니 멜롱 또한 암울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 그 결과 절반은 토니의 형인 첫째 아들이 태어난다. 이후 그녀는 결혼해 세 아이를 낳는데, 그중 한 명이 레티시아를 살해한 토니 멜롱이다. 그의 아버지도 알코올중독에 폭력적이었다. 부모는 헤어지지만 어머니의 새로운 동반자에게 토니는 구타당한다. 그는 범죄의 세계에 빠져들어 15세 때부터 감옥을 드나들며 수차례의 전과를 가진 누범자가 된다.
2011년 1월 18일, 레티시아와 토니 멜롱이 해변에서 만난다.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꿈을 실현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모두가 사랑했던 소녀, 레티시아. 그리고 파괴적으로 삶을 소비하며 스스로를 유지하고 지탱했던, 모두가 두려워했던 남자, 토니 멜롱. 이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왜 레티시아는 그 남자에게 그토록 무력했던 것일까?
저자 이반 자블론카는 끔찍한 살인 사건의 비극적인 피해자이자 사법관들의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사건의 주인공으로만 레티시아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는 집요한 조사와 레티시아의 주변 인물에 대한 철저한 탐문을 통해 폭력으로 점철되었던 그녀의 삶을 밝혀냄으로써 남성이 만든 폭력과 기만의 세계를 폭로하고, 동시에 이것이 모든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임을 경고한다.

살자, 저항하자, 사랑하자.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다 소진되면 기억하자, 레티시아라는 이름을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다. 역사학자인 저자 이반 자블론카가 레티시아 사건에 대해 세밀한 박피술(剝皮術)을 시도하기로 결심한 것은 피해자인 레티시아의 명예를 되찾아주기 위해서다. 저자는 사건의 피해자가 마치 폭행당하고 구타당하고 살해되고 토막 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해지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그녀 자신을 찾아주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유를 되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며, “나는 격노케 한 것은 침묵과 무관심과 진부함, 그리고 18세의 어린 소녀 레티시아가 마치 살해당하기 위해 살아온 것처럼 구경거리나 해체된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소녀에게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방식은 이중나선형의 구조다. 레티시아의 삶과 범죄의 수사라는 두 축의 이야기가 서로를 감싼 채 도는 식이다.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은 레티시아가 폭력 속에서 쇠약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자기 삶의 마지막 날을 살인자에게 오롯이 바치게 된 까닭을 설명하는 한편, 레티시아를 찾고 범죄를 밝혀내려는 범죄수사의 과정 또한 독자들에게 보여주어 한 인간으로서의 그녀의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시킨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오직 레티시아 한 사람만을 위해 쓴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요받은 부당한 침묵을 지키는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한, 망각과 무관심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분노일 테다. 《레티시아-인간의 종말》은 이를 위한 사회의 경각(警覺)을 요구하는 탐사보도 혹은 연구 보고서이자,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장대한 시이며, 그리고 비극을 담은 추리소설이다.
여성혐오는 더 이상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점을 항상 곱씹고 상기하는 데 레티시아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레티시아, 그녀는 우리다. 레티시아는 어디에나 있다.

살자, 저항하자, 사랑하자,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다 소진되면 기억하자. 레티시아가 제일 먼저 내려왔다는 것을, 그리고 물밑 진흙이 18세의 아름다움을 더럽혔다는 것을. 우리의 죽음은 그보다 덜 씁쓸하고 덜 무서우리라. (483쪽)

●레티시아 사건 일지
2011년 1월 19일 :
프랑스 낭트 인근의 포르닉에 사는 18세 소녀 ‘레티시아’ 실종.
1월 20일: 레티시아 납치 및 감금 용의자 토니 멜롱, 헌병대에 체포.
1월 24일: 대대적인 수색에도 시신을 찾지 못함. 생나제르 다리 위에서 백색 행진.
1월 25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생나제르 조선소 방문 연설에서 사법부 비판.
1월 27일: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법부의 직무유기를 밝혀낼 것을 요구.
1월 29일: 레티시아가 납치된 마지막 여정을 따라 대규모의 백색 행진.
2월 1일: 연못에서 레티시아의 토막 난 사체 중 머리와 팔, 다리 발견.
2월 3일: 사르코지 대통령 오를레앙 연설에서 사법부에 대한 처벌 의지 표명.
2월 10일: 낭트에서 사법관, 변호사, 경찰, 교도관 등이 참여한 전국 규모 시위 발생.
2월 14일: 사법부에 대한 감사 보고서 공개. 사법부 공판 개시 공지.
4월 9일: 낭트와 포르닉 사이에서 레티시아 사체 중 상반신 발견.
6월 25일: 라 베르느리의 한 성당에서 레티시아의 장례식 거행.
8월 15일: 레티시아의 위탁가정 양부 질 파트롱 성추행 혐의로 입건.
2012년 8월 23일:
토니 멜롱 기소.
2013년 5월 22일:
루아르아틀랑티크 중범죄재판소에서 토니 멜롱에 대한 첫 공판.

