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자기가 닳고 해질 때까지 사랑받고, 사랑하는
‘진정한 사랑꾼’ 곰돌이들, 카메라 앞에 서다.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혹독한 겨울,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나날들이다. 하루하루 버텨내기 힘들지만 어딘가에 털어놓기도 힘들 때,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어떠한 비밀이든 지켜주고,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심지어 자기 몸이 떨어져나갈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함께해준다. 이들은 바로 ‘곰돌이’들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사진가 마크 닉슨이 사랑받은 곰인형들의 사진을 찍어 사진과 사연을 자신의 홈페이지 올리자, 한 달 만에 150만 명, 석 달 동안 450만 명이 방문하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곰돌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중국, 페루,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미국, 러시아, 유럽 전역에서 뉴스, 블로그, 잡지를 장식했고, 미국의 출판그룹에서 제안을 받아 책으로 만들어졌다.
저자 마크 닉슨은, 대부분 아이들이 응할 거라고 생각했던 곰돌이 사진 찍어주기 프로젝트에 오히려 어른들이 더 뜨겁게 반응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주인들은 곰돌이의 사진을 찍는 동안 자신에게 곰돌이가 어떤 의미인지, 곰돌이에 얽힌 특별한 사연들을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에는 우리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진정한 사랑의 기술, ‘테디 베어의 사랑법’이 담겨 있다.
‣‣ 비밀을 지켜주고, 무조건 있어주고, 말없이 위로하는 곰돌이들의 사랑법
아무것도 모를 때 있어주었던.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곳에 있어주었던.
무수한 포옹, 두려움, 희망, 눈물, 콧물과 얼룩의 창고들.
혼자인 밤, 어두운 구석에 괴물이 서성일 때, 바닥과 벽 너머로 웅웅대는 고함 소리가 들릴 때, 위로가 되어준 이들.
조용한 목격자들, 언제나 함께해주는 동반자들, 순수함의 수호자들.
…비밀을 지켜주고 무조건 있어주는, 괜히 평가하지 않는 그들은 곰돌이일 때가 가장 많다.
-p.5 마크 닉슨, <넘치게 사랑받은> 중에서

이름: 테드/ 나이: 35세/ 키: 33cm/ 주인: 앤 마리 렌츠
“테드는 어린이집에서 내가 테리어 강아지에게 공격받을 때 나를 구하다 한쪽 눈을 잃었다. (짧게 간추린 이야기다.) 그리고 코가 납작해지면서 생긴 공간에 내 모든 비밀을 간직해준다.”
–앤 마리 렌츠의 이야기, p.26
테디 베어의 사랑법 2. 무조건 있어주기

이름: 테디 베어/ 나이: 15세/ 키: 18cm/ 주인: 돈 로
“이 영웅 같은 테디 베어를 눈여겨봐줬으면 한다. 세상을 떠난 내 남편 스티브 고토를 위로해주었던 곰돌이다. 남편은 뇌동맥이 터져 뇌졸중이 왔다. 병원에 있는 동안 남편이 이 곰돌이를 얼마나 세게 안고 있었는지 아무도 곰돌이를 떼어놓지 못했다. 내가 곁에 있을 수 없는 밤에는 이 곰돌이가 남편과 함께 병원의 기나긴 밤을 보내주었다. 내 남편은 2002년 4월 20일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 곰돌이가 나와 함께해주고 있다.” –돈 로의 이야기, p.98
테디 베어의 사랑법 3. 말없이 위로하기

이름:미스터 테드 (또는) 조니의 곰돌이/ 나이: 43세/ 키: 74cm/
주인: 이본 깁슨
“미스터 테드는 43년 전, 1970년 1월에 첫째 오빠 조니가 태어나 선물받은 곰인형이다. 조니 오빠에겐 다운증후군이 있었고, 오빠 심장엔 구멍이 나 있었다. 엄마 말이, 조니 오빠는 미스터 테드를 처음 봤을 때부터 미스터 테드에게 흠뻑 빠져서 둘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단다. 안타깝게도 미스터 테드가 조니 오빠를 기쁘게 해줄 수 있었던 시간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오빠가 1975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조니 오빠의 여섯 번째 생일이 되기 몇 달 전, 내가 태어나기 3년 전의 일이었다.
조니 오빠가 세상을 떠났지만 엄마는 미스터 테드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미스터 테드는 우리 집에서 ‘조니의 곰돌이’라고 불렸고, 형제들 모두 미스터 테드를 가지고 놀았다. 우리 세 남매 등살에 편히 살지는 못했지만, 미스터 테드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요즘 들어 털이 꽤 많이 빠졌고, 한쪽 팔 아래가 좀 뜯어졌다. 눈도 원래 눈이 아니고 자꾸 빠지곤 하지만, 그 모든 점이 미스터 테드를 미스터 테드답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미스터 테드가 어떤 의미인지도 잘 말해준다.” _이본 깁슨의 이야기, p.124
‣‣ 없어진 인형을 찾는 어른도 괜찮다.
- 우리 안에 숨은 어린 마음을 위한 따뜻한 선물
“벅스는 내 남동생 코너의 인형이었다. 벅스에게도 언젠가 귀가 있었던 것 같지만, 코너가 많이 안아줘서, 코너의 어릴 적 비밀 얘기들을 많이 들어줘서 없어져버린 지 오래다. 20년 전, 바다가 코너를 앗아 가는 비극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몇 주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 이소벨이 차에서 짐을 내리기 전에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런데 식사를 하는 사이에 차에 있던 짐을 전부 도둑맞고 말았다. 차 안에는 벅스를 포함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일로 많이 울었다. 이소벨이 방송인 친구 제리 라이언에게 부탁해 라디오에 사연을 내보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그러면 제리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없어진 인형을 찾는 어른이라니.” -p. 72, 세라 오언스의 이야기
곰돌이가 사진을 찍는 동안 주인들은 옆에서 기다리며 저자 마크 닉슨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언젠가 곰돌이를 잃어버릴 뻔했던(혹은 잃어버렸던) 위험천만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어린아이가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리고 울고 찾아 헤매는 것은 당연하게 그려지지만, 다 큰 어른이 인형을 잃어버리고 엉엉 운다면? 인형 벅스의 주인인 세라 오언스가 그랬다. ‘없어진 인형을 찾는 어른이라니.’ 하며,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 그런데, 그 뒷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넘치게 사랑받은> 전시에서 친구 이소벨과 방송인 제리 라이언의 곰인형을 보게 된 세라는 세상에 곰인형에 빠져 있는 어른이 자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를 받는다. 세라가 정리한 한 줄짜리 교훈은 이렇다. “곰돌이를 사랑하기에 너무 많은 나이라는 건 없으며, 곰돌이를 잃어버린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아줄, 남몰래 곰인형을 갖고 있는 주인들은 언제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순수를 잃어버리고 막연히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어른들에게 『테디 베어의 사랑법』이 따뜻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선물 상자를 열면 우리 안에 숨은 어린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