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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 현경
  • |
  • 샨티
  • |
  • 2017-07-15 출간
  • |
  • 286페이지
  • |
  • 141 X 211 X 22 mm /374g
  • |
  • ISBN 979118824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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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평화와 살림, 영성부터 옷, 섹스, 먹을거리까지
60대 현경과 30대 수진이 나눈 4년간의 깊은 대화

● 현경, 그녀의 운명이 시작된 서울과 스스로 선택한 뉴욕, 근원을 만난 아프리카까지
함께 여행하고 생활하며 발견한,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사랑 그리고 자유로움……


이 책은 60대 여성 멘토 ‘현경’과 30대의 젊은 여성 ‘김수진’이 4년에 걸쳐 나눈 세대 간 대화를 김수진이 정리한 책이다. 아픈 다리로 남들보다 세 배나 더 걸려 산티아고 길을 순례한 뒤 《순진한 걸음》이라는 책을 써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김수진이, 《미래에서 온 편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여성?환경?평화 운동으로 유명한 유니언 신학대 교수 현경과 4년 넘게 한국, 미국, 아프리카 등지를 함께하며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평화와 살림, 영성靈性, 여성성 같은 의식과 가치관의 문제부터 옷, 섹스, 먹을거리 등 자기를 돌보고 표현하는 일상의 문제까지, 수진의 질문에 대한 현경의 대답과 현경이 삶으로 몸소 보여주는 모습은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젊은 여성들이 가슴 깊이 듣고 새길 만한 지혜와 통찰로 가득하다. 특히 아름다움과 당당함, 자기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해줄 것이다.

4년 전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서로 에너지가 많이 다른 사람들임을 알아차린다. 현경의 표현을 빌면, 수진은 “삼십대 중반의 여성인데도 에너지가 한 번도 섹스를 해보지 않은 어린 소녀” 같고, “한 번도 화장을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에 코스모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야들야들해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이 책, 8, 10쪽) 그에 반해 수진은 현경을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길을 여는 전사의 에너지를 지닌 ‘인디고 차일드’ 같다고 느낀다. 현경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낀다는 “애늙은이” 수진의 태도가 불편하고, 수진은 “화려하고 강하고, 소위 ‘기 센’ 언니”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거칠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39쪽)

그러나 만남이 깊어지면서 수진은 “전사 같던 그녀에게서 소녀처럼 여리고 섬세한 예술가를 만나고”(26쪽), 일과를 묻고 고민을 들어주며 자신의 외로움과 아픔을 알아주고 쓰다듬어주는 모습에서 ‘여성의 영성’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경험하며, “아름다움이란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임을, 성숙한 여성들의 모임이 지닌 힘과 치유를, 거룩한 분노로 인한 창조적 파괴의 미덕을”(28쪽) 보게 된다. 현경도 지금까지 삶의 목적과 세상을 구하는 약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이른바 ‘영웅 여정’의 길을 걸어왔다면, 수진을 만나면서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변해갔음을 알아차린다.(14, 15쪽)

이렇듯 달라서였을까? 두 사람이 만나 묻고 답하고 발견하고 소화시킨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서, 이제 자기만의 삶의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또 다른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기까지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다름과 닮아감이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요소가 되었다.

