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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문학 속의 정과 욕

중국고전문학 속의 정과 욕

  • 최병규
  • |
  • 한국문화사
  • |
  • 2014-12-31 출간
  • |
  • 396페이지
  • |
  • 150 X 225 X 20 mm /639g
  • |
  • ISBN 978896817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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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서문

중국고전문학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서정성이라면 情은 바로 중국고전문학의 핵심내용이 된다. 중국고전문학에서 말하는 정은 매우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시의 본질과 정의를 논함에 있어 ‘詩言志’와 더불어 ‘詩緣情’이란 말을 사용하였으며, 이로부터 情은 위진남북조시대 劉勰을 비롯한 중국문학 비평가들의 주요 논의의 대상이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철학에 있어서도 情은 性, 心, 欲 등과 함께 선진시대 이후 철학 연구의 주요 명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선진시대부터 등장한 情에 대한 담론을 통해 필자는 그동안 중국문학 속에 나타난 정의 원초적 함의를 파악하고자 줄곧 노력하여 왔으며, 이런 정의 함의가 시대를 거치는 동안 어떻게 수용되고 발전변화하게 되는가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를테면 선진시대 사람들은 정을 대개 ‘진실’이나 사람이 지닌 ‘순수한 본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양한시대로 접어들면서 정은 이젠 欲과 점점 동등시되면서 정욕이란 말로 변화하게 되어 이젠 사람들의 경계대상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 후 이런 정의 함의와 수용은 위진남북조시대와 明淸의 교체기에 이르면 다시 정이 인간이 지닌 가장 고귀한 감성으로 간주되어 그 어떤 도덕적 가치 보다 중시되게 되면서 정을 중시하는 중국문학의 독특한 현상을 낳게 하였다.
따라서 중국고전문학 속의 정은 바로 중국문학의 핵심이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뿌리 깊은 유가사상으로 인해 문학이 傳統과 擬古에 집착한 나머지 침체되고 생기를 잃을 때에도 언제나 정이 부활되어 중국문학의 낭만과 풍류정신을 이어갔다. 중국고전문학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唐詩나 宋詞, 그리고 明淸小說 등도 모두 정의 소산물이다. 즉, 중국시의 典範이라고 할 수 있는 性靈이 넘치는 당시와 송대 문학의 주류인 정열적인 宋詞, 그리고 명청시대 문인들의 낭만과 이상을 반영한 명청소설 등은 모두 당시 문인들의 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송시에 비해 당시가 더 사랑스러운 것은 당시가 더 정이 풍부한 까닭이고, 송사의 매력은 남녀 간의 순수한 정을 그 어떤 중국문학의 장르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노래한 때문이며, 명청소설의 위대함은 명청문인들의 깊은 정과 꿈이 잘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적인 순수한 정의 세계를 중국고전문학에서는 ‘眞情’ 내지는 ‘癡情’이라고 일컫는다.
진정은 거짓이 없는 순수하고 진솔한 정을 말하며, 치정은 진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바보스러울 만큼 지극히 순수한 정의 경지를 일컫는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치정’이란 말을 대체로 남녀 간의 변태적인 정의 한 형태로 간주하지만 이는 중국고전문학의 세계에서 말하는 치정의 함의를 제대로 잘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다. 중국고전문학에서 중시하는 치정의 세계란 인간과 삶의 한 중요한 경지인데, 중국고전문학의 세계는 이런 진정과 치정의 경지를 매우 잘 반영하고 있다. 일찍이 莊子가 차별이 없는 순박하고 진실한 본래의 모습을 정이라고 하며 이런 진실한 본연의 정인 진정을 되찾을 것을 역설한 이래로 가식과 위선을 혐오하며 진정의 삶과 문학을 실천한 도연명, 그리고 유가적 명교와 예법을 무시하며 치정적인 광방한 인생을 살다간 위진문인들의 삶과 문학을 비롯하여 明淸之間에 정으로써 예교에 반발한 수많은 ‘言情大師’들의 문학들이 모두 중국고전문학 속의 진정과 치정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진정과 치정의 세계는 유가적 예법사회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인위와 허식을 지양한 인간이 지닌 진실하고 순수한 정의 세계를 의미한다.

