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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행복의 비밀

부탄 행복의 비밀

  • 박진도
  • |
  • 한울아카데미
  • |
  • 2017-02-15 출간
  • |
  • 288페이지
  • |
  • 135 X 196 X 23 mm /347g
  • |
  • ISBN 9788946059535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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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성장을 멈추고 행복을 택하다”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부탄 분석서

두 나라의 행복과 불행


한국과 부탄은 1960년대 1인당 GDP가 500달러도 안 되는 극빈국이었다. 한 나라는 1인당 GDP 2만 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고, 한 나라는 여전히 개발과 원조가 필요한 후진국 지위에 머물고 있다. 전자는 한국이고 후자는 부탄이다. 하지만 행복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결과는 전혀 다르다.
『부탄 행복의 비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면 충분하다』는 그간 농촌 문제에 천착해온 지역 전문가 박진도가 세 차례 부탄에 다녀와,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 책이다. 책에는 ‘모두’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부탄의 공평한 정치 시스템과 복지 제도, 사회경제 현황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나아가 개도국 부탄이 겪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의 최신 현안을 아우른다. 저자는 묻는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이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인구 75만 명이 살고 있는 소국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267쪽)

“모든 정책의 중심은 국민의 행복”
부탄 국민총행복정책에서 배우다


저자가 부탄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국민총행복정책’이다. 처음으로 부탄 정부가 도입한 이 정책은 국민의 소득수준이나 경제능력이 아닌 국민 개개인이 실제 체감하는 행복의 수준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모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국가의 모든 제도와 사업은 오로지 이 국민의 행복도(GNH 지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화 속에서 그들이 갖고 있는 자부심, 미래에 대한 확신을 읽을 수 있었다. 대화 끝 무렵에는 나는 늘 그들에게 “20년 뒤에는 부탄이 한국보다 훨씬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내 격려에 그들은 “다른 건 모르지만 우리가 더 행복한 것은 분명할 것 같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부탄 사람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_25~26쪽

2008년 부탄은 헌법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활동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민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한국이 허울뿐인 GDP에 매달릴 때 부탄의 왕과 관료, 국민은 자신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좀 더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부탄의 GNH 지수는 5년마다 시행하는 국민총행복조사에 의해 측정된다. 조사는 크게 네 가지를 본다. 사회와 경제가 공정하게 발전하고 있는가? 문화를 보존하고 증진하는가? 생태계 보존에 이바지하는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는가? 이 네 가지 질문은 다시 아홉 가지 영역으로 세분되고, 이 아홉 가지 영역이 다시 33개 지표가 되어 국민총행복 조사의 가장 기본적인 평가 도구로 사용된다. 33개의 지표 중 재산과 부의 규모를 묻는 것은 ‘1인당 소득’, ‘총 자산’, ‘주택 보유 여부’뿐이다. 나머지 30개 지표는 지방 방언의 보존 정도, 환경에 대한 책임, 지난달의 건강 일수, 하루 평균 노동 시간, 삶에 대한 만족도 등으로 채워져 있다.

국민의 행복을 성장의 최우선 조건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헌법이 바뀐 2008년부터다. 2008년 10차 5개년 발전계획에는 GNH 지수를 측정하는 도구로써 ‘영역(domain)’과 ‘지표(indicator)’가 도입되었으며 GNH 지수가 나라의 발전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명시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_42쪽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표마다 가중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정부가 국민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당신의 삶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지금도 만족스러우며, 내일도 만족스럽습니까?” 국민은 정부의 질문에 자신이 누리고 느끼고 있는 것을 사실 그대로 답한다. 2015년 국민총행복조사에서 부탄의 국민 중 43.4%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일견 낮다고 할 수 있는 수치지만, 그 수치가 계산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다.
부탄 정부는 GNH 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는데, 첫 번째 기준은 각 지표에 대한 목표치다. 이를 ‘충분문턱’이라고 부르는데 각 지표에 대해 대략 80점을 이상을 받아야 이 충분문턱을 통과한 것으로 본다. 33개 지표 중 모든 지표의 충분문턱을 넘은 국민도 있을 것이고, 절반도 넘지 못한 국민도 있을 것이다. 33개 지표 중 66%(약 22개)에 해당하는 지표의 충분문턱을 넘으면 그 국민은 행복한 국민이다. 넘지 못하면 불행한 국민이다. 바로 이 66%라는 기준선이 두 번째 기준이다. 이를 ‘행복문턱’이라고 부른다.
만약 행복문턱을 조금 낮추면 행복한 국민의 비율은 늘 것이다. 하지만 부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부탄의 헌법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기준을 낮춰 행복한 국민을 거짓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조사를 통해 어느 분야, 어느 지표가 특히 행복도가 낮은지 파악해 정책에 반영한다. 총리가 장관으로 있는 국민총행복위원회가 국가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입법 행위를 통제하고 조정한다. 기준은 물론 국민총행복(GNH 지수)이다. 부탄 국민의 행복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위해한 요소를 제거해야만 입법될 수 있다.

