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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벙커

유리벙커

  • 김정주
  • |
  • 케포이북스
  • |
  • 2015-03-25 출간
  • |
  • 325페이지
  • |
  • 140 X 210 X 18 mm
  • |
  • ISBN 9788994519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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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따뜻한 봄날을 맞아 낯선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문자가 곧 유토피아라고 믿는 유리벙커 안이나, 노인들이 모여 있는 정체불명의 객실, 누군가가 살인을 고민하는 지하철도 좋다. 다른 이들의 집이 궁금하다면, 컴퓨터 기억력을 가진 여자의 집이나 이상한 동거를 하는 뚱뚱녀의 집 혹은 비정상적인 사회 상류층의 집이나 아등바등 살아가는 ‘공순이’의 집도 괜찮다. 이 낯선 세상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들어차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허와 실을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엮어낸 소설책이 출간되었다. 2003년『을를에 관한 소묘』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곁눈질』,『그러나 설레는 걸』,『환』 등의 소설을 써낸 김정주 작가가 이번에는 더욱 신선한 소재와 성숙해진 문체로『유리벙커』(소명출판, 2015)라는 소설집을 엮어내었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특유의 입담으로 페이소스를 해학으로 전환해 거침없이 쏟아낸다. 일곱 편의 중?단편 중 「객실」과 「R」, 「은유」는 반전의 재미를, 「얼음호수」와 「이것은 루머라네」, 「루시의 딸」은 우리의 꿉꿉한 현실을 짚어보는 계기를, 표제작 「유리벙커」는 추리의 묘미를 준다.

표제작 「유리벙커」는 자본주의 사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돈이 아닌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으로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 과정은 혹독하리만큼 잔인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글자를 먹고 있는 여자들. 당연한 듯이 나무와 잉크를 먹고 있는 여자들. 거침없이 개고기를 먹던 사람들보다 무서운 여자들.
더는 볼 수 없어 눈을 감는다. 아담과 하와가 핏빛 과즙을 흘려가며 먹던 열매는 어디로 갔을까. 날고기와 글자를 먹을 수밖에 없는 저 처연한 인간들의 조상이 되었으면 그 열매의 씨앗 정도는 남겼어야 하지 않을까.
(…중략…)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저 책은 누가 쓴 것이며 어떤 책이기에 여자들은 책을 원망하며 먹고 있는 것일까. 책을 주식으로 삼는다면 저들은 어떤 생물체인가. 사람이든 개든 날고기를 더 좋아하는 저들은 대체 어떤 생명체인가. 내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를 위해 사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들어왔을 때 준 음식은 잡아먹기 위해 살을 찌우는 음식은 아니었을까. 속이 부르르 떨린다. 공포와 절망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엄습한다. (152∼153쪽)

「객실」은 가족/사회로부터 격리된 노인들의 이야기로, 작가는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그들의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풀어가며 이 사회를 역공한다.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단다. 정말 이상한 놈이란다. 어제 오후 411호에 들어와선 지금까지 꼼짝을 안 한단다. 밥도 먹으러 나오지도 않고 대체 저 좁은 방에 틀어박혀 뭘 할지 모두가 괴롭단다.
이상하다는 사람은 이럴 것이다. 먼저 사방을 둘러본다. 세 평 남짓한 방, 누르께한 벽지, 좌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욕실, 코딱지만한 수납장 하나, 방 한쪽에 개켜져 있는 꾀죄죄한 이부자리와 베개. 411호는 순간 황당하고, 후회하고, 허탈해 하며 이렇게 외칠 것이다. “에게게? 이게 다야? 육시럴헐 놈들! 한 달에 얼마를 받아쳐먹으면서 겨우 이거야?”
다들 그렇다. 짧으면 반나절, 길면 하루, 그렇게 적응기간 혹은 통과의례를 거친 다음 머쓱한 얼굴로 식당에 나타난다. (7쪽)

「R」은 대기업에 다니는 여직원 R의 이야기로, R은 슈퍼컴퓨터만큼 기억력이 좋다. 대기업은 R을 이용해 뭔가를 꾸미는데, 그 과정에서 R은 대기업의 욕망과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또 집을 잊어뿐졌구만. 저기 아녀 저기! 저기 외등 바로 앞에 있는 뻘건 철대문집 말이여. 잊어뿐지기 전에 얼렁 가. 싸게싸게 달려가라고!”
가게 아줌마가 그의 등판을 철썩 때렸다. 그는 그 힘에 떠밀리듯 싸게싸게 달려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사랑에 빠지고야 말았다. 왜 파스를 샀는지도 모르고, 파스를 어디다 붙이는지도 모르고, 머리를 감는 것도 모르고, 옷을 갈아입는 것도 모르고,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내. 기억을 붙들지 못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중략…)
나는 그를 보자 납치하다시피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를 만나기만 하면 결혼해버려야지 생각했던 그대로, 결혼을 해버렸다. (48∼49쪽)

「얼음호수」는 살인을 꿈꾸는 간병인의 이야기로, 상상 살인과 실제 살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과연 간병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동차가 온다, 이모를 떠민다, 이모가 철로로 떨어진다, 전동차가 이모를 밟는다, 이모는 죽는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뒷걸음질로 도망친다, 온몸이 후들거린다,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심장이 터진다.
생각만으로도 살인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배고픔과도 같은 본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우겨본다.
이모와 나란히 서서 전동차가 오길 기다린다. 머릿속은 살인으로 수많은 컷을 잡고 있는데 이모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혹시 기도라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중략…)
이모를 처음 본 순간 그런 이모가 마음에 들었다. 아니, 들지 않았다. 아니, 들었다. 연세에 비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나쁜 년이 되려나. 아니, 죽일 년이 되려나. 이모를 죽이고 싶다. (79∼80쪽)

「은유」는 스피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어느 여자가 기괴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 이 사회가 앞만 보며 질주하는 ‘속도’에 딴지를 건다.

