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 정종진
  • |
  • 범우
  • |
  • 2017-04-27 출간
  • |
  • 326페이지
  • |
  • 153 X 225 X 28 mm /511g
  • |
  • ISBN 9788963651651
판매가

15,000원

즉시할인가

13,5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3,5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청주대 정종진 교수(국어국문학과)의 닭에 비유한 세상이야기.

“우리는 예로부터 닭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이제는 닭을 먹을 대상으로만 생각지 말자. 닭에게 부여해 준 의미 중 일부라도 회복시켜 줄 때 인간은 닭과 공존하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닭과 인간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다. 닭이 인간의 필수식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닭과 인간은 날로 번성하고 있지만, 양쪽이 모두 결코 달가운 번성은 아니다. 인간들이 끊임없이 먹어대고 있지만, 닭은 결코 멸종할 수 없는 불사조가 되었다. 인간들이 닭을 대량학살 해대고 있지만, 그럴수록 닭은 인해전술(人海戰術)이 아닌 계해전술(鷄海戰術)로 맞서고 있다. 닭들이 자율적으로 펼치는 전술은 아니지만, 인간들이 제 덫에 걸리기 십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 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 본문 중에서

| 이 책을 펴내며 |

오랫동안 학대받아 온 닭의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은 놀랍게도 높은 지능의 징조들을 발견하고, 나아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자신의 행동을 통찰하는 흥미로운 단서를 잡기도 한다. - 앤드루 롤러1

내 경우 ‘닭 사육(飼育)의 역사’는 지속적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소도시 근교에서 살았기에 가축들을 다양하게 길러볼 수 있었다. 이집 저집에서 한두 마리 강아지, 토끼나 병아리를 얻거나 사들여 대가족으로 번식시키는 재미가 쏠쏠했다. 산기슭에 자리한 외딴터에서, 나는 다양하고도 많은 동물을 기르며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냈다.
토끼장 만드는 것과 동물들의 먹이를 준비하는 것이 매일 매일의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목장을 해봤으면, 하는 것이 장래 희망이었기에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린 소견으로는 가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면 목장주인이 되는 줄 알았다. 적지 않은 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류, 조류로부터 사슴에 이르기까지 우리집은 그야말로 작은 동물농장이었다. 한창 때는 토끼가 100마리도 훨씬 넘게 되었다. 꽤 큰 연못이 바로 대문 앞에 있어, 오리도 20여 마리 길렀다. 순수 잡종이라고 해도 좋을 개들 두세 마리가 항상 곁에 있었다. 옆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기르다 넘겨준 금계, 은계, 칠면조, 플라스틱 안경을 쓴 꿩들도 잠시 길러보았다.
한때 둘째 형님과 근 200마리 정도 레그혼 닭을 기른 적 있었다. 흙벽돌을 찍어 계사(鷄舍)를 크게 짓고 닭들의 마당도 넓게 만들었으며, 닭들에게 뉴캐슬 예방주사도 일일이 놔주었다. 지금처럼 포대사료로 만족했더라면 닭 기르기가 얼마나 수월했을까. 사료를 대부분 만들어 주었다. 채소 잎사귀를 도마에 잘게 썰어서 쌀겨에 섞어주었다. 패각(貝殼)을 먹여야 달걀 껍질이 튼튼하다니까 조개껍질을 사다가 공급하고, 매일 올챙이나 개구리, 미꾸라지를 잡아다 끓여 주기도 했다. 내 유년기, 청소년기는 가축들을 기르는 데 다 소비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가축에 진력났기 때문에 장년기에는 조건이 되어도 절대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한동안 잘 지켜왔다. 그러나 노년기에 들면서 닭 몇 마리 길러 달걀은 자급자족하고 싶다는 생각이 솔솔 살아났다.
고기를 멀리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고, 달걀을 대용품으로 하되 달걀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닭을 기르고 있다. 달걀 하나에 천 원에서 삼천 원까지 매매되고 있는 청계(靑鷄) 위주다. 사실 청란계(靑卵鷄)라 불러야 한다. 달걀이 푸른 하늘색을 닮아 청계로 부른다. 닭만큼 피가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것도 없는 만큼, 달걀도 색상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무척 다양하다. ‘청계’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털이 푸른 닭이냐고 되묻지만 아니다. 닭털은 각양각색이다.
한겨울에 태어난 여섯 마리 병아리까지 포함해서 청계 서른여섯 마리, 백봉오골계 세 마리, 연산오계(烏鷄) 두 마리 해서 마흔 한 마리다. 특히 백봉오골계는 시도 때도 없이 포란(抱卵)을 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마릿수를 늘릴 수도 있다. ‘닭이 여러 마리면 그 중에 학이 한 마리 있다’, ‘닭이 여러 마리면 그 중에 봉(鳳)도 있다’는 속담이 있지만, 학(鶴)이나 봉이 닭장 속에 생겨난다면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닭이 좋다. 꿈쩍 않고 있는 채소와 나무 사이에 움직이는 짐승이 있어야 풍경이 어울릴 것 같다. 또한 최상의 목표가 달걀이라는 것은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매일 달걀 몇 개 얻어내는 것이 전부라면, 사실 그것을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동은 훨씬 크다. 닭을 직접 기르는 사람은, ‘말로 주고 되로 받는다’는 정도는 아니라도, 좀 과장하면 그에 버금가는 심정을 갖게 될 것이다.
닭장은 4m×6m, 24제곱미터고 평수로 따진다면 8평 정도다. 비닐하우스용 파이프와 여러 가지 철망을 두세 겹 두르고 있으며, 100mm짜리 판넬로 바닥과 지붕을 깔고 덮었다. 주변에 매, 수리부엉이, 족제비, 너구리, 오소리, 살쾡이, 들고양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닭집이라기보다 닭호텔이라고 말한다. 딸은 서울에 세들어 살던 제 원룸보다 훨씬 넓고 좋다고 한다.
닭들의 마당은 1,300평 전부다. 내 농토의 넓이가 그런데, 실제로 닭들이 활동하는 범위는 대략 그 절반쯤 된다. 21년 동안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땅에서 닭을 내놓아 기르니, 사람들은 ‘유기농 닭’이라 부른다.