국민총행복위원회는 WTO 가입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국민총행복위원회의 위원 24명 가운데 19명이 가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결국 부탄은 WTO 가입을 고사한다. 바로 이 정책 및 프로젝트 심사 도구 검증에서 가입이 GNH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국민총행복위원회의 투표가 뒤집힌 것이다. 결국 WTO 가입안은 위원 19명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아직도 부탄은 WTO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_78~79쪽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탄의 사회복지 시스템


부탄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실시(기본교육)하고 그 이상부터는 성적을 기준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대학과 유학을 보내준다. 당연히 사교육은 없다. 국가가 주도해 실시하는 시험을 통해 학생의 성적이 공정하게 관리되고 학생과 학부모는 그 결과에 승복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질이 떨어지는 학교가 없고 도시와 지방 사이의 교육 격차가 크지 않으므로 굳이 시골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는 학생도 없다. 부탄의 무상교육은 단순히 국민에게 공짜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냥’이 아니다.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다. 사교육 열풍에 국가의 거의 모든 분야를 잠식당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건강을 영위케 하는 것이 국가다. 따라서 한 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하한선이다. 부탄은 이를 위해 국민에게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인프라를 온전히 갖추지 못해 병원과 의사 수는 많이 부족하지만 부탄의 의료 시스템은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 돈이 없어서 진찰을 못 받거나 수술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대기자 수가 많아 기다리는 것이 싫다면 오후 4시부터 3시간 이뤄지는 특진을 받으면 된다. 특진 비용은 한화로 9000원 정도다. 그 돈도 아까우면 30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1차 의료 서비스부터 3차 의료 서비스까지 모두 무상이다. …… 치료할 수 없는 병은 팀푸의 국가종합병원으로 이송되는데 거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국가가 지불한다. 그리고 부탄에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인도 등 해외로 보내 치료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역시 그 비용도 국가가 지불한다. _167~168쪽

“국가는 왕보다 중요하다”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부탄의 왕


정치 부문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혹자는 ‘국왕’이라는 전근대적인 호칭을 여전히 사용하는 부탄의 군주제를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지근거리에서 부탄의 현실 정치를 관찰하지 못한 탓이다. 2006년 부탄 4대 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탄은 모든 권력을 왕에 집중해 정국을 운영하는 절대군주제를 표방하고 있었다. 절대군주에 익숙했던 부탄 국민은 오히려 왕의 선양을 말렸으나, 자신의 집권이 부탄 민주화와 분권화에 근본적인 장애가 될 것이라고 여긴 왕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왕은 앞장서서 다음과 같이 백성들을 설득했다. “미래의 부탄?왕들이 모두 좋은 왕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좋은 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왕도?있을 수 있다. 그런 왕이 내린 결단은 나라를 한순간에 붕괴시킬지도 모른다. 국가는 왕보다 중요하다.” _93쪽

