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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권력

비선 권력

  • 김용출
  • |
  • 한울
  • |
  • 2017-06-12 출간
  • |
  • 694페이지
  • |
  • 149 X 224 X 37 mm /936g
  • |
  • ISBN 978894606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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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
‘정윤회문건’ 최초 보도와 최순실 단독 인터뷰로 비선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세계일보 기자들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추적 논픽션


[12쪽] 가을이 나뭇잎에 박히기 시작하던 2016년 10월 26일 낮 12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위치한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공항 근처 NH호텔 6층의 한 세미나실. 문에는 ‘Garderobe Wardrobe(옷장)’라고 쓰여 있었고, 문밖 복도에는 세미나를 하던 지멘스 직원들이 서성거렸다. 나는 폭이 150cm 정도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과 마주앉았다. ‘최 원장’(박근혜 대통령), ‘선생님’(문고리 인사들), ‘그분’(조리장), ‘회장님’(고영태 등), ‘국정농단 장본인’(언론)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린 최순실. 그는 내가 기자로서 이전에 만난 모든 인터뷰이를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최선이 아닌 최악의 방향에서. 최순실은 세미나실에 들어오자마자 ‘레이저 눈빛’을 쏘더니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테이블에 마주앉아선 미리 준비한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10여 분간 펑펑 우는 시늉을 하며 일방적인 주장만 쏟아냈다. 화장지 두어 장을 건네자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와 박근혜의 모든 것이 거짓과 위선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싹텄다. _ ‘프롤로그’ 중에서

2017년 봄을 맞기까지 6개월여, 우리는 신문과 방송, 거리 곳곳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쉼 없이 보고, 듣고, 말했다. 이제 되돌아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제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역사에서 그러한 분노와 좌절의 시간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희망을 현실로 안착시키려면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정리하고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먼저 생각해볼 것이 있다. 우리는 최순실에 앞서 박근혜 옆에 존재했던 인물, 최태민을 알고 있다. 최태민과 최순실 사이의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어쩌면 우리가 놓쳐버린 그 시간, 거기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중요한 맥락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한울엠플러스(주)에서 이번에 출간된 『비선 권력』은 ‘정윤회문건’ 최초 보도와 최순실 독일 현지 단독 인터뷰로 비선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세계일보의 기자들이 의기투합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을 총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2016년 그 긴박했던 시간을 딛고 훨씬 더 먼 과거로까지 나아가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면서 공적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태민과 최순실을 만나 정치인으로 성장해 대통령이 되고 결국 탄핵되기까지, 취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접근 가능한 거의 모든 사적·공적 사건들을 하나의 긴 이야기로 풀어간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대통령 박근혜와 그를 둘러싼 비선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으며 몰락했는지를 통사적으로 규명한다. 일종의 ‘박근혜와 비선 세력 흥망사’라 할 만하다.
이화여대, 태블릿PC, 미르와 K스포츠, 청와대 프리 패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비선 진료….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특종이 쏟아져 앞선 특종을 묻어버리던 시간을 보내며 국민은 분노하고 허탈해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충격의 강도에 조금씩 무뎌졌다. 언론도 수면 위로 떠 오른 거대 이슈를 제때 다루는 것만으로도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저자 중 한 명인 김용출 기자는 2016년 10월 26일 독일 현지에서 최순실을 인터뷰했다.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이 인터뷰 이후 김용출 기자를 팀장으로 하여 세계일보 안에 특별취재팀이 꾸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정윤회문건 관련 보도로 2017년 한국신문상을 수상했을 만큼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취재하는 데 열을 올렸던 특별취재팀 기자들은, 하지만 사태의 중심부로 파고들수록 박근혜와 비선 권력의 관계와 역사가 신문 지면에 담기에 너무도 방대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에 특별취재팀이 해체된 뒤 이들은 그러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담기로 한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되새기며 ‘기억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우리가 놓친 수많은 비극의 복선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얽힌 수많은 줄기에서 몇 가닥만 뽑아도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은 스펙터클한 줄거리가 잡힌다. 어떤 이는 박근혜 정권이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계를 억압하더니 한국 소설과 영화를 죄다 시시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다고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이 책 『비선 권력』의 내용 역시 흥미진진하다. 700쪽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이 금세 읽힌다.
크게 볼 때 이 책은 박근혜가 육영수 사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고 최태민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대구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이 되고 끝내 탄핵이 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십 년에 걸쳐 벌어진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이 지금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에서 하나하나 중요한 복선이었음을 짚어낸다. 그리고 거기서 이 국가적 비극의 크고 작은 사유도 함께 건져 올린다.
책은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1장 도입에 앞서 ‘前史 커넥션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서장에서는 박근혜가 최태민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설명된다. 여전히 많은 부분 베일에 가려진 최태민의 실체에 관해서도 살펴본다. 1장에서는 1976년부터 1979년까지 영애 박근혜와 그를 포섭한 최태민의 행적을 추적해간다. 이를 통해 최태민이 저지른 비리에 박근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드러난다.

