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이 되지 못하면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세상
징코프(Zinkoff)는 알파벳 순서로 자리에 앉히는 학교에서 늘 교실 끄트머리에 앉는다. 하지만 징코프는 학교를 너무나도 사랑해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하고, 쉽게 흥분해 아주 사소한 일에도 웃음을 멈출 줄 모르고, 잘못된 대답을 하면서도 늘 손을 들고, ‘미친 발’로 불릴 정도로 공도 못 차면서 축구에 지나치게 열성적이고, 아이들의 놀림이나 비아냥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자신은 무척 행복한 아이이다. 하지만 징코프의 이런 낙천적 혹은, 긍정적 특성은 큰 아이들의 세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는 것’에 소질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자, 곧 ‘루저’로 이름 붙여진다. 그렇게 밀려나기 시작한 징코프는 급기야 모두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만다.
뉴베리상 수상 작가이며 미국 내에서 ‘이 시대 가장 재능 있는 이야기꾼’으로 인정받는 제리 스피넬리의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쟁과 승부에만 집착하는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위트와 유머로 뒤집는다. 모두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면에서, 꼴등이야말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공로자라는 이 역설은 ‘이기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 자체에 삶의 목적이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감동적으로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