여름과 겨울, 방학마다 서울에 온 현경과 함께 수진은 여성 평화 운동 단체인 조각보 모임이나 제주 강정의 평화 대행진에도 참여했고, 어느 해에는 수진이 뉴욕을 찾아가 현경의 집과 학교에서 그녀의 제자와 친구들은 물론 일상 속의 현경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우연찮은 기회로 주어진 동아프리카 여행을 함께하고 비행기로 킬리만자로를 넘으면서 둘은 자신들의 여행이 회귀와 합일, 귀향으로 모아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렇게 이 책은 ‘서울, 뉴욕, 동아프리카(킬리만자로)’로 이어지는 발길을 따라가면서, ‘운명, 선택, 귀향(또는 회귀)’이라는, 우리 인생의 주제들을 가지고 대화하고 거기서 걸러진 지혜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현경의 꿈에 ‘책의 신’이 나타나 “이 책은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쓰여야 한다”고 했다 한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책에는 그간의 현경의 저작들에서는 볼 수 없던 일상의 면모들―생활하는 뉴욕의 집, 학생들과의 수업 광경, 사람들과 만나는 방식, 그가 먹고 입는 것들까지―이 이 책의 화자인 수진이 보고 들은 그대로 구체적이면서도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고, 서울과 뉴욕,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들에서도 현경의 깊은 철학과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현경: “이제 우리는 함께 만나 막히지 않고 사회 변혁, 연애, 섹스, 신성, 우주에 대해 대화한다. 이래서 사람은 만나고 이해하고 친구가 되고 사랑해야 하나 보다. 그 에너지들이 모여 변화를 일으키고 평화를 만든다. 인생은 끊임없는 변화이고, 그래서 살아볼 만하다.…… 수진과 나의 4년간의 깊은 만남이 자유롭고 자기답게 살고 싶은 여성들의 세대 간 대화, 이해, 자매애를 키우는 데 작은 씨앗이 되기를 꿈꿔본다.”(‘현경의 여는 글’에서)

김수진: “지금 이 순간 할 일은 내 앞에 와 있는 삶에 깨어 매 순간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일,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내 선택에 진실하며, 나 자신으로 귀향하는 일임을 자각한다. 이 여정에서 깨달음과 용기가 되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나누게 되어 고맙고 또 기쁘다.…… 쉽지 않은 작업에 용감하고 솔직하게 맨가슴을 열어준 검은 거울, 현경 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 ”(‘김수진의 여는 글’에서)

● ‘검은 거울’, 모든 것을 긍정하고 품어주고 받아주는 여성의 영성
1부 ‘운명’은 서울에서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부터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 인생의 스승을 만난다는 것, 거룩한 분노를 표현한다는 것, 평화를 이룬다는 것, 살림이스트로 산다는 것 등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름의 뜻을 묻자 현경玄鏡은 “여자들이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물으면 언제나 긍정의 목소리로 ‘그건 바로 너야!’ 하고 대답해 주는 거울, 남성들이 말하는 ‘옳고 그름을 가리고 뭔가를 되비쳐주는 밝은 거울’이 아니라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검은 거울(玄鏡), 내치고 따끔하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긍정하고 포용하고 받아주는 여성의 영성”이라고 대답한다. 강연장에서 “당신은 기독교 신학자면서 불교 선생이기도 한데 당신의 진짜 종교는 무엇”이냐는 누군가의 질문에는,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불교도가 못 될 것 없죠. 기독교는 제가 태어나고 성장한 바탕이고 불교는 제가 선택한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굳이 제 종교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글쎄, 저는 ‘우주 자궁교’라고나 할까요?”라고 답한다.

이름부터 믿음까지 그녀는 모든 것이 페미니스트이고 살림이스트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새어머니 손에서 자라고, 아버지 사업이 무너져 뼈저린 가난을 경험하고, 이혼과 우울증으로 죽어가던…… 그런 운명을 극복하면서 내려온 수많은 선택의 결과였다.