[66쪽] 최태민이 이때 청와대를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박근혜를 수시로 만났다는 증언도 있다. 최태민 스스로 박근혜의 지프차를 이용해 청와대를 무단출입하고 박근혜와 수시로 만난다는 사실을 자랑했다는 것이다.

[73쪽] 최태민이 새마음갖기운동에 열심인 박근혜를 앞세워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박근혜는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박근혜는 최태민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수금하면 그 대가로 기부금을 낸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한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김정렴에 따르면 박근혜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와 건설업체와 방직업체 세 곳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김정렴이 “이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박근혜는 “구국선교단에서 기부금을 낸 기업체 명단”이라며 “이 업체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제대로 기억되지 않은 시간. 그로부터 약 40년 후에 이와 거의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장에서는 또한 박정희 시해 사건과 최태민이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최순실과 함께 몰락한 박근혜를 떠올릴 때 가볍게 보아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2장에서는 박정희 사후 10여 년간 세간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행적을 좇는다. 당시 박근혜는 최태민과 자주 만나며 관계를 더욱더 돈독하게 다지는 한편, 육영재단이나 영남재단, 한국문화재단 등 여러 재단을 맡게 되면서 재단 업무에 최태민의 사람들을 대거 활용했다. 또한 최태민은 잠시 움츠렸던 보폭을 다시 넓히며 막대한 부를 축적해나갔다.
3장에서는 박근혜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리고 ‘국회의원 박근혜’ 탄생에 최순실 일가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이 시점에 문고리 3인방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이 드러난다. 4장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유력 정치인으로 떠오른 박근혜, 그리고 그의 부상에 발맞춰 영향력을 키워가는 최순실의 행적을 추적한다. 이어서 5장에서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박근혜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최순실의 모습이 그려진다.
6장부터 8장까지는 ‘대통령 박근혜’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된 비선 권력의 행보를 다룬다. 특히 비선 권력의 실체가 드러나는 중요한 계기가 된 ‘정윤회문건’ 사태에 박근혜 정권과 비선 권력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비선 세력이 어떻게 정권을 주무르며 이권을 취했는지가 상세하게 서술된다. 9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이 베일을 벗고 결국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시점까지, 온 국민의 분노가 절정에 치달았던 2016년 하반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 청와대, 국회, 검찰, 기자, 시민들의 숨 가빴던 시간들이 밀도를 더하며 그려진다. 마지막 10장에서는 특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물론 결말은 모두 알고 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물론 훗날 어떻게 될지 모를 열린 결말이다.

