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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수고

빛나는 수고

  • 남상숙
  • |
  • 삶창
  • |
  • 2017-03-24 출간
  • |
  • 222페이지
  • |
  • 145 X 210 X 20 mm /310g
  • |
  • ISBN 978896655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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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지난 번 산문집을 내면서 앞으로의 나날은 세상에 빚을 갚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후로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염두에 두었으니 그 말은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실행하기엔 더디고 미진했다. 보통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상한 세월을 살아내며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지난 해 가을부터 엄동설한 한겨울까지 주말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안했다. 정의로운 세상은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 올곧은 정신들이 퍼져나가며 결을 이루고 켜가 쌓이면서 두께를 만드니 숫자로 보태야했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일어났더라도 나서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필코 해빙의 봄은 올 것이고 그날이 오면 무임승차한 기분으로 여전히 세상에 빚진 기분이 들 것이다.

_「책을 내며」중에서

성찰의 힘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남상숙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다. 아마도 저자가 가톨릭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가계는 조선의 천주교 박해와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가톨릭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나라에서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가 한창이던 1866년, 이른바 병인박해 때이다. 그해 정월에 화만 할아버지는 남포에서 잡혔으나 배교하고 나왔다. 그러다 충청도 수영, 지금의 갈매못 성지에서 군문 효수를 당한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와 동료 신자의 시신을 아들과 함께 몰래 가져와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였다가 다시 모셔와 자신의 담배 밭에 안장하였다. 그것이 발각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두 아들, 장남 이끼수(38세)와 차남 그레고리오(28세)과 함께 치명하셨다고 했다. 당시 할아버지의 나이는 65세였는데, 증손인 이우철 신부님이 세우신 묘비에 그 내용이 적혀 있었다.
_「고리」 중

위 내용은 시댁 조상이 조선 조정의 박해를 받은 내용의 일부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포교를 염두에 두거나 가톨릭적 ‘진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저자가 가톨릭에서 얻은 신앙은 자신을 묵상하고 비워내는 데 사용된다. 또 그 바탕 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책을 내며」에서 언급한 ‘세상에 대한 빚’은 자신의 신앙이 세상을 향해 충분히 펼쳐지지 않았다는 성찰에 기인한다. 지난겨울에 있었던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미안함을 직접 밝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향한 어머니 마음 같은 이해와 포옹은 아마도 저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천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다음에 나타나듯 작은 선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털모자는 체온을 약 2℃ 정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저체중이나 영양이 부족한 생후 28일 미만의 신생아, 조산아들에게 체온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다. 전 세계에서 폐렴, 설사, 말라리아 혹은 출산 합병증으로 태어나는 날 사망하는 신생아는 매년 100만 명이며 한 달 안에 목숨을 잃는 아기는 290만 명이라고 한다. 많은 아기들이 털모자를 쓰면서 신생아 사망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_「모자 뜨기」 중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신생아에게 “털모자”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기술하는 이 대목에서도 살아 있는 목숨들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배어 있다.

‘다름’을 긍정하는 사랑

그런데 이 사랑은 이를테면 잘못 알려진 어머니의 일방적이고 집착하는 사랑이 아니다. 저자의 사랑은 분명히 “세상에 똑같은 모양의 눈은 매리지 않는다”는 사진가 윌슨 벤틀리를 인용하는 데서 드러나듯, 상대방을 긍정하고 감싸 안으면서 일어난다.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확인되듯 말이다.

사람 얼굴을 모두 확인하지 않았어도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모양이 다른 눈 입자를 6000종이나 찾았다면 눈의 생김새 역시 모두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_「똑같은 눈은 내리지 않는다」 중

‘다름’, 즉 다양성을 존중하자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름’을 긍정할 수 있으려면 그에 따른 필요조건이 있어야 한다. ‘다름’이 자신의 내면에 들어올 공간이 있는지가 그것이다. ‘다름’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자기 것’이 많으면 안 된다. 저자는 스스로 “무소유를 내세울 자신도” 없다고 말하지만, 저자에게 ‘자기 것’을 갈무리하고, 정돈하고, 나눌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소유를 내세울 자신도 없고 그럴 처지도 아니지만 자신이 쓰던 물건들은 생전에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대대로 물려줄 만한 귀중품이면 가치를 일깨워서 자손에게 간직하기를 이르고, 아직 쓸 만한 물건이면 누구에게 주더라도 생전에 나누고, 마땅히 없애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태워서 사물과의 결별도 정신이 온전할 때 스스로 해야 한다. 소유하던 것 최소한으로 줄여놓고 박경리의 시집 제목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_「풍경을 빌려보다」 중