분노와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수진과 달리, 현경은 분노는 때로 필요하고 좋은 것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분노가 있어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생기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대로 주저앉지 않을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경은 정의를 향한 이러한 분노를 ‘거룩한 분노’라고 불렀다. 그러나 현경의 페미니즘은 ‘거룩한 분노’에만 머물지 않았다. “상처를 넘어 모든 것을 살리고, 사랑하고, 보살피고, 먹이는 힘, 여신의 에너지”로, 곧 살림의 에너지로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현경이 ‘이즘’을 앞세우며 사회 참여만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백팔 배를 한다는 그녀는 “수행이 없는 참여도 아집에 빠지기 쉽지만, 참여가 없는 수행도 깨달음에 집착하게 되지. 깨달아 도인이 되겠다는 생각만으로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벽만 보고 앉아 있다면 그건 문제야. 반면 자기 수행이 없는 사회 운동은 언젠가 힘을 갖게 되었을 때 그 힘을 악용하기 쉽지. 권력과 폭력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야. 그래서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은 꼭 수행도 해야 한다고 봐”(75쪽)라고 말한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믿어왔어요. 누군가에게 한 대 맞았을 때 나도 한 대 갚아주겠다는 마음을 멈출 수 있어야 그 싸움이 끝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수진에게 현경은 이렇게 말한다. “원칙은 비폭력이지만 내가 완전히 수용적인 사람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 수동적으로 그저 받아들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공격하겠다는 것도 아니야. 경우에 따라 싸워야 할 때와 아닐 때가 있을 것 같아.…… 무고한 사람들이나 어린아이가 죽어갈 때, 여러 사람이 죽어갈 때, 그런 순간에도 나 몰라라 하거나 비폭력만 고집하는 건 문제라고 봐.”(87쪽) 어쩌면 현경의 이런 태도 또한 공격받고 상처 입은 자들을 보살피고 지키려는 ‘살림’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현경의 ‘살림’은 비단 사람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인의 빈집에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현경은 짬짬이 시간을 내 화분과 꽃, 전등과 식탁보, 하다못해 냅킨 한 장도 정성껏 골라 집을 꾸몄고, 날마다 그레고리안 성가나 재즈 음악을 틀었다. 알고 보니 그 집이 원래 개를 도살하던 터에 지어졌고 그나마도 폐지를 주우며 홀로 지내던 할머니가 살다가 떠난 뒤 비어 있던 곳이라며, 오랫동안 쓸쓸하고 외로웠을 그 집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가꾸고 치유하고 살리는 힘, 그러나 그것은 수동적으로 그냥 받아내는 것과는 다른, 훨씬 적극적으로 ‘살려내는’ 힘이다.

● 자유롭기를, 끝없이 자기답기를……
2부 ‘선택’은 뉴욕의 이야기다. 현경의 친구들은 “현경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녀의 집을 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수진은 그녀의 집을 보고나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검은 거울만큼 아름다움에 민감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외모뿐만 아니라 머무는 공간, 하는 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시간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녀의 중심은 단연 ‘아름다움’이었다.”(120쪽)

현경은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뉴욕의 유니언 신학대에서 기독교 신학을 비롯해 생태학, 여성학, 불교를 함께 가르쳤고, 수업은 물론 국제 학자 초청 강연과 컨퍼런스, 세미나, 논문 지도와 심사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그런 일 또한 진실한 자기 표현의 일환이었다. 수진의 표현이다. “그녀가 제일 빛나던 순간이 언제였느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녀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때라고 답할 것 같다. 그녀는 강연장에 있을 때 정말 눈부셨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학회에 참석하는, 이 빠듯한 일상을 그녀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분명히 느껴졌다.”(154쪽)

입는 것, 먹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옷이 곧 도道이고, 먹는 문제부터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깨어날 때 모든 면에서 자유와 주권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현경, 그녀는 “오랜 세월 날마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안부를 묻고 예쁘다, 사랑한다 말해주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길러왔다. 그녀 안의 여신은 안락함에 만족하며 틀 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자신을 드러내며 창조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기를 요구했고, 그 모험과 실험에 여기 뉴욕만큼 적당한 곳도 드물었을 듯했다.”(180쪽) 이 책의 화자, 수진이 뉴욕에서 본 현경의 모습이었다.