국민이 허락하지 않은 권력
그리고 그 권력에 기댄 대통령
무엇이 ‘박순실’ 체제를 만들었나


전 국민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에 또렷하게 남겨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인용했듯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책은 기억해야 할 역사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언어와 체계로 정리해낸 것으로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한다. 다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비선 권력이 대한민국을 주무른 치욕의 시간, 그 자체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이 허락하지 않은 권력이 어떻게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가 될 수 있었는지, 그 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비선 권력의 국정농단을 왜 제대로 견제해내지 못했는지에도 우리의 인식이 닿아야 할 것이다. 저자들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은 이번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 박근혜와 최순실의 잘못임을 지적하면서도, 문제의 근본에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뽑고서도 절대 군주로 생각하고 행동한 우리 속의 모든 신민 체제와 양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직설적으로 말해 “민주공화국의 온전한 시민이 되지 못한, 의사군주제의 신민이었던 우리 자신”이야말로 국정농단의 또 다른 공범이 아닌가 하는 반성인 것이다.
많은 영화에서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악인들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비호를 받으며 죗값을 청구받지 않는다. 끝내 법의 심판대에 서기는 했지만, 과연 이것으로 긴 이야기가 마무리될지, 악인의 부활과 함께 후속작으로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예전에도 그들의 비행을 바로잡을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바로 그런 기회일 것이다. 당사자들의 잘못을 밝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물론, 예전에 우리가 했던 망각의 잘못을 오늘날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야말로 그런 기회가 요구하는 행동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라면, ‘이것이 나라냐’고 반문해야 했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살아온 우리 자신을 이제 차분히 성찰해보는 일 역시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광범위한 시간과 인물의 관계 속에서 정리해냄으로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좀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책 『비선 권력』은 어쩌면, 우리가 언젠가 보고 들어 알았지만 끝내 눈감거나 잊고 만 사실들을 소환해냄으로써, 앞서 수차례 놓쳤던 기억과 성찰의 기회를 다시 한번 우리 앞에 강제로 가져다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속으로 추가]
최태민과 그 일가는 박근혜가 힘들고 외로울 때, 특히 배신감에 떨고 있을 1980년대 초반 빈번히 접촉하며 박근혜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는 2007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박정희 사후 최태민이 도와준 것을 거론하며 “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어렵고 힘들 때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도와주고 위로해주셨다. 저에게 고마운 분”이라고 평가했다. 최태민은 그에게 어렵고 힘들 때 도와주고 위로해준 ‘고마운 분’이었다. _ 121쪽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수록된 2007년 7월 20일 자 문서에 따르면 윌리엄 스탠턴 당시 주한 미국 부대사는 문서 「한국 대선: 여전한 소용돌이 정치」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에 대해 “경쟁자들이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부르는 최태민이라는 목사와의 35년 전 관계와 그가 육영수 서거 후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로 있던 시절 박근혜를 어떻게 지배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적었다. 스탠턴 부대사는 그러면서 정치권 안팎에 퍼져 있는 루머를 전했다. “최태민이 인격 형성기에 박 후보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지배했고, 최태민의 자제들이 그 결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 있다.” _ 127~128쪽

최태민은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 이상달(1939~2008)과도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달이 최태민의 측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재석은 “(우병우의 장인) 이상달은 아버지(최태민) 살아생전 서울 역삼동 자택으로 거의 매주 한 번가량 가장 빈번하게 방문한 측근 중 한 사람”이라며 “아버지와 이상달을 따라 부친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도 있다”고 기억했다. _ 131쪽

최태민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1992년까지 거액의 자금을 모으려 했다. 이 시기에도 박근혜를 앞세워 돈을 모았다는 증언이 있다. 한 여성 기업인은 최태민이 1992년 또는 1993년쯤 여성 경영자와 회사 대표 부인 20여 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박근혜를 앞세워 돈을 걷었다고 증언했다. …… 최태민과 최순실은 이 시기 박근혜의 일상을 완전히 장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박근혜의 서울 삼성동 집의 경비원 채용과 관리부터 옷 구입, 은행 업무까지 최순실 일가가 대신했다는 것이다. 최태민과 최순실은 박근혜의 일상을 장악함으로써 박근혜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간 반면, 박근혜는 이들을 대한 의존증이 더욱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일가의 영향력을 위해 박근혜는 ‘공주’여야 했다. _ 181~182쪽

정윤회가 최순실 일가에 합류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정윤회는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최태민의 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까지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순실은 정윤회를 통해 박근혜의 대외 활동에 더 많이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최순실은 나중에 정계로 뛰어드는 박근혜를 정윤회가 보좌하게 해 지속적으로 동선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_ 184쪽

