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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그리스 비극

니체와 그리스 비극

  • 양해림
  • |
  • 한국문화사
  • |
  • 2017-05-10 출간
  • |
  • 306페이지
  • |
  • 155 X 225 X 19 mm /504g
  • |
  • ISBN 978896817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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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 소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니체의 해석부터 현대의 다양한 니체해석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고전 비극에 대한 예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니체는 그리스시대 예술관이 언제나 우리 곁에서 숨 쉬는 인문정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그리스 비극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인문정신의 흔적을 밝힌다. 첫째는 그리스 비극론이다. 그가 예술의 모범으로서 제시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융합의 결실인 그리스 비극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음악 예술론이다. 이는 니체가 강조했던 그리스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셋째, 비극의 몰락에 대한 예측이다. 니체는 소크라테스주의의 낙관적 이론주의를 비판함으로써 비극의 몰락을 예측한다. ─ [서문] 중에서

[책속으로 추가]

4. 니체는 자신이 던진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통에 대한 그리스인의 관계, 즉 그리스인들의 감수성의 정도를 묻는다. 그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스인의 갈수록 강해져 가는 욕구?축제?오락?새로운 제의(祭儀)에 대한 욕구가 정말로 결핍, 우울, 고통에서 자라나왔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또한 니체는 시간상으로 그 이전에 나타났던 정반대의 욕구, 즉 추한 것에 대한 욕구, 염세주의, 비극적 신화, 삶의 근저에 놓여 있는 모든 공포스러운 것, 악한 것, 수수께끼 같은 것, 파괴적인 것, 불길한 것의 형상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의 훌륭하고 엄격한 의지를 되물으며 그것의 유래를 찾는다. 그리고 니체는 그러한 의지, 즉 비극은 어쩌면 기쁨, 힘, 넘쳐흐르는 건강, 과도한 충만으로부터 유래했을 것이라고 표현한다.
니체는 반인반수인 사티로스와 비극 합창단의 근원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결국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한 강력한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그와 더불어 니체는 그리스인이 청춘의 힘에 넘치던 바로 그때에 비극적인 것을 향한 의지(디오니소스적 광기)를 가지고 있었고 염세주의자였다고 말한다. 또한 민주주의적 취향의 모든 ‘근대적 이념’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낙천주의의 승리, 합리주의의 지배,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공리주의는 공리주의와 동시대에 존재하는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쇠약해져 가는 힘, 다가오는 노쇠, 생리적인 피로의 징후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니체는 삶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도덕’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하나 덧붙인다.

5.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도덕이 아닌 예술이 인간의 본래적인 형이상학적 활동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또한 세계의 존재가 단지 미적인 현상으로서만 정당화된다는 암시적인 명제도 여러 번 등장시킨다. 니체는 이렇게 모든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진의(眞意), 예술가의 배후 의미를 이 책에서 표현하고 ‘신’으로 비유한다. 그 신은 완전히 무모한 성격의 반도덕적 예술가로서의 신이다. 그는 세계를 창조하면서 충만과 충일(充溢)의 고난으로부터, 그리고 자신 내부의 급박한 대립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한다. 세계는 매 순간 신의 구원이 실현된 상태이다. 그래서 세계는 가장 고통받는 자, 그 자체 내에서 가장 대립 상극하는 자, 가장 모순에 가득 찬 자인 신이 영원히 변전(變轉)하면서 영원히 새로운 환영인 것이다. 신은 세계라는 가상 속에서만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니체는 이것을 예술가?형이상학이라고 표현한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도덕 자체를 현상의 세계 속에 포함시키고, ‘현상’ 아래뿐만 아니라 가상, 망상, 오류, 해석, 가식, 예술로서의 ‘착각’ 아래로 끌어내리려 하는 철학을 피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도덕적 경향의 깊이는 도덕적 주제에 대한 가장 빗나간 도식화로서의 기독교를 통해 헤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니체가 표현하는 기독교는 자신의 절대적인 척도와 자신이 믿는 신의 진실성을 가지고, 모든 예술을 거짓의 영역으로 추방한다. 니체는 그러한 기독교적 사고 이면에서 삶에 대한 적개심, 삶에 대한 원한과 복수심에 가득 찬 혐오를 감지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는 처음부터 본질적이고, 근본적으로 삶이 삶에 대해서 느끼는 구토와 염증이었고, 오직 도덕적 가치만을 인정하려고 하는 무조건적 의지를 가졌다고 표현한다. 또한 자신에게 기독교는 삶에 있어서 가장 깊이 든 병, 피로, 불만, 쇠진, 빈곤의 징후로 생각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니체는 기독교에서의 삶은 경멸과 영원한 부정의 무게에 짓눌려 갈망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무가치한 것으로서 느껴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니체는 도덕과 근본적으로 대립되는 삶에 대한 가르침과 평가, 즉 순수하고 예술적인 하나의 반(反)기독교적인 가르침과 평가를 고안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니체는 그것을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 불렀다.

