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서사장르란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의 매체를 통해 생산자의 상상력과 대중의 기대지평이 만나 호흡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일련의 서사유형을 말하며 멜로드라마, 역사허구물, 추리물, 코미디, 환상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상서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 비현실성이나 불가해함이 텍스트의 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칭한다고 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내재한 문화 산물을 ‘환상물’, 환상물의 집합을 ‘환상(서사) 장르’라 부르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왜 우리의 역사에서는 환상서사가 발달하지 못했는지?’, ‘왜 우리의 공포물은 그다지 무섭지 않은 것인지?’, ‘왜 우리의 SF는 민족주의로 수렴될 수밖에 없었는지?’와 같은 의문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근대 문화적 전통 속에서 식민지 경험, 전쟁, 분단, 개발독재를 겪는 동안 우리를 옭매어온 이분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