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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안녕

적극적 안녕

  • 박근희
  • |
  • 헤르츠나인
  • |
  • 2017-06-20 출간
  • |
  • 192페이지
  • |
  • 129 X 188 X 17 mm /210g
  • |
  • ISBN 979118696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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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속으로 추가]

늘 엎드려있던 아이가 있다. 아픈 건 아니었다. 아니, 너무 아팠기 때문일 것이다. 짓궂은 동심은 악마였다. 누구도 그 아이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남도는 종이학교 5학년 1반의 여자 부반장이 되었다. 상처는 오래되어도 무뎌지거나 바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선명했다. 밝은 빛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웅크리는 쪽을 택했던 남도. 철저히 홀로이길 자처했지만 불가항력적 환경에 놓여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아들이 이리 떠드는데 부반장은 뭐 하노? 앞에 나가서 떠드는 사람 이름 적어야 하는 거 아이가?”
“야, 니나 조용히 해라. 우리 부반장님은 우리하고 달라갖고 반에 신경도 안 쓰고 맨날 천날 엎드려 있다 아이가.”
“맞나. 근데 지금 니하고 나하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 이름 우리가 칠판에 적어삘까. 아이다. 남자부반장이 있다 아이가.”
“야, 느그는 내가 불쌍하도 안 하나. 나가 맨날 여자 부반장 뒤치다꺼리하고 있는 거 다 안다 아이가.”
결말은 궁금하지 않았다. 아직 결말이 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남도가 있기 때문이다. 남도에게 따듯한 안녕을 고해본다. 그 안녕의 끝에서 새로운 안녕을 맞이할 수 있도록 두 팔에 힘을 주고 기꺼운 마음으로.

“언니야 화났나? 같이 좀 가자.”
“됐다. 말도 걸지 마라.”
“좀 천천히 걸으면 안 되나. 빨리 걸은게나 다리가 아프다 아이가.”
“따라 오기는, 왜 또 따라 오는데. 내가 니 때매 몬 산다!”
“나는 언니, 니 없으면 몬 산다.”

좋은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많긴 했지만 결국 기억하기 좋은 것들만 남았다. 기억의 간격을 유지하며 이 기억에 저 기억을 덧대지 않았다. 구멍 난 기억이라 해도 괜찮았다. 그것은 그것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기억에서 더 이상 이방인이 되지 못했다. 늘 새날을 사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여전히 과거의 그날을 사는 중이었다. 내일이 되면 또 오늘을 끌어안고 사는 것처럼. 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남도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 ‘그래. 깊이 묻어 놓았던 어떤 기억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뿐이야.’
제 기억의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창문과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른 남도는 이제 어린 남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슬픔이라는 손님을 맞이하기로 했다. 그 손님은, 우는 걸 좋아하니까 울고 싶어 할 때는 눈을 감아주기로 한 것이다.

어른들은 가난 앞에서 분노했다. 고개 숙인 남도.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갔다. 숨을 구멍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어른들의 분노가 뱉은 수치는 오롯이 남도의 몫이었다. 누구도 그 고통을 나누지 못했다.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아야만 했던 시절. 시간은 약자임을 거부한 진짜 약자들의 편이 아니었다.

“밥 묵고 있다 아이가. 할매도 밥 무라. 나가 알아서 할긴데 만다 그리 걱정을 해 쌌노.”
실은 할머니의 그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선뜻 그러겠노라 말하지 못한 것인데. 오히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툭, 뱉어 버렸다.

‘그래. 깊이 묻어 놓았던 어떤 기억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뿐이야.’
제 기억의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창문과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른 남도는 이제 어린 남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슬픔이라는 손님을 맞이하기로 했다. 그 손님은, 우는 걸 좋아하니까 울고 싶어 할 때는 눈을 감아주기로 한 것이다.

남희는 생각했다. 우리가 그동안 받았던 상처에게 적극적 안녕을 고하는 날. 그날이 삶의 변수처럼 문득 다가오기를. 아무것도 아닌 날, 얼굴에 부서지는 따듯한 볕처럼 또 다른 안녕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행한 건, 서로가 있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고 있나, 잘살고 있나, 우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서로에게 물음은 사치였다. 그저 견뎌야 할 시간만이 하루의 할당량처럼 채워졌다.

오늘은 아무래도 좋을 날이고 싶어졌다. 어차피 오늘도 내일도 아무것도 아닌 날이라 자위해도 좋을 날.