6.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자신이 수행했던 과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는데, 그것은 칸트와 쇼펜하우어의 정신과 취향에 근본적으로 대립되는 낯설고 새로운 가치평가를 그들의 정식에 따라 표현하려 했던 점이다. 특히 쇼펜하우어의 체념주의와는 아주 다른 자신의 입장에 유감스러워 했고, 더 더욱 유감스러워 한 점은 자신에게 열려진 그대로의 웅대한 그리스적인 문제를 가장 근대적인 사태와 혼합해 버림으로써 그것을 망쳐버렸다는 사실이다. 니체는 그것이 바로 독일의 최근 음악을 토대로 ‘독일적 본질’에 대해서 헛소리를 지껄인 자신의 실수라고 표현하면서 당시의 독일 음악을 가장 비(非)그리스적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니체는 자신의 실수를 도외시한다면, ?비극의 탄생?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오니소스적 대(大)의문은 음악에서도 계속해서 적용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문이란 디오니소스적 기원을 갖고 있는 음악은 독일 음악과는 다르게 낭만주의적 기원을 갖지 않고, 어떤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이다.

7. 니체는 여기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의심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주장이 유혹적이며 낭만주의적이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다. 여기서 니체는 예술가?형이상학에 나타나 있는 것 이상(以上)으로 현실이나 근대적 이념에 대한 깊은 증오가 드러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다시금 독자에게 부탁한다. 엄숙함과 공포를 견디기 위한 모든 자기 교육에도 불구하고, 낭만주의자들처럼 형이상학적 위로를 얻어 기독교적으로 끝나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부탁한다.
그래서 니체는 새로운 예술, 즉 형이상학적 위로의 예술을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찾는다. 니체는 우리가 이러한 위로의 예술을 배워야 하며, 전적으로 염세주의자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면 ‘웃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라투스트라를 말한다.

“웃는 자의 이 왕관, 나는 이 왕관을 스스로 내 머리에 썼노라. 그리고 나 자신이 나의 웃음을 신성한 것이라 말했노라. 그렇게 해줄 만큼 강한 자를 나는 타인들 중에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춤추는 자 차라투스트라여, 날개로 신호하는 가벼운 자 차라투스트라, 모든 새들에게 신호하면서 날아오를 준비가 끝난 자, 지복에 가득 찬 가벼운 자,
예언자 차라투스트라, 진정으로 웃는 자 차라투스트라, 성급하지 않은 자, 절대자가 아닌 자, 높이 뛰어오르기와 옆으로 뛰기를 좋아하는 자, 나는 스스로 이 왕을 썼노라!
웃는 자의 왕관, 장미꽃으로 엮은 이 왕관,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이 왕관을 그대들에게 던진다! 나는 웃음을 신성하다고 말했노라.
그대들 높은 인간들이여, 나에게서 배울지어다 ―웃는 것을!”

8. 이와 같이 위에서 기술한 내용들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 서문에 해당하는 ?자기비판의 시도?를 요약한 것이다. 이렇게 요약한 이유는 ?니체와 그리스 비극?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자 하는 취지이다.
이 책은 지난 수년간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중심으로 ?니체연구?, ?철학?, ?동서철학연구?를 비롯한 여러 철학 및 ?인문학연구? 등재학술지에 실린 내용들을 새롭게 수정, 보완 및 개정하여 ?니체와 그리스 비극?이란 제목으로 편찬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내용에서 미흡한 부분들을 장마다 대폭 새롭게 추가(특히 제3장, 니체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바그너, 데카당스: 바그너의 경우) 보완하였고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사진들(28장)을 넣었다. 또한 기존의 등재지에 실렸던 글들의 각 장을 책의 제목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렇게 이 책을 독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지만, 얼마만큼 독자들에게 만족을 주었는지는 독자들의 몫에 맡길 뿐이다. 향후 독자들의 아낌없는 질정을 부탁드린다.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애써주신 한국문화사 김진수 사장님, 영업부 조정흠 차장님, 편집부 정지영님, 디자인 담당 이사랑님을 비롯한 출판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대전 유성 궁동연구실에서
2017년 5월 양해림