― 질 파트롱 8년 징역형 선고
― 토니 멜롱 종신형 선고

[책속으로 추가]
가장 규모가 컸던 2011년 1월 29일의 백색 행진이 그러한 차이를 뚜렷이 보여준다. 레티시아가 사라진 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침묵을 지키고 있고, 프랑스 대통령이 몸소 사건을 챙겼다. 라 베르느리 시청 앞에는 조문 방명록과 함께 40개의 천막이 세워졌다. 14시부터 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낭트 호텔에서부터 스쿠터와 플랫슈즈가 발견된 장소까지 레티시아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 행진하기 시작했다. 세 가족이 거기에 참가했는데, 파트롱 가족이 선두에 서고 페레 가족과 라르셰 가족은 멀리 뒤쳐지는 바람에 군중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175쪽)

레티시아의 삶에는 세 가지 부당함이 있었다. 하나는 폭력적인 친아버지와 기만적인 위탁가정 양부 사이에서 보낸 유년기, 다른 하나는 18세의 나이에 맞은 잔혹한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사고 기사, 즉 죽음의 구경거리로의 전락이 그것이다. 처음 두 가지 부당함은 나를 미안하고 무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세 번째 부당함에 대해서는 나의 온 존재가 격분한다. (192~193쪽)

잠수부들이 얼음장 같은 물속으로 내려갔다. 도르래가 바닥에 골고루 배치되기 시작했다. 잠수부들은 밧줄로 몸을 묶은 채 헌병들이 연병장에서 사열하듯 다 함께 줄지어서 걸었다. 시계(視界)가 제로여서 그들은 더듬더듬 나아가야 했다. 한 잠수부의 손에 무언가가 걸렸고 그는 그것이 장어잡이용 통발일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철망 같았는데 무엇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그는 부표를 띄웠다. 도르래가 수면으로 올라갔다가 빛과 함께 즉시 내려왔다. 물속에서 토치램프의 불빛들이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붙잡았다. 잠수부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보았다. 시각은 11시 30분이었다.
철망 한 귀퉁이로 손가락과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 보였다. (212쪽)

검사실, 법원 노조원과 비노조원들, 신참들과 최고참들, 선동가들, 미지근한 태도의 사람들과 가장 소심한 사람들까지 포함해 모든 법조인들이 다 같이 분노하여 일주일간 공판을 중지하는 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소식이 모든 법조계에 퍼지자 법관들이 법원 홀로 내려와 그곳에서 변호사들, 사회운동가들, 심지어 헌병들과 함께 투쟁에 들어갔다. 14시에 공동 작성된 공식 성명서를 법원장이 낭독함과 동시에 긴급하지 않은 모든 사건들은 환송되었다. 낭트 변호사회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기념비적인 분노의 날이었다. (233쪽)

지방연락사무소와 법무부 중앙행정처가 여전히 귀를 막고 있는 와중에 국장과 법관들의 결정은 루아르아틀랑티크 사회복귀및보호관찰교정당국에서 실행에 옮겨진다.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사안들을 위해 800건의 나머지 사건들이 미결로 남겨진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최근에 유죄판결을 받은 죄목이 ‘법관 모독’이었던 멜롱은 그물망에서 빠져나가게 되었다. (242쪽)

문제를 냉정히 분석하는 대신에 대통령은 희생양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은 곧 사회 내에서 죄인들을 지목하여,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잘못’에 대해 ‘처벌’을 고지하는 것이었다. 레티시아 사건은 통치 기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자신의 실수를 잊게끔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상의 적(판사, 도시의 젊은이, 불법체류자 등)에 대항해 민중을 결속시키기 위해 다수가 소수에 반대하여 들고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265쪽)

그녀는 분명 밤이 되기 전 저녁에는 우울했을 것이고, 아침에는 불안했을 것이며, 내면 깊은 곳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하루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을 것이다. (308쪽)

가장 끔찍한 것은 이런 미치광이 같은 행동이 그의 상당한 수준의 지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멜롱은 뛰어난 홍보 전문가였다. 선량한 민중에게서 공포를 자아내기 위해 그는 ‘괴물’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꾸미고 (...) 자신의 ‘전설’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312쪽)