3부 ‘귀향’은 동아프리카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동아프리카 여행은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현경의 친구가 준비한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 출발 직전 차질이 생긴 친구를 대신해 갑자기 수진이 현경의 동반자로 초대된 것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고, 현경은 ‘책의 신’이 자신들을 그곳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강을 건너려는 얼룩말 무리를 노리는 악어떼가 화면이 아닌 실제 눈앞에 있고, 치타가 톰슨가젤의 숨통을 끊고 살점과 내장을 물어뜯는 찰진 소리가 들리는 곳, 그곳 자연 속에서는 수진의 말대로 “모든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을 지키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그곳에선 자신이 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존재하지 않았다.”(222쪽)

현경은 무언가를 살리기 전에 자기 자신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느냐는 수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무엇보다도 몸과 감정과 영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 나는 몸이 신호를 보내면 언제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쉬어. 최선을 다하되 너무 훌륭해질 필요는 없어.”(228쪽) “어떤 식으로든 자기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유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영성이 있어야 해. 우리가 우주의 근원에서 왔다면 영성은 그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티켓이나 마찬가지야.”(236쪽)

더 잘 살고 더 행복하려 애쓰는 동물은 없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누가 지켜보든 말든 원하면 어디서나 사랑을 나누는 그곳에서는 섹스도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섹스는 언어야. 다른 사람과의 가장 깊은 커뮤니케이션이지. 내 몸의 에너지가 어떻게 도는지를 느끼고, 말없이 몸의 떨림과 에너지의 흐름만으로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건 굉장히 멋진 경험이야.…… 이렇게 무궁무진한 놀이, 소통, 마음 공부의 수단이 되는 섹스를 소홀히 여길 게 아니라 정성들여 공부하면 좋겠어. 섹스도 잘하면 아름다워.”(247쪽)

현경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키워주는 힘’ 혹은 ‘매혹하는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깨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힘이라고 말한다. “다가오는 시대는 아름다움의 시대야. 과학, 철학, 종교의 권위에 짓눌렸던 ‘진眞’의 시대, 인간이 야수처럼 서로를 죽이는 동안 정의에 대한 갈망으로 피어난 ‘선善’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미美’의 시대가 왔어. 진이나 선과 달리 미에는 강요가 아닌 매혹이 있을 뿐이야. 그래서 더 힘이 있는 거고.”(262쪽) 왜 현경이 살림이스트에겐 더욱더 ‘색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지 알 것도 같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왜 과거 ‘진’과 ‘선’의 시대, 진리와 종교를 앞세운 죽임의 문화에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색기’가 억압받고 왜곡되었는지도 알 것 같다. ‘색기’란 곧 생명의 에너지, 여신의 에너지, 살림의 에너지의 다른 말이었을 테니.

인류의 어머니 ‘루시’가 살았다는 올두바이 협곡에서 현경이 한 말이다. “우주의 모든 것을 낳고 길러내고 사랑하는 힘, 그게 바로 어머니의 힘, 모성이라고 생각해. 이 우주를, 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어머니의 자궁으로 우리가 함께 떠나온 건 굉장히 상징적인 여정이라 느껴져. 내가 무얼까, 내가 누군가…… 누구에게나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있잖아. 반드시 알아내야 하고 알아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 질문, 그게 화두지.”(259쪽)

[책 속으로 추가]
● 162쪽
“가능하면 싸우고 싶지 않아. 《도덕경》에서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제일 좋다고 하지. 하지만 싸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때가 있어. 그걸 잘 분별하는 게 직관이고 지혜겠지. 살다 보면 분노하게 되는 일은 생기게 마련이야. 세상 모든 억울함과 싸우겠다 덤비면 아마 다들 암 걸려 죽고 말겠지. 내 소중한 인생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나의 전쟁, 나의 싸움, 그걸 선택해야 해.”

● 180쪽
유색 인종의 최연소 종신 교수, 검은 거울은 오랜 세월 날마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안부를 묻고 예쁘다, 사랑한다 말해주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길러왔던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익히고, 그 사랑을 확장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인생의 모험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두려움 앞에서도 대범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생긴 걸까? 그녀 안의 여신은 안락함에 만족하며 틀 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자신을 드러내며 창조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기를 요구했고, 그 모험과 실험에 여기 뉴욕만큼 적당한 곳도 드물었을 듯했다.

