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수많은 형태의 ‘주택’, 그리고 그 집합체인 ‘도시’를 만들어왔다. 유럽만 보자면, 도무스, 빌라, 박공 주택, 상가 주택, 탑 주택, 아케이드 주택, 오텔, 성채, 컨트리 하우스, 광장주거, 아파트 하우스, 테라스 하우스 등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 구경에서 한 발 나아가, 이 건물 유형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들여다보면 가족, 계층, 공적 영역-사적 영역, 젠더, 부동산 개발, 도시의 전통, 지배층의 정체성과 과시 경쟁 등 실로 다양한 맥락을 읽는 즐거움과 통찰이 따라온다. 공공건물도 이런 주제와 연관 있지만, 주택보다 그 포괄성에서 매우 약하다. 이 책에서 시도하는 주택양식사적 접근은 이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사회문화적 원리를 하나로 녹여내어 이해한다. 이 책은 그래서 기존의 일반 건축사에선 접할 수 없는 내용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접근법을 보여준다. 일반 건축사는 보통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각 시대의 첨단 양식을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시각이 놓치기 쉬운 부분이 일상생활 등의 사회현상이 건축에 스며든 내용이다. 이런 집합체를 읽어낼 수 있는 건물은 주택밖에 없다. 또한 시대별, 국가별로 다양한 주택 유형을 이해하기 위해 516장에 이르는 건축 도판, 설계도, 층 구성표 등 다양한 도해로 주택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건축학도들에겐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상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