제1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인문정신과 3대 고전 비극작가
인문정신의 출발점

기원후 2세기에 라틴어 문법학자인 겔리우스(Gellius)는 파이데이아(Paideia)라는 그리스어와 동일하게 ‘humanitas’를 사용했다. 파이데이아는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지칭하는 에피스테메(episteme)에 대치되는 말로서, 일반학, 또는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낼 수 있는 비판적 학문을 의미하였다. 파이데이아는 능동적인 시민 양성을 위한 일반교양 교육을 나타내는 용어였다.
기원전 4세기,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기에 아테네를 중심으로 그리스의 많은 도시 국가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글을 가르쳤다. 그 당시 소피스트는 글자 그대로 지자(知者), 식자(識者)를 뜻하였다. 그들은 문학적, 문예적,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점차로 증대해 가는 식자들의 관심으로 말미암아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자 했다. 기원전 5세기 중반부터 소피스트들이 그리스 도시국가의 젊은이들에게 실시한 사적인 교육에서 또한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수사학자들이 실시한 고전 교육에서 기본이 되는 교육 내용이었다. 소피스트들의 이론은 곧 회의적, 상대적, 궤변적 양립론으로 대두되었다. 그들은 강한 이론을 약하게 하고 강한 이론을 더 강하게 하였다. 그래서 플라톤은 부유하고 뛰어난 젊은 사람들은 돈을 받고 그 댓가로 고용된 사냥꾼이라 비판하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처세술, 혹은 시민적 덕(aret?)을 가르치는 지지자들이라 자처하면서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여 명예와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궤변가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크세노파네스는 이들을 궤변론자들이라 폄하하였다. 그러한 이유는 이들이 청년들에게 인간의 정신을 맑게 하는 덕(德)을 가르치지 않고 세상에서 출세하는 기술, 즉 문법ㆍ웅변술ㆍ수사학ㆍ변증론을 가르쳤고, 상대주의를 고취하여 사회의 혼란을 부추겼으며, 돈을 받고 글을 가르쳤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리스에는 ‘enkyklios paideia(기초교양교육)’이란 말이 있었는데, 소피스트들이 가르친 과목들이 기초교양교육의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문법ㆍ웅변술ㆍ논리학ㆍ수사학ㆍ변증론 등을 가르쳤고, 이 과목들이 기초교양교육의 교과과정이 되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위의 과목들에 산수ㆍ기하ㆍ음악ㆍ천문학 등이 추가되어, 기원전 146년 그리스가 로마에 정복당할 무렵 문법ㆍ논리학ㆍ수사학ㆍ변증론ㆍ산수ㆍ기하ㆍ음악 천문학이 자유학예(liberal arts)라 불리면서 널리 유포되어 있었다.
중세에 이르러 ‘humanitas’라는 용어는 많이 쓰이지는 않았지만, 성 어거스틴을 위시하여 신부들에 의해 기본 교육 내용으로 채택되었다. 이 시대에는 인문학을 유익한 과목, 또는 교양 과목으로 과학ㆍ철학ㆍ역사 이외에 수학ㆍ언어가 포함되었다. 이 시대 스콜라의 교과과정은 크게 신학ㆍ철학ㆍ자유학예(Artes liberales)의 순서로 나누어졌다. 특히 여기서 자유학예란 로마제국 후기에 철학의 예비학문으로 간주되었던 학문들에 부여한 이름을 뜻했다. 이 학문들은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들에게 가치가 있는 활동형태’라는 의미에서 자유학예란 이름을 얻었다. 로마 시대의 정치사상가인 키케로(Cicero, B. C. 106-43)는 자유학예가 인간에 관한 연구라는 의미에서 ‘인문연구(Studia Humanitas)’라 명명했다. 말하자면 인문학의 용어인 ‘Studia Humanitatis’는 키케로가 이상적인 웅변가를 양성할 목적으로 만든 라틴어의 ‘humanitas dotrine’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그 의미는 인간성(humaneness)을 뜻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휴마니타스(humanitas), 즉 인문학이라 불리면서 ‘인문학’이란 말이 탄생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시대에 자유학예가 인문학으로 된 것이다. 이것은 그의 저서 On the Orator에서 ‘humanitas’라는 특별 프로그램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키케로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키케로는 말과 글은 담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 이후 스콜라 철학자 보에티우스(Boethius, 480-523)와 카시오도루스(Cassiodorus, 477-565)는 자유학예를 ‘일곱 자유학예(Seven Liberal Arts)’로 정리하였다. 일곱 자유학예에서 먼저 3학과(學科)는 문법학ㆍ수사학ㆍ변증법ㆍ논리학 등 우리가 실제를 인식하고 표현할 때의 언어관련 화법의 학예(artes semocinales)로 구성되었으며, 4학과는 대수학ㆍ기하학ㆍ음악학ㆍ천문학 등을 다루는 실제적으로 관련된 학예로 구성하였다. 이것이 르네상스를 거쳐 1800년대에 학문이 분화되는 과정에서 화법에 관한 학문인 3학(學)이 ‘인문학’으로, 실제에 관한 학문인 4과(科)는 ‘자연학’으로 불리어 나누어지게 된다. 위와 같이 인문학은 고대 그리스 시대를 거쳐 로마 시대, 중세시대,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그 절정을 이루었다.
