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 특별한 것을 알아보는 눈은 따로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안목’이라 부른다
미술관에 가보면 어떤 사람은 무심한 얼굴로 벽에 걸린 작품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오직 출구를 향해 나아가기 바쁘다. 마치 미로 찾기라도 하는 사람 같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한 작품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몇 시간이고 황홀한 표정으로 그 앞을 떠날 줄 모른다. 왜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일까? 그들이 본 것은 정말 같은 것일까?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사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이기도 한 이 책의 저자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말한다.
“안목은 보는 것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다.”
즉 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각자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니 수준 높은 안목은 결국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조건에 놓여 있더라도 안목이 높은 사람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더 아름다운 것, 더 큰 가치 있는 것을 자기 것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예술을 보는 안목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것은 더 나아가 문학과 음악에 대한 안목, 사람을 보는 안목, 역사와 사회의 미세한 흐름을 읽고 해석해내는 안목 등 우리 삶을 위한 안목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안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최고 수준의 대안목가, 프랑스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의 자전적 에세이
그렇다면 수준 높은 안목은 과연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그 답을 오늘날 대안목가로 성장하기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해 독자에게 들려준다. 매주 목요일을 문화 탐방의 날로 정할 정도로 미(美)에 관심이 깊었던 외조부모와 살던 유년 시절, 파리의 미술관들을 놀이터 삼아 구석구석 누비던 청소년 시절을 거쳐 에콜 뒤 루브르와 소르본 대학, 롱기 장학재단에서 미셸 라클로드 교수(루브르 박물관 명예 관장)와 미나 그레고리 교수(카라바조 연구의 대가) 등 미술사학계의 대가들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안목을 키워나가던 시절 그리고 전문 감정사가 되어 활약한 일화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미술품 감정사의 자전적 에세이로 안목을 키워나가는 데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 타고난 예술적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 끊임없는 호기심, 부단한 연구와 경험, 자만과 유혹에 빠지지 않을 철저한 자기 절제와 도덕적 인성까지 이 모든 것이 융합되어야만 비로소 가치를 알아보는 눈, 안목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은밀하고 위대한 미술품 감정사들의 이야기
- 셜록 홈즈의 수사를 방불케 할 만큼 지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미술 세계 탐험!
미술품 감정사는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은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예술과 역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은 물론 예리한 직감과 수많은 현장 경험으로 쌓아올린 안목을 바탕으로 작품의 원작자를 밝혀내고, 어두운 곳에서 잠자고 있던 걸작을 발견하고, 감쪽같은 위작을 가려낸다. 이를테면, 아주 작은 단서로 퍼즐을 맞춰 끝내 사건을 해결하는 미술계의 탐정 같은 사람들이다.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이 책에서 이른바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정을 소개하는데 우연히 들른 니스 미술관에서 햇빛 아래 반짝이는 브론치노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브론치노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던 <류트 연주자의 초상>의 원작자(폰토르모)를 밝혀냈다. 이 밖에도 실비 베갱 교수와 함께 라파엘로의 초기 작품인 <천사> 그림도 찾아냈다. 또한 미술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위작의 달인들, 프랑스 미술시장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드루오 경매소의 뒷이야기, 역사상 위대한 감정사들(베렌슨, 롱기, 제리)의 활약상 등 전문가가 아니라면 접하기 어려운 미술계 깊숙한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작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품을 감정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자 스스로 미술품 감정사는 우연성에 의존한다고 말했지만, 우연한 발견이란 없다. 아름다움과 본질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갖춘, 그것을 볼 준비가 된 사람 앞에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높은 안목을 갖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깊이 보는 것!
이 책의 원제는 미술품 감정사의 이야기(Histoires d’œils)다. 저자는 미술품 감정사를 한마디로 ‘관찰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프랑스어로 조향사를 ‘코(nez)’라고 하듯 ‘눈(œil)’에 s를 더해 직업 특성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œils’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안목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은 결국 ‘보는 것’에 관한 문제라고 이 책 전체를 통해 이야기한다. 사진만 보고 그림을 감정하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 편향된 시각으로 쓰인 왜곡 기사를 보고 마치 모든 일의 전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등 우리는 보고 있다고 믿지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뿐만 아니라 삶에서의 안목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예술을 대한 안목은 물론이고 삶의 안목에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