그 바다를 잠시 끌어다 놓는다. 열두 살 남도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모래사장에 누워 본다. 팔과 다리는 편한 대로 널브러뜨린다. 눈은 떠도 좋고 감아도 좋다. 아무래도 하늘은 거기에 있고 바다는 물비늘로 반짝거렸다. 그저 누웠다 가면 된다. 어둑해지면 달이 차오르고 바다는 조금 더 넉넉한 품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다만 기억해야 하는 오늘. 바다에 또 하나의 달이 여울지면 울어도 좋고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겠다. 선택의 여지없는 내일이 일렬로 서서 오늘의 기억을 마주한다.

**

우리가 그동안 받았던 상처에게 적극적 안녕을 고하는 날.
그날이 삶의 변수처럼 문득 다가오기를.
아무것도 아닌 날 얼굴에 부서지는 따듯한 볕처럼
또 다른 안녕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행한 건, 서로가 있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경남 통영 어느 바닷가 마을, 무작정 버스에 올라타 고향을 등지는 엄마의 뒷모습을 영문도 모른 채 바라봐야 했던 일곱 살 여자아이 남도. 엄마 없이 남겨진 남희 남도 남수 세 남매는 억척스러운 할머니와 병을 앓는 아빠의 손에 길러진다. 엄마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면 남도는 바닷가로 나와 파도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할머니와 아빠는 남도를 철모르는 몬찬이(못난이)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속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주변 형편과 자신의 감정을 또박또박 기억 속에 담아 놓는 어엿한 둘째였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비뚤어진 말투 때문에 할머니에게 등짝을 얻어맞기 일쑤였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감정을 드러내는 게 서툴 뿐이었다. 이 사실은 키다리아저씨 삼촌과 바다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로 삼촌을 잃고, 아빠까지 연달아 잃게 되자, 남도는 끝 모를 심연 속으로 자신의 마음을 봉인해 버린다. 그런 사정을 알 바 없는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남도는 입을 꾹 다물 뿐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남매의 우산이 되어주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등지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엄마로부터 연락이 온다. 느닷없는 엄마의 연락에 세 아이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뿐이다. 남도는 더 이상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된다. 생살이 돋아나는 상처 딱지를 떼어내듯 남도는 어린 시절 ‘아무것도 아닌 날’들에게 적극적 안녕을 고한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 어른이 된 남도는 지나왔던 그 날들을 ‘아무것도 아닌 날’로 기억하고 있다. 파도에게 물었던 대답을 남도는 들었을까? 스스로 괜찮다고 자기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그 순간은 정말 괜찮은 것이었을까?

[집필의도]

기억 저 건너에서 어린 시절의 그 아이가 말을 걸 때마다 꿈틀거리는 통영의 어느 바닷가에 소환된다. 어릴 적 그 아이가 바다에게 건넨 이야기를 바다는 천천히 그리고 나지막이 되뇐다. 기억이 없는 순간에도 바다는 끊임없이 그래왔다. 아이가 바다의 소리를 끊고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후 더 이상 바다를 호명하지 않았지만, 바다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간절한 위로를 전하고 또 전했다.
소설을 쓰고자 노트북을 탁 여는 순간, 스무 해 동안 쌓여 온 파도가 산처럼 밀려들고야 만다.
바다 속 해초 사이를 떠돌았던 그 이야기는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본 모습은 사라지고 단단하고 영롱한 진주가 되어 있었다.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의 수맥을 따라 백사장 위로 올라왔다.
시간의 골목을 헤매던 남도가 해변 입구를 찾았나 보다. 저기 뛰어온다. 박근희는 진주를 주워 남도에게 건넨다. 서툴게 받는다. 포옥 안아준다.
“많이 기다렸지? 이젠 괜찮아. 다 잘 되었거든.”

목차

1~37

저자소개

저자 박근희는
“쓰고 또 쓰는 삶에 내가 닳아 없어지는 하루를 보내고 또 맞이한다. 오해로 시작해 오해로 끝나는 것이 삶일지도 모르겠다. 그 오해가 다행이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백수인 내가 때때로, 따로 또 같이 공동체 우리 동네 사람들(우동사)과 재미있는 일들을 작당하며 살고 있다. 백수 만능주의자들의 많은 지지와 응원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홀로이길 자처하는 배반을 게을리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중이다. 무얼 하며 살든 당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임엔 틀림이 없다는 거다.”
1982년 경남 통영 출생. 현재 인천 거주.

도서소개

한국의 제제, 바다아이 남도의 서툰 진심에 대한 이야기

한국의 제제, 바다아이 남도가 전하는 서툰 진심에 대한 이야기 『적극적 안녕』. 진심을 드러내는 것은 늘 서툰 일이다. 한국의 제제라고 불릴 만한 바다 아이 남도.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건다. 내 속의 아이도 그에게 서툴게 말을 건넨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은 정말 괜찮았던 것일까?” 경남 통영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리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질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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