정을 논함에 있어 배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欲이다. 흔히 두 낱말이 붙은 욕정이라는 말을 우리가 자주 쓰듯 정과 욕은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남녀 간의 정을 얘기할 때에는 정과 욕을 분리하기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서양과는 달리 남녀 간의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욕망을 분리함에 전통적으로 익숙하지 못한 중국인들에겐 더욱 그러하였다. 중국고전문학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남녀 간의 정을 논함에 있어 육체적인 사랑인 욕은 자연히 수반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를테면 명청문학에서 문인들이 흔히 부르짖던 남녀 간의 지극히 순수하고 열정적인 정도 욕정을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청시대 소설을 중심으로 한 중국고전문학의 세계에서도 남녀 간의 성을 초월한 우정이나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욕망을 구분한 차원 높은 양성관계를 제시하기도 하였으니 이는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이 특히 주목하여야 할 부분이다.
그 외, 욕을 바탕으로 한 성의식 또한 중국고전문학의 세계에서 흔히 다루어지지 못한 분야이다. 중국고전문학은 유가적 예교의 영향으로 양성간의 성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를 전통적으로 기피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중국 최초의 색정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선굴>과 같은 작품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에서 실전되고 그 후 천여 년이란 세월이 지나 이웃나라 일본에서 비로소 그 판본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신과 정진탁 등도 지적하였듯이 이 소설은 장구한 중국 성애소설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남녀 간의 성애를 대단히 아름답게 묘사한 중국 최초의 소설이다. 따라서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제시한 <유선굴> 등의 성애 묘사에 대한 고찰은 당대 문학 속의 성애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송원명청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중국의 수많은 색정소설들의 성애묘사에 대한 그 어떤 연계성을 파악하는 단서로써 제공될 수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필자가 그간 중국 명청소설을 위주로 중국고전문학 전반에 걸쳐 반영된 정과 욕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집필하여 발표한 원고들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아 정리한 저술이다. 그리하여 본 저술에서는 중국 선진시대부터 시작하여 양한시대, 위진남북조시대, 당대, 송대, 명대, 청대에 이르기까지 각 조대별 중국고전문학과 중국고전소설에 반영된 정과 욕의 세계에 대해 주요 작품들과 그에 관한 핵심적 문제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저술이 중국고전문학 속의 정과 욕에 관한 수많은 작품들과 그에 관한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모두 다루었다고는 물론 볼 수가 없다. 그것은 본 저술이 필자가 그간 적지 않은 세월을 통해 흥미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연구한 ≪홍루몽≫, ≪삼언≫, ≪요재지이≫ 등과 같은 명청소설 속 몇몇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비교적 많은 필묵을 할애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책이 그간 필자가 자신의 시각에서 비롯된 동일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꾸준히 수행한 연구의 한 결정체임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모쪼록 이 한 권의 저서가 중국고전문학 속의 정을 고찰하는 학계의 많은 이들의 연구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14년 10월
安東 籬東居에서

책속으로 추가
1. 선진 유가문헌에 나타난 정의 함의

선진 儒家 문헌 가운데 情이란 말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尚書≫이다.
≪尚書・康誥≫에서는 “하늘의 威嚴과 誠心은 民情을 통해 알 수가 있다.(天畏棐忱, 民情大可見.)6)6) 清・孫星衍注疏, ≪尚書今古文注疏≫, 臺灣: 商務印書館, 1970, 268쪽.
”라고 했는데, 여기서의 ‘정’은 ≪尚書正義≫에 의하면 ‘人情”으로 해석되었고7)7) “正義曰人情所以大可見者以小人難安爲可見故須安之.”-李顯才, ≪十三經注䟽≫, 臺灣: 藝文印書館, 202쪽.
, ‘백성의 진실한 마음’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尚書・禹夏書・大禹謨≫에서도 말하길, “오직 덕으로 하늘을 감동시킨다.(惟德動天8)8) 江灝, 錢宗武 譯注, ≪今古文尙書全譯≫, 貴陽: 貴州人民出版社, 2009, 30쪽.
)”라고 하였는데, ≪상서≫에서의 덕은 ≪禹夏書・皋陶謨≫에서의 九德과 연관시킬 수 있으며, 孫星衍의 疏에 의하면 소위 ‘九德’이란 “관대하면서도 차갑고(寬而栗), 부드러우면서도 꼿꼿하고(柔而立), 성실하면서도 공경스럽고(願而恭), 다능하면서도 신중하고(亂而敬), 순종하면서도 과감하고(擾而毅), 곧으면서도 부드럽고(直而溫), 간소하면서도 검약하고(簡而廉), 剛正하면서도 속이 차고(剛而塞), 완강하면서도 선하다(強而義)”로 “이들은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서로 相生하여, 오행이 서로 生克하는 이치이니 聖人이 음양의 理致를 내세워서 性情의 학문을 다스리는 것이다.”9)9) “寬綽近緩而能堅栗, 柔順近弱而能對立, 願愨無文而能謙恭, 治事多能而能敬慎, 馴擾可狎而能果毅, 梗直不撓而能溫克, 簡大似放而能廉約, 剛者內荏而能充實, 發強有爲而能良善, 此似相反而實相成, 五行生克之用, 聖人發陰陽以治性情之學也.”-清・孫星衍注疏, ≪尚書今古文注疏≫ (上), 中華書局, 80쪽.
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손성연은 ≪상서≫에서의 덕에 대한 해석을 통해 ≪상서≫가 ‘性情’의 학문을 다스리는 것으로 풀이하였다. 이 점은 ≪尚書・皋陶謨≫에서 “하늘의 뜻이 民意에서 나오고, 하늘의 권위도 民威에서 나온다(天聰明, 自我民聰明;天明畏, 自我民明畏.10)10) 江灝, 같은 책, 36쪽.
)”는 말을 생각하면 ‘천’은 바로 ‘백성’과 같은 의미가 된다. 따라서 “오직 덕으로 하늘을 감동시킨다.(惟德動天)”라는 말은 仁義의 덕과 性情의 진실함으로 민심을 얻고 민심을 감동시킨다는 의미이다. 이는 결국 정으로 백성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는 위의 ≪尚書・康誥≫에서의 논조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시대 유가문헌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상서≫에 나타난 정에 대한 중시는 선진유가 사상이 전통적으로 얼마나 정을 중시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례이다.
그렇다면 ≪상서≫에 이어 선진시대 유교의 문사철을 대표하는 기본 텍스트, 즉 문학에서의 ≪시경≫과 사학에서의 ≪춘추좌전≫, 그리고 철학에서의 ≪논어≫, ≪맹자≫, ≪순자≫ 등의 작품들에 나타난 정의 함의에 대해 알아보자. 주지하다시피 ≪시경≫은 국풍을 중심으로 한 서정시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경≫에 나타난 ‘情’ 字는 유일하게도 국풍 속의 ≪陳風・宛丘≫에서만 보이는데 그 문장을 보면,

