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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 곳이 없다

우리는 갈 곳이 없다

  • 이창근
  • |
  • 알마
  • |
  • 2017-05-04 출간
  • |
  • 296페이지
  • |
  • 136 X 201 X 24 mm /352g
  • |
  • ISBN 97911599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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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노동자들은 여전하고 마음은 불편하다
쌍용차 해고 투쟁 7년의 기억, 그리고 성찰
고통을 껴안고 절망과의 긴 작별을 시도하다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이창근이 말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의 기억들
문신처럼 고통을 새긴 채 마음으로 내뿜는 희망적 언어와 꿈의 기록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한국 노동계의 가장 처절한 싸움 가운데 하나였던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을 지나온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이창근을,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말해온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김현진이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이창근은 지난 2009년 정리해고를 기점으로 해고 노동자 복직 합의가 끝난 현재까지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쌍용차 해고 사태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연대에 대해서, 그리고 결국은 모두가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고통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 절망을 넘어 희망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일반 독자는 물론 쌍용차 투쟁을 지지하거나 지켜보는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싸우고 있는 한 명의 노동자와 한 명의 인간이라는, 두 측면에서 바라본 이창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 될 것이다.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에서 싸워온 노동자 이창근이 말하고 작가 김현진이 기록하다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이창근의 인터뷰집 《우리는 갈 곳이 없다》가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한국 노동계의 가장 처절한 싸움 가운데 하나였던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을 지나온 노동자 이창근을,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말해온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김현진이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인터뷰어 김현진은 “이창근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어중간한 내 인생에서 그나마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을 배신하는 짓 같아 승낙했다”고 한다. 101일 동안 이어진 이창근의 굴뚝농성 당시 김현진이 밥을 해다 올려주었던 인연이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서의 만남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창근은 지난 2009년 정리해고를 기점으로 해고 노동자 복직 합의가 끝난 현재까지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쌍용차 해고 사태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연대, 그리고 결국은 모두가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 절망을 넘은 희망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폭력으로 가득 찬 자본의 세상에서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에 동조할 테지만 끝내는 그 아래에서 언제나 존재했던 희망을 건져내게 될 것이다.

기록자로서 몸에 새겨 넣은 고통의 기록. 소중히 간직하며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되다
《우리는 갈 곳이 없다》에서 이창근은 줄곧 고통의 문제에 집중한다. 평택 공장 점거 파업 당시 경찰의 무자비한 강제 진압, 해고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과 그 뒤에 남겨진 가족들, 굴뚝에서의 고공농성과 이후의 갈등 등 노동자로서 투쟁한 7년의 세월과 함께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허무는 위태로운 7년의 밤을 지나며 맞았던 수많은 고통이 그것이다.
기록자의 역할 때문인지, 길고 지난한 싸움을 거치는 동안 이창근은 오로지 살기 위해 스스로 통각을 둔감하게 만들었음에도 고통의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튀어나왔다. 그는 “차라리 해리현상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며 지난 고통의 기억이 불러오는 통증을 호소하지만, 그러면서도 고통을 죄악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다만 그것을 작게 축소해서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듯 껴안으면 결국은 고통의 반대편에 있는 것, ‘망각’이 아닌 ‘눈물’과 ‘웃음’에 이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창근의 투쟁은 해고 노동자의 복직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에도 승리의 기억일 수 없다. 그것은 내 몸에 새긴 채 언제나 되뇌고 성찰해야 할 절망과 회한의 것이며,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는 “고통이든 아픔이든 그것을 전시하는 단순한 방법만을 택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날 만연한 틀에 박힌 싸움의 방식을 따끔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앞으로 노동운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함은 물론, 세월호와 같은 비극에서 비롯된 고통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시대가 겪은 모든 고통의 기록이자, 동시에 현재진행형인 또 다른 기억이기도 하다.

