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은 평생에 걸쳐 프랑스 시, 러시아 소설, 영시, 한시, 한문소설 등 많은 번역을 했지만, 이번 전집에서는 《만해 한용운 한시선》과 《석전 박한영 한시선》을 대표작으로 선정해 편집했다. 만해와 석전은 미당이 존경하고 흠모하는 한국 근대불교의 두 거장으로 시인과 독립투사와 혁신적인 스님의 면모를 두루 갖췄던 만해의 미발굴 한시가 다량으로 발표되었을 때, 미당은 기꺼이 《문학사상》(1973)에 번역을 연재한다. 여기에 세밀한 뜻풀이를 더 해 단행본으로 출간한 게 《만해 한용운 한시선역》(예지각, 1983)이다. 시인의 번역이라 일반 한시 번역가와 맛이 다르다. 번역시 자체로도 음미하고 연구할 가치가 높지만, 개개의 시편들에 대한 주석이 이 번역시집의 특장점. 생전에 직접 만나지 못한 만해와 문학의 ‘영원한 정신생명’을 통해 깊이 교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석전 박한영 한시선》은 시인 스스로 ‘내 살과 뼈를 데워주던 평생의 스승’으로 기리던 석전 박한영 스님의 한시 번역이다. 정인보,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 오세창, 고희동 등 당대 수많은 재자가인들의 실질적 스승이었던 석전. 한국 근대불교의 선각자요 일세를 풍미하던 박람강기의 석학이었던 석전 스님에 대한 제자의 ‘보은 문학’의 성격이 높다. 유고를 정리하여 출간된 《석전 박한영 한시집》(2006)을 저본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