“그대(巫女를 말함.)는 늘상 방탕하여 완구 위에서 놀더구나. 情이야 진정 알아 주리만 禮 없으니 바랄게 뭐람.”11)11) 宋貞姬, ≪詩經≫, 명지대학교 출판부, 1996, 160쪽. “子之蕩兮, 宛丘之上兮, 洵有情兮, 而無望兮”(裵普賢, ≪詩經評註讀本≫, 臺灣: 三民書局, 1990, 477쪽.) 여기서 “洵有情兮, 而無望兮”에 대한 번역은 본문에서 지적한대로 크게 두 가지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송정희의 번역은 주희를 따르면서도 잘 절충한 번역에 해당한다.


이 시는 시도 때도 없이 가무를 즐기는 여인의 자태를 노래한 작품인데 여기서의 여성은 신의 강림을 기원하는 무녀로 보는 것은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지만 문제가 되는 단락은 바로 “洵有情兮, 而無望兮”의 해석에 있다. 이 구절에 대한 역대학자들의 해석은 크게 무녀를 풍자하느냐 애모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를 대표하는 朱熹의 해석에 의하면 “실로 정이 있어 즐길만하지만 우러러볼 위엄이 없네.”라고 하였으며, 이를 이어받은 周振甫도 “실로 열정은 있지만 聲望은 없네.”라고 번역하였다. 이에 반해 余冠英을 대표로 하는 후자의 해석에 의하면 “(무녀를 사모하는) 나의 정은 깊지만 그것을 단념하도다.”라고 번역하였다.12)12) 邱碩, <“洵有情兮, 而無望兮” 釋義-兼論陳國巫風及女巫的婚戀生活> -華東師範大學 民俗學 06級. 
여하튼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 단락에 나오는 “洵有情兮” 속의 ‘情’이라는 용어에 대해 주희를 비롯한 시경 학자들의 해석이다. 선진시대의 ‘정’의 함의는 거의가 ‘情實’의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시경 ≪陳風・宛丘≫에서의 정은 현재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정감의 의미를 담은 ‘열정’ 내지는 ‘정’이란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이어 ≪춘추좌전≫ 속에서 정은 14군데13)13) 1. 정황이나 실정의 의미
*對曰:“僑如之情, 子必聞之矣.” ≪成公十六年≫
*範宣子告析文子, 曰:“吾知子, 敢匿情乎?” ≪襄公十八年≫
*對曰:“夫子之家事治, 言於晉國無隱情, 其祝史陳信於鬼神, 無愧辭.” ≪襄公二十七年≫
*穆叔告大夫曰:“楚令尹將有大事, 子蕩將與焉, 助之匿其情矣.” ≪襄公三十年≫
*(觀起之子) 以蔡公之命召子幹,子皙.及郊而告之情, 強與之盟, 入襲蔡. ≪昭公十三年≫
*(鄭遊吉) 對曰:“…大國之惠, 亦慶其加, 而不討其乏, 明底其情, 取備而已, 以爲禮也.” ≪昭公三十年≫
*叔孫輒對曰:“魯有名而無情, 伐之必得志焉.” ≪哀公八年≫
*齊悼公之來也, 季康子以其妹妻之, 即位而逆之. 季魴侯通焉, 女言其情, 弗敢與也. ≪哀公八年≫
*宋殺皇瑗. 公聞其情, 複皇氏之族, 使皇緩爲右師. ≪哀公十八年≫
2. 마음속의 진심이나 정성의 의미
*公曰:“小大之獄, 雖不能察, 必以情.” ≪莊公十年≫
*(楚子) 曰:“無從晉師! 晉侯在外十九年矣, 而果得晉國. 險阻艱難, 備嘗之矣, 民之情偽, 盡知之矣.” ≪僖公二十八年≫
*史佚有言曰:“兄弟致美. 救乏, 賀善, 弔災, 祭敬, 喪哀, 情雖不同, 毋絕其愛, 親之道也.” ≪文公十五年≫
*叔魚見季孫曰:“昔鮒也得罪於晉君, 自歸於魯君, 微武子之賜, 不至於今. 雖獲歸骨於 晉, 猶子則肉之, 敢不盡情?” ≪昭公十三年≫
*趙武曰:“夫子之家事治, 竭情無私.” ≪昭公二十年≫
나 꽤 많이 등장하지만 그 함의는 정감의 의미가 아니라 다음의 두 가지로 귀결되는데, 하나는 정황이나 진실의 의미이고 또 하나는 마음속의 진심이나 정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 첫 번째 의미의 예를 들면,

“범선자가 제나라 대부인 석문자에게 말하길, 나는 당신을 잘 아니 감히 實情을 속일 수 있겠소?”14)14) “範宣子告析文子, 曰:吾知子, 敢匿情乎?”-秦同培 註釋, ≪左傳精華≫, 臺灣: 大夏出版社, 1989, 152쪽.
≪襄公十八年≫

그리고 두 번째의 예인 마음 속의 진심이나 정성의 의미로 사용된 그 대표적인 예문을 하나 보면 다음과 같다.