● 189쪽
산책길에 마시라고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주던 그녀, 옷이 얇다며 숄을 걸치라고 잔소리하던 그녀, 외출하는 길에 용돈을 쥐어주던 그녀.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의 일과를 묻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외로움과 아픔을 알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일… … 몇 주간 뉴욕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구체적인 삶과 사랑의 모습이었다. 검은 거울이 말하던 ‘여성의 영성’이란 이런 모습이었구나.

● 202쪽
“80개국 넘는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직관을 믿는 법, 수호 천사가 있다는 사실, 사람들은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 내가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설 때 사람들 또한 나에게 그런 친절을 보여준다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얻게 됐어. 인간은 믿어볼 만한 것,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 그리고 지구는 너무나 작은 것이로구나.”

● 229쪽
“아무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고,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할 필요도 없이, 즐거움 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관계, 그런 관계도 중요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언제 돌아가든 따뜻한 친구 같은 관계. 내겐 책처럼 좋은 친구, 책처럼 좋은 치유가 없어.…… 내겐 저녁마다 소파에 누워 책 읽는 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야. 인생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아서 때론 이런 것들이 있어야 견뎌나갈 수가 있거든.”

● 236쪽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에 왜 왔는가, 이 몸을 입고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은 종교가 있건 없건 누구나 다 갖고 있지. 종교가 외적인 권위에 근거했다면 영성은 내적인 권위를 따르는 거고, 이건 인간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뿌리야. 영성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달라.…… 어떤 식으로든 자기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유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영성이 있어야 해. 우리가 우주의 근원에서 왔다면 영성은 그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티켓이나 마찬가지야.”

● 238쪽
“이제 많은 사람들이 ‘지배하는 힘’이 아닌 ‘키워주는 힘’ 혹은 ‘매혹하는 힘’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 사람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고 살아나게 해주는 거지. 그런 존재의 힘이야말로 무언가를 변화시킬 동력을 갖고 있어. 괜히 그 사람 옆에 있고 싶고 그 사람에게 배우고 싶은 거지. 내용이 있으니까!”

● 247쪽
“섹스는 언어야. 다른 사람과의 가장 깊은 커뮤니케이션이지. 외국어 배울 때 단어나 문법을 익히는 것처럼 섹스의 단어와 문법도 배워야 해. 연습을 통해 더 유창해지는 것도 물론이고. 내 몸의 에너지가 어떻게 도는지를 느끼고, 말없이 몸의 떨림과 에너지의 흐름만으로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건 굉장히 멋진 경험이야.…… 이렇게 무궁무진한 놀이, 소통, 마음 공부의 수단이 되는 섹스를 소홀히 여길 게 아니라 정성들여 공부하면 좋겠어. 아는 만큼 누릴 수 있고 자기 몸을 잘 알수록 만족감도 커져. 뭐든 잘하면 아름답잖아. 섹스도 잘하면 아름다워.”

● 262쪽
“다가오는 시대는 아름다움의 시대야. 과학, 철학, 종교의 권위에 짓눌렸던 ‘진眞’의 시대, 인간이 야수처럼 서로를 죽이는 동안 정의에 대한 갈망으로 피어난 ‘선善’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미美’의 시대가 왔어. 진이나 선과 달리 미에는 강요가 아닌 매혹이 있을 뿐이야. 그래서 더 힘이 있는 거고.”

● 268쪽
“인생은 종합 경기야. 한 종목이 아니거든. 누군가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내가 왜 괴로워해야 해? 나는 수영을 잘할 수도 있잖아. 그때는 나를 들여다봐야 해. 내 안에 결핍이, 가난의 우주론이 있는 거야. 저 사람이 가지면 나는 못 갖는다는 생각이 있는 거야. 우주는 정말 넓어. 모두가 달리기 선수가 될 필요는 없지. 또 저 사람에게 좋은 일이 반드시 내게도 좋은 일이리라는 보장도 없어. 우주는 나에게 더 근사한 걸 주려고 하는데 그런 시시한 것에 매달려 있어야 할 이유가 뭐야?”

