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데이비드 코튼은 이야기한다. 현재 세계에는 돈이 인간을 정의하는 가치이고, 규제받지 않는 세계 시장이 도덕적 잣대이며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파괴하는 것을 부의 창조라는 이야기가 상식처럼 퍼져있다고. 누가 그렇게 퍼뜨렸는가? '돈과 선성한 시장'이다. 그것은 이야기이다. 우리가 그것을 선택했는가? 아니다 그것은 주입된 것이다. 저자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그는 인류 역사에 출현했던 이러한 이야기를 세 가지 우주론으로 나눈다. 단일신 우주론인 '먼 곳에 있는 가부장'이 그 첫째이고 목적과 의미를 부정하는 '거대한 기계'가 둘째이며 영원한 하나에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신비한 일체'가 나머지 하나이다.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신성한 돈과 시장' 이야기는 두 번째 우주론인 '거대한 기계'에 바탕을 두고 이기심과 의미의 부재와 시장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 그리고 제도적 권력 집중으로 특징지어지는 세계화를 지지하고 있다.
저자가 우리가 현재의 이야기를 벗어버리고 아니 부숴버리고 싸워 얻어야 할 이야기로 제시하는 것은 각 개인이 의식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체로 조직된 우주 운에서 지적이고 자신이 주체가 되는 존재가 되는 살아 있는 우주론에 바탕한 '신성한 삶과 살아 있는 지구 경제'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은 더 놓은 복합성, 아름다움, 깨달음 그리고 자기 발견을 위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철학, 나아가 인간의 진지한 지적 활동이란 거의 대부분이 우리가 세상과 사물을 보는 방식에 대한 비판 또는 성찰이 아닌가. 지금은 초등학생도 더러 들은 바 있을 이천몇백 년 전의 '동굴의 비유'나 철학에 대해 경외감은 고양했으되 일반인들로 하여금 틀림없이 그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을 수백 쪽에 이르는 '순순이성비판'이 그렇고,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나 20세기 후반의 마치 연예인처럼 소비된 푸코의 '권력'이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는 눈을 통해 사물을 보고 귀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뻔한 것은 거기까지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과 지구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는 귀에 대해 우리의 눈을 반짝이게 하고 귀를 솔깃하게 만들 만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달리 어떤 정당성도 없이 책임이 면죄된 '법인격'으로서 현대 기업이 저지르는, 규모에서 세계적이고 심각성에서 전쟁에 버금가는 범죄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그렇다.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외치는 목소리는 수천 년 동안 잠시도 끊어진 적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운명은 절멸로 한 걸음씩 내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가 그 목소리에 동반된 것도 벌써 오래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그 출발은 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 나 스스로의 변화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여기 그 하나의 방법이 있다. 우리는 이야기하는 존재인 인류에 속하며, 이야기란 연애처럼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일 때 진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원제:Change The Story Change The Future)는 부제가 [살아있는 지구를 위한 삶의 경제]인데 저자인 데이비드 코튼이 자신이 속한 로마클럽에 보내는 보고서다.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래 연구를 통한 인류 행복 증진”을 목표로 1968년에 설립된 “미래 연구를 통한 인류 행복 증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