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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양사상 수용사

한국의 서양사상 수용사

  • 이광래
  • |
  • 열린책들
  • |
  • 2003-09-30 출간
  • |
  • 438페이지
  • |
  • 160 X 225 mm
  • |
  • ISBN 978893290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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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서양과의 만남과 수용
유교, 불교, 도교의 공통적인 문화소를 지닌 동아시아 3국의 문화는 그 자체에 내재적인 완결성을 지닌 고도의 문화로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 없이 오랜 세월 지역의 질서를 유지해 왔다. 루터의 종교 개혁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격화시켰으며 종교 쟁탈전의 일환으로 동아시아에도 선교를 앞세운 서양 사상이 침투하게 된다.
마테오 리치 이래 그의 뒤를 이은 선교사들은 선교의 일환으로 서양의 과학 기술과 문물을 소개함으로써 이 지역 사람들의 세계관에 일대 균열을 몰고 오게 되는데 특히 그들이 소개한 인문 지리서들은 <중화>라는 문화적 지리적 중심의 세계관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한역된 서학서들의 홍수는 이 지역 전체로 범람하게 된다.

조선 실학의 개조(開祖)라고 할 수 있는 이익은 대다수의 관변 주자학자들이 서양 문물에 대해 단순 논리나 단층적인 폐쇄 회로의 사고를 보인 데 반해 이중 논리와 중층적 사고를 선택하는 개방 회로적 사고의 소유자로서 <이단도 참고할 만한 소도(小道)가 있다>며 서학에 대해 비배타적, 관용적 태도를 보인다. 특히 그가 서양의 근대 과학과 지리적 발견뿐만 아니라 서교(기독교)에 대해서도 그것의 발생 과정을 유추하면서(<인정이 표리부동해지고 성현이 사라져 욕을 따름이 날로 커지고 이(理)를 날로 멀리 하므로...>) 유학의 발단 과정과의 유사성을 '천주실의'의 서론에서 거명했다는 사실은 그가 대다수의 동도우위론자들과는 달리 서양의 신문물을 실용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도 수용의 여지를 두었다는 데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이익의 개방적인 태도는 다산 정약용의 가문을 비롯한 후배 유학자들에 의해 서교(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데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실용적인 과학 기술[西器]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관[西道]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한 태도는 한, 중, 일 3국의 서양 사상 수용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것이었다.

한역된 서학서의 유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졌는데 서교서나 지도를 비롯한 지도서, 천문, 역법, 의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지식은 기존의 지식과 비교되어 다양한 종합과 절충이 모색되었다. 그러한 모색이 양적으로 축적되어 내공이 쌓이면서 조선 실학은 새로운 표현형phenotype을 만개시키게 되는데 조선의 선비들은 신지식을 통해 조선을 개혁할 방도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기존의 공리공담에 대항하는 실학의 정신은 북학파들에게서 정점을 이루는 데 청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본 박제가는 북경의 <흠천감(欽天監)에서 일하는 서양인들이 모두 이용후생의 방법에 정통하므로 이들을 초빙하여 천문, 역법, 농잠, 조와, 채광, 조선, 조차, 제지, 의약, 성곽, 건축 등의 과학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북학 수용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거시 경제 정책(화폐 유통)과 물류의 활발한 유통(수레의 활용)을 통해 유민익국(有民益國)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 박지원, 백과전서적인 계몽 실학으로 고루한 독단의 잠에 빠진 조선의 이성을 깨우는 역할을 한 홍대용과 함께 사회 개혁의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수용의 좌절
그러나 조선의 백과전서파라고 할 수 있는 <북학파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주도로 튀르고,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외, 케네 등이 참여한 백과전서파의 계몽의 성과는 바로 뒤에 프랑스 대혁명으로 연결되었다. 그 시대의 역사가 그들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학파를 비롯한 조선의 실학은 시대적 <요청으로서의 학문>이었다기보다 일부 선진 지식인들의 신학문에 대한 습합(習合) 의지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에는 명말, 청초의 사회처럼 전면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개혁파 지주 계급이나 봉건 통치에 반대하는 신흥 시민 계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한 시대적 요구를 직접 감당하면서 개혁의 전면에서 정신 혁명을 주도한 명청 실학자들처럼 사회 진화를 담당할 변혁의 주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더구나 조선 후기에는 강희, 건륭 황제만큼 서양의 근대 정신으로 개화된 군주가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게 보면 조선 후기의 실학은 <(청나라와의) 정치적 사대 관계가 가져다 준 뜻밖의 소득>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냉정한 의심을 품는다.

