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교단’을 딛고 ‘너’와 ‘나’가 함께 만든 30년 전의 학교를 되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일본 도쿄 서쪽 교외의 뉴타운 다키야마 단지에 자리한 어느 초등학교를 무대로 깨어 있는 학부모와 일본교직원조합 교사들이 국가 권력에 맞서 학부모교사협의회를 이끌며 아이들하고 함께 민주적 교육의 이상을 실천하려 노력했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 다키야마 단지 안에 자리한 제7초등학교를 다닌 하라 다케시(原武史) 일본방송대학교 교수는 이 새로운 민주주의 교육 공동체 실험에 ‘다키야마 코뮌’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관련 자료, 신문, 학급 일지, 졸업 문집, 작문, 일기, 인터뷰를 엮어 그때 겪은 일들을 꼼꼼히 돌아보고, 그 안에 담긴 역설과 모순과 폭력성을 살핀다. ‘국가 권력에서 벗어나 자립해 어린이를 주권자로 삼는 민주적 학교’를 만들 목적 아래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만들어낸 지역 공동체’가 다키야마 코뮌이다. 3180가구에 1만 명이 넘게 사는 교외의 뉴타운 속 어느 초등학교에서 ‘정치의 계절’에 뒤이은 고도성장기 일본의 정치 상황, 사회 문제, ‘단지족’의 삶, 파업, 진보적 교육 운동이 뒤얽힌다. 아주 잠깐 고립된 곳에 나타났다 사라진 이 코뮌은 어떻게 ‘아이들이 주인인 참된 교육 공동체’를 만들려 했을까?
『다키야마 코뮌 1974』는 교직원노조와 학부모회와 아이들의 코뮌에 관한 인류학적 회상기, 민주적 교육 속에 도사린 권위주의와 집단주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기시감과 반면교사 사이에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함께 가르치고 배울지를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