15세기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에 의해 ‘humanitas’라는 용어가 다시 부활되었다. 이들은 세속적인 문예 및 학술 활동, 즉 문법ㆍ수사학ㆍ시ㆍ역사ㆍ도덕철학ㆍ그리스 및 라틴어 연구는 신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인간과 고전에 대한 연구로 생각하였으며, 신학보다는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른바 휴머니즘이라 불리는 ‘인문주의’는 독일의 니트하머(F. J. Niethmmer)가 1808년에 처음으로 사용하였을 때 중등 교육 과정에서 그리스와 라틴 문헌 교육을 지칭했다. 18세기에 들어와 인문학의 교육 내용인 수사학ㆍ시ㆍ역사ㆍ도덕철학ㆍ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언어 및 문학 등은 디드로(Diderat d’Alembert) 등의 프랑스 교육자들로부터 그리스어, 로마어 연구와 같은 고전 문헌의 연구에 치우쳐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 미국, 유럽 등의 교육기관에서 인문학에 수학을 더 포함하였다. 19세기에 이르러 인문학의 연구는 신학의 영역과 구별하기보다 내용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자연과학과 어느 정도 선을 그음으로써 인문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동안 니체의 그리스 시대 예술관에 대해 수많은 글이 소개되어 왔으나, 니체의 그리스 시대 예술관이 언제나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던 인문정신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특히 니체는 ?음악정신으로서 비극의 탄생?(1872)에서 소크라테스의 이성 중심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이 비판 또한 소크라테스의 이성 중심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니체의 그리스 시대의 소크라테스적 예술관이 어떻게 인문정신과 부합되고 있는지 그 연원을 추적하여 현대의 관점에서 성찰해 보는 데 있다.
먼저 서구 정신사에서 그리스 시대 문화의 특징을 소상하게 인식한 철학자는 니체(Friedrich Willhelm Nietzsche, 1844-1900)였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1872)에서 그리스인은 인생이 끔찍하며, 불가해하고, 위태롭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고, 그러한 염세주의에 저항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행한 것은 예술을 매개로 하여 세상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인문정신이었다. 그들은 미적 현상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이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 있었는데, 하나는 디오니소스적인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아폴론적인 태도이다.
여기서 니체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인문 예술관을 전개했다. 이것은 ‘예술의 생리학’이라고 불리는 니체의 후기 인문정신이라 할 수 있는 예술관이다. 예술의 생리학에서 니체는 예술가의 생의 긍정과 창작의 충동을 언급하면서 예술가의 몸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니체의 초기 비극적 예술관은 쇼펜하우어, 바그너, 고대 그리스의 세 영향 아래 형성되었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의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에서는 음악과 미술의 예술관과 형이상학적 요소를,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에게서는 정신적 영웅관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오페라에서 나타난 비극적 측면을,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고전 문헌학과 유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등 비극적 드라마의 예술관을 수용하였다.
첫째,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쇼펜하우어의 영향은 엄청나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쇼펜하우어의 용어들을 상당 부분 따랐다. 특히 예술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예술의 가장 높은 차원의 형태로서 음악의 중요성에 관한 강조가 그러하다. 또한 아폴론적이고?디오니소스적인 배경을 이루는 두 세계의 구성, 즉 명백한 경험세계와는 반대로 진정한 형이상학적 세계는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칸트와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관점에서 공헌했다. 칸트는 니체로 하여금 우리가 이성적으로 아는 능력과 재능에는 한계가 있음을 받아들여 디오니소스적 지혜를 위한 여분을 남겨두는 데 영향을 미쳤다.
