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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 사사키 아타루
  • |
  • 여문책
  • |
  • 2016-05-09 출간
  • |
  • 256페이지
  • |
  • 145 X 215 X 20 mm /361g
  • |
  • ISBN 979119565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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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일본의 니체’, ‘선동하는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최신간

푸코, 베냐민, 르장드르, 들뢰즈와 가타리, 베르그송, 롤랑 바르트, 라캉 등의 철학자에서 일본의 춤과 예술의 여신인 아메노우즈메, 저명한 일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와 이토 세이코, 만화가 곤도 요우코, 음악가 존 케이지,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현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번역, 춤, 음악, 회화, 사진, 만화를 아우르는 예술에 관한 논의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확고한 주관을 갖고 거침없이 말하는 저자의 웅변과 치밀한 논리가 매력적으로 발휘되며 독자를 유혹한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내는 유일한 철학자다. 그의 지적 관심은 당면한 정치사회의 현안에서 음악과 미술, 그리고 파울 첼란의 시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 있다. 그는 사상, 비평, 학문, 지식을 하나로 아우르며 이것을 가로지르는 약동하는 사유의 모험을 보여준다. 삶의 잔혹함과 지리멸렬함을 통찰하는 예지가 번뜩이고, 사유는 혼란을 꿰뚫으며 에두르지 않고 핵심으로 직격하는데, 그것은 생동하다 못해 ‘선동적’이다. 아울러 문장들은 ‘그리스적 명랑성’과 지독한 비관주의자의 우울이 뒤섞인 채 독특한 리듬을 구현하는데, 그 지점에서 내 독서욕이 자극을 받고 발화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타루의 철학적 원점을 보려고 그 책들을 좇아간다. 하찮은 인간 종의 부정할 수 없는 조건들을 향한 깊은 통찰, 문제제기의 도발성, 관습과 필요의 지배에서 엇나가는 메커니즘, 동시대를 뛰어넘는 통시적 시점, 대의제와 당위들에 엇박자 놓기, 하지만 그 중심을 벗어나지 않는 것, 철학 중심으로의 회심回心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그를 철학의 새로운 사도使徒로 여긴다.”
-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 상처투성이의 시대에 당당하게 추구하는 예술의 가능성: “인간을 얕보지 마!”

현대 철학의 새 장을 열어젖힌 니체와 마찬가지로 문헌학과 서양 철학에 정통한 사사키 아타루의 폭넓은 관심사가 이번 신간에서도 다채롭게 폭발한다. 전작들에 익숙한 열혈 독자는 물론 아카루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상세한 옮긴이 주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풍부한 해제(추천의 말)를 달아 난해하기로 소문난 아타루의 지적 세계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꼭지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는 우리의 풍속법과 비슷한 일본의 풍영법이 현대 민주국가에서 얼마나 부당하고 가소로운 법인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당시 15만~20만 정도의 시민이 시위를 벌인 사례를 언급하며 춤은 곧 삶임을, 그러므로 신체를 통제하려는 국가의 편협한 꼼수에 맞서 아침이 밝을 때까지 경쾌하게 춤을 즐기자고 독려하는 글이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춤을 추었다. 인류가 춤에 열광한 것은 본성적인 것의 발로다. 춤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춤이 더러는 저항운동의 한 방식으로 돌출한다. 춤이 민중 봉기의 불씨이기도 했던 것이다. 춤은 ‘체육’이 아니고 ‘범죄의 온상’도 아니며 ‘생활 그 자체’이자 생명의 율동이다. 아타루는 클럽 영업의 규제와 관련해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와 아프리카 원시부족, 일본 헌법까지 끌어들이고 담론의 폭을 춤과 정치, 춤과 종교 쪽으로 넓혀간다. 우리는 어떤 음들에 맞춰 몸짓을 한다. 그게 바로 춤이다. 세상은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차 있고, 그 소리들에 대한 반응으로 몸은 어떤 몸짓들을 드러낸다. 리듬을 타는 모든 신체 동작이 다 춤이라면 걷고, 우물을 길어 나르고, 농사짓고, 사냥을 하고, 아기를 어르고 하는 등등 사람이 취하는 동작에는 다 춤이 들어 있다. 인간은 한시도 쉬지 않고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춤은 살아 있는 자의 일상인 셈이다. 사람은 왜 춤을 추는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춤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본성의 발로다. 춤추는 것은 살아 있음의 기쁨을 표현하는 일이고, 원시사회에서는 태양을, 빛을 맞이하기 위한 제의였던 것이다.

