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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학 개론

통역학 개론

  • 정혜연
  • |
  • 한국문화사
  • |
  • 2015-03-10 출간
  • |
  • 590페이지
  • |
  • 153 X 225 mm
  • |
  • ISBN 978896817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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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필자가 유학시절부터 구상하기 시작해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박사과정 강의를 하면서 완성한 이 책은 통역이론 전반을 골고루 다룬 책. 교육, 기술 관점에서 바라 본 통역, 특수한 언어 현상으로서의 통역, 사회 문화 행위로서의 통역, 또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통역 등을 이론적으로 살펴본다. 융합 학문이 대세로 자리잡은 요즘, 통역과 다른 학문들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것은 통역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개정판에서는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분야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담아 내용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였으며 나아가 한국의 통번역학 연구의 최근 변화상도 반영하였다. 통역에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이 책을 백과사전처럼 사용하신다면 통역 기술이면 기술, 교육이면 교육, 사법통역, 통역 역사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골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정판을 내며]
초판이 나온 지 7년이 흘렀다. 그동안 필자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다시 대전으로 서울로 이사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통번역학계에도 격변이 있었다. 국내외로 통번역 교육 기관이 계속 신설되고, 그에 따라 통역 연구의 저변도 7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확대된 것이다.

지난 7년 간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모두 담기에는 지면도, 필자의 능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필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심리언어학, 신경언어학 분야에 집중하였다. 특히 신경언어학 분야는 챕터를 새로이 쓸 수밖에 없을 만큼 새로운 연구가 넘쳐나다 보니 그 내용을 모두 소개하고픈 욕심을 버리는 것도 힘들었다. 출판사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 ) 새 내용을 담다 보니 책도 다소 두꺼워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고마운 독자들께는 이 책을 백과사전처럼 대하길 바란다는 부탁말씀을 드리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골라 보는 것이다. 융합 학문이 대세인 오늘날 자신의 관심 학문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살펴보는 용도로 사용해주시길 바란다.

그동안 필자 연구에 공동 연구자로, 피험자로 많은 도움을 준 한국외국어대학교, 충남대학교 교수님, 강사님, 학생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늘 필자의 곁을 지켜주고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무한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5년 3월 3일
정혜연


[머리말]
이 책은 통역에 대한 근본적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하는 책이다. 통역의 정면만을 보지 않고, 전면을 모두 살펴보고자 한다.
‘난 영어는 잘 하는데 왜 통역은 안 되지?’, ‘동시통역사 머리엔 뭐가 들었기에 듣고 말하기를 동시에 할 수 있나?’, ‘이 귀찮은 통역 준비, 대신해 줄 좋은 기계 없나?’, ‘어떡하면 좀 더 세련된 말로 매끈하게 통역을 뽑을 수 있을까?’
이러한 일상적 질문들은 ‘통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답을 알아야 기계에게 그 일을 대신 시킬 수도 있고, 더 잘할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다행히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도한 이는 많았다. 그것도 매우 다각적 관점에서. 우선 통역사 출신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이론으로 체계화하였다. 더 객관적 답변에 접근하기 위해 언어학 등 다른 학문연구를 참고하기도 하였다. 한편, 다른 학문의 연구자들도 통역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들 심리언어학자, 신경언어학자, 사회학자들은 각 학문의 관점에서 통역을 조명하며 자학문과 통역학의 지평을 함께 넓혀나갔다.

통역에 대한 고찰이 이처럼 다각적이었던 만큼, 이 책도 통역에 다각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통역학자들의 자체적 고민도 담지만, 심리언어학자, 신경언어학자, 컴퓨터언어학자, 인류학자의 생각도 담고자 한다. 이 학문들은 통역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고 아직 나어린 통역학이 자라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이들과의 연계 관계는 오늘날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이렇듯 통역학을 순수이론과 학제연구 이론으로 나누어 봄으로써 여러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연구방법을 비교해 볼 수도 있고 다른 학문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새로운 영감도 얻을 수 있다. 여러 학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학제연구는 어차피 대세이다.
둘째, 실무와 이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 한다. 통역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논의하면서, 그 고민을 실무에 적용한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통역사의 인지적 언어처리 과정에 대한 연구가 더 효과적 통역 학습법과 통역 기술론으로 승화한 예를 보여주고자 한다.
셋째, 이 책은 여러 통역이론을 단순히 소개하는 대신, 그 이론의 생성 배경, 통역학 역사에서의 위치와 의의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서두에 우선 통역학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이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각 이론의 생성 경위와 의의를 알아본다.