저자는 이 책의 1장 첫 문장에서 문화의 본질은 <잡종화hybridization>에 있다고 말한다. <문화 융합cultural metamorphosis은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문화에서 수용이 곧 변용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수용된 타자는 이미 타자 그 자체일 수만은 없고 수용되면서 전화(轉化)되어 변용된 일체(一體)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의 지배층이 새로운 외부의 문화 유입과 그것에 대한 변용을 모색하던 내부의 움직임에 대항한 방식은 원시적인 탄압과 쇄국의 고수였다. 집권층의 서학에 대한 스트레스는 수차례에 걸친 천주교도 박해로 증상을 드러내었고 변화하는 세계를 오로지 주자학적 세계관으로만 해석하려는 고집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서학 알레르기는 조선의 지성사와 사회 발전에 치명적이었는데 <이유는 그 병적 징후가 너무나 많은 신진 지식인을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나아가 서학 루트를 통한 신지식의 공급 차단으로 인해 조선 실학사의 신진대사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박지원의 손자이며 한말 개화파 인사들의 사상적 지주였던 박규수는 자신을 찾아온 김옥균에게 지구의를 팽그르르 돌려 보이며 말한다.
<오늘에 중국이 어디 있는가? 저리 돌리면 미국이 중국이 되고 이리 돌리면 조선이 중국으로 되니, 어떤 나라도 가운데에 오면 중국이 된다. 오늘날 어디에 중국이 있는가?>
그리고 자신도 참가한 신미양요에서 미국에 패한 이유를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토로한 것에서도 그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대부들의 오만함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소위 예의지방(禮儀之邦)이라는 나라가 오랑캐 하나에게 이 지경에 이르도록 모욕을 당했는데, 이것은 어떤 일로 생긴 것인가? 함부로 예의지방이라고 하는데 나는 본래 이 말을 추하게 생각한다. 천하 만고에 국가가 되어 가지고 어찌 예의가 없는 나라가 있겠는가? 이 말은 중국인이 이적(夷狄) 중에서도 예의가 있음을 가상히 여겨서 우리를 예의지방이라고 불렀던 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것은 본래 수치스러운 말로서,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천하에 호기를 부릴 만한 일은 아니다. 지벌(地閥)이 있음을 자랑하여 함부로 양반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최고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스러운 말이고, 무식한 소리이다. 지금 함부로 예의지방이라고 자처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예의가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는 헛소리일 뿐이다.>
강요된 개화에서 국권의 침탈까지 이어지는 조선 근대사의 비극은 박규수의 사랑방에 모여 그의 지도를 받았던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김윤식, 유길준 등이 역사의 주역으로 나서지 못하고(그들의 역량 부족이었든, 시대적 요청이 없었든 간에) 스러진 것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그들의 몰락은 성호 이익 이래 면면히 내려온 조선 실학의 성과를 현실 사회에 접합하려는 기획이 결국 실현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식민지 기간은 한국의 현대 철학의 시발점과 시기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독립된 조국이 아닌 외세에 예속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 아래서 한국의 철학도들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철학 연구에 매진한다. 이 시기의 특징은 메이지 헌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독일 철학의 영향으로 이 땅의 초창기 철학자들도 독일 철학에 주로 편중되었다는 점과 식민지 상황이라는 특수 상황 하에서 해방의 도구로서 사회주의가 철학도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1933년에 최초의 철학 학회집 '철학'의 발간으로 이 땅에도 본격적인 서양 철학 연구의 발판이 마련된다. 해방 이후에는 다양한 철학 개론서나 서양 철학사의 발간이 봇물을 이루며 각 대학들은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로 교수진을 마련할 수 있게 되고 철학 학회의 분화가 점점 심화되게 된다. 하지만 해방 뒤 찾아 온 동족상잔과 군사 정권 하에서 <국민 교육 헌장>과 ,국민윤리 과목의 제정에 철학자들이 정권의 어용 나팔수로 복무하면서 일그러진 철학자들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다가 남북 정권의 대치는 각각 서로의 체제 옹호를 위한 관변 어용 철학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학문적 관심을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상황에 철학자들을 가둠으로써 올바른 종합적 사고로서의 철학을 불가능하게 만든 심각한 해악을 끼치게 된다.
6, 70년대의 고도 성장기를 거쳐 90년대에 들어오면 이 땅의 서양 철학 수용은 거의 전분야를 망라하게 된다. 근대를 넘어선 탈근대의 철학이 새로운 철학의 화두가 되며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동시대의 세계 철학자들과 동시적인synchronic 주제를 다루게 되었으며 프랑스나 이탈리아 철학 같은 과거의 비주류 철학에 대한 다양한 소개가 이루어짐으로써 사상의 편파성이 다소간 지양된다.
과학 기술과 매스 미디어의 발전 그리고 포스트모던한 사회로의 진입은 지구적인 균일화를 강화하였으며 1세기 전의 상황과는 다르게 한반도의 세계사 참여도 시대적인 요청이 되고 있다.