둘째,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바그너의 학문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밝힌다. 니체는 이 책에서 바그너의 음악과 음악극에 관한 그의 관심을 표명한다. 니체는 바그너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고, 니체가 주장한 비극의 재탄생을 바그너에 대해 존경을 표했다. 바그너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진보된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 비극에 대해 명백한 시도를 했다. 이는 바그너가 니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처럼 보이는 고전 학문에 대해 더 전문화된 측면들을 손보기 위해서였다.
셋째, 니체는 책을 쓰기 이전부터 고전 문헌학에 나타난 비극의 기원에 대해 오랜 관심을 보였다. 비극이 디오니소스의 제전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전통적인 의견은 이미 오래되었다. 니체는 디튀람보스와 근원으로서 합창단의 중요성과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니체가 비극의 기원에 관해 얼마만큼 전통적인 고전주의자들의 견해를 따랐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전주의자들 사이에서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 대한 반응은 고전적인 학문의 관점으로부터 새로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던 데에서 기인한다. 니체는 그리스 작품에 대한 규범적인 작업을 일반적으로 평가하자는 의견에 대체로 따랐다. 이러한 작업은 고대 음악의 중요성과 본질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니체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고전음악의 본질을 다루었으며, 이는 그가 그의 학생들에게 강의한 주제이기도 했으며, 고전학자로서 공헌한 것이기도 하다. 엑스타시스(extasis)에 관한 니체의 관점은 그리스 비극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서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비극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평적 논점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바르텐부르크(Yock von Wartenburg)와 베르네이스(Jacob Bernays)에 대해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그 책이 몇 가지 측면에서 고전주의자들의 이론을 크게 자극시키지는 않았다. 예컨대 비극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 대한 비평, 염세주의에 관한 칭찬, 빙켈만과 괴테에 의해 그려진 조화로운 그림으로부터 그리스에 대한 관점을 다소 다르게 드러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대한 엄격한 비평을 위해, 그리고 고전문헌에 대해 에우리피데스에 대한 비평과 당시 고전학문에 있어서 유행하고 있었던 실증주의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쇼펜하우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니체는 바그너의 예술에 대립하여 자신만의 예술철학을 전개했다. 니체는 삶의 근원인 고통을 마주보고, 긍정하는, 고통받는 자의 예술인 디오니소스적 예술을 바그너의 예술에 대립되는 것으로 제시하면서 예술의 생리학을 기술했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삶을 긍정하는 비극론을 제시한다. 니체의 모든 저서에서 등장하고 있는 디오니소스, 또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니체철학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다.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에 의하면 니체의 ‘디오니소스’나 ‘디오니소스적’이라는 용어를 일관된 의미로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자신의 철학을 전체적으로 총괄했다.
니체는 그리스 문화에서 비극 해석의 특징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두 요소가 바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대립 쌍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니체의 그리스 문화의 비극 해석은 두 메타포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니체의 그리스 비극은 그의 ?비극의 탄생?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인문정신의 흔적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그리스 비극론이다. 그가 예술의 모범으로서 제시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융합의 결실인 그리스 비극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음악 예술론이다. 이는 니체가 강조했던 그리스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셋째, 비극의 몰락에 대한 예측이다. 니체는 소크라테스주의의 낙관적 이론주의를 비판함으로써 비극의 몰락을 예측한다. 이 장에서 우리는 그리스 시대를 한정하여 니체가 보았던 그리스 3대 비극작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인문정신을 살펴보자.

