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전면전이거나, 국지전에서 손자(孫子), 오자병법의 문장을 통째로 외고 있다고 하여 과연 다양한 전투 상황의 대응 메뉴얼이 될 수 있을까?
또 이 책 전술삼국지를 숙지하고 전투 장면을 다 일일이 기억한다고 하여 실제 전투에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리 대답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손자병법 한 줄 왼다고 하여 군인이나 기업가의 전략 설정에 도움이 된다고 선전하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그렇다면 손자병법이나 전술삼국지가 아무 소용이 없을까?
그것은 어디까지 얼마나 체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태권도와 같은 무도를 하는 사람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정해진 품새를 가지고 공격과 방어의 반복동작을 무수히 익히면 자신도 모르게 공격과 방어의 반사작용이 체득(體得)된다.
이처럼 병법서(兵法書)를 오랫동안 익히고 심득(心得)하여 일종의 문리(文理)가 터진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도를 익힌 사람처럼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응한 반사작용이 어떤 경지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삼국지에서 병법을 익혀 이런 경지에 오른 인물을 손꼽으면, 대표적인 인물로는 횡삭부시(橫賦詩: 전쟁하다가 틈을 내어 잠시 창을 세워놓고 시를 짓다)로 이름 높은 손자병법에 주해(註解)를 달아 ‘위무제(魏武帝)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우리에게 전한 조조(曹操)다. 그는 자타가 공인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또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사색(思索)을 많이 한 동오의 육손(陸遜)도 이런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여몽(呂蒙)이 형주를 점령하는데 일조를 했고, 유비와의 이릉(彛陵) 전투도 승리로 이끌었다.
위나라에서는 등애(鄧艾)가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형을 보면 지도를 그렸다. 어디에 군사를 주둔하고, 어디에 군량을 둘 것이며, 어디에 매복하고, 어디로 진군하며, 어디로 퇴각할 것인지를 일생동안 가슴속에 담고 살았다. 그는 촉장 강유의 공격을 저지하고 서촉을 항복시킨 사람이다.
사마씨가 정권을 잡았을 때, 동오를 항복시킨 두예(杜預)는 전장에 책을 말에 싣고 다닌 대단한 독서가였으며, 물론 다방면으로 책을 읽은 제갈량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진궁, 사마의, 이유, 가후, 곽가, 전풍, 저수, 여몽 등이 뛰어난 모사(謀士)들이었으나 병법을 익힌 자세한 행적이 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