“오늘은 중세 아니 고대부터 줄기차게 투쟁해서 획득한 표현의 자유나 영업권 때문에 대체 몇 명이나 희생당했나를 주제로 이야기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희생을 무시하는 것은 누구에 대한 범죄인가요? 우리에 대한 범죄만은 아닙니다. 이 법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피 흘리고 지혜를 짜낸 인류의 고귀한 역사에 대한 범죄입니다. 생존권을 얻기 위해 3만 5,000명이 죽어야만 했던 사실은 우리 인류에게 치욕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수호하지 않아 사망자가 점점 늘어난다면 치욕은 갈수록 더해만 갈 것입니다. 그런 짓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든, 직업선택의 자유든, 법 권리는 그러한 역사를 짊어지고 쟁취해온 것입니다. 그러니 이 과중한 유산을 물려받고 그저 즐겁게 술 마시고, 아침이 밝을 때까지 밤새 덩실덩실 춤추면서 기쁘게 축하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명예, 인류의 긍지를 수호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요.”(33쪽)

두 번째 꼭지인 ‘어머니의 혀를 거역하고, 다시-번역ㆍ낭만주의ㆍ횔덜린’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번역론으로, 독일 낭만주의와 횔덜린의 예를 들면서 번역에 얽힌 오해와 이해를 폭넓게 다룬다. 아타루에 따르면 어느 나라에나 외부에서 들어온 불순물(외국어)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언어로서의 모국어를 옹호하는 순혈주의자들이 있다. ‘번역 대국’으로 꼽히는 일본에도 ‘순수한 일본어’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생각은 언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어는 살아 있는 것, 즉 생물이므로 모든 언어는 고유하고 독창적인 상태로만 있을 수 없고, 외부적인 것이 유입되어 섞이고 스미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외부적인 것이 섞여 든다고 순수성이 오염되었다는 생각은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번역만이 인류의 보편적인 순수언어에 다가가기 위한 유일한 표현행위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책을 읽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세월 속에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추고 잠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일부러 혹은 무심코 건너뛰고 읽기도 합니다. 꼼꼼하게 사전을 찾으려니 문득 귀찮아서 그만둡니다. 갈피표를 잊어서 읽은 곳을 다시 읽습니다.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서 읽다 만 부분을 찾아서 읽으면 역시 건너뛰고 읽은 탓에 줄거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읽기도 하고, 천천히 읽거나 빨리 읽는 부분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읽는 속도가 다릅니다. 같은 부분도, 여러 번 읽어도, 속도가 다르므로 잘못 읽고 맙니다. 정독해야 할 부분을 대충 읽거나, 속독해야 할 부분을 정독합니다. 그리고 또 잘못 읽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천천히 혹은 빨리 읽어야 한다는 규칙을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저자건 누구건. 무슨 수로. 그럼 어떻게 해야, 무슨 수를 내야 이해할까요? 가능하긴 할까요? /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가능하기에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부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그것은 낭만주의적인 과오입니다. 횔덜린의 말처럼 모어도 외국어도 집일 수는 없으므로 우리말의 안식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잔혹한 사태를 간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결론은 모든 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거짓이지만 모든 책을 이해한다는 말도 거짓입니다. 난해하다고 해서 읽지 않는 것도, 쉽다고 해서 읽는 것도 아닙니다. / 뜻밖의 책을 만날 기회를 잡거나 놓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독서 태도에 달렸습니다. 못 읽겠다고 굴복한 순간 그 습성은 여러분의 신체에 각인됩니다. 그러나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폭풍처럼 순식간에 망각하고 사라질 것입니다.”(89~90쪽)

세 번째 꼭지인 ‘상처 속에서 상처로서 보라, 상처를’은 롤랑 바르트와 디디 위베르만 등을 소환해서 펼쳐나가는 사진론이자 상처와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끊임없는 ‘기억 투쟁’을 통해 극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 글이다. 사진이 일반적으로 정지된 피사체를 찍고 정지 화면을 산출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아타루는 이 관습적 인식을 전면 부정한다. 사진에는 “시간의 착종”이 있고, 그 안에는 “사실로서의 과거”, “불확실한 미지의 미래”, 그리고 현재에 일어나는 모종의 사건들이 한데 뒤엉킨다.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선명하고,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과거의 시간,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한다. 이 되풀이가 가능한 것은 사진이 기억의 항구화이며, 이미 있었던 일과 사람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고, 전쟁, 재해들이 사진으로 기록되고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기억을 반복적으로 환기하는 것이다.
유대인 6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나치 독일의 만행, 수십만 명의 인명 살상을 낳은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자폭탄 투하,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크메르 루즈, 폴 포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와 방사능 피해는 용납되거나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비극이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난다. 이 세계에 사는 일의 이상함과 의문, 곤혹스러움을 낳는 이런 반문명적 비극들은 되풀이하며 진중한 이들의 의식 속에 기억과 망각 사이에 자리 잡는다. 우리를 무력 속에 빠뜨리고 의식과 삶을 붕괴시키는 사태들에 대응하는 창조적인 방식이 바로 ‘상처 속에서 상처를 상처로서 보는’ 것이다. 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해 타인의 트라우마에 관대해지는 것이야말로 트라우마의 연쇄를 끊는 진정으로 희미한 희망이다.