“초자가 말하길, ‘진나라와는 전쟁을 하지 말라. 진후가 바깥으로 도피한 것이 이미 19년이나 되었지만 진나라를 얻었다. 그 온갖 험난함과 어려움을 이미 겪었으니 생각이 견고할 것이며, 인민들의 진심이나 거짓들에 대해 모두 낱낱이 알 것이리라.’”15)15) “(楚子) 曰:無從晉師! 晉侯在外十九年矣, 而果得晉國. 險阻艱難, 備嘗之矣, 民之情偽, 盡知之矣.” -상동서, 55쪽.
≪僖公二十八年≫

이어서 ≪論語≫ 中에도 ‘정’이 두 번 出現하는데 그 사례를 보면,

“증자가 말하길, 위에서 正道를 잃으면 그 백성들은 이미 마음과 덕이 떠나갈 것이요. 만약 당신이 그 정황을 알게 되면 그들을 연민해야하며 득의양양해서는 안 되오.”16)16) “曾子曰: 上失其道, 民散久矣, 如得其情則哀矜而勿喜.”-楊伯峻 譯注, 이장우, 박종연 한역, ≪論語譯注≫, 중문출판사, 1997, 195쪽~196쪽.
≪論語・子張≫
“위에서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공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고, 위에서 의리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수가 없고, 위에서 믿음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17)17) “上好禮則民莫敢不敬, 上好義則民莫敢不服, 上好信則民莫敢不用情.”- 상동서, 236쪽. 楊伯峻의 ≪論語譯注≫에서는 이 구절에 대해 “통치자가 예절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존경하지 않을 리 없고, 통치자의 행위가 정당하면 백성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리 없으며, 통치자가 성실하고 신의를 중시하면 백성들이 감히 진실한 말을 하지 않을 리 없다.”라고 번역하였다.
≪論語・子路≫

위의 자장편에서 말하는 정의 함의는 ‘情況’의 의미로 자연적 본래상태를 말하며 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자로편에서 말하는 정의 함의는 孔安國에 의하면 情實의 의미18)18) “孔曰情情實也言民化於上各以實應也.”-같은 책, ≪十三經注䟽≫, 116쪽.
로 풀이되어 내면적인 정감을 가리키는 ‘性情’의 ‘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내용을 음미하면 위 ≪尚書≫에서 말하는 덕으로써 백성들의 진정, 즉 진실한 마음을 얻어내는 것과 같은 논조임을 알 수 있고, 이는 사실 정감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뿐 아니라 朱熹도 이를 誠實로 해석하고 있어19)19) “情誠實也”-朱熹, ≪四書集注≫, 臺灣: 世界書局, 1979, 88쪽.
진실한 마음의 의미를 담고 있음이 확실하다. ≪論語≫에서는 ‘정’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자가 정을 중시하지 않았음이 아님은 물론이다. 공자가 중시하는 인의 바탕은 바로 親愛의 情이라고 할 수가 있으며, 공자는 사람은 반드시 진실한 성정과 감성을 지녀야 함을 중시하였고20)20) ≪里仁≫ 편에서는 “오직 어진 자만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惟仁者, 能好人能惡人)”라고 한 것을 보면 공자는 그 사람됨이 매우 진솔한 정감을 중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그것이 바로 그가 그렇게도 중시하는 인의 기초였음21)21) “孔丘認爲, 人必須有真性情, 有真情實感. 這就是 ‘仁’ 的主要基礎.”-馮友蘭, ≪中國哲學史新編≫ 第1冊, 北京: 人民出版社, 1982, 131쪽.
을 생각한다면 공자의 정에 대한 중시는 설명하지 않아도 미루어 추측할 수가 있다. 그가 제자 안연이 죽었을 때에 통곡을 한 것22)22) “顏淵死, 子哭之慟.”- <先進>, 같은 책, ≪論語譯注≫, 206쪽.
을 보더라도 그는 진실한 정을 지닌 위인임을 느낄 수가 있다.
≪맹자≫에도 정이 여러 번 출현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무릇 사물이 가지런하지 않음은 사물의 본래의 모습이다.”23)23) “夫物之不齊, 物之情也”-李翰文, ≪文白對照十三經, 論語孟子≫, 北京: 九州出版社, 2001, 81쪽.
≪孟子・滕文公上≫
“그러므로 명성이 실제 상황을 넘어서는 것을 군자는 부끄럽게 여긴다.”24)24) “故聲聞過情, 君子恥之.”-상동서, 126쪽.
≪孟子・離婁下≫