이 책은 이렇듯 통역을 다각적 관점에서 고민해보는 책인 만큼, 우선 통번역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통번역 연구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통역학이라는 학문을 개괄하고 새로운 연구 주제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 통역에 관심이 있는 여러 어문학자와 사회학자, 역사학자, 교육학자, 나아가 신경학자, 컴퓨터 공학자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들은 이 책에서 통역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대학의 교육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부 통번역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통역 교육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이 이 책을 참고해주기를 바래본다.

2004년 초, 필자가 유학에서 돌아온 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을 맡아 강의하며, 함께 읽고 토론할 우리말 교재가 너무나 아쉬웠다. 매번 필요한 원서를 구하는 것도 번거로웠거니와 필요한 원서를 구해 읽더라도 각 이론에 대한 분석을 하기에는 항상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의 저술은 필자에게 강한 소망이자 의무로 다가왔다.
하지만 욕심만 앞서다 보니 결과물이 나온 지금, 아쉬움이 너무 크다. 큰 틀을 정해놓고 논문을 분류하다 보니 구분 기준이 모호한 곳도 있고, 연구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모든 이론을 충분히 고찰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또 급한 마음에 써 내려간 글이라 문체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출판을 앞두고 이 모든 것을 다음으로 미루는 마음은 안타깝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 수정하고 싶다.
그 대신, 내용 한 가지에만은 필자의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햇수로 4년에 거친 집필기간 동안, 다섯 차례 박사과정 수업을 맡아하며 철저하게 책의 내용을 검증하였고, 2~3차례에 거쳐 부분, 혹은 전체 교정작업을 하였다. 텍스트언어학, 신경언어학, 컴퓨터언어학에 대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에게 감수를 맡김으로써 내용의 정확성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각 이론에 대한 필자의 분석에 있어서도 근거없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다양한 선행연구를 비교하여 내용을 검토하였다.
이 책을 출간하는 시점에서도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많이 남아있다. 우선 각 챕터마다 다룬 이론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생각해 볼 문제들을 추가하고 싶다. <기호학>, <사회언어학> 분야의 이론은 보강할 필요가 있다. 또 각 분야별로 한국 연구를 보다 많이 소개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 통번역학 연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챕터를 할애하고 싶다. 이 모든 과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본다.

이 책이 이나마라도 빛을 보게 된 데에는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우선 처음 필자에게 박사과정을 맡겨주시고 흔쾌히 이 책의 감수까지 맡아주신 안인경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원장님, 필자가 고생하던 컴퓨터언어학, 신경언어학 부분 집필에 많은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목포대 최병진 교수님과 외대 인지언어학과 전종섭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의 출간은 한마디로 불가능했다. 또 자료수집과 출판을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한아과의 이인섭 교수님, 외대 통번역연구소 방교영 소장님께도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우리 한독과 식구, 김소연, 이정현, 최경인 선생님, 막내 안미라도 스터디와 번역작업을 통해 필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지난 4년간 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필자에게 소중한 시간을 허락해준 우리 박사과정 학생, 선생님들께도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이분들이 수업과 세미나를 통해 보여준 학문적 열정과 열띤 토론은 이 책에 함께 녹아 들어가 있다. 특히 이 책 자료수집에 많은 도움을 준 원종화, 정연진, 서유경, 김미라, 박소영, 이상빈, 장혜선, 김영주 선생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이 분들은 영어,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각 전공어 자료를 수집해 주셨다. 그 밖에 이 책의 컴퓨터 작업에 도움을 준 모든 분과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맡아주신 한국문화사 담당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올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필자를 도와준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이 책을 바친다. 딸이 책을 쓴다고 무조건 좋아해주신 아버지, 날마다 컴퓨터만 두드리는 딸을 끊임없이 격려해주신 어머니, 통계와 생물학을 가르쳐주고, 컴퓨터 문제도 군소리 없이 해결해 준 고마운 남동생들, 가끔씩 지친 모습을 보이는 필자에게 확실한 즐거움을 선사해 준 언니와 형부, 사랑스런 조카 준협이.
이 모든 사람의 도움으로 나온 책인 만큼, 사람 손을 많이 탔으면 하는 바램이다 : )