“어떻습니까. 용납되지 않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니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살겠습니까? 이 판국에도 그럴 생각이라면 참으로 순진도 하십니다. 그런 유아적인 발상을 갖고 살아도 용납되지 않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은 일어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또 앞으로도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과 타협할 작정입니까? 어차피 힘 있는 자들의 세상인데 미련하게 사서 고생하느니 속 편하게 안주하는 얼뜨기가 되겠습니까? / 저는 싫습니다. 그러기엔 아직 너무 이릅니다. 기다리고 끝까지 견뎌서 결코 얼뜨기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가시는 길에 오늘 들으신 이 얼뜨기라는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말을 새로이 가슴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여기나 저기나 온통 얼뜨기 천지입니다. 저는 유치한 사람도, 얼뜨기도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군비가 부득이하다는 작자가 얼뜨기입니다. 아직도 원자력발전소가 부득이하다는 작자가 얼뜨기이고 겁쟁이인 것입니다. / 자, 우리는 겁쟁이도 얼뜨기도 아니니 기다립시다. 투쟁만은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승리할 가능성이 요원하다 못해 희박할지라도 기다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플루토늄 반감기가 2만 4,000년이라고? 웃기시네. 인류가 음악을 고안한 지 7만 년이 넘었어. 까짓 7만 년 기다리지 뭐. 노래하면서, 연주하면서, 춤추면서. 인간을 얕보지 마.”
(138~139쪽)

네 번째 꼭지인 ‘이 정온한 도착倒錯에 이르기까지-프랜시스 베이컨을 둘러싸고’는 현대 철학자들이 주목하는 문제적 화가 베이컨의 회화론이다. 베이컨의 독특한 ‘입-신체’ 그림들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중심으로 일본 국립현대미술관 베이컨전 기획자인 호사카 겐지로와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베이컨은 신체를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뭉개지고 비틀린 살덩어리로 표현한다. 가죽이 벗겨진 채 죽은 짐승의 시뻘건 고기로 그려낸 ‘신체들’은 매우 그로데스크하다. 아타루는 베이컨의 “깨물고, 씹고, 빨고, 핥고, 물어뜯어서 피범벅이 된 듯한 그의 작품 속 신체들”, 특히 시뻘건 살덩어리로 뭉개진 입과 입술 그림들을 “성스러운 이성을, 오욕을, 일체의 것을 태연히 포용하는, 이른바 구강적”인 것으로 본다. 아타루는 베이컨이 단순히 신체를 왜곡한 게 아니라 “먹고, 트림하고, 게우고, 욕지거리하고, 맛난 술을 마시고, 애무하고 노래”하는 입을 의도나 가공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하며 그의 ‘날카로운 지성’을 상찬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조금씩 늙고 썩고 있습니다. 한순간도 정지할 수 없습니다. 심장도 뛰고 혈액도 흐르며 모든 기관은 재질과 함께 점점 늙고 썩고 문드러집니다. 살덩이가 붙은 송장屍肉이 됩니다. 무생물이어도 사태는 하등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아시죠. 사진으로 찍은 모습은 정지해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실은 한순간도 정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또한 정지하지 않습니다. 셔터를 눌렀다 떼는 시간, 노출시간이 0이 되는 것은 구조상 말이 안 됩니다. 카메라는 노출시간 동안 지속되는 상태를 찍습니다. 다시 말해 사진이란 시간예술입니다. 정지화면을 찍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진이 정지화면으로 보인다면 부단한 운동의 근원에 있는 현실을 왜곡하고 변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진은 변형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는 어떠한 시각표현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베이컨은 초상화를 그릴 때 면전에서 직접 그리기보다는 사진을 선호해서 다양한 사진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현실을 그대로 찍는 것’과 ‘현실을 변형해서 현실에 접근하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됩니다. 역시나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로운 그의 지성이 느껴지지 않습니까?”(158~159쪽)