以上 인용문에서와 같이 맹자에 나타난 ‘정’의 함의도 논어에서와 같이 대부분이 ‘情實’의 의미로 사물의 眞相이나 情理를 지칭하고 있었으며, 나아가서는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의미하였음이 전부였으니, 이는 기타 선진시대 문헌들에 나타난 정의 함의에서도 거의 대동하였다.25)25) 사실 先秦時期 諸子百家의 문헌들을 펼쳐보면 ‘정’은 거의 대부분이 ‘質實’ 내지는 ‘情實’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尺寸尋丈者, 所以得長短之情也.” ≪管子・立政≫, “循名而督實, 按實而定名. 名實相生, 反相爲情.” ≪管子・九守≫, “無問其名, 無窺其情, 勿固自生.” ≪莊子・在宥≫, “禮樂之情同, 故明王以相沿也.” ≪禮記・樂記≫, “虛靜無爲, 道之情也;參伍比物, 事之形也.” ≪韓非子・楊搉≫, “小大之獄, 雖不能察, 必以情” ≪左傳≫ 莊公十年, “民之情偽, 盡知之矣” ≪左傳≫ 僖公二十八年, “魯有名而無情” ≪左傳≫ 哀公八年, “餘聽獄雖不能察, 必以情斷之” ≪國語・魯語上≫. 以上의 ‘情’들은 모두가 사물이나 사정의 真實한 情況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맹자의 다음 문장에 나타난 정의 함의에 대한 해석이다.

“사람의 성정은(혹은 천성적인 자질은) 선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래서 선하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에 선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재질 탓이 아니니라.”26)26) “乃若其情, 則可以爲善矣, 乃所謂善也. 若夫爲不善, 非才之罪也”-範善均 譯解, ≪맹자≫, 서울: 혜원출판사, 2002, 401쪽.
≪孟子・告子上≫

여기서 “乃若其情”에서의 ‘정’에 대한 해석은 지금까지 우리가 말하는 감정이나 정감으로서의 정이 아니라 ‘實情’의 의미로 해석되어 왔음이 사실이다.27)27) 楊祖漢, ≪儒家的心學傳統≫, 台北: 文津出版社, 1992, 70쪽.
따라서 사람이나 性의 본래의 모습이라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며, 이를 의역하면 사람의 천성적인 자질 내지는 성정의 의미로 번역될 수가 있다. 그러나 근년에 출토된 郭店楚簡을 통해서도 증명이 되었듯이 선진시대에 이미 정이란 용어가 정감의 의미로 광범위하게 널리 사용되었으며 따라서 맹자 “乃若其情”에서의 ‘정’의 함의도 정감의 의미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28)28) 蒙培元, ≪情感與理性≫,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02, 38쪽~44쪽.
사실 선진시대의 情은 性과 확연한 구별이 없이 종종 통용되었기에 어떻게 사용되었든 간에 해석상의 큰 차이는 없다고 하겠다. 맹자에 출현한 정이란 용어의 횟수는 매우 적지만 정에 대한 맹자의 관점은 그가 주장한 性善說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그는 사람의 자연적 정감을 중시하고, 그 타고난 정감 속에는 도덕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그가 주장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은 공자가 말한 본성은 서로 가깝다(性相近)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선천적으로 도덕성을 지니고 있는 인간의 정을 긍정적으로 인정함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들이 그 어버이를 사랑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없고, 아이들이 크면 그 형을 공경하지 않는 아이들이 없다. 부모를 부모로 받드는 것은 인이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의이다.”29)29) “孩提之童無不知愛其親者,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也. 親親, 仁也;敬長, 義也.” -같은 책, ≪맹자≫, 475쪽.
(孟子盡心上)
“측은해하는 마음이 곧 인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곧 의이고; 공경하는 마음이 곧 예이고; 옳고 그런 것을 가리는 마음이 곧 지이다.”30)30) “惻隱之心, 仁也. 羞惡之心, 義也. 恭敬之心, 禮也. 是非之心, 智也.”-상동서, 401쪽.
(孟子告子上)

즉, 맹자는 아이들이 부모와 형을 따르는 것이 후천적으로 배워서라기보다는 선천적으로 그런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으며, 측은해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공경하거나 시비를 가리는 마음 등도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정감 속에 본래 그것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청대의 소학자이자 훈고학자인 戴震은 “측은지심”, “수오지심” 등의 ‘심’은 말 그대로 ‘심’이라 정과 별개의 것으로 해석하였지만31)31) 이는 이미 宋儒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張載와 朱熹 등과 같은 송유는 心을 性情을 통괄하는 존재로 보았다. 즉, 性은 발현되지 않은 것이고, 情은 발현된 것이며, 心은 발현되지 않은 것과 발현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사실 정, 즉 정감이란 다름 아닌 심리의 반응임을 생각할 때 정과 심을 칼로 자른 듯 확연히 분리함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여하튼 맹자는 인간의 자연적 정감 속에 인의도덕의 기초가 되는 도덕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역설함으로써 정의 가치를 매우 높이 평가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공자와 맹자를 이어 유가를 계승한 荀子에 이르면 ‘정’이란 말이 120회나 대단히 자주 사용32)32) 楊明剛 等, ≪理論界≫, 沈陽: 理論界雜志編輯部, 2008年 第5期, 178쪽.
되었는데, 위에서 거론한 ‘情實’과 진실, 그리고 진실한 마음 등의 의미 외에도 性情에 해당하는 ‘情緒’나 ‘情感’의 관념으로 완전히 확립되게 되면서33)33) 陳良運. ≪中國詩學體系論≫,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1992, 135쪽.
, 이른바 性, 情, 欲의 논쟁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가 있다. 우선 性, 欲, 心 등과의 관계 속에서 이들과 구별되는 정의 定義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러한 것을 性이라고 한다. 천성적인 온화한 기운(和氣)으로 나타난 것으로, 정신이 외물과 접해서 나타나는 반응이자 인위적인 노력을 거치지 않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성이다. 성 가운데 좋아하고, 싫어하고, 기뻐하고, 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정이라고 한다. 정은 그러한데 心이 선택을 하는 것을 慮라고 한다. 심과 려를 거쳐 관능이 행동하는 것을 僞(인위)라고 한다.”34)34) “生之所以然者謂之性. 性之和所生, 精合感應, 不事而自然謂之性. 性之好, 惡, 喜, 怒, 哀, 樂謂之情. 情然而心爲之擇謂之慮. 心慮而能爲之動謂之偽.”-張覺, ≪荀子譯注≫, 上海: 上海古蹟出版社, 1996, 473쪽.
≪荀子・正名≫
“성이란 하늘이 나아가는 취향이요, 정이란 성의 바탕이요, 욕이란 정의 반응이다.”35)35) “性者, 天之就也. 情者, 性之質也. 欲者, 情之應也”-상동서, 490쪽.
≪荀子・正名≫