이 책의 곳곳은 이렇게 타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거듭해서 자신을 사려 깊게 돌아보고 있다. 저자의 과거사를 상기할 때도, 그것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사랑에 다름 아니다. 또 성직자의 길을 가는 아들의 ‘착의식’ 때 보여준 저자의 모습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는 적용치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만 하는 가짜 신앙인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본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며 순명과 청빈을 서약하고 완전한 봉헌의 삶을 살아야 한다. 알베르토는 하느님을 위하여 모두를 포기하였구나. 고맙고 대견스러워 가슴이 뻐근하게 벅차올랐다. 부족한 아이지만 당신이 쓸모가 있어 부르셨을 거라는 생각에 가만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는 정작 아이를 위해 한 것이 없는데, 늘 바쁘고 고달픈 삶의 자리 불만만 가득하였는데 내 마음이미 아시고 이런 기쁨의 순간을 마련하셨구나. 하잘 것 없다 여겨졌던 나의 존재가 더욱 격상됨을 느낀다.
_「알베르토의 착의식」 중

정신의 고양은 낮아짐을 통해

저자의 이번 에세이집에는 시와 문학, 그리고 신앙이 이성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여기서 이성적이라 함은 자신의 도야를 통한 긍정을 말한다. 그래서 저자의 목소리는 들뜨지 않고, 그래서 과장되지 않고, 또 허위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언제나 신에게 물어보는 듯한 태도는 문장에도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래서 한 편 한 편 찬찬히 읽다 보면 독자의 마음도 함께 낮아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내면을 고양시키는 일은 이런 낮아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사실은 옛 현인들이 증명해준 것 그대로이다. 오늘날처럼 정신이 부유하고 내면이 허약해질 때, 남상숙의 에세이집은 작은 목소리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한다.

>>> 머리말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 쌓아놓은 글들을 어쩔 것인가. 별렀더라면 오히려 하세월이었을 일이다. 오래전이나 지금 이야기가 유행 지난 옷처럼, 시류에 뒤떨어진 사고처럼 답답했으니 글이든, 생활이든, 마음이든 주변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었을 때가 바로 적시라고 여겼을 뿐이다. 주어지는 일들을 기회로 여기면 순리로 이어지고 감사로 남는다. 떨치고 비워내야 그 자리에 창의력도, 도전도, 열정도 푸른 생명처럼 돋아날 것이다.

지난 번 산문집을 내면서 앞으로의 나날은 세상에 빚을 갚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후로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염두에 두었으니 그 말은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실행하기엔 더디고 미진했다. 보통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상한 세월을 살아내며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지난 해 가을부터 엄동설한 한겨울까지 주말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안했다. 정의로운 세상은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 올곧은 정신들이 퍼져나가며 결을 이루고 켜가 쌓이면서 두께를 만드니 숫자로 보태야했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일어났더라도 나서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기필코 해빙의 봄은 올 것이고 그날이 오면 무임승차한 기분으로 여전히 세상에 빚진 기분이 들 것이다.

날마다 말을 하며 살고 있다. 광장에서 외치는 사자후나 소곤소곤 나누는 귓속말이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소리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는다. 소리가 돌아다니며 좌충우돌하거나 한자리에 쌓여있다면 그것에 치여 어찌 살겠느냐, 느낌만 챙기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건 깨달음이나 감동일 수 있겠지만 글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자에게 어떤 공감으로 다가갈 것인가, 소관 밖의 일이라 해도 일상의 투박한 언어들이 캄캄절벽 같은 막막한 세상에 불빛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어깨 나란히 길동무되어 도란도란 인생길 함께 걸어가고 싶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힘겹게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어기찬 수고가 찬란히 빛나기를 기원하면서.

-「책을 내며」전문

목차

책을 내며 / 4

1부/ 똑같은 눈은 내리지 않는다

찬란 / 13
벽 / 17
훌륭한 그 자리는 / 21
결 / 25
황금기 / 29
빛나는 수고 / 33
액막이 / 37
환(環) / 41
풍경을 빌려 보다 / 45
똑같은 눈은 내리지 않는다 / 49
모자 뜨기 / 53
하얀 원피스 / 57
색동 기억 / 63
송편 빚기 / 67
한여름 단잠 자고 일어나듯 / 71


2부/ 그 남자의 시

작은엄마 / 77
그리움의 연줄 / 81
화려한 듯 은은하게 / 85
탱자꽃 / 89
점(點) / 93
별과 함께 / 97
복숭아 모양 잔 / 101
먼 곳 / 105
그 남자의 시 / 109
하얀 구두 / 114
남간정사에는 고요가 / 118
찐빵은 여전히 / 122
즐거운 상상 / 126
페트라의 나그네 / 130
동굴에서 부른 노래 / 134
피에타 상에는 포도송이처럼 / 139
금문교에서 샌프란시스코를 / 144


3부/ 알베르토의 착의식

어머니의 빈손 / 151
달아나는 봄 / 155
개구리 소리 / 159
매미 소리 벗 삼아 / 163
빨간 손수건 / 167
누군들 부럽지 않으랴 / 171
올가미 / 176
목화솜 이불 / 180
물레를 돌리다 / 185
모시적삼 / 189
빛나는 여름 / 193
파란 앞치마 / 197
운명의 그 사람을 / 201
고리 / 205
수산나 피정의 집 / 209
수도원에서 / 213
알베르토의 착의식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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