화해주의 - 초근대적 정신을 위하여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열강 침탈의 역사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장하며 일찍이 서구 사회에 동화되고자 했던 일본의 옥시덴탈리즘의 희생양으로 지난 세기를 고통에서 보냈던 우리에게 그 고통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저자는 20세기 한국 사상이 남긴 최대의 유산이자 과제는 분단의 극복이라고 본다. 분단의 극복 이전까지는 서양 사상의 연구에서도 다양성과 자율성과 주체성과 독창성과 국제적인 참여가 가능하지 않으며 분단의 극복이야말로 이러한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 지배 헤게모니에 대한 시각의 차이로 대한민국 내에서도 국론의 분열이 심각하고 이전까지는 접해 보지 못했던 타인인 25만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대우는 우리 내부에 우리가 상속받은 유령들인 내부적 식민주의와 천박한 모방 오리엔탈리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해방자로서의 미국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심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 속에서 은폐된 오리엔탈리즘인 옥시덴탈리즘으로 둔갑하면서 한국인의 의식의 저변에는 이미 새로운 식민지화가 고착되어 있다. 저자는 2002년에 미군 장갑차에 치여 압사당한 여중생을 추모하려는 촛불 시위에 대한 국론의 대립 과정에서 감성적 민족주의, 닫힌 민족주의의 발로로 시위를 규정했던 관변 언설들이 우리의 내부 식민지화를 잘 드러냈다고 본다.

지구의를 돌리며 박규수는 김옥균에게 세상에는 중심이 부재한다는 것, 아니 조선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 이러한 개방적 사고와 비교의 객관적 여유로움은 우리 문화사의 유전자형genotype으로 과거부터 면면히 존재했음에도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속 자화상은 위계적인 타자의 이미지가 마음속 깊이 중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일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다. <유일은 독단으로 통하고 보편은 편견의 가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헤게모니에 대한 담론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게 아니라 폭넓은 동양 사상의 재발견과 비교의 시작은 독단과 편견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다름의 인정과, 차이의 발견인 것이다.

도서소개

과거의 문화적 국수주의는 현재의 한국인들인 우리에게 무엇을 기여했는가? 왜 우리의 역사에는 표현형으로서 계몽주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는가? 한국 근대사에 대한 안타까운 질문들을 깔고서 저자는 서양 사상 수용 역사에서 다양한 양태를 보였던 인물 군상들의 활약을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고유한 문화적 유전자형의 복원으로 새로운 문화적 표현형을 발견해 초근대적인 세계관의 형성에 기여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이광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강릉대학교 철학과와 중국 랴오닝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까지』『프랑스 철학사』『해체주의란 무엇인가』(편저)가 있으며 역서로 『서양 철학사』『그리스 과학 사상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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