최순실은 어떻게 박근혜와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우선 최순실은 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비선이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이론과 방법을 배우고 익혔을 것으로 관측된다. 즉, 최태민을 보거나 함께 일하면서 박근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키우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순실은 박근혜와 같은 여성으로서 남성이면 불가능할 의상이나 화장, 피부관리, 건강 등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박근혜와의 관계를 심화시켰을 것으로 분석된다. _ 205쪽

1996년 최순실과 정윤회 사이에 딸 정유라(개명 전 이름은 정유연)가 태어났다. 공식 서류에는 정유라가 최순실과 정윤회의 호적상 혼인신고(1995년 12월 26일) 이후 약 10개월 만인 1996년 10월에 태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최순실 일가와 차병원 간 오랜 인연의 이면에 정유라의 출생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정유라가 시험관 아기로 차병원에서 어렵게 출생하면서 최순실 일가와 차병원 간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_ 212쪽

박근혜가 국회에 입성한 1998년 4·2 보궐선거는 사실상 최순실 일가의 힘으로 치러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비선 세력은 박근혜의 비공식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핵심 보좌진 역할을 하며 선거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일가는 먼저 박근혜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 즉, 최순실의 주도로 최순실과 어머니 임선이, 자매 최순영, 최순득, 최순천이 각각 5000만 원씩 갹출해 모두 2억 5000만 원을 박근혜 캠프에 지원, 박근혜의 당선을 도왔다. _ 222쪽

최순실은 재선 시절에도 박근혜의 의정 활동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순실이 임선이와 함께 박근혜의 많은 활동에 개입하고 나섰기에 안봉근과 정호성, 이재만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순실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것을 예견했다. 최순실의 17년 운전기사 김 씨는 “그들은 ‘우리 의원님(박근혜)이 코드원(대통령을 의미)이 되면, (최 씨가)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기억했다. 문고리 인사들은 심지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최순실이 반드시 국정농단을 할 것이라며 임선이와 최순실이 사라져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_ 251쪽

박근혜는 2013년 8월 5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을 대신해 김기춘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1974년 문세광 수사를 담당한 ‘고마운 은인’ 김기춘이 대통령 비서실 살림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김기춘은 청와대 우위의 수직적인 당청 관계를 주도하는 한편 청와대와 국정 운영 전반을 보수적으로 끌고 갔다. 그가 이 과정에서 최순실과 정윤회, 문고리 등 비선 세력의 파워를 실감하고 그들의 ‘지하경제의 양성화 창구’ 역할을 하며 생존을 모색했다는 분석도 있다. _ 352쪽

박근혜는 비선 권력 최순실에게 상당히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는 2013년 10월 28일 예정된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루 앞둔 10월 27일 “빨리 정리해야 되는데 어떡하죠. 내일 발표할 건데”라고 말하며 불안해했다. 이에 정호성 비서관이 “선생님(최순실)과 상의했다”고 하니까 “예, 예”라면서 그제야 안심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최순실은 불안해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대국민 담화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등을 정호성을 통해 과감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_ 356쪽

여당 의원들은 정유라에 대해 “유망하고 전적이 뛰어”난데 사기를 꺾어놓으면 “장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힐난했다. ‘공주 승마’ 의혹 제기를 사과하라는 요구였다. 정유라를 두둔한 김희정 의원과 강은희 의원은 각각 2014년 7월과 2016년 1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차례로 입각했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4월 14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승마협회의 일부 관계자가 정치권 등을 통해 제기한 시·도 승마협회장 사퇴 압력과 특정 선수 특혜 논란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정유라를 두둔했다. _ 371쪽

