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무엇이 되어 만나리

무엇이 되어 만나리

  • 조순자
  • |
  • 정은출판
  • |
  • 2017-07-27 출간
  • |
  • 281페이지
  • |
  • 156 X 226 X 16 mm /479g
  • |
  • ISBN 9788958243373
판매가

12,000원

즉시할인가

10,800

배송비

무료배송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0,8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책속으로 추가]

저쪽에선 잠깐 가는 숨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아니 뉘시요? 전화를 했음 말을 하구려.”
재촉하자 상대 쪽에서 망설이듯 묻는다.
“엄, 선녀 씨 댁 맞습니까?”
낮게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노파는 쿵쾅이는 가슴을 누르며 아득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어 침착하게 이름을 불러 본다.
“명호야, 명호!”
대답이 없자 다시 속삭이듯 묻는다.
“너 명호 맞지야?”
“네 명호입니다. 어머니는 저를 금방 알아보시는군요.”
“그럼, 이 어미가 널 어찌 잊겠느냐. 지금도 널 생각하고 있었어야, 이 무정한 눔.”
말끝으로 사설조의 울음이 묻어난다.
‘36년 전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날 죽은 자식으로 치라며 울부짖고 떠난 너지만 이 어미가 어찌 너를 잊는단 말이가.’
목울대를 아프게 비집고 북받치는 한숨 같은 넋두리를 지그시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게가 어디냐? 왜 어미에게 당장 오지 않고 전화인 게여?” (‘날으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 중에서)

그들 부부가 집에 도착했을 땐, 10시 50분이 좀 넘어 있었다.
정원에는 집 안에서 비쳐 나오는 불빛으로 환하고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얘가 우리 오는 거 기다리느라고 일부러 문을 열어 둔 건가?’
“이 밤중에 왜 문을 열어 놨어.”
남편도 열려 있는 문이 불안한 듯 투덜대며 현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뭐야?’
“으… 수… 수아야, 수아야. 말 좀 해 봐!”
수아는 최후까지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한 듯 거실의 티테이블과 꽃병이 넘어져서 깨지고 등이나 화분이 떨어져 아수라장인 속에, 수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크게 뜬 채 쓰러져 이미 숨져 있었다.
범인은 잔인하게 여린 처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고 다닌 듯 여기저기 머리칼과 핏자국이 묻어 있고, 머리는 둔기로 내려친 듯 골수가 흘러나와 바닥에 피와 함께 질펀하게 고여 있었다. (‘우화의 강’ 중에서)

요석이 쥐고 있는 주소는 별로 필요가 없었다. 릅상람파라는 스님을 찾으니 누구나 다 알고 있어 수월하게 길이 열렸다. 깎아지른 절벽에 까치집같이 붙어 있는 고찰,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천 년 세월의 유래가 과장이 아닌 듯 건물이 꽤나 웅숭깊다. 절벽을 의지해 지은 기다란 건물에는 화랑을 통한 수많은 방과 넓은 강론방이 있고, 거기에는 어린 학승들이 주홍색 가사를 걸치고 열심히 불경을 외우거나 베끼고 있다.
요석은 겸허 스님의 서찰을 상좌에게 보내 한 번 만나 뵙기를 청했다. 이틀 지난 다음에야 주지 스님 릅상람파의 부름이 있었다. 릅상람파도 조그맣고 간소한 방에 거처하고 있다. 몸도 가냘파 어린 소년만 하지만 감은 듯 뜬 눈은 흰 눈썹 밑에 매섭게 빛을 발했다. 우선 둘은 아무 수인사도 없이 서로 마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 시간쯤이나 지나자 비로소 릅상람파 주지 스님이 입을 열었다.
“당신의 영과 나의 영은 다른데 왜 이 먼 곳까지 나를 찾아왔소?” (‘엎드린 산’ 중에서)

그날 밤 연신의 몸은 뜨거웠다. 온몸의 신경이 올올이 곤두서 와일드 캣처럼 새파랗게 눈을 뜨고 귀를 쫑긋 세워 사방을 유심히 살핀다. 유방이 긴장으로 단단해지고 유두는 꼿꼿하게 솟아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격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낯선 곳에서 뜨거운 물이 고이고 있다. 연신은 타들어 가는 듯 답답함을 견딜 수 없어 속치마 내복 바람으로 활짝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싸하게 스치는 밤의 냉기도 그녀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한걸음에 대문께로 나가 문을 열었다. 철문에 매단 종이 파르르 떨며 맑은 쇳소리를 내지만 텅 빈 골목은 적막하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문을 닫으려는 순간, 검은 뭉치 하나 담벽에서 튀어나와 보자기처럼 연신을 감싸 안았다. 기체처럼 무게감 없이 접근한 검은 뭉치의 힘은 연신의 육신을 부스러뜨릴 듯 강력하다. 콧속으로 스며드는 들풀의 비릿한 진액 냄새, 낯익은 냄새. 냄새 속 환상으로 연신은 몽롱하게 녹아든다.
‘내가 그이를 마주 안았던가, 그이와 맨살을 비볐던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는 어디로 갔지? 내가 꿈을 꾼 걸까?’
연신은 하체를 적신 뜨거운 물에 잠겨 모든 게 비현실적이다.
옆자리 예나는 곤하게 자고 있다. 꿈을 꾸는지 방긋방긋 웃기도 한다.
‘그래, 아무것도 바뀐 건 없어. 내가 꿈을 꾼 거야.’ (‘연신의 노래’ 중에서)

목차

작가의 말
추천사 ㅣ 김지연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무엇이 되어 만나리
마리는 누구인가
날으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
우화의 강
엎드린 산
연신의 노래

저자소개

저자 조순자는
- 재미 소설가
- 2016년 신인 등단
-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남소회 회원
- 1945년 경기도 안양에서 출생했으며, 한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20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9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15년간 드라이클리너 공장을 운영했으며,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 거주하고 있다. 이국 생활의 풍부한 경험과 넓은 시야는 조순자 소설의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의 보고가 되어 준다.
- 저서 : 단편소설집 《무엇이 되어 만나리》

도서소개

[무엇이 되어 만나리]는 재미 소설가 조순자의 중단편소설 6편을 싣고 있다. 조순자는 누구인가? 조순자는 평지돌출의 글쟁이다. 평생 글을 쓴다는 일념으로 동서고금의 수많은 책들을 스스로 탐독하여 자기만의 독창적인 문학세계로 일가를 이루었다. 혼자 쌓아올린 문학의 탑이 높고도 높다. 등장인물들, 현재와 과거, 사실과 기억, 사건과 사건을 엮어 내는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고 팽팽하다. 알맞게 당겨진 현이 날카로운 고음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저음까지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듯이, 조순자의 글은 팽팽한 긴장감과 웅숭깊은 공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서술이 적나라하지 않은데도 모든 이야기를 독자들이 유추하고 짐작할 수 있게 풀어내고, 페이지마다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다음 장을 빨리 읽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출중하다. 이야기의 재미 못지않게, 재미교포로서의 삶의 경험이 녹아 있어 소재와 주제 또한 국내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참신한 감각을 안겨 준다. 벌써부터 탁월한 이야기꾼 조순자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