이상의 인용문에서 순자는 인간의 마음 작용을 性, 情, 慮, 僞의 4부분으로 나누었으며, 이 4부분은 마음이 움직이는 순서이기도 함을 알 수가 있다. 즉, 첫 단계인 성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성으로 배고프면 먹고 싶어 하는 생리적인 본성을 의미하며, 두 번째 단계인 정은 밖에 있는 사물들과 만나서 생기게 되는 감정으로 좋고 나쁘며, 기쁘고 노하며, 슬프고 즐거워하는 것들이 여기에 포함되며, 세 번째 단계인 려는 구체적인 감정인 정이 생긴 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단계로 사람의 사고작용에 해당하며, 네 번째 단계인 위는 선택이 끝난 뒤에 실행해 나가는 의지적인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36)36) 김교빈, 이현구, ≪동양철학에세이≫, 서울: 동녘, 1993, 148쪽.
이처럼 사람의 심리 상태를 매우 논리적으로 분석한 순자의 情觀을 기본적으로 거칠게나마 정의해보면 대체로 성이란 천성적인 본성을 의미하고, 정이란 성 가운데에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같은 감정적인 요소들을 말하며, 욕이란 정의 표현이라고 기본적인 정의를 내릴 수가 있다. 따라서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한 것으로 주장한 성악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체로 인간의 정을 일차적 본능에 해당하는 욕 내지 욕정에다 그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를 기초로 하여 순자의 정에 대한 언급들을 모아 의미상으로 분석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째,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정 내지는 정감의 함의를 지니고 있다.

“제사는 사모의 정을 표달하는 방식이다.”37)37) “祭者志意思慕之情也.”-≪荀子譯注≫, 426쪽.
≪荀子・禮論≫
“효자의 마음이 아니다.”38)38) “非孝子之情也.”-상동서, 412쪽.
≪荀子・禮論≫
“삼년의 服喪은 生者와 死者와의 정의 깊이에 의거해 그 예절을 정하는 것이다.”39)39) “三年之喪, 稱情而立文.”-상동서, 420쪽.
≪荀子・禮論≫
“그것(마음)이 인식하는 사물은 번잡하고 넓지만 그 정의 지극함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40)40) “其物也雜博, 其情之至也不貳.”-상동서, 459쪽.
≪荀子・解蔽≫
“같은 민족으로 같은 정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타고난 感官이 사물을 이해하는 것도 같다.”41)41) “凡同類同情者, 其天官之意物也同.”-상동서, 477쪽.
≪荀子・正名≫

이상 인용문의 정에 대한 함의는 대체적으로 흔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인 ‘감정’과 ‘정감’의 함의로 정의를 내릴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순자는 정을 ‘진실한 마음’(真誠)과 ‘충성스러운 믿음(혹은 마음)’(誠信)의 함의로도 사용하였는데, 그 예를 들면,

“외모가 공경스럽고 마음이 충성스러우며, 예의를 쫓고 진실한 마음으로 남을 사랑한다면 (이런 사람이) 천하를 돌며 비록 사방 오랑캐 지역에 갇혔다 하더라도 그를 존중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42)42) “體恭敬而心忠信, 術禮義而情愛人;橫行天下, 雖困四夷, 人莫不貴.”-상동서, 21쪽.
≪荀子・修身≫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감추지 않고 진실한 마음으로 스스로 모두 드러낸다면 이런 자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43)43) “長短不飾, 以情自竭, 若是則可謂直士矣.”-상동서, 41쪽.
≪荀子・不苟≫
“공경은 하나지만 진실한 마음(혹은 실제 내용)은 두 개인 것이다.”44)44) “其敬一也, 其情二也.”-상동서, 283쪽.
≪荀子・臣道≫
“백성들이 임금을 속이지 않고 진실한 마음으로 얘기한다면 해와 같이 밝을 것이다.”45)45) “下不欺上, 皆以情言, 明若日.”-상동서, 556쪽.
≪荀子・成相≫
“무릇 옥이란 것은 ...... 반점과 결함들이 모두 밖으로 드러나는 것인데 이는 진실한 마음에 비유할 수가 있다.”46)46) “夫玉者, ……瑕適並見, 情也.”-상동서, 665쪽.
≪荀子・法行≫
“군주는 사회를 다스리는 주재자요 예의제도의 본원이자 충성스러운 마음과 공경스러운 외모로 모셔야할 극진한 대상인데 사람들이 서로 따라 그를 지극히 존중하는 것도 어찌 가하지 않겠는가?”47)47) “君者, 治辨之主也, 文理之原也, 情貌之盡也, 相率而致隆之, 不亦可乎?”-상동서, 424쪽.
≪荀子・禮論≫
“군주는 각 방면으로 자신을 돌보는 사람인데, 삼년의 복상을 마친다고 끝나는 것일까? 이것을 해내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나라가 어지러울 것이다. 그것은 예의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예절이다. 이것을 잘 해내면 나라가 안정되고 이것을 잘 해내지 못하면 나라가 위험할 것이다. 이것은 충성스러운 마음의 가장 지극한 표현인 것이다.”48)48) “君, 曲備之者也, 三年畢乎哉! 得之則治, 失之則亂, 文之至也.得之則安, 失之則危, 情之至也.”-상동서, 424쪽.
≪荀子・禮論≫