결국 4대 왕은 스스로 물러났고, 뒤이어 현재 국왕 지그메 싱기에 남기엘 왕추크가 국민 투표에 의해 5대 국왕에 올랐다. 부탄의 왕은 해마다 전국을 돌며 국민을 만나야 하는데, 5대 왕은 열악한 도로 사정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로 이틀을 달리고 14시간 걸어 무려 600km 떨어진 벽촌 메락을 방문했다. 그 모습이 전파를 타고 생중계로 부탄의 온 가정에 방송되었다. 허름한 옷을 입은 국왕은 백성을 직접 만나 의료품을 전달하고 아이들을 만나 교육의 중요성을 조언했다. 메락에는 213세대, 1908명이 살고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대도시를 골라 유세를 도는 한국의 정치인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풍경이다.
이렇듯 입헌국주국 부탄에서 국왕의 역할은 민의를 수렴해 그 뜻이 최대한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의 형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위정자와 국민의 태도일 것이다. 한 나라는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으나 집권자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했고, 다른 한 나라는 왕이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줬다.

추천한 자가 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은 없다. 왕은 (의회의) 추천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추천을 하기 전에 사전에 왕과 조율을 하나?”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왕은 헌법이 정한 추천 절차를 매우 존중한다.” 헌법에서 왕은 의회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통치는 총리를 비롯한 내각과 헌법기관에 맡기고 있다. 왕은 군림하지만 직접 통치하지 않는다. 이것이 부탄의 통치 시스템이다. 부탄의 국왕은 헌법에 의해 65세 정년이 되면 왕위를 반드시 후계자에게 양위해야 한다. _89쪽

“높은 가치, 낮은 영향”
부탄의 관광정책


부탄의 관광정책 역시 흥미롭다. 부탄 정부는 자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관광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를 통해 1년간 관광객 수를 통제하는 것이다. 기간산업 정비를 완료한 1980년대 초반, 많은 개발도상국이 낮은 인건비라는 특수를 상실하자 두 번째 외화벌이 카드로 꺼내든 것이 관광산업이었다. 한국은 이미 오래 전 개발도상국 지위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이 ‘굴뚝 없는 산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류’, ‘K컬처’ 등을 표방하며 눈에 불을 켜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온통 중국인으로 가득 찬 홍대와 명동 거리는 이제 한국인에겐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부탄은 그런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숲과 강, 계곡과 산이 세계적으로 가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치장하고 가꿔 관광자원으로 내놓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나라와 국민의 행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관광산업을 통해 적지 않은 외화를 벌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조용한 거리는 번잡한 유흥가가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강과 산은 오염되었고, 내수 시장은 기형적으로 변했다. 이제 해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없으면 한국의 상인들은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부탄을 여행하려면 하루 250달러(성수기) 혹은 200달러(비성수기)를 여행사를 통해 미리 납부해야 한다. 그래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 정부는 관광세로 받아들인 돈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하루 200~250달러라는 금액은 모든 관광 비용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높은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효과는 확실하다. 부탄에서는 우리나라나 여타 후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싸구려 대중관광’은 찾아볼 수 없다. 관광객들은 매우 잘 훈련된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입국 전에 미리 허가 받은 관광코스를 탐방하기 때문에 부탄의 자연과 문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_126~127쪽

기꺼이 부탄 정부에 관광세를 내고 입국한 외국인들은 부탄의 자연과 문화를 현지인만큼이나 소중히 다룬다. 이런 부탄의 관광정책을 두고 사람들은 “낮은 영향, 높은 가치”라 말한다.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 덕분에 부탄에서는 현지인의 삶(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찾아온 이들이 충분히 만족하고 떠나는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이 가능해졌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나라