닭을 내놓아 기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해가 질 때쯤이면 제 집으로 알아서 돌아가지만, 대낮에도 족제비, 들고양이가 공격을 할 염려가 있다.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은 수리와 매 종류들이다. 닭들이 노는 곳에서 200~300m 정도 떨어진 산기슭의 나무 우듬지에 앉아, 그야말로 ‘매 눈’으로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주인이 자리 비우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속 아픈 경험이 있다. 닭들이 매우 소란스럽기에 쫓아가보니, 비닐하우스 옆에 매가 앉아 있었고 발에는 두 달이 넘게 자란 병아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소리를 질러댔더니 매는 날아가는데 다행히 죽지 않은 병아리 두 마리가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어 있는 병아리 한 마리가 있었다. 매는 보통 한 마리를 잽싸게 채어 날아가는데, 그놈은 욕심이 많았다. 두세 마리를 공수(空輸)해 가려고 했던 것이다. 두 마리는 하루 이틀 만에 회복했으나, 청계 중 털빛이 으뜸이라는 짙은 회색 병아리는 땅 속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그까짓 병아리 한 마리, 값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지만 생명의 신비를 한껏 경험하게 해준 놈이기에 상실감이 작지 않다.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는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보게 되면 무척 기뻐한다. 날짐승들은 시골에서 눈에 잘 띄니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매들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흡족하곤 했다. 그런데 나도 얄팍한 심사(心事)를 가져, 병아리를 공격하는 매들을 보고 기분 좋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생태가 복원되는 것도 기뻐하고, 닭을 잃지 않는 방법을 생각한다. 닭들이 마음 놓고 토욕(土浴)을 즐길 수 있게 넓은 마당을 주되, 안전망을 두르자는 생각이다.
닭의 관찰이 목적이 아니면서 몇 마리 닭을 기르고, 아는 체를 하게 되어 매우 부끄럽다. 제인 구달처럼 아프리카 오지에서 목숨을 걸고 인류의 조상을 관찰하는 것도 아니어서 쑥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사람과 아주 가까이에 있는 동물을 좀 더 관찰하여 작은 지식 하나라도 보태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겠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닭과 견주어 인간을 성찰하는 작업이다. 알고 보면 별 수 없는 게 인간인데, 당연히 나를 포함해 현대인들이 너무 오만방자하다는 생각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어디 견줄 데가 없어 닭과 견주냐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늘 닭과 사람을 견주고 있다. 조금 마땅치 않은 언행을 하는 사람을 두고, ‘닭대가리’라고 지탄하는 말이 그것이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도 애용하는 말인데, 그만큼 닭은 인간과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더 견주어 보아야 한다. 그럴듯한 말을 인용해보자.

