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현재 한국의 섹슈얼리티의 지형을 살핀다!
《섹슈얼리티 강의》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현장에서 일해 온 여성 학자들을 필진으로, 한국이라는 공간, ‘지금’의 일상에서 접하는 섹슈얼리티의 정치적 의미를 성실하게 관찰하고 분석했다. 이 책은 학문과 현실의 괴리를 좁혔다는 평가를 들었고, 대학 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섹슈얼리티 담론을 강의에서 풀 때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여전히 피해자의 자리에 세워 두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는 그 아쉬움에서 시작한다. 모든 여성을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 조심스레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들이 제각각 결혼 여부, 계급, 세대, 인종, 민족, 국가 같은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구성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쓴 글들을 모았다. 이 책은 여성의 억압과 피해를 강조하면서 여성에게 ‘같은 처지에’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성들 각자의 다양한 경험과 느낌, 그것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는 주체성을 분석하며, 이 사회에서 구성되는 (혹은 구성되어야 하는) 섹슈얼리티 정치학에 초점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