레티시아 사건이 긍정적인 결과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살인자는 종신형을 받았고, 국가는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사법부와 교도행정당국은 인력 충원을 공고했고, 범죄자들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형벌 정책의 강화 또한 동반하게 되었는데, 대중이 범죄 전체에 대해 오로지 범죄자 전원의 투옥만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알겠는가? 그런 인간 쓰레기장이 새로운 멜롱을 만들어낼지? (348~349쪽)

오후에 레티시아는 세 번이나 파트롱 씨의 딸 중 한 명에게 이야기를 좀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사촌들과 삼촌들, 숙모들과 재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레티, 나중에. 조금만 이따가.” 불행히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후에 레티시아는 어린아이들과 한참을 놀아주었다. (...) 책을 주면서 레티시아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난 이런 책을 읽기에는 너무 컸어.” (353~354쪽)

심문이 끝나자 멜롱은 아홉 쪽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를 판사들에게 건넸다. 그 편지에서 그는 자기 버전으로 사건을 진술해놓았다. 라 베르느리에서의 만남, 둘만의 해변 산책, 바르브 블루스와 키46에서의 음주, 르 카스포로의 이동, 라 베르느리로 되돌아옴, 스쿠터를 타고 떠난 레티시아, 그녀에게 장갑을 주기 위한 추격 질주, 치명적인 교통사고, 푸조 106에 시신 싣기, 다시 르 카스포로 돌아옴, ‘푸른 구멍’, 다음 날 아침 절단된 시신의 발견, 아틀랑티스에서의 베르티에와의 만남, 통발을 라보에 빠뜨리고 몸통은 브리오르에 빠뜨림, 국립대테러부대에 의한 체포,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지의 키 큰 여자. “나는 아직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369~370쪽)

레티시아의 장례식이 있은 뒤 삼촌이 그녀에게 자기 가족의 비밀, 즉 아버지의 강간, 그리고 어머니가 앓는 우울증의 원인을 알려주었을 때 제시카에게는 오직 하나의 장래, 파트롱 가족이라는 장래 외에는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녀를 입양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를,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타이티 섬에서의 휴가, 그녀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포기라고 보았다. 그 대신 그녀는 일자리와 아파트를 ‘스스로의 힘으로 구해야’ 했다. 다시 말해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가족이라는 존재, 그녀가 침묵을 지키며 견뎌낼 수 있게 해준 유일한 그것을 잃은 것이다. ‘애정의 대가로 강간을 당하는’ 거래가 깨진 것이다.
(398~399쪽)

2012년 8월 23일, 예심판사가 기소 명령서 하단에 서명을 했다. 토니 멜롱, 33세, 고물상, ‘누범자로서 납치에 이은 살인 혐의’로 심문을 받음, 브쟁르코케 수용소에 유치, 위 사람을 루아르아틀랑티크 중범죄재판소에 회부하여 법에 따른 심판을 받게 한다. (409쪽)

레티시아는 구타당하고, 칼에 찔리고, 목이 졸렸다. 그녀의 시신은 금속 톱에 의해 토막이 났고, 쓰레기통에 담겨 있다가 물에 던져져서 물고기 밥이 되었다. 레티시아는 ‘과잉 살해’를 당했다. 몇 시간 만에 생기발랄한 소녀가 살덩어리, 피투성이가 된 사지, 잘린 머리, 시멘트 블록이 달린 몸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소멸이, 중단된 구강성교로부터 시작된 시퀀스를 매듭지었다. 그녀의 내면에 굴복해야 할 여성이, 깔아뭉개고 파괴되어야 할 여성이 있
다는 점에서 레티시아는 여성으로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처벌이자 동시에 복수이기도 한 레티시아 살해는 여성 혐오 범죄이다. (429쪽)

남성적 의미로서의 인간은 더 나쁜 존재다. 가끔 내가 제시카의 곁에서 거북함을 느끼는 것은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고, 그녀가 살아오는 내내 남자들이 그녀에게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이다. 남자들, 분란이 생기면 커터 칼로 해결하는 것도 남자이고, 당신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도 남자이고, 당신이 들고 있어야 하는 키친타월에 정액을 쏟는 것도 남자이고, 당신을 칼로 찌르는 것도 닭의 목을 자르듯 당신의 목을 자르는 것도 남자이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당신은 쾌락의 대상, 노리개일 뿐이다. 또한 장관들, 지도자들, 텔레비전에 나와서 떠드는 사람들, 알고, 명령을 내리고, 옳은 사람들, 당신에 대해, 당신의 위에서, 당신의 속에서, 당신을 통해 말하는 사람들도 남자들이다. 결국 언제나 남자들이 이긴다. 그들은 당신을 자기들이 원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까닭이다. (445쪽)