우리는 수탉처럼 뻐기다가도 병아리처럼 겁먹고 뒤로 물러선다. 또 암탉에게 쪼이는 수탉 같은 공처가인가 하면 달걀 밟듯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자들이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부화하고 닭 벼슬을 세우고 홰를 치고 알을 품고 꼬끼오 하고 운다. 비록 인정하기 싫겠지만, 많은 면에서 매, 비둘기, 독수리보다도 닭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헛간의 닭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난폭하고, 침착하면서도 동요하고, 감사하면서도 배은망덕하고, 하늘을 날아가고 싶어 하지만 두 발은 여전히 땅에 묶여 있다.
- 앤드루 롤러2

닭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 있고, 인간을 통해 닭을 이해하는 방식도 있다. 닭장에 닭을 가두거나 내놓으면서 인간과 동물의 ‘자유’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달걀을 꺼내오면서 인간의 ‘물욕’에 대해 생각한다. 사료를 주면서 생물들의 삶을 생각한다. 닭을 기르며 나는 더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내 삶은 점점 풍요로워진다. 닭들 덕분이다.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다. 닭을 오로지 음식으로만 생각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명을 대량유통 대량 학살하는 짓을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닭공장을 통해 달걀과 닭고기를 공급받아 실컷 먹으려 하지 말고, 소중한 생명이 만든 것들을 아껴서 조금씩 아주 소중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닭에게 무척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닭을 먹을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 동안 닭에게 부여해 주었던 의미 중 일부라도 회복시켜 줄 때, 인간은 닭과 공존하는 명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애초 닭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는 목적이었다면, 정약용이 아들에게 권유한 《계경(鷄經)》에 근사한 작업을 시도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먹을 것만 밝히는 세태가 되었다는 생각에 비판적 시각을 보탠 것이다. 내가 각성하고 사람들을 각성토록 하려는 생각에서 내놓는다.
― 닭의 해에, 정종진 삼가 적음.

목차

|내놓는 글 |· 5

1. 존재와 쓸모 · 13
2. 희망과 절망 · 39
3. 난생과 태생 · 47
4. 모성애와 부성애 · 57
5. 지능과 지혜 · 65
6. 성차와 성차별 · 73
7. 의·식·주 · 85
8. 땀과 똥오줌 · 105
9. 언어와 몸짓 · 115
10. 교육과 훈련 · 129
11. 구애와 짝짓기 · 139
12. 종족보존 본능 · 149
13. 외모와 관상 · 157
14. 기질과 성격 · 205
15. 취미와 특기 · 231
16. 노동과 휴식 · 239
17. 재물과 유산 · 249
18. 자유와 행복 · 257
19. 서열과 권위 · 265
20. 권리와 의무 · 273
21. 고통과 치유 · 279
22. 죽음과 수명 · 291
23. 진화와 퇴행 · 297
24. 닭과 인간을 어찌할 것인가 · 303

저자소개

저자 정종진은 충북 출생.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충남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문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서 《한국 현대시론사》(1988),《문학사 방법론》(1989)
《한국 현대문학의 성묘사 전략》(1990),《한국작가의 생태학》(1991)
《힘의 문학으로 가는 길》(1992),《한국의 속담 용 사전》(1993)
《한국현대시의 이론》(1994),《한국 현대문학의 성표현 방법》(1997)
《한국 현대문학과 관상학》(1997), 《시로쓴 한국 현대시론》(1998)
《한국 현대문학 이색강의》(1998), 《한국 현대시 12강의》(1999)
《한국 현대시 그 감동의 역사》(1999), 《그날이 오면》(편저, 2005)
《한국의 성性 속담 사전》(2005), 《생로병사의 지혜, 속담으로 꿰뚫는다》(2007)

도서소개

정종진 교수의 닭에 비유한 세상이야기『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 닭과 인간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닭을 오로지 음식으로만 생각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