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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별에 사는 여우

푸른 별에 사는 여우

  • 채은
  • |
  • 가하
  • |
  • 2016-08-09 출간
  • |
  • 480페이지
  • |
  • ISBN 9791130009995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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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눈이 더 얼마나 내릴 작정일까. 6시가 넘어서부터 다시금 내리기 시작했던 눈은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오래도록 꼬리를 물고 있었다. 추위가 익숙해지도록 이 자리에 홀로 서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녀는 스스로도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몇 시나 되었을까. 밀랍 인형처럼 멍하니 정면 어디쯤을 바라보던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 넣었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7시임을 확인한 직후 휴대전화가 꺼져버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후로 대여섯 번은 꺼진 휴대전화를 부질없이 들여다본 것 같다. 채원은 하릴없이 난간에 발끝을 툭툭 털었다. 부츠 앞코에 쌓인 눈이 아래로 맥없이 떨어졌다. 아, 괜히 움직였나. 가죽부츠 안에서 꽁꽁 언 발가락이 딱딱한 난간에 부딪히며 찌릿하게 통증이 일었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찔끔 눈물이 났다. 가만히 있을 땐 몰랐는데 발끝 하나 난간에 털었다고 온몸이 저릿해졌다. “하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찢어질 듯 아픈데 느닷없이 웃음이 났다. 이 추운 날 검은 스타킹에 한 뼘 만큼 짧은 모직스커트 달랑 하나로 감싼 다리도 우습고, 방한부츠도 아닌 굽 높은 가죽부츠 속에 움츠리고 있는 발가락도 우습고, 보온성 따위 개나 준 울 롱코트 안에서 불쌍하게 떨고 있는 몸뚱이도 우스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새삼스럽게, 뭐 얼마나 예뻐 보이겠다고 이 추운 날에 이따위로 차려입었는지. “미친…….” 그래, 미친 짓이다. 이게 미친 짓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다. ‘1분만 더, 2분만 더.’ 이딴 미련 따위는 휴대전화가 꺼져버리던 그 순간 버렸어야 했다. 아니 그 전, 휴대전화로 시간만 확인하며 배터리를 잡아먹을 그 시간에 그녀답게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 6시가 지난 지가 언제인데 왜 안 오냐고, 추워 죽겠으니까 빨리 튀어오라고. 그래, 그랬어야 그녀였다. 나다운 것, 은채원다운 것. 왜 바보처럼 그것을 잊게 돼버렸을까. 지난 1년 반 동안 난 도대체 왜, 이런 미련한 바보가 돼버린 걸까. 고집스럽게 난간을 향해 있던 부츠 앞코가 그제야 돌아섰다. 옥상을 가로질렀던 하나의 발자국은 후에 내린 눈으로 다시 얇은 막을 덮고 있었다. 여전히 하나뿐인 발자국이 그렇게도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채원은 자신이 남긴 발자국 위를 천천히 걸었다. 그때였다. 옥상 문 너머 계단을 밟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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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채은 연재카페 - http://cafe.naver.com/chaeeun1108 블로그 - http://blog.naver.com/onejy23 ▣ 출간작 낮에 뜨는 별 ▣ 출간예정작 가시 뽑힌 장미

도서소개

채은 장편소설 『푸른 별에 사는 여우』. “열여덟에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너 없는 내 인생은 생각해본 적 없어. 죽는 날까지도 난 그럴 거야.” 열여덟의 시작, 스물둘의 이별. 달콤하지만은 않았던 첫사랑을 뒤로한 채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채원. 이건은 그녀를 외롭게 두었던 자신을 반성하지만 이미 이별은 그들 사이에 다가와 있었다. 6년이 지난 후 여배우로서 최정상에 오른 채원은 이건과 재회하지만, 그의 웃음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아리다. “넌 어떤데?” 손길이 멈칫했다. “지금 이렇게, 날 보는 심정이.” 순간 거울 속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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