저자는 부탄에 대한 칭찬만으로 책을 끝내지 않는다. 여전히 후진국적 구조에 머물고 있는 부탄의 경제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 외국 자본, 특히 인도 자본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 상태는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는 부탄과 역사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국가다. 특히 부탄 최초의 개발 계획인 1962년 1차 5개년 발전계획은 전적으로 인도의 원조를 통해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부탄은 수출액과 수입액의 절대 다수를 인도에 의존하고 있다. 대외채무 잔고의 64%가 인도의 돈이다. 인도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으로 재정 자립을 도모하는 것이 부탄 정부의 앞날에 놓인 가장 큰 숙제다.
타 민족과의 인종 갈등 역시 부탄의 행복정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부탄은 각종 기간산업과 공공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공사가 전 국토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국민만으로는 이 노동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네팔 등 인근 국가의 값싼 노동력이 부탄 전역에 유입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부탄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네팔인들은 현지인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으며, 기본적인 국토 개발이 끝날 때까지 이 내홍은 부탄을 괴롭힐 것이다. 아직까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양당제를 채택해 소수 정당의 진입을 막고 있는 부탄의 정치 체제에도 미흡한 점이 많다. 세대 갈등, 과도한 교육열, 도시화, 이농 등 과거 한국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갈등과 불화, 내파가 부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자살률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009년 11명에서 2013년 13명으로 급증했다(한국은 2014년 기준 27.3명). 부탄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이 심각하다. 팀푸에 있는 국가종합병원의 담버 박사는 “학업 부담, 실업, 낮은 자존감, 가족 및 재정 문제 등으로 자살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자살률이 증가하는 사실 자체보다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부탄 정부는 ‘자살 방지 3개년 행동 계획’을 수립해 대응에 나섰다. _259쪽

이와 같은 산적한 문제에 대해 부탄의 국왕과 관료, 그리고 의회와 국민이 어떻게 대처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저자는 그들이 항상 옳은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부탄 역시 개도국이 흔히 겪는 실수와 패착을 숱하게 겪을 것이고, 심지어 후퇴할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부탄이 과거 1인당 GDP가 1000달러도 안 되던 시기에 과감하게 무상의료 정책을 도입한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의 행복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고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부탄의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큰 불만도 없고 걱정도 하지 않는다. 책에서 저자는 그들의 선택과 그 선택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지켜보자고 권한다. 한국 역시 행복을 찾는 일은 아직 늦지 않았다.

국민총행복위원회의 관리에게 “부탄에서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모른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은 관심이 없다. 우리의 역할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_47쪽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정치도 바꿔야 한다. 우선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더라도 더불어 행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부탄에 주목하는 이유다. _25쪽

[추천사]

“인구가 75만 명밖에 안 되는 부탄의 행복정책에서 배울 게 있을까요? 우리와는 사정이 너무 다르잖아요.”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는, 직접 부탄에 찾아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부탄은 어떤 선진국도 엄두를 내지 못한 전면적인 행복정책의 실험장이다. 실제로 부탄의 사례는 여러 세계적 경제학자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열린 생각과 열린 마음만 있다면, 이 작은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알찬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_한겨레신문사 출판국장 김현대

우리가 궁극적으로 행복을 원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면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은 다른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바로 이 점이 발전에 대한 깊은 관심과 경험을 갖고 있는 제 친구인 저자가 부탄과 부탄의 행복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일 것이며, 저자와의 수많은 논의를 통해 그가 부탄의 국민총행복에 대한 현실을 이해하고 그 교훈을 자신의 나라에 적용하고자 하는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_전 부탄 국민총행복위원회 차관 카르마 치팀

책속으로 추가

부탄의 의료 인프라는 아무리 무상이라고 할지라도 시설이나 인프라, 인력의 측면에서 한국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열악하다. 그렇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던 시기에 전국에 무상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서비스 수준을 꾸준히 개선해오고 있다는 점만큼은 놀라운 일이다. _172쪽

한편 몇몇 공동체는 흔히 ‘연결 사회자본(bridging social capital)’이라고 하는 공동체 간의 연계를 발전시켜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지대 공동체와 저지대 계곡 사이의 ‘손님-주인guest-host’ 관계다. 고지대의 사람들은 그들의 유제품을 갖고 계곡으로 내려가서 곡물 등과 교환했다. 고지대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대가족처럼 계곡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런 전통이 수 세대에 걸쳐 이어져왔다. 또 가축 방목에 쓰일 초지(草地)를 서로 번갈아 제공하는 전통도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여름에는 북쪽 고지대 사람들이 남쪽 아열대 지역의 사람들에게, 겨울에는 아열대 지역의 사람들이 고지대 사람들에게 초지를 제공한다. _179~180쪽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부탄의 사회 구조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커다란 문제가 되어온 갈등을 야기했다. 바로 난민 문제다. 부탄 난민이란 부탄에서 강제로 쫓겨나거나 자발적으로 피난을 간 사람들인데, 이들은 한때 약 10만 7000명(부탄 인구의 약 7분의 1)에 달했다. 그렇다면 누가 난민이 되었는가? 부탄 난민의 거의 대부분은 부탄에 넘어와 살고 있는 네팔인이다. _208쪽