이건 뜻밖의 비밀. 고개를 홱 돌리는 바로 그때, 소시지를 우적우적 씹어대는 바로 그때, 걸어가다 윈도우에 비친 나를 우연히 보던 바로 그때, 나, 참으로 쓸쓸했다. 울 수도 없게, 아닌 척 반짝 웃을 수도 없게 나, 몸이 떨리게 서글펐다. 누군가가 이런 나를 보았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쟤는 원래 저런 애야.
원래 저런 애라는 말을 견뎌내야 하는 건 영혼이 아니라 몸뚱이더라. 그래, 영혼만 있는 것보다 몸뚱이가 있는 건 다행이지 뭐야. 아니, 불행이야. 감출 수 없는 게 몸뚱이니까. 신은 몸뚱이도 없으면서 추앙을 받아. 나, 죽으면 신이나 되어 볼까. 신이 되면 날씬해져야지. 계명도 만들 거야. 왕따를 시키는 것들은 모두 왕따를 당하리라! 속도에 왕따 당한 나와 은유. 은유가 보고 싶어라. 은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196∼197쪽)

「이것은 루머라네」는 ‘공순이’로 불렸던 어머니의 과거를 하나씩 알아가는 장애인 아들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뛰어넘고자 기를 쓰나 결국 사회라는 ‘갑’에 여전히 ‘을’로 존재하게 되고, 아들은 어머니의 과거와 자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는 공순이다. 공순이에 관한 사연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어머니의 사연도 그렇다. 아주 흔한, 흔하디흔한, 너무 흔해서 별 것도 아닌 그렇고 그런 얘기.
(…중략…)
어머니 말에 의하면 그 시절의 공순이는 나팔꽃이다. 길가나 빈터에서 풀처럼 피고 아무나 따도 괜찮은 꽃. 어머니가 죽어라 싫어하기도 하는 꽃 아닌 꽃. 출근하는 공돌이들도, 퇴근하는 공장장들도, 야근하는 작업반장들도, 아무런 가책 없이 나팔꽃을 꺾는다. 화분도 온실도 아닌 공장 담벼락 밑에 핀 꽃을 꺾는다고 어느 누가 뭐랄까.
공순이로 있던 그들도, 공순이 꽃을 땄던 그들도, 지금은 잘산다. 우리 어머니는 사장님으로, 공순이 꽃을 땄던 공장장은 어엿한 기업가로 변해 있다. (221∼222쪽)

「루시의 딸」은 가난 때문에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돈과 학력 등 일명 ‘스펙’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비정한 사회를 아릿한 여운으로 그려낸다.

수진은 사탕 한 알을 까 할머니에게 간다. 할머니는 효자손을 움켜쥔 채 사탕을 받아먹는다. 사람을 부릴 줄 아는 할머니. 사람을 부릴 줄 아는 변호사.
수진은 변호사가 퇴근해 오자 부인의 집에서 나왔다. 변호사는 대문 앞까지 따라 나오며 말했다. “오래 버텼구만. 한 시간도 못 돼 다들 도망치는데 이 시간까지 있은 걸 보면 성실한 건가 참을성이 좋은 건가.” 수진은 변호사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수진의 어깨를 감싸듯이 해가며 툭툭 두드렸다. “수고했어. 내일은 좀 늦게까지 있어줘야겠어. 술자리 약속이 있거든.”
와인 바에서 보던 변호사가 아니었다. 변호사는 수진을 찾아오긴 했지만 말없이 술잔만 기울였었다. 관음증 자처럼 수진을 감상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조용히 술을 따라 마시기만 할 뿐 그 어떤 것에도 눈길을 두지 않았다.
수진은 변호사의 손길에 뜨악해 하며 몸을 뺐다. 수진이 대문을 닫으려 돌아서는 순간 부인이 보였다. 부인은 오래 된 조각물처럼 현관에 서서 수진과 변호사를 보고 있었다. 수진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317쪽)

작가가 그려낸 세상은 어떠한지, 작가는 어떤 의도로 그 세상을 창조했고 또 독자는 어떤 식으로 그 세상을 받아들일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일곱 가지의 낯선 세상은 읽는 이에게 조금 더 넓어진 세계관을 선사할 것이다.
지은이
김정주(金貞珠, Kim, Jeong-Joo) 2003년 소설집『을를에 관한 소묘』를 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단편집『곁눈질』, 장편소설『그러나 설레는 걸』,『환』을 냈다. 책 읽기와 철학을 기웃대며 글쓰기에 전념한다.

목차

객실
R
얼음호수
유리벙커
은유
이것은 루머라네
루시의 딸

저자소개

저자 김정주(金貞珠, Kim, Jeong-Joo)는 2003년 소설집『을를에 관한 소묘』를 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ㆍ단편집『곁눈질』, 장편소설『그러나 설레는 걸』,『환』을 냈다. 책 읽기와 철학을 기웃대며 글쓰기에 전념한다.

도서소개

김정주 소설집 『유리벙커』. 표제작 '유리벙커'는 자본주의 사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돈이 아닌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으로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 과정은 혹독하리만큼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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