살아남은 자의 의무는 그저 살아남아 꿈을 이야기하는 것. 절망과 작별하고 희망의 옷깃을 붙잡다
《우리는 갈 곳이 없다》가 오로지 고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창근은 인터뷰어 김현진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그가 가진 기존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나 고공농성자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뛰어넘는다. 이 책은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사회 일반의 것으로 화제를 확장하고 화두를 던진다.
이창근은 “적확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그 단어가 가진 본뜻을 함께 나눠야 한다”며 우리가 손쉽게 받아들여 사용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인식에 큰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말들에 적합한 새 이름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노동운동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선 추상적이어서는 안 되며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가치를 따지고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존재가 되는지를 상상력과 공포력의 상관관계로 설명한다. 그는 연대와 연대의식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오늘날 가난이 중죄가 되며 자본이 괴물화되는 세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일반 독자는 물론 쌍용차 투쟁을 지지하거나 지켜보는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싸우고 있는 한 명의 노동자와 한 명의 인간이라는, 두 측면에서 바라본 이창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창근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는 그저 살아남는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는 삶에 녹아 있는 어떤 것이어야지 절대 담보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투쟁이라는 것은 ‘껍질을 벗는 것’이자, ‘인식이 확장되거나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 되는 것’, 또는 ‘사물을 좀 더 투명하게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그는 궁극적으로, 기억화되지 않은 온전한 고통과 절망을 뛰어넘을 인식의 발판을 우리에게 마련해주는 한편, 우리 모두가 꿈 혹은 어떤 지향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마침내 절망과 작별해내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여서 꿈 이야기를 해야 돼요. 어떤 지향에 관해서요. 당장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어째서인지 자기 꿈 이야기를 아무도 안 해요. 우리가 꿈꾸는 사회 이야기를 모여서 해야 해요. 상식이 회복되고… 이런 이야기 말고, 너와 내가 구체적으로 꿈꾸는 사회를 모여서 이야기하는 거죠. 경제와 문화 같은 것 말이에요. (103쪽)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이창근 씨에 대해 아는 것은 굴뚝밥상을 차리는 과정에서 전해들은, 시골 출신이라 나물 반찬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함께 책 작업을 하게 될 줄도 몰랐는데, 이 책을 함께 진행할 사람으로 누가 좋겠느냐는 출판사의 질문에 이창근 씨가 나를 지목하며 “나에게 밥 한 끼라도 해다 준 사람과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노동계의 가장 처절한 싸움 중 하나였던 쌍용차 사태의 중심에서 격렬하게 투쟁한 이창근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어중간한 내 인생에서 그나마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을 배신하는 짓 같아 냉큼 승낙했다.
그는 긴 싸움을 하면서 조울증을 앓고 있었고, 나는 1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우울증을 앓아오던 중이었다. 둘 다 밥을 잘 먹어야 낫는 병이다. 전혀 상관없었을 우리를 이어준 것은 결국 밥이었던 셈이다. 밥.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모든 짓.
_서문(김현진) 중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뱉었던 말과 글을 주워 담아보고 싶었다. 글과 말을 벗 삼아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도,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에서 서성거렸던 사람으로서도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생각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구멍이 뚫린 곳을 보았고 그것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내게는 큰 소득이랄까. 수년간 싸우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리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일상과 떨어진 것이 아님에도, 특별히 동떨어진 현실을 많이 보았다. 당사자만이 아는 사실들이 보편성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반복이라는 이름의 쳇바퀴는 바뀌지 않을까. 그 쳇바퀴 속 다람쥐가 적어도 다른 질주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여물지 않은 이런 생각이 대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말의 무게와 글의 파장력을 실감하면서도 가볍고 좁은 나의 말과 글을 본다. 해고의 고통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이 무간지옥에 다른 이들의 새로운 유입을 막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방향은 달랐고 노동의 불안정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전히 그 질문은 유효하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우리 안에서 내뿜어지는 그 어떤 희망적 언어와 말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닐까.
_후기(이창근) 중에서

* 책속으로
저는 놀라운 것 중 하나가, 이를테면 세월호 문제 같은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볼 때 굉장히 맹목적인 확신이 있더라고요.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이요. 그런데 그게 거의 무속 신앙 같은 거잖아요. 사실 “그렇게 믿고 싶은” 거죠. 도대체 어떤 구조로 그런 믿음이 생겨났는지가 이해가 안 되고 요즘 너무 혼란스러워요. (...) 어떤 고통을 봤을 때 ‘절대 난 아니야, 나는 아니라고’ 하는 식의 격렬한 반응이 생기는 것 같아요. (63쪽)

