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그려 낸 기분 좋은 상상!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세계를 만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구름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토끼가 있다면? 토끼들이 구름에서 깡총 뛰어내려 내 앞에 나타난다면? 실제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지요. 이렇듯 김소선 작가가 만들어 내는 특별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먼집니다. 화가보다 그림을 멋지게 그리는 화가 고양이!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사자 삼촌! 구름 위에 사는 구름토끼! 모두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지요.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보듬어 줄 친구,
우리는 누구나 ‘구름토끼’가 될 수 있어요!
‘구름토끼’는 구름 위에 살고 있는 토끼예요. 구름토끼가 커다란 솥에 바닷물을 끓이면 구름이 몽글몽글 나오지요. 맞아요. 구름을 만드는 토끼랍니다. 가끔 구름 밖으로 귀가 삐죽 나오기도 해서 사람들 눈에 띄기도 해요. 어느 날, 구름 위로 달콤한 냄새가 솔솔 올라왔습니다. 가만 보니 한 아이가 의자에 앉아 사탕을 먹고 있었어요. 구름토끼들은 긴 귀를 펄럭이며 땅으로 내려왔어요. 몰래 아이를 따라갔지요. 아이가 뛰면 같이 뛰고, 돌아보면 후다닥 숨으면서요. 그리고 아이가 잠든 사이 사탕을 가져갑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일곱 색깔 사탕을 들고 구름 위로 올라갔어요. 하나씩 기계에 끼우고 스위치를 올리자 사탕 색깔 빛이 하늘에 좌르르 펼쳐졌답니다.
이야기 속 아이는 어딘가 심심해 보입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혼자 사탕을 먹고 그저 동네를 거닐다가는 집으로 돌아가지요. 친구를 만나지도, 놀이터에서 놀지도 않아요. 집 안에서도 아이는 홀로 어둑어둑한 방에 앉아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사탕이 들어 있는 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이지요. 일터에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그런 아이의 얼굴에 처음으로 환한 웃음이 번집니다. 구름토끼들이 만든 무지개 덕분이었지요. 어둠이 내린 듯 검게 칠해져 있던 화면도 구름토끼들이 무지개를 쏘아올리면서 환해집니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먹먹했던 가슴이 한결 개운해지지요.
어른들만큼이나 바쁜 생활을 하는 아이들. 그만큼 마음 다치는 일도 잦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엄마 아빠에게, 또는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한 상처는 차곡차곡 쌓여만 갑니다. 《구름토끼》 속 아이의 표정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얼굴과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펼치면 아기자기한 그림이 먼저 눈을 사로잡지만, 《구름토끼》에 담긴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그렇지요. 아이와 함께 ‘구름토끼’를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아이에게 구름토끼 같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