범인은 너무나 가증스럽고 그토록 잔혹한 행위들에 대해 유죄이므로 평범한 사람들,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들, 학생들, 식료품상들, 공증인 사무소의 서기들 등 질서 있는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그 모든 익명의 사람들보다 우월해진다. 그는 악에 관한 자신의 모든 소질로써, 그리고 용기로써 익명의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463쪽)

만일 우리가 그녀 존재의 진실,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독, 그녀가 선택했던 길들, 그리고 그녀가 처했던 환경이나 사회와 따로 떼어서 생각한다면, 레티시아 죽음의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레티시아가 무엇을 했으며 남자들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수사관들의 모든 작업은 민주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안전은 하나의 권리이므로 우리는 악당들을 체포한다. 우리는 프랑스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을 재판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18세의 나이로 살해당한 국민 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공서비스의 임무와 마찬가지로 모든 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젝트라고. (471쪽)

살자, 저항하자, 사랑하자,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다 소진되면 기억하자. 레티시아가 제일 먼저 내려왔다는 것을, 그리고 물밑 진흙이 18세의 아름다움을 더럽혔다는 것을. 우리의 죽음은 그보다 덜 씁쓸하고 덜 무서우리라. (483쪽)

목차

들어가며

1. 제시카
2. 부재의 장면
3. 커터 칼의 모성애
4. 르 카스포
5. 궁지에 몰린 아빠
6. 매우 ‘희박한 가능성’
7. 말 없는 유년 시절
8. 납치 살해
9. 법정에 선 두 소녀
10. 특별한 날
11. ‘경사진 지붕이 있는’ 집
12. 친척들과 가까운 사람들
13. 데생
14. 사회면 기사의 탄생
15. 위탁가정
16. 진흙탕 속에
17. 파트롱 씨
18. ‘성범죄 누범자’
19. “나는 당신 아내가 아니야”
20. 파트롱과 사르코지의 축
21. 마슈쿨 고등학교
22. 인간 존재로서의 범죄자
23. 대서양 연안의 장소들
24. 푸른 구멍
25. 레티시아의 초상화
26. ‘처벌’과 ‘잘못’
27. 페이스북에서의 레티시아
28. 범죄 포퓰리즘
29. 아름다운 여름
30. 봉기
31. “넘나 므흣한 태양”
32. 생생한 얼굴
3. 우울한 레티시아
34. “낚시는 잘하셨나?”
35. 연말 파티
36. 전문가들의 시대
37. 유서
38. 톱을 든 사내
39. 마지막 날들
40. 이후의 삶
41. 1월 18일, 오전
42. 브리오르 연못
43. 1월 18일, 오후
44. 장례식
45. 1월 18일, 저녁
46. 거래의 결말
47. “그녀는 ‘그만해’라고 했습니다.”
48. ‘사건 서류’와 ‘창녀들’
49. 오래전부터의 균열들
50. 여성 살해
51. 밤의 침묵
52. 불의의 영역들
53. 다음 날
54. 사건사고 기사, 민주적 사건
55. 정의
56. 레티시아, 그녀는 나다
57. 레티시아와 함께한 우리의 시간

추천의 말 / 참고 문헌 / 관련 장소 / 약어 목록 / 가명 목록

저자소개

저자 이반 자블론카는 역사학자이며 작가. 대표 저서로 프랑스 쇠이유Seuil 출판사에서 출간한 《내가 갖지 못했던 조부모의 역사Histoire des grands-parents que je n’ai pas eus》(2012)와 《역사는 동시대의 문학이다L’histoire est une litt?rature contemporaine》(2014)가 있다.
문학, 역사, 사회과학의 경계선을 탐색한 《레티시아-인간의 종말》로 2016년 메디치상Pric Medicis과 르몽드 문학상Prix litteraire Le Monde을 수상했다.

도서소개

“이것은 모든 여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다.”
집요한 시선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르포 문학의 정수
2016년 메디치상, 르몽드 문학상 수상작

야생 습지들이 훼손되고, 꽃밭이 사람들의 발에 짓밟혔다.
냇물의 흐름이 차단되고 우물이 다 열리고 갈대가 쓰러졌지만,
헛수고였다. 아무것도 없었고, 소녀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1800-7327
교환/반품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11 1층 / (주)북채널 / 전화 : 1800-7327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