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 국민이자 세계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한기본 지식과 덕목을 종합적으로 다뤄
1888년에 일본 문부성에서 펴낸 고등소학독본은 고등소학교용 국어독본이다.
고등소학(高等小學)은 1886년부터 1941년까지 설치된 교육기관으로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를 졸업한 사람이 다녔던 학교기관이다. 오늘날의 학제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에 해당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일본은 메이지시대에 급격한 교육제도의 변화를 겪는다. 1872년 프랑스의 학구제를 모방해 지역을 나누어 교육기관을 설치하는 ‘학제(學制)’가 공포되자 그에 맞는 교과서 편찬이 시급해졌다. 당시에는 1860년대 미국의 초등교육 교재인 Willson’s Reader를 번역하여 교과서로 발행하는 등 서구의 교과서를 번역 출간하는 데 힘을 기울였고, 당시의 지식인들에게도 서구의 지리나 근대과학을 소개하는 것이 계몽운동의 중요한 일 중 하나였기에 단기간에 수많은 번역교과서가 발행되었다. 그러나 1879년에 ‘학제’가 폐지되고 ‘교육령(敎育令)’이 공포되면서 교과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문부성의 관리이자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의 일원인 다나카 후지마로(田中不二麻呂)가 미국을 다녀온 뒤 교육의 권한을 지방으로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교육령’으로 인해 지방의 교육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다. 아직 성숙한 교육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했던 일본에서 오히려 교육령으로 인해 학제가 구축해놓은 질서가 붕괴되자 많은 비난이 일었다. 그러자 이듬해 1880년 ‘개정교육령’이 공포되었고 3월에 문부성은 편집국을 설치하여 교과서로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교과서에 대해 부현(府県)에 통지하여 사용을 금지했다. 1883년부터는 교과서 인가제도가 시행되어 문부성의 인가를 얻어야만 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885년에는 초대 문부대신 모리 아리노리(森有礼)가 취임한 후 1886년 3월 제국대학령(帝國大學令), 4월 사범학교령(師範學校令), 소학교령(小學校令), 중학교령(中學校令)을 연이어 공포함으로써 근대학교제도의 기반을 확립했으며, 1887년부터 ‘교과용도서 검정규칙(敎科用圖書檢定規則)’을 시행함으로써 교과서의 검정제도가 시작되기에 이른다.
근대 한국 최초의 계몽교과서 ≪국민소학독본≫의 저본
발전적인 근대 국가를 지향해 세계 선진 국가와 도시의 모습을 상세히 소개했으며, 세계 각 국의 일화를 게재하여 세계 시민으로서의 수신 덕목을 강조했다. 또한 일본 및 서양의 위인의 행적을 실어 학생의 진취적인 정신을 고취시켰다. 따라서 고등소학독본은 일본의 교육 근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근대화에 관한 인식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최초의 근대적 국어교과서로 평가받는 ≪국민소학독본≫의 저본이 바로 ≪고등소학독본≫이었다는 점은 국어학적, 교육학적, 역사학적 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고등소학독본≫의 내용은 국민, 역사, 이과, 지리, 기타로 나누어 다루었으며, 그중 역사는 일본고대, 일본중세, 일본근세, 일본근대와 같이 시대별로, 이과는 식물, 동물, 광물, 물리, 자연, 천문으로, 지리는 일본지리와 세계지리로, 기타는 수신, 언어, 설화, 가정, 서간, 잡류로 세분화할 수 있다.
각 권의 2~3단원은 한시나 운문을 다루고 있는데 교훈적이며 애국과 관련된 것이 많다. 이렇듯 ≪고등소학독본≫은 일본 국민이자 동시에 근대 세계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한 기본 지식과 덕목을 종합적으로 다룬 내용 중심의 종합 독본인 것이다.
이 책은 1888년에 발행된 ≪고등소학독본(高等小學讀本)≫(전7권) 중 문부성 총무국 도서과 소장판 저본으로 번역 작업을 해, 영인과 함께 출간하였다. 이는 교육학, 국어학, 일본어학, 역사학 등 각 분야 연구자의 연구 편의를 제공하여 근대 개화기 교육 및 역사, 교육의 실상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즉, 이를 토대로 이 두 교과서의 교과 내용의 편성 관점, 그리고 지리, 역사, 이과, 인물 등과 관련된 제재는 두 교과의 교과 내용과 어떠한 관계가 있으며, 그것이 ≪국민소학독본≫에서는 어떠한 차이로 나타나고, 어떻게 변화했는가 등 근대 한일 교과서에 나타난 교육이념과 사상, 역사관, 세계관, 근대화에 대한 인식에 대해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나아가 근대 한일 양국 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