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학』은 사회 역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첫번째 교과서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들을 갖고 있다. 첫째, 이전의 어떤 의학, 보건학 관련 저서와도 달리 심장병, 암 등 질병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건강 결과들을 낳을 수 있는 ‘결정요인’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의 어느 장도 특정 질환이나 특정 장기를 중심으로 쓰여 있지 않다. 둘째, ‘건강과 질병’의 원인을 지나치게 개인이나 생물학적 요인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비판하고 사회계층, 집단, 네트워크, 사회정책 등 사회적 조건을 탐구하되 이들 요인들의 통합 모형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인구학, 통계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로부터 채택된 개념과 방법들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의 계급론, 베버의 ‘생의 기회’ 관점, 뒤르켐의 자살론, 볼비의 애착이론,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퍼트남의 ‘사회적 자본’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결정요인과 그 영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이론들과 배경을 함께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건강과 질병의 문제가 의학 분야의 협소한 전문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편적 담론’임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