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뜻대로 되지 않는 지독한 순간이 길어질수록 반갑지 않은 장기 투숙객, 슬럼프가 문을 두드린다. 그것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 생존의 문제가 걸린 냉정한 현실일 수도 있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기회의 희소성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이나 혹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내일에 대한 불안감일 수도 있다.
살아가는 동안 생존의 문제 앞에서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는 우리, 언뜻 보면 꽤 불리한 조건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이 있다. 직구가 힘을 쓰지 못할 때 우리에겐 플랜 비(Plan B) , 플랜 씨(Plan C) , 플랜 디(Plan D)의 커브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저마다의 ‘봄’을 꿈꾸며 살지만, 때론 언제일지 모르는 봄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설령, 아득한 훗날의 봄이라 해도 치유의 최면이 필요한 계절을 사는 우리니까. 이 책은 강한 척, 쿨한 척, 아무 일 없는 척하는 것에 지칠 때, 침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기 싫을 만큼 허옇고 멀건 때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던 말들이 새겨진 작은 의자처럼 도심 속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