인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부탄과 인도는 역사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다. 특히 1962년 1차 5개년 발전계획은 거의 전적으로 인도 원조로 수립되었다. 오늘날 부탄은 수출의 86.1%와 수입의 83.5%를 인도에 의존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의 약 80%, 경상수지 적자의 약 94%가 인도에 대한 것이다. 부탄은 해외 원조의 70% 내외를 인도에 의존하고 있고, 대외채무 잔고의 약 64%는 인도에 대한 채무다. _225쪽

타시 그룹은 경공업(맥주·코카콜라, 주스·잼·피클 등 식음료 등)과 중화학공업(광업·합금·화학공업 등) 등 제조업을 포함해, 서비스업(관광호텔·슈퍼마켓 및 백화점 등), 은행업·이동통신업·항공업·학교 등 전 분야에 걸쳐 40여 개 기업에 종업원 3000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는 2014년 부탄 민간 회사의 총고용 인원수(약 1만 2600명)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다. …… 타시 그룹의 성장 과정에 부탄 정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컸음을 숨길 수 없다. 타시 그룹의 설립자인 유겐 도르지의 집안은 부탄 북서쪽에 있는 하 지방을 다스리던 귀족 가문이다. 그는 왕족과 피를 나눈 사이로 3대 왕 부인의 막냇동생이자 4대 왕의 외삼촌이다. _241~244쪽

오늘날 부탄이 안고 있는 최대 사회 문제는 급속한 이농과 도시화다. 부탄의 도시 인구 비중은 1970년 6.09%에서 1990년 16.39%, 2000년 25.42%, 2013년 37.14%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세계은행 추정). 도시화율이 아직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00년 이후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특히 수도 팀푸(Greater thimpu)로 인구가 집중하고 있다. 팀푸는 해발고도가 평균 2500m인 산악 지대임에도 2015년 기준 부탄 인구 약 75만 명 가운데 15% 정도에 해당하는 11만 5000명 ― 수도 팀푸 안에 있는 팀푸 시에만 8만 명 ― 을 품고 있다. 팀푸에 등록된 인구수가 7000명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두 타지에서 유입된 인구이다. 반면에 동쪽 끝 타시강의 등록 인구는 7만 2000명이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5만 5000명(2005년)에 지나지 않는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타시강에는 8600세대가 등록되어 있지만, 1050세대가 빈집이다. _247쪽

2010년 국민총행복조사에 의하면 부탄 전체 국민 중 불행한 사람의 84%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기준 빈곤율 역시 도시가 1.3%에 불과한 것에 비해 농촌은 무려 17.8%에 달한다. 행복한 인구의 비중 역시 도시(50%)에 비해 농촌(37%)이 더 낮다. _249~250쪽

이처럼 젊은 층의 실업률이 높은 것에 대해 부탄 노동성은 “젊은이들이 일정한 교육을 받고 노동시장에 들어오지만 즉시 취업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의 기대와 실제 직업 현장에서 마주하는 대우나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부탄의 실업자 약 1만 명 가운데 대학교 이상 졸업자가 3210명, 상급 2차 학교(11~12학년) 이상 졸업자가 2227명으로 이들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9~10학년 졸업자를 합치면 70%를 넘어, 무학력자나 저학력 실업자를 압도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젊은 층의 실업 문제를 놓고 세대 간 논쟁이 벌어진다. …… 젊은 층의 실업에 대해 기성세대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_253~254쪽