● 278쪽
“어떻게 살든 우리는 모두 다 결국 생로병사로 비슷한 인생을 살다가 가. 다만 이 삶을 떠나는 순간에 남는 건 정말 원하는 삶을 살았는가, 내게 오는 모든 인연들에 친절했는가, 결국엔 사랑했는가, 그뿐인 것 같아.”

목차

현경의 여는 글: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6
김수진의 여는 글: 검은 거울이라는 사람을 여행하다 24

운명
첫 만남 34 / 다른 두 사람의 닮은 운명 39 /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 50
나의 길을 간다는 것 57 / 졌지만 이긴 싸움, 강정 평화 대행진 65 / 평화가 있는 산책 72
조각보 91 / 살림이스트의 마법 101

선택
뉴욕의 현경당 116 / 다른 종교, 같은 마음?고통에 대하여 125 / 옷은 ‘도道’다 138
진실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 147 / 분노의 북소리?상가 토크 157
먹을거리 생태학 167 / 뉴욕의 검은 거울 176 / 삶을 선택하다 187

귀향
지금 당장 아프리카로 198 / 웰컴 투 사바나 208 / 나답게, 생생하게 220
매혹하는 힘 231 / 우주 최고의 놀이 243 / 어머니의 땅 258 / 그냥 나예요 271

저자소개

저자 현경(玄鏡)은 세계 진보 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 아시아계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 여성·환경·평화 운동가. 신을 설명하지 않고 표현해 내는 신학적 예술가. ‘다름’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화통역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보스턴 여성신학센터를 졸업,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WCC 제7차 세계대회 주제 강연자로 나서 ‘초혼제’를 지내며 성령에 대한 새로운 신학 이해를 펼쳐보였다. 이 강연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강연’으로 거론되면서 세계 신학계에 토론의 불길을 일으켰다. 1999년부터 이듬해까지 불교 명상을 배우며 히말라야의 수도원에서 살았고, 2006년부터 13개월간 이슬람 17개국에서 200여 명의 이슬람 여성과 평화 운동가들을 인터뷰했으며, 2008년 숭산 대선사 전통의 미국 관음선원에서 불교법사 자격을 받았다. 해마다 한국을 찾아 ‘살림이스트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타인을, 지구를 살리는 살림이스트들을 키워내고 있다. 남북여성 평화통일 모임 ‘조각보’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여신 3부작인 《미래에서 온 편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2》와 8개 국어로 번역된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Struggle to Be the Sun Again》, 이슬람 순례기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연약함의 힘》 《종교인의 연애》(공저) 등이 있다.

도서소개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은 60대 여성 멘토 ‘현경’과 30대의 젊은 여성 ‘김수진’이 4년에 걸쳐 나눈 세대 간 대화를 김수진이 정리한 책이다. 아픈 다리로 남들보다 세 배나 더 걸려 산티아고 길을 순례한 뒤 《순진한 걸음》이라는 책을 써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김수진이, 《미래에서 온 편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여성, 환경, 평화 운동으로 유명한 유니언 신학대 교수 현경과 4년 넘게 한국, 미국, 아프리카 등지를 함께하며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평화와 살림, 영성(靈性), 여성성 같은 의식과 가치관의 문제부터 옷, 섹스, 먹을거리 등 자기를 돌보고 표현하는 일상의 문제까지, 수진의 질문에 대한 현경의 대답과 현경이 삶으로 몸소 보여주는 모습은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젊은 여성들이 가슴 깊이 듣고 새길 만한 지혜와 통찰로 가득하다. 특히 아름다움과 당당함, 자기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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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도서 상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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