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깊은 곳 사직서를 품고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나에게만 인색한 세상 속에서 고군분투 중인 직장인의 애환을 담고 있다.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는 그저 하루하루 적당히 잘 먹고 잘사는 것이 꿈인 이 시대 직장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저격한다. 헬스장 6개월 등록했다는 말에 ‘기부천사’라고 응수하는 친구의 독설에 움찔하고, 겨울방학을 맞아 이불 속에 사는 동생을 보며 더 흥청망청 놀지 못한 그 시절을 후회하면서도, “월급 받으면서 쉬니까 좋지. 영원히 쉬어봐라”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허를 찔린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등장하는 [백수 특집] 에피소드는 마치 ‘쭈구리지만 괜찮아’ 하고 등을 토닥여주는 듯하다.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설레던 십대 때와 달리 지금 우리를 가슴 뛰게 하는 건 점심, 퇴근, 월급 세 가지 단어뿐.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날 닮은 어느 직장인의 좌절과 희망은 조금 더 견뎌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책 속엔 사직서 찾는 재미가 있는 ‘숨은그림찾기’와, 만약을 대비해 미리 연습해보는 ‘사고경위서’, 쉴 새 없이 막다른 길에 부딪치는 ‘회사탈출 미로게임’이 들어 있으며, 부록으로 우유부단 직장인을 위한 ‘회식 메뉴 주사위’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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