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2일.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정치해커톤*”이라는 청년 모임이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정치담론들을 젊은이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場)이었다.
그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은 오랜 시간 현실 정치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과 의견을 경청했다.
그 때 렌즈 속에 安의 얼굴이 들어왔다.
평소 가득한 듯 비어 있는 듯 담담한 표정의 安의 얼굴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청춘들의 멘토(mentor)로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安 자신도 그 자리에 앉아있는 이 땅의 아픈 청춘,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뇌가 安의 얼굴에 고스란히 비쳤다.
그들이 힘겨워하는 삶의 장벽이 安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안타까움, 허탈함, 분노, 긍휼함, 공감, 위로 ....
그의 얼굴은 우리 시대의 청춘이었고
그의 얼굴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외침이었다.
구약성서 지혜자의 책 [잠언]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다.
내 얼굴은 남의 얼굴에, 물에 비치듯 비치고,
내 마음도 남의 마음에, 물에 비치듯 비친다.
- 공동번역성서, 잠언 27장 19절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울에 비추어 보지 않는 한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얼굴은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상대방 또한 나의 얼굴을 잘 볼 수 있다.
얼굴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는 것이 진짜이다.
그래서 지혜자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내 얼굴은 남의 얼굴에 물에 비치듯 비친다.”
나는 지난 3년여 安과 동행하며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사실 그가 방문하고 만났던 수많은 유명인들
행사와 정치일정을 담아 놓은 장면들만으로도
안철수의 멋진 ‘정치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 청년들의 고뇌와 아픔을 듣던 그의 얼굴이 앵글에 잡힌 순간,
그의 얼굴에 비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웃을 때에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에도, 무표정하게 앉아 있을 때에도
그의 얼굴이 담고 있는 사람 사는 풍경들이 보였다.
사진집으로 출간하는 [안철수의 얼굴]은
그를 홍보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 담겨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가라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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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