목차

머리말

제1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인문정신과 3대 고전 비극작가
인문정신의 출발점
그리스 문화의 인문정신
고대 그리스 비극: 인문정신의 기원
그리스 비극의 3대 비극작가: 니체의 해석
1) 아이스킬로스
2) 소포클레스
3) 에우리피데스

제2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소크라테스주의 비판
니체와 해체주의
니체의 초기 그리스적 사유
1) 그리스 비극의 몰락: 소크라테스의 등장
2) 소크라테스의 앎의 지
3) 그리스적 명랑성
4) 플라톤적인 소크라테스
5) 미학적 소크라테스
음악을 하는 소크라테스는 가능한가?

제3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쇼펜하우어와 바그너
니체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바그너
데카당스: 바그너의 경우
실존의 미적 정당화
1) 쇼펜하우어의 미적 정당화와 두 예술의 이중성
2) 본질적인 세계로서의 ‘의지’
3)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4) 맹목적인 삶의 의지
그리스 비극의 이중적 구조
1) 예술가?형이상학
2) 근원적 일자

제4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 디오니소스
예술 형이상학의 구조: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1) 아폴론적 예술
2) 디오니소스적 예술
디오니소스적 예술과 아폴론적 예술: 대립과 화해

제5장 니체와 그리스 문화: 부르크하르트와 권력이론
권력의지란 무엇인가?
니체와 부르크하르트: 그리스 문화의 만남
권력의 발생: 삶의 본질과 권력감정
권력과 의미생성
권력의 성질: 정의와 환대
베풂의 정치

제6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들뢰즈의 해석
니체해석을 통한 전통형이상학 비판
니체의 플라톤주의 전복
디오니소스적 삶의 긍정
그리스의 비극적 세계관

제7장 니체와 그리스적 삶: 슬로터다이크와 트랜스휴먼
트랜스휴먼의 탄생
니체의 새로운 계몽: 고대 그리스적 삶
사육하는 인간
최후의 인간
니체의 비판적 계몽작업의 재구성: 고대 견유주의의 회복

제8장 니체와 그리스 비극: 포스트-니체
인문정신으로서의 디오니소스
니체와 포스트 예술
그리스 비극의 현대적 의미: 포스트모던의 선구자로서 디오니소스
포스트?니체
니체와 트랜스휴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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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강원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트리어(Trier) 대학교와 베를린 훔볼트(Humboldt)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지냈다. 훔볼트 대학교에서 \'딜타이의 사회철학―개인과 사회의 관계\'(1999)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대 철학과 및 윤리교육학과 강사, 한림대 인문학부 강사, 전북대 과학문화연구센터 연구원, 한림대 인문학연구소 연구조교수를 거쳐 지금은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저서로 \'현대해석학 강의\'(집문당, 2007), \'에코바이오테크 시대의 책임윤리: 과학기술의 진보와 이성\'(철학과 현실사, 2005), \'현상학과의 대화\'(서광사, 2003), \'21세기 사상과 문화의 지평(공저)\'(원광대 출판부, 2003), \'행복이라 부르는 것들의 의미: 행복의 철학적 성찰\'(철학과 현실사, 2002) 외 다수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 \'생태계의 위기와 책임윤리의 도전: 한스 요나스의 책임윤리를 중심으로\', \'생명공학시대의 인간복제는 새로운 책임윤리를 요청하는가: 한스 요나스의 기술 의료윤리를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도서소개

『니체와 그리스 비극』은 그리스 비극에 대한 니체의 해석부터 현대의 다양한 니체해석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고전 비극에 대한 예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니체는 그리스시대 예술관이 언제나 우리 곁에서 숨 쉬는 인문정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그리스 비극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인문정신의 흔적을 밝힌다. 첫째는 그리스 비극론이다. 그가 예술의 모범으로서 제시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융합의 결실인 그리스 비극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음악 예술론이다. 이는 니체가 강조했던 그리스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셋째, 비극의 몰락에 대한 예측이다. 니체는 소크라테스주의의 낙관적 이론주의를 비판함으로써 비극의 몰락을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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