다섯 번째 꼭지인 ‘신비에서 기적으로-소설가 이토 세이코의 고난’은 아타루와 공저로 책을 낸 바 있는 이토 세이코에 대한 작가론이다. 아타루는 이토 세이코가 확실히 저평가된 작가라고 강조한 뒤 그의 데뷔작에서 최근작까지를 두루 아우르며 일반 독자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오해하기 쉬운 이토 세이코의 작품세계를 핵심적으로 소개한다. ‘닌텐도 키드’ 세대를 다룬 소설로 미시마 유키오 상과 노마 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은 이토 세이코의 데뷔작 『노 라이프 킹No Life King』 이후 최근작까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말의 힘에 대한 논의가 소설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타루에 의하면 말이 현실을 사는 인간의 생각을, 현실을 바꾼다. 신비에서 기적으로. 이것이 소설가 이토 세이코의 기적이다. 노 라이프 킹(무기왕無機王) 자체가 기적이다. 말들의 세계, 세상을 떠도는 소문과 유언비어들, 이것이 기적을 일으켜 ‘현실’로 변한다. 가상의 것이 현실을 침범하고, 현실을 움직이며 구원이자 파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노 라이프 킹’의 세계다. 노 라이프 킹은 믿기 힘든 악을 행할 수도 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의를 이룰 수 있는 것도 오로지 이 기적뿐이다.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소설가 이토 세이코는 오랜 유배에서 귀환했다. 이미 기술했다시피 재해를 둘러싼 말들이 현실을 왜곡시켜 일말의 구원 가능성마저 차단하려고 할 때였다.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쓴 소설로 아무리 무력하게 끝날지라도 현실에 변화를 주고자 그는 재차 각성했다. 일단은 현실의 인간인 타인을 상대로 즉석에서 한 편씩 차례로 엮고 상대방의 허구를 자신의 허구로 비집고 들어가서 비틀어 재해석하고 각색했다. 이토 씨는 집필을 마칠 때까지 그 상대인 사사키 아타루와의 대담을 거절한다. 하긴 『파도 위의 장수풍뎅이』, 『풍성하게 열린 재』의 작가인 점을 고려하면 허구의 영향력이 미칠 상대가 실재하든 말든 뭐 그리 대수겠는가. 아무튼 21년의 세월이 지나서 돌연 신비를 기적이라고 바꿔 말하는 이야기를 마지막에 두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손가락을 믿습니다.” 손가락을 믿기로 한 것인가? 가능할까.”(205~206쪽)

마지막 여섯 번째 꼭지인 ‘라임스타 우타마루의 위크엔드 셔플’은 일본의 유명한 래퍼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우타마루의 ‘TBS 라디오 프로그램 봄 추천도서 특집’으로 진행된 대담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체르노빌: 금지구역』을 비롯해 사카구치 안고 원작, 곤도 요우코 그림의 『전쟁과 한 여자』라는 만화와 아타루의 신작 소설 『밤을 빨아들여서 밤보다 어두운』이 소개된다. 진지한 이야기들 속에 상큼한 양념처럼 버무려진 명랑하고 귀엽기까지 한 저자의 너스레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사사키: 지금 후쿠시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오염 제거’는 거의 다람쥐 쳇바퀴이며 헛짓입니다. 그것은 이미 체르노빌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역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정든 터전을 빼앗기고 타향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만화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굳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죽는 길을 택합니다. 이 만화를 읽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신 유목민 시대여서 어디든 정붙이고 살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거짓말입니다. ‘그 땅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떠나고 싶지 않지만 강제로 그 땅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전자는 역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 계속 머물러 사는 사람들입니다. 체르노빌 피난구역의 350명이 주민이라면 반대로 강제로 이주해야 했던 사람들은 난민이며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외적 원인이든 내적 원인이든 마음의 문제든 여하간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마지못해 그냥 눌러 살거나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222~223쪽)

목차

머리말 006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 011
어머니의 혀를 거역하고, 다시-번역ㆍ낭만주의ㆍ횔덜린 039
상처 속에서 상처로서 보라, 상처를 097
이 정온한 도착倒錯에 이르기까지-프랜시스 베이컨을 둘러싸고 143
신비에서 기적으로-소설가 이토 세이코의 고난 163
라임스타 우타마루의 위크엔드 셔플 215

추천의 말: 인간을 얕보지 마!-장석주 238

저자소개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작가이자 철학자로 1973년 일본 아오모리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 문학부 사상문화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인문사회연구계 기초문화연구를 전공해 종교학 종교사학 전문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문학박사). 호세이 대학 비상근 강사를 거쳐 현재는 도쿄세이카 대학 인문학부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철학적 저서 『야전과 영원-푸코ㆍ라캉ㆍ르장드르』를 비롯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 치열한 무력을』, 『발걸음을 멈추고』, 『이 나날들을 서로 노래한다』, 『바스러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 등을 발표했으며, 소설작품으로 『구하 전야』, 『행복했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 『Back 2 Back』(이토 세이코와 공저), 『아키코 그대의 제 문제』, 『밤을 빨아들여서 밤보다 어두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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