2008년 2월 24일
저자 정혜연

책속으로 추가
2 타학문과의 관계

본서의 저술 목적 중 하나는 통역학 발전에 학제연구가 기여한 바를 살펴봄으로써 통역학이 다른 학문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영감, 새로운 연구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통역학의 개개 이론을 살펴보기에 앞서 통역학과 타학문과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그만큼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통역학도 다른 학문과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받는다. 아래에 소개될 의미통번역론(theorie du sens)이나 일반통번역론(Allgemeine Translationstheorie)과 같이 통역에서 자체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론조차 어느 정도는 타학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제연구를 표방하는 통역논문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특정 대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관련 학문이 생겨날 때 그 대상을 연구하는 방식이나 결과를 분석함에 있어 인접 학문의 기존 연구 결과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역사가 짧은 신학문은 이미 학계에서 인정받는 연구방법과 인식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가 학문으로서의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또 이 후 이루어지는 연구에 있어서도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역학과 밀접한 연계관계를 맺는 학문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앞서 통역학 정의에서 언급한 번역학을 제외하고 볼 때 통역학과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학문은 언어학일 것이다. 통역은 언어를 도구로 삼는 언어현상의 하나이다보니 통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통역학에서는 언어학의 기존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70,80년대에 발표되었던 여러 통역모델이 각종 언어 이해모델과 발화모델에 바탕을 둔 것이 좋은 예가 되겠다. 이 이외에도 통역학은 문법론, 통사론 등 소위 순수 언어학을 받아들여 통역언어의 분석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심리, 인지, 신경, 사회 언어학 등의 연구결과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반면, 언어학도 통역학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언어학 측에서는 통역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 언어 능력에 대한 보다 넓은 인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통역학과 언어학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분야로 신경언어학을 들 수 있다. 신경언어학 측이 통역사의 뇌 연구를 통해 인간 뇌 각부의 기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면, 통역학 입장에서는 신경언어학과의 접목을 통해 통역사 인지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쌍방의 기대가 있기 때문에 양 분야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통역학과 언어학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역학 초기, 통역학계에서는 통역학이 언어학과는 별개의 학문이라는 사실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당시 Seleskovitch를 위시한 통역사 출신 학자들은 언어학만으로는 통역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통역학을 언어학의 지류로 간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이들 조차도 언어학과 통역학과의 연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강조한 것은 통역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언어학의 통역연구에서 시도하던 비교언어학적 접근이 부적절하다는 점으로, 언어학 이론 자체가 통역이론과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이 주장한 바는 통역학과 언어학의 흑백 이분론이 아니며, 통역학이 자체의 학문적 기반을 갖춘 독립적 학문으로서 이론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나아가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통역을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타학문과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통역학은 크게 두 갈래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통역에 대한 자체적 호기심에서 발생하여 타학문과의 연계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역학 분야이고, 또 하나는 타학문의 연구결과를 적극 수용하며 학제연구를 표방한 연구방향이다. 말하자면, 전자는 순수 통역이론이고, 후자는 학제연구로서의 통역이론인 셈이다. 물론, 학제연구라고 모두 학제연구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며 순수 통역학이라고 타학문의 연구결과와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두 분야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통역연구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볼 때, 특정 주제가 순수 통역학의 영역에 속하는지, 아니면 학제연구에 포함시켜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통역학 초기, 동시통역을 주제로 이루어진 각종 통역변수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통역변수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동시통역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 중에는 심리언어학적 연구방식을 사용한 연구가 있는가 하면, 언어학적 분석없이 통역 결과물을 통계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분석을 시도한 연구도 있다. 즉, 통역변수 연구는 자체적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순수 통역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심리언어학적 연구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심리언어학과의 학제연구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순수 통역학과 학제연구 통역학, 두 분야는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구분이 쉽지 않지만 본서에서는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양 영역의 구분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는 통역학을 학제연구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본서의 저술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 이 두 분야의 분류기준에 대해서는 각각 <순수 통역학>,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 장의 서문에서 밝히기로 한다.

