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삐 언니』는 일제 강점기 말인 1940년대 초와 해방 공간을 배경으로, 밤나무정 마을에 사는 '복이'라는 여자 아이와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을 연작 형태의 동화로 담아냈다. 각각의 작품은 중편에 가까운 비교적 긴 분량에 섬세한 묘사와 촘촘하고도 유려한 문체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제작「이삐 언니」에서 주인공 복이는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집에 없자 무작정 낯선 길에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껴 멀고 먼 길의 여정을 하게 된다. 결국 그 여정은 삼십리 밖에 있는 시집 간 친척 언니인 이삐 언니네 집에서 끝이 난다. 하지만 복이는 그 짧은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