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쓰는 현대미술 이론
작가는 결국 작품으로 말한다. 현대미술의 심장부 뉴욕에서 30년째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저자의 눈에는 모더니즘이든 포스트모더니즘이든 미니멀리즘이든, 심지어 오브제와 개념예술까지도, 그것이 현대예술이기 위해서는 근대예술과 차별화되는 하나의 ‘현대적 조형원리’로 설명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리를 저자는 동아시아 회화의 조형원리 중 하나인 ‘골법(骨法)’에서 찾는다.
1,500년도 더 된 동아시아 회화 원리인 골법을 저자는 ‘최소화와 경향성’으로 이해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소화와 경향성’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가 현대예술의 시작점이며, 이런 의미의현대예술은 서양의 경우 19세기 인상주의에서, 동아시아는 명(明) 말기인 17세기 초 동기창과 팔대산인에서 각각 시작되었다.
저자는 철저히 현장의 사람이다. 동과 서를 꿰뚫는 현대적 조형원리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화가-저자의 여정은 이론가들의 접근과는 또 다른 감칠맛이 있다. 후기인상주의의 세잔, 변기의 뒤샹과 초현실의 마그리트로부터 데이비드 살르, 지그마르 폴케, 안젤름 키퍼, 로이 리히텐슈타인(릭턴스틴), 줄리안 슈나벨, 잭슨 폴록, 장미셸 바스키아, 게오르크 바젤리츠, 빌 비올라, 앤디 워홀까지, 동아시아 옛 작가로 동기창 팔대산인 김정희, 현대의 박수근 백남준 김수자 김아타까지 풍성한 도판을 곁들인 작품 분석, 거기에 까까머리 때부터 50년에 이르는 화가/저자 자신의 고민의 여정과 함께 읽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