통역학을 학제연구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때, 통역학과 지속적 연계가 이루어진 학문에는 순수 언어학 이외에도 언어학의 지류인 심리언어학, 신경언어학 등의 분야가 있다. 이 중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텍스트언어학은 일찌감치 통역연구에 접목된 바 있다. 통역의 원리를 밝히는 데에는 통역사의 인지 과정에 대한 고찰과 통역 결과물인 텍스트에 대한 연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신경언어학, 사회언어학, 컴퓨터언어학 등과의 연계 역시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 중 신경언어학의 경우, 통역학계의 자연과학적 호기심 및 전문지식의 부족으로 오랫동안 학제연구가 실현되지 못하다가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을 중심으로 의과대와의 합동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합동연구가 가능해졌다. 컴퓨터언어학은 기계번역 연구가 시작되던 1950년대부터 번역분야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으나, 이것이 통역과 접목되어 기계통역 기기 등의 개발로 연결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한편, 사회언어학과 통역학의 연계연구는 통역학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을 갖는다. 1990년대 무렵, 통번역학계는 그 때까지의 주요 연구대상이었던 언어에서 시야를 넓혀 통역의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통역사의 언어 이해와 발화 등을 연구하던 통역학은 이를 계기로 통역 언어에 담겨 있는 사회와 문화의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것이 통역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통역학 전반기에 언어학이 학제연구의 대세를 이루었다면 그 이후에는 사회학, 문화학과의 학제연구가 활발한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1990년대에 통번역학계에 소위 <문화로의 전환(cultural turn-문화로의 주제변화)>라고 불리우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통역학계는 사회학과 문화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통역학계에 새로운 연구과제로 떠오르게 되었고,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사회통역 등이 새롭게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통역의 문화, 사회적 측면을 조명한 연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사회학, 문화학적 연구는 그 때까지의 통역학내 언어학의 위치를 대체한다고 할 정도의 큰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이들 연구는 번역학계로부터 시작되어 번역형태 및 번역사의 지위 변화에도 구체적 영향을 미쳤고, 통역분야에서는 통역사의 기능을 연구함으로써 통번역학계 전반에 가시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언어학(과 그 지류 학문)과 사회학(및 문화학)은 통역학 연계학문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학제연구는 보통 통역사, 통역학자가 타학문 연구를 수용하거나 혹은 타학문 연구자가 통역학 연구를 참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때로는 양 측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들 연구를 살펴보면, 통역을 주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를 각 학문의 시각에서 다각적으로 조망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통역학은 이러한 학제연구를 통해 과거 통역기술, 통역교육 등 실질적 문제에 한정되었던 시야를 넓힐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들 학문으로부터 다양한 연구방식(심리언어학의 각종 테스트 방식, 사회학의 설문, 면접실험 방식 등)을 도입함으로써 연구의 체계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통역이 인간의 기본적 언어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는 점에서 통역학과 연계 가능한 학문은 아직도 많다. 우선 사회학, 문화학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인류학과 인류학의 연구방식에서 발전한 민족지학이 있다. 인류학은 각종 문화와 사회, 그 안의 인간생활, 사고양식을 연구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족지학은 그 사회, 문화의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문화, 다사회의 담화인 통역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실제로 이 분야의 학제연구를 표방한 논문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제4장. VIII. 참조). 또 통역학 내 언어에 대한 관심을 보다 확대해 볼 때 기호학과의 접목도 보다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통역상황에서 사용되는 각종 시각자료, 통역 참가자의 비언어적 기호 등이 일차적 연구대상이 될 수 있으며 통역언어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기호를 전제하는 수화통역 역시도 좋은 연구주제가 될 수 있다. 교육학 역시 통역학에 새로운 연구주제를 던져줄 수 있다. 통역학 내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통역교육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들은 언어습득론이나 교육방법론 등의 기존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역사, 교육철학, 교육행정, 교육방법론 등 교육학의 연구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교육학과의 학제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 최근 통역학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통역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려할 때, 역사학도 통역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통역 역사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대부분 역사적 사실 기술에 치중하면서 역사적 관점이나 기술방식 등에 대해서는 깊은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 기술상의 단점은 역사학과의 학제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문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철학도 통역학의 영역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 철학이라는 추상적 학문과 통역학이라는 실질적 학문 간의 연계가 언뜻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나, 철학을 현상의 근본에 대한 고찰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철학은 통역이란 현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새로운 단초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통역이란 어떠한 것인가라는 통역의 정의 문제부터 통역사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통역사의 정체성, 역할, 윤리의 문제, 이러한 문제들은 현상의 근본을 고찰하는 철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22 그 이외에도 통계학과의 접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언어학의 지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코퍼스언어학은 통계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통번역학은 이렇듯 통계를 이용해 구축한 코퍼스를 번역 및 통역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통계학의 연구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실험 연구의 타당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 통계학 역시 끊임없이 발전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구방법이 개발되고 있고 통역학은 이러한 통계학의 신 연구방식을 받아들여 통역연구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통역학과 타학문과의 연계성을 위의 그림으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서 통역학의 영역은 중앙의 큰 타원으로 표시되어 언어학류와 사회학류의 큰 두 학문 사이에 걸쳐있다. 이러한 통역학 타원의 중앙에는 통역이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제3장. I. 1, 2. 참조)이 위치하고 있고, 이 두 이론을 가로지르는 위치에 통역 기술론 등의 실무이론이 존재한다. 이렇듯 두 이론이 실무이론과 넓은 영역을 공유하는 것은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이 비록 원칙을 고찰하는 이론이지만, 통역교육, 통역기술 등 실무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 두 영역도 가운데 작은 교집합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이론의 공통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의미통번역론이 일반통번역론에서 중시하는 통역상황을 <문맥>이라는 개념으로 다루었다는 점, 일반통번역론 역시도 의미통번역론의 주요 주제인 통번역의 언어처리 과정을 <응집성>이라는 개념에 담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 그리고 실무이론 바깥 쪽에는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기타 통역이론)과 그렇지 않은 영역(색칠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 중 후자는 통역사 연구(통역사 긴장감, 스트레스 연구 등), 통역 역사론, 통역유형론, 통역 정의론, 통역변수 연구(발화속도, 청성시차 연구 등) 등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이들 연구는 통역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고 특별히 인접학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순수 통역학 범주에 속하며 통역실무와는 직접적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가 순수 통역학의 범주를 보여준다면, 통역학 타원의 위와 아래 영역, 즉 언어학류, 사회학류 학문과의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은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 영역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언어학류과의 학제연구가 사회학류의 그것보다 양적으로 많았으나, 최근 사회학류와의 학제연구가 눈에 띄게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본서에서는 두 영역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통역학과 기타 학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왔다. 통역학은 통역학보다 역사가 깊은 학문들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론을 쌓아왔으며, 타학문은 통역학에서 얻은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던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의 발달을 살펴보고 통역학과 각 학문분야가 갖는 관계를 분야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목차