2. 연대는 습관이다
어디가 담론이 형성되는 곳인가? 이걸 알아야 개인과 집단을 모두 진단할 수 있어요.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내가 어디에 있는가, 내 의견이 좌우 어느 쪽에서든 어느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가. 저는 이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운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예민하게 이런 것이 형성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다들 잘 모르거든요. 크게 보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고 있고, 지금 세계적인 문화의 흐름과 한국 문화의 움직임은 어떻게 되고 있고,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해요. (78쪽)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문제가 내 삶과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는지, 또는 개연성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 혹은 알아가는 것. 이게 연대라고 생각해요. 연대의식이라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요. 국내에만 있는 건 아닐 거예요. 예를 들어 연대를 집회 참여 정도라고만 할 때, 대한민국에서 집회하는 곳이 70곳이라고 하면 어떻게 다 가겠어요? 그렇다고 연대 정신이 없는 건가요? 아니죠, 그건 아니거든요. 양적인 문제로, 참석 여부로 판단할 순 없죠. (...) 너와 내가 똑같은 처지에 있고 가야 할 곳은 어디라는 서로 간의 믿음, 이것을 공유한 채 언어는 다를지언정 진심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게 필요한 것 아닐까요.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들이 점에서 점으로, 선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엮이고,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91~92쪽)

취업을 앞두거나, 혹은 취업을 갓 했을 경우 청년들이 가장 달리는 게 뭐냐면 싸움의 기술이에요. 회사에 취직한다는 건 실은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에요. 싸움을 배워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죠. 자기와의 싸움이 아니라 관계의 싸움, 상사와의 다툼, 조직 내에서, 조직과 조직 간의, 부서 간의 다툼 같은 거라고요. (...) 연봉협상도 싸움의 기술이죠. 싸움의 기술을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이에요. 잘 생각해봐요. 자본이 왜 그렇게 벌벌 떨겠어요. (...) 실체를 다 까발리니까요. 그런 거예요. 노조의 힘, 가능성. (95쪽)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태도’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별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모르면 들으면 돼요. 그냥 들어주고, 이 사람이 주장하는 게 그렇구나, 하면 되죠. 이해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주장 펼쳐도 돼요. 그런데 내가 듣기에 좀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주 화려한 수사를 사용해서 비난하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117쪽)

소수자 운동이란 곧 ‘세상을 온전하게 보는 힘’이기 때문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봐요. 소수자 운동이 발생하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 아닐까요. 과학의 한계로 뚫지 못하는 것들을 감싸 안는 축복. 과학에도 한계는 있는 거잖아요. 이러한 한계가 바로, 소수자 문제를 보게 하는 신의 축복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소수자를 탄압할 의미도, 자격도 없는 거죠. (132쪽)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고민을 하느냐가 그것과 관련이 될 거예요. 그래서 나는 자꾸 과거 이야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과감하게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죠. 과거를 담보물로 만들어서는 안 돼요. 과거는 삶에 녹아 있는 어떤 것이어야지 절대 담보물이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148쪽)

3. 7년의 밤
결국 고통을 개별화시킬 수 있어야지만 ‘고통’이라는 것 자체가 집단의 기억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통을 남겨야 한다는 이야기죠. 개별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사라질 거예요. 뭉뚱그려진 고통을 자기의 문제로 보자는 것과 맥이 같을 것 같기는 한데, 분명히 쌍용차 문제는 죽은 동료의 문제, 즉 집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한 살아남은 우리 개별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157쪽)

적어도 집단 내에서 최소한의 이견은 있어야 해요. 목표에 도달하는 동안에 갈등은 있을 수 있죠. 지금 우리가 욕먹는다 해도, 우리끼리 견디고 우리끼리 살리고 해야 할 시기라고 규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적어도 내부의 이견은 살려두고 공생하도록 해야 해요. 이게 부표 역할을 하니까요. (173쪽)

그런데 우경화는 갈수록 심해지죠. 취업을 비관하고 포기해버리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정규직밖에 꿈이 없는 친구들이 모든 사람의 활동을 ‘생산활동’ ‘경제활동’으로 규정하고 “돈 안 되
는 걸 왜 해?” 이런 식으로 엄혹하게 풀어나가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돈 안 주면 절대 안 움직일 사람들은 선의로, 그냥 재미로, 하여간 뭐가 됐든 돈이 아니어도 그냥 사람이 움직일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못 하는 거죠. (186쪽)

