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일본의 담론 분석을 통한 내셔널리즘 비판
『과거의 목소리』(원제 : Voices of the Past?: The Status of Language in Eighteenth-Century Japanese Discourse)는 ‘18세기 일본의 담론’을 분석하여 근대 국가의 내셔널리티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적 연구서이다. ‘민족’이나 ‘국민’, ‘국어’(‘일본어’)와 같이 자명하다고 여겨지는 것들(나아가 보편적인 것 그 자체)이 실은 얼마나 불완전하게 탄생했는지를 ‘과거의 목소리’, 즉 과거의 사상과 학문, 문화를 통해 실증적으로 고찰한다. 고대의 언어나 집단에 대한 향수를 끌어다 동일성을 재구성하는 역사적 과정, 저자가 줄곧 말하는 ‘일본인, 일본어의 사산(死産)’을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 책의 저자 사카이 나오키(酒井直樹)는 미국 코넬대학 아시아학과 교수로서 세계적 시야에서 일본사상사를 연구하고 비평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폐쇄적이고 무책임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 일본사회의 변혁에 힘쓰고 있는 지식인이다.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의 거목 마루야마 마사오에 비견되는 성과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서양이라는 통일체,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아래에서 일본이 공범관계에 놓인 형태를 계속해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사카이 나오키의 연구 인생을 결정지은 대표작으로서 국민과 민족이라는 자기획정을 철저하게 탈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18세기 일본의 담론, 구체적으로는 유학과 국학 등의 사상, 언어에 관한 담론, 대중문화(문학)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