개정판을 내며
머리말
이론 그리고 실제

Part 01 통역학
I . 통역학이란
1. 정의와 범주
2. 타학문과의 관계

Part 02 통역학 역사
Part 03 순수 통역학
I. 통역이론의 양대 산맥
1. 의미통번역론(théorie du sens)
2. 일반통번역론(Allgemeine Translationstheorie)
3.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의 비교
II. 다양한 통역이론
1. 통역 정의론
2. 통역 유형론
3. 통역상황의 변수
4. 통역 기술론
5. 통역사
6. 통역 교수법 및 통역학 교수법
7. 통역역사 연구
<참고 1> 지역사회통역(Community interpreting)
1. 정의 및 용어
2. 지역별 역사 및 현황
3. 종류
4. 문제점 및 향후 전망
5. 학술연구
<참고 2> 수화통역(Sign Language Interpreting)
1. 수화와 수화통역
2. 지역별 역사와 현황
3. 문제점
4. 학술연구

Part 04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
I. 순수 언어학
1. 순수 언어학이란
2. 통(번)역학과 순수 언어학
II. 텍스트언어학
1. 텍스트언어학이란
2. 통(번)역학과 텍스트언어학
3. 통역물 평가
III.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1. 심리언어학이란, 인지언어학이란
2. 통역학과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3. 심리언어학 및 인지언어학적 통역모델
IV. 신경언어학
1. 신경언어학이란
2. 신경언어학의 연구방법
3. 신경언어학적 연구
4. 통역학과 신경언어학
V. 컴퓨터언어학
1. 컴퓨터언어학이란
2. 컴퓨터와 언어, 그리고 통번역
3. 심리, 인지언어학-신경언어학-컴퓨터언어학
VI. 사회언어학
1. 사회언어학이란
2. 통(번)역학과 사회언어학
VII. 기호학
1. 기호학이란
2. 통(번)역학과 기호학
VIII. 사회학, 문화학
1. 사회학이란, 문화학이란
2. 통(번)역학과 사회학, 문화학
3. 사회학-사회언어학-문화학-인류학-민족지학-그리고 철학

Part 05 한국의 통번역 연구

참고문헌
부록 (전세계 통번역 교육기관 / 간행물 / 직업연맹 인터넷 주소)
인명색인
용어색인

저자소개

저자 정혜연 Chung, Hye-yeon은
한국외대 독일어교육과 졸업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독과 졸업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언어학/통역학 박사
국제회의 통역/번역사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조교수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독과 부교수

저서
역서

도서소개

『통역학 개론』이번 개정판에서는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분야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담아 내용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였으며 나아가 한국의 통번역학 연구의 최근 변화상도 반영하였다. 통역에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이 책을 백과사전처럼 사용하신다면 통역 기술이면 기술, 교육이면 교육, 사법통역, 통역 역사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골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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