4. 해고는 살인이다
사람이 언제나 목표를 가지고 너무 투쟁적으로 살면 죽죠.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아남은 자의 의무는 “그저 살아남는 것”이라고요. 끝까지 살아남는 것. 투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의무인 것 같아요. (...)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아남는 게 의무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219쪽)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투쟁이라고 하는 게 결국 “껍질을 벗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식의 확장,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 사물을 좀더 투명하게 보는 눈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해맑은 분들이 많거든요. ‘저분들 도저히 그렇게 안 보이는데’ 하는 느낌이 드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희망적이지 않아요? 이런 저런 우려나 기우, 사실 필요 없어요. 이렇게 싸우다 보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 스스로 인식의 순간을 맞게 될 테니까요. (226~227쪽)

5. 소금꽃 줍기
“영혼이 빠진 채 자본의 대리인으로, 권력의 충견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구원할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 또한 피해자라는 사실이 더 슬픈 일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사실은 우리가 우리의 적대 위치에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의 존엄 또한 지켜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네요. (241쪽)

요즘 죄송할 필요 없는 사람들이 자꾸 죄송하다고 그래요. 전에 송파 세 모녀가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것도 그렇고, 저희 학교 후배,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 씨도 돌아가시면서 쪽지에 “죄송합니다”라고 썼잖아요. 뭐가 죄송해요. 전 그런 거 보면 속이 상해요. 대체 뭐가 죄송한 걸까요. 왜 없는 사람들이 자꾸 죄송해야 되는 걸까요?
(...)
그렇게 길러졌잖아요, 습관처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누가 먼저 해요? 없는 사람이 먼저 하죠. 길 가다 부딪쳐봐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습관화된 게 있는 것 같고, 가난이 죄송해야 될 문제로 각인돼버린 게 아닌가 해요. (265쪽)

밤에 우리가 도장 공장을 지켜요. 회사가 서치라이트로 본관 옥상에서 쫙 비추거든요. 그러면 다들 숨죽이죠. 서치라이트로 쏘는 빛만 딱 있으니까 건물이 안 보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등을 돌리고 있잖아요? 역광으로 쫙 비쳐져요. 쭉 앉아 있는 동료들을 보면 마이크 들고 뭐 들고, 그 시간에도…. 새벽 3, 4시에도 보초를 서야 하니까요. 그 모습이 기억나요. 아마 그 광경이 제가 잊지 못할 뭇별 같은 순간이 아닐까요. 뭇별 같은 순간…. (269쪽)

후기_노동자들은 여전하고 마음은 불편하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쌍용차는 내게 어려운 주제였고 무거운 문제였다. 지원과 연대가 늘어났지만 말과 글의 자원은 고갈돼버렸다. 같은 말과 글에 계절에 맞는 옷만 입혔을 뿐 어떤 숫자는 불어났고 또 어떤 숫자는 줄어들었다. 비유는 늘었지만 그렇다고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는 말과 글을 찾는 건 일상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새로움의 부족이 아니라 기초의 부실인 것만 같아 책을 찾았으나 충만함이 없었다. 무언가 찾고 싶었고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화를 시작했고 어떤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291쪽)

목차

서문_노동,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모든 짓/김현진

1. 고통의 문제
2. 연대는 습관이다
3. 7년의 밤
4. 해고는 살인이다
5. 소금꽃 줍기

쌍용차 해고 일지
녹취_재회
후기_노동자들은 여전하고 마음은 불편하다/이창근

저자소개

저자 이창근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다. 1973년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2003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했으며, 2009년 해고되었다. 2009년 공장 점거 파업이 끝나고 6개월간 구속되기도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기획실장이자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쌍용차 사태의 진실을 알려왔다. 울음을 참으며 쓴 보도자료들이 더 많았다. 해고 노동자들의 현실을 사회에 알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만났다. 그에게 글쓰기는 직접 겪은 고통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노동자가 바라본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폭로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이창근의 해고일기》가 있다. 현재 쌍용자동차 조립1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도서소개

쌍용차 해고 투쟁 7년의 기억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이창근의 인터뷰집이다.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에서 싸워온 생생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택 공장 점거 파업 당시 경찰의 무자비한 강제 진압, 해고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과 그 뒤에 남겨진 가족들, 굴뚝에서의 고공농성과 이후의 갈등 등 노동자로서 투쟁한 7년의 세월과 함께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허무는 위태로운 7년의 밤을 지나며 맞았던 수많은 고통들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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