부탄의 국민총행복이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인구 75만 명이 살고 있는 소국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_267쪽

우선 시장에서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면서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여성, 농민 등에게 정당한 보수가 돌아가야 한다. _273쪽

히말라야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생태 다양성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부탄 최대의 수출 산업인 수력발전을 통해 국가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당시 1인당 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던 나라(1970년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달러 수준이었다)의 사람들이 당장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을 지켰더니, 자연이 인간에게 보답한 것이다. 부탄이 우리의 교사다. 더 이상 국민소득 3만 달러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눈앞의 돈벌이에 눈이 멀어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일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_279쪽

인구 75만 명이 사는 작은 나라 부탄이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데, 하물며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_283쪽

목차

추천사 1 부탄은 전면적인 행복정책의 실험장이다
추천사 2 부탄의 행복정책은 다른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저자의 글 첫눈이 내리면 공휴일인 나라, 부탄으로 초대합니다
시작하며 왜 부탄에 주목하는가

1부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01 국내총생산보다 국민총행복이 더 중요하다
02 국민총행복이란 무엇인가
03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일하는 나라
04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은 다른 나라에도 적용 가능한가
05 국민총행복을 지탱하는 네 기둥과 아홉 영역
06 국민총행복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07 국민총행복지수는 어떻게 계산하나
08 모든 국가 정책은 국민총행복심사를 받아야 한다

2부 부탄의 오늘
가난한 사람에게 더 유리한 성장

01 국왕도 정년이 있는 입헌군주국
02 국민의 행복을 위해 왕위에서 스스로 물러나다
03 백성을 만나기 위해 14시간 비를 맞고 걸어오다
메모 1 부탄 왕비의 처소를 공개합니다
04 가난한 사람에게 더 유리한 성장
05 서쪽에서 동쪽으로 개발 진행 중
메모 2 붐탕에서 시간이 멈추다
06 사람과 자연을 중시하는 부탄의 관광정책
메모 3 부탄은 지금 개판
07 모든 공교육은 무상이다
08 모든 의료 서비스는 무상이다
09 부탄에는 남이 없다: 사회적 유대와 사회안전망
메모 4 부탄의 집밥
10 부탄의 초강력 금연 정책

3부 부탄이 넘어야 할 과제
흔들리는 전통적 가치관과 사회적 유대

01 막 걸음마를 뗀 부탄의 민주주의
02 부탄은 다인종·다문화 국가: 부탄의 난민 문제와 제3국 정착
메모 5 부탄에 사는 한국인들
03 아직은 전형적인 후진국적 경제 구조
04 부탄의 식량 문제와 모든 농지의 유기농업화
05 부탄에도 재벌이 성장하고 있다
06 이농과 도시화
07 방황하는 부탄의 젊은이들
08 흔들리는 전통적 가치관과 사회적 유대
메모 6 부탄과 한국

마치며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면 충분하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에서 배운다

저자소개

저자 박진도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과 영국 뉴카슬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35년간 경제발전론, 농업경제학, 정치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연구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에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지역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재단(KRFD)을 설립해, 2014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충남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부탄을 다녀오고 2015년에는 두 달간 체류한 뒤, ‘국민총행복’이라는 지표를 모든 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부탄 정부의 국민총행복정책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농정연구센터 소장,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 한국농업정책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
『위기의 농협, 길을 찾다』(2015)
『순환과 공생의 지역만들기』(2011)
『WTO 체제와 농정개혁』(2005)
『그래도 농촌이 희망이다』(2005)
『농촌개발정책의 재구성』(2005)
『한국자본주의와 농업구조』(1994)

도서소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장과 개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숭배와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잘사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시대에서, 개발할 것이 남지 않은 시대에서 아직도 더 잘수 있다고 외치는 성장주의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GDP 3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부국강병을 운운하는 집권자의 목소리는 공허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국민의 행복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부탄 정부의 ‘국민총행복정책’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해온 부탄 전문가다. 수차례 부탄에 다녀오며 보고 느낀 결실을 책으로 엮었다. 성장을 멈추고 행복을 택한 부탄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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