여기서 사용된 ‘진실한 마음’의 의미로서의 정의 함의는 앞에서 이미 인용된 논어와 맹자에 나타난 정의 의미에서 이미 사용되어진 개념과도 거의 같음을 알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순자가 지칭하는 정의 함의는 이상 인용된 긍정적인 정의 함의 외에 욕정의 의미를 지닌 폄하의 뜻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예를 들면,

“그러므로 사람의 정(즉, 본성)이란 입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나 냄새와 맛은 왕이 먹는 것보다 못하며; 귀는 듣기 좋은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 소리와 음악은 왕이 듣는 것보다 더 웅장하지 못하다.”49)49) “故人之情, 口好味, 而臭味莫美焉;耳好聲, 而聲樂莫大焉.”-상동서, 230쪽.
≪荀子・王霸≫
“사람의 정(즉, 성정)이란 눈은 가장 아름다운 색을 보려고 하고, 귀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려고 하며, 입은 가장 아름다운 맛을 음미하려 하며, 코는 가장 아름다운 냄새를 맡으려고 하며, 마음은 가장 안일함을 구하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요구는 사람의 성정에서 반드시 피할 수 없는 것이다.”50)50) “夫人之情, 目欲綦色, 耳欲綦聲, 口欲綦味, 鼻欲綦臭, 心欲綦佚.——此五綦者, 人情之所必不免也.”-상동서, 223쪽.
≪荀子・王霸≫
“만약 마음껏 정(즉, 성정)의 즐거움만 찾아 즐기기만 한다면 이런 자는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예의에만 전념한다면 예의와 성정 모두가 보전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성정만 쫓아간다면 예의와 성정이 모두 온전히 보존되지 못할 것이다.”51)51) “苟情說之爲樂, 若者必滅. 故人一之於禮義, 則兩得之矣;一之於情性, 則兩喪之矣.”-상동서, 395쪽.
≪荀子・禮論≫
“사람의 정(즉, 욕정)이란 음식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하고, 옷은 화려한 비단옷을 입으려하며, 밖을 나설 때에는 수레와 말을 타고자한다. 게다가 부유하여 넉넉한 재산을 지니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일 년 내내 세세대대 재물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사람의 정이다.”52)52) “人之情, 食欲有芻豢, 衣欲有文繡, 行欲有輿馬, 又欲夫餘財蓄積之富也;然而窮年累世不知不足, 是人之情也.”-상동서, 59쪽.
≪荀子・榮辱≫
“사람의 정이란 욕일 따름이다.”53)53) “人之情, 欲而已.”-상동서, 69쪽.
≪荀子・正名≫
“자신의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정(즉, 욕정)을 마음껏 방임하고, 자신의 생명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몸에 해를 끼치고, 자신의 즐거움을 배양하기 위해 그 마음을 침해하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행동을 함부로 하는 이런 자는 비록 제후로 봉해져 군주로 칭해지더라도 그들은 도적들과 다름이 없다.”54)54) “欲養其欲而縱其情, 欲養其性而危其形, 欲養其樂而攻其心, 欲養其名而亂其行, 如此者, 雖封侯稱君, 其與夫盜無以異.”-상동서, 494쪽.
≪荀子・正名≫

위의 인용문들에 나타난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정의 함의는 편안함과 즐거움만을 쫓고자하는 사람의 본능적인 본성의 함의를 지닌 ‘성정’의 의미와 ‘욕심’ 내지는 ‘욕정’의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한 것은 본성의 바탕이 정이기 때문이고, 인간의 정이란 바로 욕망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色聲味臭’의 욕망으로부터 인간은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으며, 사람이 정에만 맡겨 행동한다면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정을 건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로써 그것을 잘 다스려야 함을 역설하였다.
따라서 순자에 나타난 정의 함의를 종합해보면 순자도 공자와 맹자에 이어 정을 ‘진실한 마음’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그런데 순자는 공자와 맹자보다 한걸음 나아가 정을 ‘직접적’으로 감정이나 정서의 의미로 확대시켜 사용하였으며, 비록 정을 성의 실질적인 내용이자 바탕으로 중시하여 해석하였지만 외계의 자극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반응인 동시에 한편으론 부정적인 반응인 욕심과 욕정의 근원으로 간주하기도 하였다.55)55) 그러나 순자는 한편으론 <禮論>, <樂論> 등의 편을 통해 정이 예와 악의 형성에 결정적인 작용을 끼침을 역설함으로써 정의 가치를 제고시켰으며, 인류사회와 문화창조에 있어서의 정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馬育良, <荀子對禮之存在合理性的另一種論證>, ≪孔子研究≫, 1997年 第3期 참조.
다만 맹자가 정을 윤리도덕의 출발점으로 보면서 이른바 도덕적 정감과 정감윤리학을 역설한56)56) 吳先伍, <理性與情感>, ≪安徽師範大學學報≫, 제33권 1기, 33쪽~41쪽. 2005년 1월
반면 순자는 인간의 정의 부정적 측면에 착안한 나머지 선천적인 정보다는 후천적인 예의 실천을 더 중시하였던 것이다.

