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미완성 유작『부바르와 페퀴셰』제2권. 세상의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덤벼드는 두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려내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과학에 대한 환상을 꼬집는다.
뚱뚱하고 다혈질인 부바르와 왜소하고 소심한 페퀴셰는 상반되는 외모와 기질에도 불구하고 죽이 잘 맞는 친구 사이다. 뜻하지 않게 유산을 상속받은 두 사람은 시골로 내려가 진리를 탐구하기로 한다. 그들은 원예, 농업, 화학, 의학, 지질학, 고고학, 역사, 문학, 철학, 종교, 교육 등 온갖 분야의 학문을 두루 접하면서 매번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과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수를 연발하는데….
두 사람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흥미와 열정을 느끼고 연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후 권태와 좌절을 느끼게 되는 동일한 리듬을 반복한다. 저마다 진리를 다르게 말하는 수많은 책 속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찾고자 하는 부바르와 페퀴셰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좌충우돌 콤비의 악자지껄한 소동을 다룬 이 책은 희화화된 인물과 심미적인 주제, 순환구조가 반복되는 형식으로 독특한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