박근혜는 평소 오전에 머리 손질을 한 것과 달리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당일에는 오후에 머리 손질을 받았다. 대통령 머리 손질 및 화장을 했던 미용사 정송주는 4월 16일 오후 3시 20분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 도착해 이영선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영선 행정관으로부터 머리 손질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였다. 정송주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명 미용사였다. 정송주가 청와대 관저 파우더룸에서 미용 도구를 펼치는 등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대통령이 급히 들어오면서 “오늘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평소 40분 정도 걸리던 대통령의 머리 손질과 화장이 그날은 20~25분 만에 끝났다고 정송주는 2017년 2월 18일 특별검사에게 진술했다. 정송주는 특검 조사에서 “거의 매일 오전 8시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지만 2014년 4월 16일은 전날 ‘내일은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송주는 4월 16일 낮 12시쯤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해야 하니 급히 들어오라”며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정송주는 승용차로 1시간쯤 걸려 청와대에 도착,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5일 저녁부터 4월 16일 오전 10시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특별검사는 덧붙였다. _ 373쪽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기자의 질문을 잊고 엉뚱한 답변을 해 구설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제재 조치가 가장 많이 가해진 국가인데 만일 또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국 진행자가 ‘대통령님’이라고 부르고 오바마 대통령이 급기야 “불쌍한 대통령이 질문조차 기억하지 못한다(The poor president doesn’t even remember what the other question was)”고 거들었다. 박근혜는 민망한 듯 웃다가 “아까 그, 아휴, 말씀을 오래 하셔 갖고, 허허, 질문이 그러니깐, 그, 저”라고 더듬다가 답변을 이어갔다. 박근혜는 1년 후에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무능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_ 374쪽

박근혜는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에서 “내 임기 안에 경영권 승계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지난번 얘기한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물산 합병을 도왔음에도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지원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최순실이 조카 장시호를 통해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지원,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기도 했다. _ 457쪽

대통령은 10월 30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대구·경북 출신인 김수남 대검 차장을 내정했다. 청와대 사정 라인인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명재 민정특보도 인접한 경북 출신이었다. 여기에 임환수 국세청장과 ‘경제 검찰’로 불리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구 출신이라 사정 라인이 TK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경남 출신이었다. 특히 김수남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관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김 후보자를 포함해 사정 라인에 TK 만리장성을 쌓았다”며 “이들이 레임덕을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린 지역 편중 인사다. 만리장성으로도 진나라가 쇠락을 피하지 못했던 것처럼 TK 만리장성은 종이성”이라고 지적했다. 사정 라인의 지역 편중 문제를 지적한 이종걸의 예언은 1년 만에 비극적으로 실현된다. _ 463쪽

박근혜가 이끄는 청와대는 최순실의 재단 연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비선 실세 관련 부분을 인정하자는 건의가 나왔지만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2017년 1월 16일 헌재의 탄핵심판 5회 변론기일에 안종범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 회의에서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K스포츠 설립과 관련해 의혹이 많으니 비선 실세와 관련해 일부만 인정하자”고 건의를 했으나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종범은 “박 대통령이 이후 재단 모금은 재계가 함께 한 것이고 임원진 인사도 청와대는 추천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지시했다”며 대통령이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_ 512~513쪽

오후 7시 3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송달되면서 헌법상 대통령 권한과 직무 행사가 정지됐다. 취임 1384일(3년 9개월여) 만이었다. 같은 시각,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기 직전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자로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추천 부위원장을 지낸 조대환 변호사의 전력을 두고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_ 556쪽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집이나 사무실, 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시민이 그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아무나 붙잡고 박근혜와 최순실, 최순실과 박근혜 시대의 종언을 노래했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도래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거짓과 허위가 무너진 자리에 무엇이 찾아올지는 누구도 아닌 시민들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2017년 3월 10일 그날, 민주공화국으로 갈 수 있는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디뎠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_ 614쪽

목차

프롤로그: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前史 커넥션의 시작 (1912~1975)
제1장 ‘영애’와 ‘라스푸틴’ (1976~1979)
제2장 고난의 시절과 재단 정치 (1980~1990)
제3장 정계 입문과 비선 세대교체 (1991~1998)
제4장 야당 지도자와 비선 체제 (1999~2007)
제5장 ‘여의도 대통령’과 비선 실세 (2008~2012)
제6장 대통령 박근혜와 ‘십상시’ (2013~2014.10)
제7장 「정윤회문건」 파동 (2014.11~2015.1)
제8장 ‘박순실’, 그들의 시대 (2015~2016.6)
제9장 드러난 비선과 촛불 혁명 (2016.7~12.9)
제10장 농성전과 탄핵 (2016.12.9~2017.3.10)

에필로그: 다시 함께 가자, 민주공화국으로
비선 권력 관련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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