목차

서문 / V

제1장 先秦 문학 속의 情 / 1
1. 선진 유가문헌에 나타난 정의 함의 2
2. 선진 도가문헌에 나타난 정의 함의 16
3. 소결 25

제2장 漢魏代 문학 속의 愛紅문학 / 29
1. 중국문학 속의 애홍적 현상 29
2. 한위대의 애홍문학 32

제3장 魏晉南北朝 문학 속의 情 / 38
1. ≪世說新語≫를 통해서 본 ‘癡情’과 ‘無情’의 경지 38
(1) 先秦思想 속의 情觀과 魏晉 ‘緣情說’의 擡頭 40
(2) ≪세설신어≫에 나타난 ‘癡情’의 세계 44
(3) ≪세설신어≫를 통해서 본 ‘無情’의 경지 53
(4) 소결 57
2. 魏晉風度에 나타난 情의 함의 -≪世說新語≫를 중심으로 59
(1) 狂放 61
(2) 眞率 64
(3) 自我意識 68
(4) 喜怒哀樂의 情과 超越의 情 72
(5) 소결 83

제4장 唐代 문학 속의 性愛 / 85
1. 唐代의 애홍문학 85
2. 唐代 色情文學 속의 <遊仙窟> 성애 묘사의 美學 91
(1) 唐代 색정문학 속 성애 묘사 92
(2) <유선굴> 성애 묘사의 미학 108
(3) 소결 120

제5장 宋代 詞人들의 문학 속의 情과 欲 / 122
1. 송사에 나타난 치정의 경지 123
2. 송사에 나타난 ‘好色’의 경지 132
3. 소결 142

제6장 明淸 문학 속의 情과 欲 / 144
1. ≪삼언≫ 속의 정과 욕 144
(1) ≪삼언≫의 내용과 주제사상- 情의 절규 144
(2) ≪삼언≫ 속에 나타난 ≪紅樓夢≫의 情 152
(3) ≪삼언≫ 속의 욕정 166
2. ≪浮生六記≫ 속의 情 185
3. ≪홍루몽≫ 속의 情과 欲 194
(1) 정의 본질에 대한 고찰과 ≪홍루몽≫의 정 194
(2) ≪홍루몽≫ 속의 情과 淫 215
(3) 情欲合一과 ≪홍루몽≫ 賈寶玉의 ‘意淫’ 237
(4) ≪홍루몽≫ 賈寶玉 ‘意淫’의 함의 254
(5) ≪홍루몽≫ 脂批에 언급된 ‘情不情’의 함의 269
4. ≪聊齋志異≫ 속의 情과 欲 299
(1) ≪요재지이≫ 속의 性 299
(2) ≪요재지이≫ 속 남녀 간의 情 326
(3) ≪요재지이≫ 속의 眞情 -<黃英>을 통해서 본 ≪요재지이≫의 眞情意識 340
(4) ≪요재지이≫와 <倩女幽魂>에 나타난 癡情 348

■참고문헌 / 369
■찾아보기 / 377

저자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어과 졸업, 대만국립사범대학 중문과 석박사 졸업. 1995년부터 안동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및 역서로 \'장예모 영화에 나타난 중국어와 중국문화\'(저서, 한국문화사, 2012), \'天工開物\'(역서, 범우사, 2009), \'중국의 시가와 소설의 입문서\'(저서, 한국문화사, 2008), \'우리말 100구 중국어 표현법\'(저서, 중문출판사, 2003), \'夢溪筆談\'(상,하)(역서, 범우사, 2002), \'三言\'(역서, 창해출판사, 2002), \'중국문학으로 보는 문학개론\'(저서, 중문출판사, 2001), \'중국어관용표현용례집\'(저서, 중문출판사, 1998), \'풍류정신으로 보는 중국문학사\'(저서, 예문서원, 1998) 등이 있다.

도서소개

『중국고전문학 속의 정과 욕』은 필자가 그간 중국 명청소설을 위주로 중국고전문학 전반에 걸쳐 반영된 정과 욕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집필하여 발표한 원고들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아 정리한 저술이다. 그리하여 본 저술에서는 중국 선진시대부터 시작하여 양한시대, 위진남북조시대, 당대, 송대, 명대, 청대에 이르기까지 각 조대별 중국고전문학과 중국고전소설에 반영된 정과 욕의 세계에 대해 주요 작품들과 그에 관한 핵심적 문제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논의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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